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도 머신도 시스템도 올스타! 소닉 레이싱 크로스월드
지난 2월 첫 체험기를 게시한 후 “저 고슴도치가 뭣하러 차를 타냐!?”는 반응이 가장 많았던 논란(…)의 신작 ‘소닉 레이싱 크로스월드’. 그 최신 사양인 SGF 데모를 플레이할 기회가 닿았다. 짧다면 짧은 4개월 정도의 간격임에도 전체적인 UI/UX가 정돈돼 확실히 출시가 가까워진 인상이다. 앞서 게임의 전체적인 시스템 및 콘텐츠를 한 차례 소개했으나 이제 최신 빌드 기준으로 재차 다루겠다. 후술하겠지만 머신 카테고리 하나가 통째로 바뀌는 등 변화가 적잖아 9월 25일 정식 발매까지 또 뭔가 달라질 수 있다. 그만큼 레이싱 밸런스에 만전을 기하는 모습이라 기대해도 좋겠다.
먼저 짚고 넘어갈 점은 본작이 ‘팀 소닉 레이싱’ 이래 6년 만의 신작이나, 시스템 및 콘텐츠 측면서 2012년작 ‘소닉 & 올스타 레이싱 트랜스폼드’에 훨씬 가깝다는 거다. 즉 ‘팀 소닉 레이싱’의 특징인 3인 1조 팀 레이스가 빠지고 ‘소닉 & 올스타 레이싱 트랜스폼드’의 육, 해, 공 머신 전환은 이어졌다. 또한 ‘보컬로이드’ 하츠네 미쿠, ‘용과 같이’ 카스가 이치반, ‘페르소나 5’ 조커 등 콜라보레이션 캐릭터가 많아 ‘세가 올스타 레이싱’으로써 정체성 역시 이쪽이 계승했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도 여전히 13년 전 명작을 추억하는 뭇 ‘소닉’ 팬에게 가뭄의 단비 같은 작품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과연 게임 명가다운 콜라보레이션 화력을 보여준 SGF 트레일러
4개월 만에 다시 즐긴 '소닉 레이싱 크로스월드'는 확실히 발전했다
스피드냐 파워냐, 나만의 필승 조합을 찾아서
SGF 데모의 일신된 메인 UI는 머신 커스텀, 가젯 커스텀, 캐릭터와 머신, 친구목록, 기타 그리고 플레이, 온라인 항목으로 나뉜다. 기타 항목에는 챌린지, 칭호, 친밀도, 힌트, 주크박스, 설정 등이 속하는데 대부분 비활성화 상태라 누를 순 없었다. 캐릭터는 스피드/액셀/핸들링/파워 네 가지로 분류되며 아쉽지만 새롭게 공개된 콜라보는 미적용 상태였다. 머신의 경우 살짝 의아하게도, 캐릭터와 달리 스피드/액셀/핸들링/파워/대시 다섯 가지로 분류된다. 이 가짓수 차이가 그저 여태 대시 캐릭터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인지 원래 머신에만 해당되는 카테고리인지 데모로 파악하긴 어려웠다.
여기서 머신은 다시 프론트/리어/타이어 파츠로 나뉘어 부위당 네 가지 부품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부품 가짓수는 출시 후 늘어날 공산이 크다. 같은 카테고리라도 어떤 파츠를 조합하느냐로 외형과 성능이 달라지는데, 일례로 파워 머신 하나로 로드롤러/머슬카/불도저/드릴을 전부 소화 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도색, 스티커, 경적, 오라까지 퍽 다채로운 커스터마이즈 옵션이 제공된다. 다만 모든 부품, 꾸미기 요소가 처음부터 주어지는 건 아니라 먼저 인게임 머니로 구입해야 한다. 다행히 이렇게 파는 부품이 유달리 강력하지 않고 레이싱만 신나게 즐겨도 머니 수급이 괜찮은 편이다.
