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 교체 RPG, '내 시체를 넘어가라 2' 인터뷰
SCEJA는 지난 13일(일) 도쿄 시부야에 위치한 전통 극장 '노가쿠도'에서 세대
교체 RPG '내 시체를 넘어가라 2'의 피로연 행사를 열고 공식 발매일을 포함한 게임에
대한 정보를 공개했다.
이번 피로연 행사에는
게임 디자인을 담당한 마스다 쇼지, 게임 제작을 맡은 알파 시스템 대표 사사키
테츠야, 시나리오 담당 쇼다 미와, 음악 담당 키하라 료코와 키하라 코노스케,
그리고 성우 요시다 코나미와 후쿠엔 미사토가 참석해서 15년 전 PS1으로 발매된
시리즈 1편과 PSP용 리메이크 작품, 그리고 출시를 앞둔 2편에 대한 게임 정보 및 개발 과정 뒷 이야기 등을 소개했다.
이날 행사에서 일본 내 발매일은
2014년 7월 17일로 확정되었으며 오는 4월 24일에는 게임 시스템을 소개하는 형식의
체험판을, 발매가 임박한 7월 상순에는 정식 제품 버전과 세이브가 그대로 연동되는
또 하나의 체험판을 추가로 공개할 예정이다.
내 시체를 넘어가라 원작 및 리메이크
작품은 자막 한글화 패키지가 출시되진 않았으나 내
시체를 넘어가라 2는 자막 한글화를 거쳐 일본 발매일인 7월 17일과 비슷한 시기에 발매될
예정이다.
내 시체를 넘어가라 2는 지난 1999년 PS1으로 발매된 바 있는 내
시체를 넘어가라의 정식 후속작으로, 복수와 해방이라는 기본 설정과 플레이 방식은 1편과 비슷하게
이어진다. '수 년 내로 죽게 되는 저주'와 '일족의 대가 끊기게 되는 저주'를 안고
신과의 교신을 통해 일족의 대가 끊기지 않게 하면서 더욱 강한 후손을 육성해서
플레이어의 일족을 저주한 원흉 아베노 세이메이에게 복수를 해야 한다.
마스다
쇼지 디렉터는 이날 행사에서 "다른 사람의 플레이를 보고 그걸로 끝나는 게임이 아니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게임으로 만들고 싶었다. 대충 만든 게임은 절대로 아니고
정말 재미있게 만들었으니 걱정하지 말고 플레이하기 바란다"며 15년만에 발매되는
후속작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아래는 이번 행사에서 진행된 개발자와의
인터뷰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좌로부터
키하라 코노스케, 키하라 료코, 사사키 테츠야,
마스다 쇼지, 쇼다 미와, 후쿠엔
미사토, 요시다 코나미.
Q : 내 시체를 넘어가라라는 독특한 콘셉트의
게임을 만들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요.
마스다 쇼지 : 처음 장남이 태어났을
때 양친은 물론 할아버지께서도 많이 우셨습니다. 아마 인간이 살아가면서 자신이
세상을 살아왔다는 의미와 증거를 구체적으로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기 때문에 그런
반응을 보이셨던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런 일상의 평범한 감동을 게임 시스템으로 구현하고
싶었습니다. 참고로 몇 번 이야기를 했는데, PS1 표지의 그 아이는 내 장남이 아닌 다른
모델이며, 지금 내 장남은 올해로 22살입니다.
사사키 테츠야 : 당시
대부분의 RPG는 처음 게임을 시작할 때 이름을 설정하게 되는 주인공을 조작하고
동료를 만들어서 함께 성장한 뒤 클리어하는 방식이었지만, 내 시체를 넘어가라에서는
자기는 2년후에 죽지만 세대 교체를 통해 그 자손으로 대가 이어집니다. 물론 저주로
인해 그 후손도 2년, 혹은 그 이전에 죽게 되지만 열심히 동료를 늘리고 일족 자체를
강하게 만들어 그 유전자를 남겨야만 합니다.
