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과 발전 겸비한 원조 닌자 액션, 시노비 복수의 참격
연식이 좀 된 게이머라면 게임 속 닌자를 논할 때 ‘닌자 용검전’과 ‘시노비’가 대번 떠오를 터다. 둘 다 시리즈가 여러 편 이어진 명작으로 오늘날까지 뭇 뉴트로 게임에 적잖은 영향을 끼칠 정도다. 특히 ‘시노비’는 ‘알렉스 키드’, ‘골든 엑스’와 함께 명가 세가의 80년대를 책임진 상징적인 IP. 그럼에도 어언 10년 넘도록 명맥이 끊겨 아쉽던 차에 드디어 신작 ‘시노비 복수의 참격’이 공개됐다. 그것도 ‘원더보이: 드래곤즈 트랩’, ‘베어 너클 4’로 세가와 합을 맞추며 실력이 검증된 리자드큐브가 개발을 담당한다. 이에 8월 29일 정식 발매보다 앞서 SGF 데모로 초반부를 살펴봤다.
원작 ‘시노비’는 당시 일본 서브컬처 업계서 폭넓게 사랑받던 ‘현대의 닌자’ 이미지를 적절히 차용했다. 본작 역시 그 기조에 따라 첨단 과학과 초자연적 마력을 겸비한 군사 조직 ENE 코퍼레이션을 상대로 닌자 조 무사시의 사투를 그린다. 시리즈 간판 악당 ZEED는 따로 언급되지 않는데, 전면 리부트겠거니 싶었으나 또 이어지는 요소가 있긴 있더라. 다만 원작이 워낙 오래전 작품이라 굳이 지난 내용을 알아야 이해될 스토리로 짰을 가능성은 낮다. 이미 전세계 대부분을 불태운 ENE 코퍼레이션이 오보로 일족의 숨겨진 마을까지 침략하며 조 무사시의 험난한 여정이 시작된다.
어느덧 세가 고전 IP 부활 전문으로 입지를 굳인 리자드큐브
오는 8월 출시에 앞서 '시노비 복수의 참격' SGF 데모를 체험했다
복수는 원래 어려운 법, 그러나 무척 즐겁지
고전 횡스크롤 액션 게임이 대저 그렇듯 ‘시노비’ 시리즈도 그간 수많은 게이머의 피, 땀, 눈물을 집어삼켰다. ‘시노비 복수의 참격’ 역시 새 게임을 시작할 때 보란듯이 ‘복수는 원래 어려운 법입니다!’라는 문구가 뜬다. 다만 그래도 리자드큐브는 말이 좀 통하는(…) 스튜디오라 세부 설정을 지원한다. 일단 초보(쉬움), 제자(보통), 시노비(어려움)-근데 기본이 시노비다- 난이도가 있으며 그와 별개로 적 체력, 위력, 공격 빈도, 환경 피해 여부, 콤보 부적 기준, 부활 위치 등을 자유롭게 조정 가능하다. 초보 난이도가 적 체력, 위력, 공격 빈도 모두 50%인데 그조차 힘겹다면 더 낮추라는 것.
소싯적 아케이드 감성을 추구하는 작품답게 도입부는 속전속결이다. 가ㅅㅡ, ㅁ배포가 굉장히 큰 아내 나오코와 환담을 나누던 조 무사시는 제자 토모에의 급보를 받고 곧장 마을로 내달린다. 그러나 이미 일족은 죄 석화당하고 집들은 불타 잿더미가 되어버린 상황. 이에 비극을 부른 ENE 코퍼레이션과 그 수장 루즈 경을 쫓아 다양한 배경의 스테이지를 하나씩 돌파한다. 기본적으로 모든 스테이지는 좌에서 우로 나아는 선형 구조이며 특정 인(忍)기를 익혀야 진행 가능한 샛길도 존재한다. 다만 소위 ‘메트로배니아’식 구조는 아니고 어디까지나 숨겨진 요소를 챙기러 재방문하는 정도다.