어느 캐릭터를 무슨 머신에 태우느냐에 따라 성능이 완전히 달라진다
파워 머신답게 극단적인 힘을 추구할지, 균형을 맞출지 고민하는 중
캐릭터와 머신이 레이서 본연의 성능을 결정한다면 가젯은 각종 유용한 부가효과를 준다. 충돌 시 링 소모를 막아주는 링 가드, 공격 당했을 때 회복까지 시간을 줄여주는 퀵 리커버가 대표적이다. 또는 공격, 방어, 가속 아이템 중 원하는 게 더 잘 나오도록 확률을 높이거나 특정 아이템의 위력을 강화할 수 있다. 스타트 부스터, 에어 트릭처럼 특정 조작에 성공해야 보너스 링을 얻는 가젯도 존재한다. 가젯을 장착하는 플레이트는 슬롯이 제한되는데, 효과가 뛰어날수록 자리를 많이 차지하니 배치에 주의하자. 가령 총 여섯 칸이라면 3 + 2 + 1 같이 슬롯을 빼곡히 채워야 가장 효율적이다.
요컨대 레이스 성패의 절반은 캐릭터, 머신, 가젯 조합으로 이미 판가름 난다. 일견 스피드 캐릭터 + 스피드 머신 + 스피드 가젯이 최고 아니냐 싶을 텐데 막상 실전서 제어가 어렵거나 몸싸움에 밀리기 쉽다. 되려 소닉을 큼직한 불도저에 태우는 기행이 필승 전법이 될 수 있다. 스피드와 파워를 모두 괜찮은 수치로 맞추는 것. 더불어 충돌 시 링을 빼앗는 링 스틸, 링 획득 대시 가젯을 이어 붙이면 누구든 들이받을 때마다 링 스틸 → 대시까지 받는 사디스트 빌드가 완성된다. 물론 본인이 충돌 자체가 없을 만치 압도적으로 거리를 벌리는 실력자라면 스피드 빌드도 좋은 선택일 터다.
가젯은 앞서 선택한 캐릭터, 머신에 맞춰 시너지를 내는 것이 핵심
파워 머신 + 링 스틸 + 링 획득 대시의 조합. 내게 레이스는 살인이다
교차하는 세계, 육해공 넘나드는 올스타 레이싱
네트워크 테스트를 겸한 2월 체험과 반대로 SGF 데모는 싱글플레이가 주가 됐다. 그랑프리, 타임 트라이얼, 레이스 파크까지 세 모드가 있으며 이 가운데 레이스 파크는 온라인 로비 겸 플레이존으로 보인다. 그랑프리는 총 열 가지, 난이도는 노멀/하이/소닉/슈퍼 소닉/미러 소닉 스피드의 다섯 단계다. 미러 소닉 스피드는 다른 난이도와 구분되는데 아마도 플레이 데이터를 활용하는 방식인 듯. 본인이 도전할 그랑프리와 난이도를 모두 선택하면 끝으로 라이벌 레이서가 결정된다. 라이벌 레이서는 여느 AI보다 실력이 뛰어나고 경기 전후로 기분 나쁘지 않은 수준의 도발을 날린다.
‘소닉 레이싱 크로스월드’의 게임성 자체는 소위 ‘카트’류로 친숙한 캐주얼 아케이드 레이싱이다. 구간마다 샛길과 가속 및 점프 패드, 아이템 박스가 놓인 트랙을 돌며 미리 선택한 캐릭터, 머신, 가젯 조합에 맞춰 승부를 걸자. 여기서 세 가지 테크닉이 있는데 첫째는 출발 시 딱 정해진 만큼 가속하여 스타트 부스트 얻기, 둘째는 공중에 떴을 때 아날로그 스틱을 마구 움직여 에어 트릭 성공하기, 셋째는 드리프트와 함께 최대 3단까지 부스트 게이지 올리기다. 즉 코너링과 함께 부스트를 모았다가 폭발적으로 치고 나가길 반복하는 게 ‘소닉 레이싱 크로스월드’을 풀어가는 핵심 요령이다.