Q : '2년이라는 제한된 수명밖에
살 수 없는 저주'라는 설정을 넣게 된 이유가 궁금합니다.
마스다 쇼지 : 단순히
게임의 진행을 빠르게 하기 위한 설정이었습니다. 실제 인간의 평균적인 수명으로 게임을
진행하면 도무지 끝나지 않는 게임이 될 것 같으니까요.
Q : 인간과 인간이
후손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신과 후손을 만드는 설정도 독특합니다.
마스다
쇼지 : 사실 그것도 인간과 인간이 후손을 만든다는 내용이 되면 게임 등급이 올라가게
되버리니까요.
어른들의 사정으로 인한 궁여지책으로 선택한 설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Q
: 그런 독특한 콘셉트의 타이틀이 처음 PS1으로 발매했을 때 실제 반응은 어땠는지.
사사키
테츠야 : 실제로 플레이해본 유저들은 게임에 대해 호평했지만 발매 이후 3~4개월 동안은
그리 큰 실적을 내진 못하는, 유저들의 반응과 판매량의 갭이 꽤 큰 상황이었습니다. 유저들의 열기가 판매 수치로
이어지진 않은 편이었지만 게임을 개발하면서도 짧은 순간에 많이 팔리고 사라지는
스타일이 아니라 꾸준히 길게 팔리는 타이틀이라 생각했고, 실제로 지금도 꾸준히
팔리는 타이틀이기도 합니다.
Q : 정석적인 RPG의 시스템이나 스토리가 아니다 보니
실제 게임을 만들 때 어려웠던 부분도 많았을 듯 합니다.
마스다 쇼지
: 게임 자체를 독특하게 만드는 게 어려웠던 것은 아닙니다. 그런 독특한 게임을
만들고 그걸 게이머들에게 설득하는 것이 훨씬 어려웠습니다. 그리 간단히는 팔리지 않을
게임이지만 오래 두고 팔릴 게임이라 생각해서 1~2년 동안 오래 즐길 수 있는 게임으로
만들기로 했습니다. 결국 이렇게 매우 긴 시간 동안 팔리는 게임이 될 수 있었고,
15년만에 후속작도
나올 수 있었습니다.
Q : 15년만의 후속작임에도 도쿄 게임쇼에서 뜬금없이
후속작 발표를 해버렸는데요.
마스다 쇼지 : 그거 사실 제 독단으로 발표를
한 건 아니고, 15년 전 1편을 만들 때 협력했던 말단 사원들이 시간이 지나니 전부 회사의 높으신 양반들이 되어서 그냥 말해버리라고 허락을 해줘서 발표를 할 수 있게
된 겁니다.
설마 아무리 나라고 해도 그런 걸 제 독단으로 발표할 리는….
Q : 시나리오
담당 쇼다 미와씨가 참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마스다 쇼지 : 개인적으로
시나리오 쓰는 거 정말 귀찮으니 다른 사람에게 내던져서 누가 대신 써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한 번 트위터로
시나리오 쓸 사람을 모집했더니 진짜 시나리오 응모를 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읽어보니 내용이 좋아서 시나리오 담당으로 결정했습니다.
Q : 이번 작품의 시나리오를
쓰는데 어떤 부분에 신경을 썼나요.
쇼다 미와 : 기존 작품을 새롭게 바꾸는
형태가 아니라 많은 유저 분들의 사랑을 받았던 내 시체를 넘어가라 시리즈의 세계를 넓히고 싶다는 생각으로 시나리오를
작성했습니다. 모든 플레이어가 하나의 정해진 이야기를 플레이하는 것이 아니라
플레이하는 사람에 따라 다양한 상황이 발생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것이 게임을 직접
플레이하는 사람이라 해도 다른 사람의 플레이 상황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는 요인이기도
합니다. 이번 작품은 네트워크 요소의 도입으로 인해 다른 국가의 플레이어와도 교류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15년 동안 구준히 팔리는 게임은 그리 많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되도록
많은 분들이 본 작품을 플레이하시면서 동료가 되어서 함께 많은 경험을 공유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Q : 요시다 코나미 씨는
15년 전부터 게임 내에서 중요 조력 캐릭터인 이츠카로 등장하셨는데요.
