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bbs.ruliweb.com/community/board/184992/read/113998 -프롤로그
https://bbs.ruliweb.com/community/board/184992/read/114050 -1
https://bbs.ruliweb.com/community/board/184992/read/114052 -2
https://bbs.ruliweb.com/community/board/184992/read/114107 -3
https://bbs.ruliweb.com/community/board/184992/read/114111 -4
https://bbs.ruliweb.com/community/board/184992/read/114146 -5
https://bbs.ruliweb.com/community/board/184992/read/114149 -6
https://bbs.ruliweb.com/community/board/184992/read/114152 -7
-8-
공단 내부의 주요 건물과 설비들이 대부분 파괴되고
땅 위에서 움직이는 모든 것들이 더는 포착되지 않게 되었음에도 저항군의 공중전력들은
조금이라도 쓸 수 있을 만한 창고나 구조물들을 향해 남은 화력을 모조리 투사했다.
시간이 지나자 점점 탑재 무장을 소진해버린 대원이 나오기 시작했고,
바이로이드들과 유인 항공기들은 점점 기수를 돌려
각자가 소속된 비행기지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이후,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그리폰들까지 기지로 복귀하며
공습이 종료된 공장지대에는 군데군데 불이 붙어 있었고,
알 수 없는 유독한 연기가 꺼질 기미 없이 끊임없이 하늘로 치솟아 오르고 있었다.
기지로 복귀한 바이오로이드들은 곧바로
비행 후 점검과 전과 보고를 하며 각종 사후 업무를 수행하기 시작하는 한편,
밴시에게 직접 안겨 간이 비행장으로 복귀한 연구원은 의무실로 호송되었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최우선 순위로, 거의 온몸을 수색당하다시피 진료를 받던 그는
이전과는 달리 아무런 제지나 얘기를 하지도 않았고,
덕분에, 찰과상 하나 나지 않은 몸으로 병상에서 밤을 지새워야 했다.
다음 날 아침이 되어서야, 그는 겨우 의무실에서 풀려날 수 있었지만,
반나절 동안, 끊임없이 반복되는 기억을 먹구름이 잔뜩 낀 격납고 옥상에서 홀로 곱씹었다.
그러던 중, 후속 작업을 모두 마친 밴시가 연구원에게 서둘러 달려왔다.
"연구원님!
무사하셔서… 정말로… 정말, 다행입니다."
"...."
"오인 사격을… 당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연구원님께서 더욱 그렇게 느끼시겠지만, 정말로… 유감스럽습니다…
연구원님께서 동의하신다면, 상부에 보고한 후… 조사가 이루어지도록, 조치하겠습니다."
"...."
"연구원님…
비록 이번 불미스러운 일, 때문에…
곧바로 의무실로 호송되셨던 터라, 제대로 못 들으셨겠지만,
이번 작전은… 모두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밴시는 평소보다 조금 더 힘 있고 큰 목소리로 얘기하기 시작했다.
"본 작전으로, 저희가 맡은 지역을 포함한 총 4곳의 철충화 생산 시설이…
모두, 완파되었습니다!
이제 이곳 근방은 물론, 전역 전체에서…
철충의 병력 증원 속도는,
최소 50%, 최대 80% 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합니다.
현재 스틸라인을 비롯한 지상 병력은 거의…
무혈입성에 가까운 수준으로, 공장지대를 향해 진격해 나가고 있습니다!
최소 1주일 후면, 거점을 확보하고, 올해 안에는… 생산 시설을, 재건함으로써…
승리를 좀 더… 확고히 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작전 중 인간의 손실은 전무하며, 격추 교환비 4:1로 이루어 낸…
항공작전의 쾌거입니다!."
"…
그래…?
그 녀석은…?"
"네…?, 실례지만, 무슨…"
"나랑 같이 있던 그 녀석은…
어떻게 된 거야…?"
"아, 그… 격추된 대원… 말씀이십니까…?"
밴시의 목소리는 다시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그 대원은… 2편대 3번기로 참전했던 제3 임시비행대대 소속의 기체였습니다.
대지공격 도중… 대공포에 피격당해 격추당한 것으로… 확인… 되었습니다.
신체는… 우선, 방수포로 덮어 놓았습니다.
위치를 표시해 두었으니… 곧, 지상군이 도달하면 제대로 수습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곳에 남아있던 나머지 대원들도…"
"...."
연구원은 연신 고개를 숙이고 눈을 감다가 두 손으로 머리를 싸매고 있었고,
그런 그의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밴시도 그의 옆으로 다가와
가만히 눈을 감은 채 담담하게 얘기를 이어갔다.
"연구원님…
제게 공압식 사이렌이 왜 표준 장비로 장착되어 있는지… 혹시 알고 계십니까?
이 장비는… 상당한 탑재 중량을 가지고 있을뿐더러.
비행 중에는 큰 항력을 발생시키는 것도 모자라…
이 장비가 발생시키는 소음은…
폭격 시점을 적에게 알려주고, 위치를 노출시키기 때문에…
교전 중에도… 그다지, 도움이 되는 물건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런데도 급강하 폭격을 할 때, 이 장비를…
켜야 하도록 저희에게 규정되어 있는 이유는
실은… 목표지점에 남아있을지도 모를, 인간분들… 때문입니다.
혹여나 남아있던 인원들이, 제 사이렌 소리를 듣게 된다면…
즉시 그곳을 빠져나와… 안전한 곳으로 대피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AGS나 바이오이드들은…
저희는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목표물을 사수하게 되어있습니다.
폭발에 휩쓸리거나… 기총에 피격당해 죽을 걸 알면서도 끝까지 대응 사격을 하고…
그런 그들에게 격추당할 것을 알면서도…
혹은… 붙잡혀 고문을 당하다가… 비참하게 죽어갈 것을 알면서도…
폭격을 수행하는 것이 저와 같은… 군용 바이오로이드들의 사명이자, 숙명입니다…
연구원님…
연구원님은 특히나… 이런, 전장 환경에 어울리시는 분이 아닙니다.
그러니… 이제, 이곳은 부디, 그런 저희에게 맡겨주시고…
연구시설로 돌아가셔서 조금 더 개선된 비행 장비를 개발하는데…"
"밴시!!"
"헉…"
고개를 잔뜩 숙이고 있던 연구원이 갑자기 그녀를 끌어안았다.
"너도 같이 가자…
북미 쪽에… 아직 괜찮은 곳이 있데?!
너도 이제 싸울 만큼 싸웠으니까 그쪽으로 가서 살자… 응…?"
"엇… 그… 그, 하지만, 저는…"
"너도 그쪽으로 가면 비행시험용 바이오로이드로 전용될 수 있을 거야…
그러니까… 내 밑으로 들어와서 같이 안전한 곳으로 가는 거야!"
"그… 그치만, 저는… 아직 제 임무가…"
"그런 건 내가 알아서 책임질 테니까 그냥 가자는 데로 가는 거야… 알겠어?!"
"네… 알겠… 습니다…"
얼떨결에 그의 부탁을 받아들인 밴시는
한동안 당혹함을 감추지 못한 채 그에게 붙잡혀 있었다.
하지만, 어느샌가 그녀도 점점 고개를 숙이고,
조심스럽게 팔을 들어 올려 깍지를 끼워 보았다.
하늘은 점점 더 흐려지고 겨울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그들은 겨우 마음을 추스르고 싸늘한 비를 피해 격납고 안으로 들어갔다.
(IP보기클릭)58.227.***.***
(IP보기클릭)211.44.***.***
(IP보기클릭)211.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