그링프리 하나에 세 가지 트랙, 네 라운드-마지막은 혼합-를 치른다
그와 별개로 '크로스월드'란 부제답게 전혀 다른 세계가 펼쳐지기도
상술했듯 본작은 ‘소닉 & 올스타 레이싱 트랜스폼드’처럼 육, 해, 공 트랙이 모두 존재하며 그때마다 머신이 자동 전환된다. 특히 비행의 경우, 조작감이 아예 달라져 평소에 관련 경험-‘배X필X’서 헬기를 몰았다든지-이 부족하다면 낭패를 보기 쉽다. 수상 레이스는 비교적 차이가 적지만 드리프트 게이지가 점프로 바뀌고 링, 아이템 박스도 좀 더 높이 있다. 무엇보다 ‘크로스월드’란 부제에 걸맞게 두 바퀴째 전혀 새로운 스테이지로 진입하는 시스템이 있어 자칫 불리한 환경에 놓일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따라서 레이스 장르의 고수라고 반드시 승리할 보장이 없다는 것이 본작의 묘미다.
끝으로 ‘소닉 더 헤지혹’ IP를 관통하는 정체성으로서 링 모으기가 무척 중요하다. 레이서가 보유한 링의 총량이 실전서 경쟁력을 좌우하기 때문. 즉 캐릭터, 머신, 가젯을 모조리 스피드에 투자했더라도 파워 머신한테 들이받혀 거지꼴을 못 면한다면 제 성능이 나오지 않는다. 요령껏 충돌을 피한다 쳐도 유도성 공격 아이템이 얼마든지 있어 100% 예방은 불가능하다. 차라리 트랙에 놓인 링과 에어 트릭 보상 등으로 부족분을 얼른 채우는 편이 낫다. 공격 자체를 막아주는 방어 아이템이 존재하지만 직접 고를 수가 없으니까. 방어 아이템 획득률 상승 가젯에 기대는 것도 한 방법이겠다.
가장 자주, 그리고 유용히 쓰게 될 테크닉은 역시 드리프트 부스터
육, 해, 공에 따라 조작이 달라져 자칫 다 이긴 경기를 놓칠 수 있다
막이 오른 삼파전, 최고의 밸런스로 승부하길
지난 2월과 금번 SGF 데모까지 ‘소닉 레이싱 크로스월드’를 두 차례 체험하니 세가가 추구하는 게임성이 무엇인지 슬슬 알 것 같다. 전작 ‘팀 소닉 레이싱’이 3인 1조 팀 레이스를 통해 파티 게임으로 자리매김하길 바랐다면 본작은 ‘소닉 & 세가 올스타 레이싱’ 계보를 다시 이으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마리오 카트 월드’, ‘커비의 에어 라이더’란 쟁쟁한 경쟁자에 맞서 ‘보컬로이드’, ‘용과 같이’, ‘페르소나’, ‘마인크래프트’ 등 콜라보로 유저층을 넓히며 말이다. ‘카트’류 특유의 캐주얼 플레이에 충실하면서도 커스터마이즈 옵션을 강화해 이 장르를 깊이 즐기는 게이머도 만족할 만한 지점을 찾아냈다.
다만 레이서별 장단점을 부여하는 대신 캐릭터, 머신, 가젯의 조합으로 성능이 달라지는 방식은 밸런스를 맞추기 까다로울 수밖에 없다. 출시 후 얼마간 플레이 데이터가 쌓이면 어느 한 머신이 독보적이라든지, 특정 가젯 조합이 지나치게 좋다는 문제가 불거질 터다. 그렇기에 오는 9월까지, 아니 게임이 세상에 나온 뒤로도 꾸준한 피드백 수용 및 개선이 병행돼야겠다. 다행히 지난 2월보다 금번 SGF 데모의 체험이 훨씬 좋게 느껴져, 세가가 제대로 칼을 갈았구나 싶다. 모쪼록 ‘마리오 카트 월드’와 ‘커비의 에어 라이더’ 사이에서 ‘소닉 레이싱 크로스월드’이 존재감을 빛내길 바라 마지않는다.
'소닉 & 올스타 레이싱 트랜스폼드' 직계 속편, 모쪼록 잘 완성되길
드래곤 카트 열심히 타더니… 드디어 큰 물에서 노는구나, 이치반!
김영훈 기자 grazzy@ruliweb.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