요시다
코나미 : 예, 25세부터는 나이를 안 먹는 요시다 코나미입니다. PS1 버전을 녹음한
뒤 PSP 버전으로 리메이크할 때 같은 내용을 다시 더빙할 때도 1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는 것을 굳이 드러내기보다는 옛 시절 느낌을 그대로 표현하고자 노력했습니다.
보통
게임 더빙 현장은 게임 화면을 보는 것이 아니라 간단한 이미지를 보고 이를 참조해서
어떤 화면으로 완성될지 전혀 모르는 상황에서 글씨가 뻑뻑한 대본을 읽게 됩니다.
그리고 보통 개발자분들은 녹음 부스 밖에서 지켜보게 마련인데 PS1 버전을 녹음할
때 마스다씨는 녹음 부스 안에 들어와 바로 옆에서 대사 하나하나마다 그렇게
하는 게 아니라고 교정해주셨던 것도 생각납니다.
마스다 쇼지 : 그만큼
제가 귀찮게 했던 것을 말하고 싶나 봅니다. 게임은 15년 전에 나왔지만 실제 녹음은
17년 전에 했는데, 그때는 그리 경력이 길지 않았던 요시다씨는 녹음을 30분 정도
하면 힘들어서 쉬었다가 다시 녹음을 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보니 나이는
17살이나 더 먹었는데 3시간을 녹음해도 끄덕없더라구요.
Q : 일종의 버서커라 할 수 있는 '오니가시라'는 남성 한정
직업인지.
마스다 쇼지 : 어느 정도 제약이 있어야 게임은 재밌게 되며, 여성과
남성 캐릭터에 대한 구분도 가능해지기 때문에 남성 한정으로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진짜
속내를 말하자면 사실은
여성형 데이터를 따로 작업하면 일이 많아지니 그냥 남성 한정으로 만든 겁니다.
보통
속편을 낼 때 유저 분들에게 무언가 바뀌었다거나 추가되었다는 것을 가장 쉽게 알려드릴
수 있는 게 '직업이 늘었습니다'입니다. 그래서 일단 2편에서 직업을 늘렸습니다.
그리고 기왕 추가를 할 거면 눈에 잘 띄게 희한한 모습이 좋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 오니가시라입니다.
Q
: 다운로드 전용 타이틀로 일본판이 발매된 전작과 달리 이번 작품은 한글화를 거쳐
정식 패키지로 발매되었습니다.
마스다 쇼지 : 내 시체를 넘어가라
시리즈는 일본에서 개발된 수많은 게임들 중에서도 특히 일본풍이 매우 강한 게임입니다.
게다가 같은 단어가 두 세개의 의미를 포함한 경우도 있는데 이러한 늬앙스의
차이를 얼마나 한국 유저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지 기대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불안하기도 합니다.
Q : 1편 발매 후 벌써 15년이 흘렀는데, 게임 개발
환경은 어떤 부분이 많이 바뀌었는지.
마스다 쇼지 : 주류 하드웨어도 세대가
바뀌고 여러 가지 달라진 부분이 있지만 아무래도 네트워크 환경의 적극적인 도입으로
인해 다른 유저의 게임 경험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가 아닌가 싶습니다.
이번 작품에서는 다른 플레이어에게 자신이 얼마나 일족을 키워왔는지 진행 상황을
다른 플레이어에게 공유하는 것이 가능한데, 다른 국가의 게이머들은 어떤 성향과
방향으로 게임을 진행할지 기대됩니다.
Q : PS Vita로 게임을 개발해본
감상은 어떠셨나요.
