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현지 시간으로 11일(화) 오후, 유비소프트가 E3 2019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매년 게임쇼마다 유독 사전 유출에 시달리는 유비소프트지만, 그럼에도 그 이상으로 풍성한 신작 소식으로 행사장을 뜨겁게 달궜다.

이날 컨퍼런스는 여느 게임 발표가 아닌 장중한 음악 공연으로 막을 열었다. 무대에 오른 오케스트라와 코러스는 이반 린(Ivan Linn)의 지휘 아래 ‘어쌔신 크리드’ 심포니를 연주했다. 관현악 선율을 따라 ‘어쌔신 크리드’ OST가 흐르는 가운데 대형 스크린에선 역대 시네마틱 트레일러 편집 영상이 상영됐다. 본 공연은 오는 29일 파리를 시작으로 월드와이드 투어에 나선다.

본격적인 게임 발표의 첫 장은 사전 유출만으로도 올해 최고 기대작으로 등극한 ‘와치독: 리전’이 차지했다. 이번 작의 무대는 브렉시트(Brexit, 유럽연합 탈퇴) 여파로 크게 뒤틀려버린 근미래 영국 런던. 한때 역사와 문화의 중심지였던 도시는 이제 중무장한 군대와 드론이 상시 순찰하며 사람들을 탄압하는 디스토피아가 되어버렸다. 이에 해커 집단 데드섹은 더 이상 소수의 영웅적인 이들에게 기대는 것이 아니라, 체재에 저항하는 모든 런던 시민을 동지로 포섭하기 시작한다.

실제로 ‘와치독: 리전’에는 기존 시리즈와 같은 정해진 주인공이 없다. 시연 영상에서도 이안이란 남자로 플레이하다 그가 죽자 곧장 캐릭터 관리 UI를 켜고 다른 인물을 조작하는 장면이 나온다. 본작의 모든 NPC는 저마다 생활 동선과 목소리, 애니메이션, 특기가 있으며 건장한 남자부터 아리따운 아가씨, 심지어 허리가 굽은 할머니까지 포섭과 조작이 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잠입과 해킹이 주가 되던 전작과 달리 액션성이 크게 강화되어 사격과 육탄전을 오가는 강렬한 전투도 특징. ‘와치독: 리전’은 오는 2020년 3월 6일 출시될 예정이다.

이어서 게이머라면 필히 본방 사수해야 할 TV 드라마가 공개됐다. ‘필라델피아는 언제나 맑음’에서 의뭉스러운 연기로 큰 인기를 끈 배우 롭 맥엘헨리(Rob McElhenney)는 유비소프트와 협력을 통해 신작 ‘미씩 퀘스트’를 선보인다. 대략적인 내용은 ‘미씩 퀘스트’라는 세계적인 MMORPG를 개발 및 서비스하는 게임사의 일상 코미디물. 여기서 롭 맥엘헨리는 이안 그림이라는 겉멋이 잔뜩 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연기한다. 방영 채널은 애플 TV다.

평소 스파이 영화를 즐겨본다면 반가울 소식이 나왔다. ‘레인보우 식스’ 이어 4 시즌 2 ‘팬텀 사이트’ 업데이트가 목전에 다가온 가운데, 신규 오퍼레이터 콜린 ‘워든’ 맥킨리(Collinn ‘WARDEN’ McKinley)가 등장한 것. 그는 기본적으로 군경의 범주를 벗어나지 않던 기존 오퍼레이터와 달리 진짜배기 시크릿 서비스 공작원이다. 영화 ‘킹스맨’처럼 말끔한 정장을 걸치고 임무를 수행할뿐 아니라 특수 기술 ‘응시 스마트 안경’으로 연막 너머의 숨은 적을 찾아낼 수 있다.

카툰 네트워크의 인기 애니메이션 ‘핀과 제이크의 어드벤처 타임’이 사이드뷰 난투 액션 게임 ‘브롤할라’와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한다. 용사를 꿈꾸는 정의로운 소년 핀과 모습을 자유자재로 바꾸는 능청스러운 강아지 제이크는 바로 오늘부터 게임에 합류하며, 이외에도 버디 게임 모드와 트리 포트 스테이지가 업데이트된다.

다음 발표는 이미 한 차례 정보를 공개한 바 있는 ‘고스트 리콘: 브레이크포인트’였다. 고스트 리콘은 언제나 어둠 속에서 활동하며 악당들의 우위에 섰으나, 본작에서는 사상 최악의 위기를 맞아 사냥꾼이 아닌 사냥감의 입장에 몰리고 만다. 한때 고스트 리콘의 일원이었던 콜 D. 워커 대령은 자신이 훈련시킨 최정예 특수부대 울브즈와 첨단 병기를 풀어 고스트의 목을 노린다. 콜 D. 워커의 페이스 모델 및 성우를 맡은 배우 존 번설이 직접 무대에 올라 ‘자신과 늑대들을 상대해보라’며 뭇 게이머를 도발하기도 했다.