고인물이든 뉴비든 자기 실력껏 즐길 수 있도록 안배된 세부 설정
게임 자체는 레벨 디자인이 복잡하지 않은 정통 횡스크롤 액션이다
필자야 입장상 기본 난이도로 설정된 시노비를 골랐는데 역시 게임이 초반부터 영 호락호락하지 않다. 별볼일 없는 졸병조차 모두 HP바를 지녀 일격살이 힘들고 각기 다른 궤적과 높이로 투사체를 쏘는 적들이 함께 나온다. 커다란 진압 방패에 전면 공격이 차단되는가 하면 내내 공중을 떠다녀 뛰어 치기가 강제되기도 한다. 꼭 그게 아니라도 전체적으로 액션과 플랫포밍 비중이 5:5 정도라 어쨌든 원하는 위치까지 잘 뛰는 요령을 익혀둬야 수월하다. 그나마 플랫포밍의 경우 못하면 죽어야지! 수준은 아니라 인기 닌자의 발톱(벽, 천장 타기)을 얻은 후부터 어느 정도 숨통이 트인다.
이 시점에 스테이지가 총 몇 개인지 알 수 없으나 ‘메트로배니아’식 구조가 아닌 바에야 횡스크롤 액션 게임의 규모가 아주 크기는 어렵다. 그래서 대신 ‘시노비 복수의 참격'은 아케이드 모드를 지원한다. 하나의 스테이지를 스토리 모드로 완료할 경우, 그곳에 다시 갈 이유는 미처 얻지 못한 숨겨진 요소를 찾는 것뿐이다. 반면 아케이드 모드는 클리어 타임, 처치, 콤보, 연속 처형, 사망 횟수를 헤아려 점수 및 등급을 매긴다. 즉 원작의 아케이드 감성을 십분 살리는 동시에 고득점을 노려 몇 번이고 도전할 수 있고, 친구나 연인이 놀러 왔을 때 접대용으로 꺼내기도 안성맞춤이다.
쾌도난마의 액션과 별개로 적절한 공략법을 고민하게 되는 적들
아케이드 모드를 통해 몇 번이고 도전하며 고득점을 노릴 수 있다
기술과 인법 그리고 처형, 호쾌하며 또한 깊다
그렇다면 위협적인 적들을 상대로 조 무사시는 칼 한 자루 뿐이냐, 하면 물론 그렇지 않다. 일단 기본적인 조작은 듀얼센스 기준 □ 경공격, △ 중공격, X 뛰기, O 쿠나이 던지기, R1 구르기다. 쿠나이는 초기 소지량이 달랑 4개지만 적이 죽으며 가끔 떨어뜨린다. 또한 정체모를 돼지 상인-욕이 아니라 진짜 돼지다-에게 회전 베기, 연쇄 쿠나이 같은 신기술도 배울 수 있다. 우선 상술한 숨겨진 요소, 오보로의 유물로 판매 목록을 해금하고 일반 재화인 돈까지 꽤 쥐여줘야 가르쳐준다. 돼지 상인은 기술뿐 아니라 인법, 부적 등 조 무사시의 능력 강화 대부분을 책임지니 폭리라도 어쩔 수 없다.
기술과 인법은 일견 비슷하나, 전자가 한번 익히면 언제든 키 조합-가령 공중+△=비연각-으로 발동되는 반면 후자는 따로 장착해 쓴다. 조작은 L1+□, △, X, O에 하나씩 배정되며 그 효과는 물의 인법이 ‘적의 다음 공격을 무효화하고 반격, 방어구에 큰 피해, 처형 게이지를 빠르게 충전’ 같은 식이다. 보다시피 효과가 굉장하지만 매번 HP바 하단에 초록빛 인법 셀이 하나씩 소모된다. 그리고 이보다 더 압도적인 필살기로 인술이 있으니. 분노 게이지가 다 찼을 때 L2+R2로 시전, 모든 적을 단숨에 쓸어버린다. 분노 게이지는 좌측 상단에 조 무사시 포트레이트를 둘러싼 노란색 불꽃이다.