마스다 쇼지 : 방금 말햇듯 네트워크 환경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자기가
플레이하면서 멋지게 적을 쓰러트리거나 혹은 귀여운 아이가 태어났다면 복잡한 작업을
거치지 않고도 짧은 시간 안에 네트워크로 다른 사람에게 자랑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반응도 매우 빠르게 돌아올 수 있습니다. 유저들끼리 피드백을 하는 데 있어 일종의 물리적인
경계가 사라지게 되는 셈입니다.
Q : 1편의
경우 게임을 클리어했을 때 가계도가 나오는 연출이 매우 감동적이었습니다.
마스다
쇼지 : 이번에도 비슷한 연출이 들어가게 됩니다. 특히 PS Vita는 PS1이나 PSP보다
성능이 훨씬 좋고 세이브 데이터 용량도 크기 때문에 예전에는 게임을
진행하면서 어쩔 수 없이 버려야 할 정보도 이번에는 세세하게 남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
PS1
원작과 PSP용 리메이크 작품, PS Vita용 2편까지
15년 간 아들과 아버지 역은
모두 같은 배우가 맡았다.
Q
: PS4를 비롯한 차세대 하드웨어로 게임을 개발할 계획은 있으신가요.
마스다 쇼지
: 성능이 좋은 하드웨어로 게임을 개발하게 된다면 당연히 그 전세대 하드웨어보다는
많은 노력을 들여서 개발하게 됩니다. 하지만 내 시체를 넘어서 가라 시리즈 같은
경우는 그렇게 높은 하드웨어 성능을 요구하는 성향의 게임은 아니고, 그렇게 힘을
많이 쏟아부을 생각까지는 없습니다. 그렇게 열심히 게임을 개발했다면 후속작이
나오는데 15년이나 걸릴 리는 없었겠지요(웃음).
Q
: 이번 작품을 통해 시리즈를 처음 접하는 한국 유저들이 많을텐데
어떤 플레이 방식을 권하고 싶은지.
마스다 쇼지 : 사사키
대표도 말했지만 일반적인 RPG라고 한다면 처음 플레이어가 설정한
주인공 캐릭터로 게임을 끝내게 되지만 내 시체를 넘어가라는 캐릭터의 수명이
극단적으로 짧기 때문에 자기가 죽은 다음에 그 후손이 고생해가면서 대를 이어나가는
것을 바라보는 게임입니다. 한국과 일본은 국가가 다른 만큼 문화도 다르지만,
인간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은 국가와 문화를 초원해서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진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은 비록 죽어갈 운명이지만 그 후손이 무사히 대를 이어나가는 것을 보며
안심하고 행복해 하며, 그 후손은 선대를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문화를 게임으로 구현하고자
했으니 한국 유저 분들도 이를 이해하고 즐겨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Q
: 내 시체를 넘어가라 2의 한글판을 기대하는 한국 게이머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마스다 쇼지
: 한글판은 일본 발매일인 7월 17일과 동시기에 발매할 예정입니다. 이전 작품과
마찬가지로 클래식하지만 인간적이고 생생한 느낌의 재미를 추구했습니다. 말로 표현하기엔
조금 어렵지만 직접 플레이해보시면 이해하시리라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게임
매체 외에도 일본 유저들도 행사에 함께 참여했다.
행사장
한편에는 게임에 사용된 일러스트와 관련 상품이 전시되어 있었다.
PSP용
내 시체를 넘어가라 부활 기념 한정판의 내용물.
주요
캐릭터 세이메이를 테마로 한 전통 연극으로 행사가 시작되었다.
게임에
대한 소개와 개발 뒷이야기를 하는 토크쇼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일본
발매일은 7월 17일. 국내에도 비슷한 시기에 한글판이 출시될 예정.
세
편의 광고 영상에 모두 출연한 배우 키시베 잇토쿠씨의 축전 영상.
행사가
끝난 뒤 인터뷰를 진행 중인 마스다 쇼지 디렉터와 시나리오 담당 미다 쇼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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