https://bbs.ruliweb.com/community/board/184992/read/113998 - 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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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외곽의 한 도로변에 세워진 간이 비행장에서는 약간의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인근의 창고를 개조한 격납고와 가건물로 세워진 간이 숙소들
그리고 몇몇 기동형 바이오로이드들이 무장을 탑재하며 철충과의 항전을 준비하는 가운데,
누군가 격납고의 옥상에서 둠브링어 로고가 새겨진 검은색 반코트를 걸친 채
그들을 멍하니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는 둠 브링어소속 바이오로이드의 비행 장비를 개발하던 블랙리버사의 연구원이었다.
높은 실업률과 빈부격차, 기업 간의 갈등으로 혼란스럽던 사회 속에서
그는 기업의 군 시설과 맞닿아 있는 연구소와 기숙사만을 오가며, 연구 활동에만 전념했었다.
때로는 시대의 혼란과 유인 비행체를 거의 절멸시키는데 일조한
기업과 바이오로이드들을 내심 탐탁지 않게 여기기도 했었지만,
역설적으로 바이오로이드 관련 비행 장비 수요의 증가로 나름 안정적인 삶을 영위하고 있었던
그는 멸망 전쟁이 일어났을 당시에도, 사내 군 방공망의 수혜로 살아남을 수 있었다.
하지만, 철충의 공격은 계속되었고,
치장물자는 물론, 전시장에 남아있던 구식 무기까지 동원해가며 전투를 이어가던 지휘부는
더는 회사의 건물을 방어할 수 없다고 판단, 남은 인원과 전력의 분산을 결정하였으며,
그도 이제는 이곳 간이 비행장의 임시 비행대대로 이동해 온 지 막 1달이 되어가던 참이었다.
"후… 나도 한 번 나가볼까…"
그가 격납고 내부에 주기 되어있던 전투기에 다가가자,
때마침 출격을 대기하던 나이트앤젤이 옆으로 살짝 막아섰다.
"이건 분명, 부대 이동 용도로만 사용하라고 지시받았을 텐데요?"
그가 그냥 지나치려 하자 나이트앤젤은 특유의 냉소적인 표정을 지으며 한술 더 떴다.
"저번처럼 또 저희의 도움을 받으시려는 겁니까? 그땐 운이 좋아서 망정이지…"
"후방에서 비행하면 되잖아?! 그리고 여기 있어봤자 할 수 있는 일도 없는데 무슨 상관이야?"
어차피 그녀가 인간을 막을 권한도 딱히 없었기 때문에 그는 그대로 계단을 올라가
전투기의 캐노피를 열었다.
"후… 이렇게 나오시면… 저희만 난처해집니다. 전, 때마침 오늘 본대로 복귀하게 되는데…
간부님들께 이 상황을 보고하지 않을 수가 없을 것 같군요…"
"허, 그놈들 살아는 있냐? 그럼 가서 안부나 좀 잘 전해 줘라. 야…"
그는 그대로 조종석에 앉은 뒤, 얼른 캐노피를 닫아버렸고,
연구원이 탄 전투기는 그렇게 또다시 활주로 바깥으로 이동해 갔다.
이윽고…
"F-35B DISCO 이륙허가 바람."
"휴… 이런, 내가 포츈이 저걸 기어이 고치고 있는걸 내버려 두는 게 아니었는데?!…"
나이트앤젤의 짜증 섞인 후회를 뒤로 한 체,
불안하기만 한 구식 항공기의 비행은 계속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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