대다수 기술이 키 조합으로 발동하여 숙련될수록 진가가 드러난다
인법은 강력하지만 자주 쓰기 힘들다, 필살기인 인술도 마찬가지
다음으로 부적은 패시브, 콤보로 구분되며 각각 하나씩 장착 가능하다. 전자의 경우 문자 그대로 패시브 효과를 하나 붙여주는데 마냥 유용한 게 아니라 일장일단이 있다. 일례로 날카로운 쿠나이 부적은 쿠나이가 적을 관통하는 대신 소비량이 2배로 는다. 자기 나름의 플레이 스타일을 고도화시키는 용도인 것. 후자는 장착한다고 곧장 효과를 발휘하지 않고 일정 횟수의 콤보가 조건으로 붙는다. 15 카운트부터 피해량이 크게 증가하는 증폭된 힘 부적이 좋은 예. 한번 얻은 효과는 콤보가 끊겨 카운트가 초기화될 때까지 유지된다. 그 효과가 강력할수록 높은 콤보 카운트를 요구함은 물론이다.
끝으로 ‘시노비 복수의 참격’서 가장 중요한 테크닉이 바로 처형이다. 상술한 다양한 공격은 적 HP바를 깎을 뿐 아니라 그 아래 처형 게이지를 상승시킨다. 만약 적이 죽기 전에 먼저 처형 게이지가 다 차면 머리 위로 멸(滅) 자가 뜨며 L1+R1으로 그 즉시 참살할 수 있다. 화면상에 멸 자가 몇이든 모조리 처형하며 희생양이 많으면 많을수록 HP, 분노 게이지를 포함한 보상이 커진다. 뿐만 아니라 처형 시 조 무사시가 적들 사이를 섬광처럼 가로지르며 게임의 템포를 바짝 끌어올리기까지. 단 하나, 공중에 뜬 적을 노리다 처형 직후 낙사하는 황당한 상황이 가끔 벌어지니 주의하자.
부적은 일정 콤보를 넘겨야 효과가 발휘되니 카운트에 신경 쓰자
본작의 백미라 할 수 있는 처형, 덕분에 전체적인 템포가 빠른 편
과연 리자드큐브, 또 하나의 고전이 돌아왔다
정리하자면 원작 팬부터 이 장르에 원숙치 않은 이들까지 폭넓게 즐길 만한 난이도, 직관적인 조작 방식과 도전적인 게임 플레이, 호쾌한 연속 처형으로 끌어올린 템포, 그리고 여러 기술과 인법으로 나름의 깊이를 더한 작품이 ‘시노비 복수의 참격’이다. 한번 클리어하고 잊혀지는 작품이 되지 않도록 아케이드 모드를 추가한 점 역시 훌륭하다. 시스템 및 콘텐츠 소개에 본문을 다 할애해서 그렇지 비주얼, 사운드 역시 흠잡을 데 없고. ‘닌자 용검전’이나 ‘시노비’를 계승한 뉴트로 게임은 대부분 픽셀 그래픽인데, 리자드큐브 특유의 유려한 애니메이션풍 비주얼 역시 본작이 돋보이는 이유다.
이제 출시까지 2개월여 남은 ‘시노비 복수의 참격’는 지난 TGA 2023 당시 세가가 발표한 IP 전략 ‘신 프로젝트’ 가운데 하나다. 당시 ‘크레이지 택시’, ‘골든 엑스’, ‘젯 셋 라디오’ 등이 함께 언급됐는데 아쉽게도 본작 외에 이렇다 할 소식은 없다. 필자 역시 한 명의 올드 게이머로서, 명가 세가의 긴 역사 만큼이나 숱한 고전 명작들이 ‘시노비’를 기폭제 삼아 하나둘씩 부활하면 좋겠다. ‘수왕기’, ‘코믹스 존’, ‘알렉스 키드 ‘처럼 리자드큐브가 맡으주길 바라는 IP도 많으니까. 물론 그러자면 ‘시노비 복수의 참격’부터 흥행과 비평 양면에서 원작에 누가 되지 않는 성과를 거둬야 할 것이다.
옛 감성을 살리면서도 신작다운 발전이 돋보이는 '복수의 참격'
좀 이르지만 '수왕기'랑 '코믹스 존'도 어떻게 안될까, 리자드큐브?
김영훈 기자 grazzy@ruliweb.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