‘고스트 리콘: 브레이크포인트’는 오는 10월 4일 정식 발매되며 9월 5일부터 베타가 진행된다. 테스트 참여 신청은 곧바로 가능하다. 아울러 유비소프트의 새로운 커뮤니티 프로그램 ‘델타 컴퍼니’도 소개되었는데, 스튜디오에 직접 피드백을 전할 수 있는 일종의 코어 게이머 그룹을 모집한다. PvP 전문가와 스트리머, 코스플레이어를 위한 항목도 있다.

‘레인보우 식스’, ‘고스트 리콘’, ‘디비전’ 그리고 ‘스플린터 셀’까지, 톰 클랜시 세계관에는 수많은 특수부대와 실력파 요원들이 존재한다. 유비소프트의 모바일 RPG ‘톰 클랜시의 엘리트 스쿼드’는 바로 이들을 한 자리에 모은다는 발상에서 출발했다. ‘고스트 리콘’ 노매드가 지정한 목표를 ‘스플린터 셀’ 샘 피셔가 저격하고, ‘레인보우 식스’ 몽타뉴가 방패로 반격을 차단하는 플레이가 실제로 펼쳐진다. 사전 예약은 오늘부터.

게임 발표는 아니지만 분위기를 환기해줄 축하 공연이 또 하나 무대에 올랐다. 댄스 리듬 게임 ‘저스트 댄스’가 시리즈 10주년을 맞아 흥겨운 춤사위를 준비한 것. 화려한 분장에 빛나는 봉을 든 댄서들은 패닉! 엣 더 디스코의 ‘하이 호프스’, 블랙핑크 ‘킬 디스 러브’, 리틀 빅 ‘스키비디’에 맞춰 정열적인 공연을 보여줬다. 10주년 기념작 ‘저스트 댄스 2020’은 오는 11월 발매된다.

‘레인보우 식스: 시즈’가 어느덧 4년차에 접어든 가운데 전혀 다른 방향성을 지닌 시리즈 속편이 베일을 벗었다. 유비소프트 몬트리올 내 신규 팀이 제작한 ‘레인보우 식스: 쿼런틴’은 정체를 알 수 없는 기생체를 상대로 극한 임무를 수행하는 요원들의 이야기다. ‘시즈’가 PvP에 중점을 뒀다면 ‘쿼런틴’은 3인 협동의 PvE로 차별화를 이뤘다. 정삭 서비스 시기는 2020년 초로 예정됐다.

지난 3월 성공적으로 론칭한 ‘디비전 2’에 대한 최신 소식도 나왔다. 앞으로 전개될 이어 1 업데이트는 총 세 가지 에피소드로 구성되며 국립 동물원과 대학 캠퍼스, 그리고 미 국방성처럼 이제까지와는 다른 지역을 무대로 삼았다. 에피소드 1은 7월, 에피소드 2는 9월 그리고 에피소드 3은 2020년 초에 출시되며 올 가을 신규 레이드도 만나볼 수 있을 전망이다. 또한 제이크 질렌할과 제시카 체스테인이 출연하는 ‘디비전’ 실사 영화는 넷플릭스로 방영된다고.

여기서 끝이 아니다. 최근 업계의 차세대 수익 모델로 각광받는 구독형 서비스에 유비소프트도 진출한다. 오는 9월 서비스를 개시하는 ‘유플레이+’는 월 14.99달러(한화 약 1만 7,785원)에 100개가 넘는 게임 및 DLC 라이브러리를 제공한다. 앞으로 출시될 ‘왓치독: 리전’이나 ‘고스트 리콘: 브레이크포인트’ 같은 신작도 예외는 없다. ‘유플레이+’는 구글 스태디아를 지원하며, 오는 8월 15일까지 가입자에 한하여 첫 달 무료 체험이 가능하다.

고전 명화 ‘롤러볼’을 연상케 하는 독특한 신작도 있다. ‘롤러 챔피언스’는 롤러 스케이트 경주와 구기 종목을 결합한 가상의 스포츠 PvP 게임이다. 3인 1조로 편성된 양 팀은 타원형 경기장을 돌며 상대의 주행을 방해하고 어떻게든 공을 낚아채야 한다. F2P(Free to Play) 모델을 채택하여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롤러 챔피언스’는 바로 오늘부터 데모를 배포한다.

컨퍼런스의 대미를 장식한 것은 완전 신작 ‘갓 앤 몬스터’였다. ‘어쌔신 크리드: 오디세이’로 잘 알려진 유비소프트 퀘벡 스튜디오는 그간 옛 역사와 신화를 조사하며 받은 영감을 이 작품에 녹여냈다고 한다. 아직 공개된 정보가 많지 않으나 ‘젤다의 전설: 브레스 오브 디 와일드’가 떠오르는 환경 묘사와 고대 그리스풍 복식의 캐릭터, 그리고 특색 있는 몬스터 디자인이 눈길을 끈다. 본작의 출시일은 2020년 2월 25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