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트에는 로망, 그리고 꿈과 희망이 있다. 가디스 오더를 개발 중인 로드 컴플릿 정태룡 PD가 한 말이다. 도트 그래픽은 고전 게임 시대 때 부터 내려온 오래된 아트워크지만, 현대에서도 여전히 큰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오히려 현대에 들어서면서 희소성이 생겨 보기만 해도 막연하게 기대하게 된다고 해야할까.

개인적으로 가디스 오더는 그런 도트 그래픽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으로 기다리고 있던 게임이었다. 그도 그럴게 2021년 지스타에서 공개되던 당시 별도 시연 빌드가 존재하지 않아 직접 체험해볼 수 없었고, 공개 영상도 짧은 길이의 분위기 전달 위주 구성이라 게임에 대해 알 수 있는 것이 거의 없었다.

올해 지스타 2022 카카오 부스에서 진행된 가디스 오더 시연을 통해 드디어 그 막연한 기대감을 해소할 수 있었다. 약 30분 분량의 가디스 오더 지스타 2022 시연 빌드에서는 앞으로 가디스 오더가 보여줄 세계관과 핵심 전투 시스템을 동시에 엿볼 수 있었다.

지스타 2022 '가디스 오더' 시연

가디스 오더는 중세 판타지 세계관을 배경으로 하는 횡스크롤 액션 RPG다. 개발사는 '크루세이더 퀘스트'로 도트 액션의 기본기를 다져온 로드 컴플릿으로, 가디스 오더 또한 로드 컴플릿이 자랑하는 도트 액션의 정수가 제대로 녹아들어 있다. 

이번 시연 빌드에서는 이계의 존재에 의해 멸망 위기에 처한 세계를 구하기 위해 예언의 왕녀 '리즈벳'과 동료들이 세계의 회고록 '가디스 오더'를 여신에게 전달하는 과정을 대략적인 전투 시스템 소개와 함께 튜토리얼 형태로 다룬다.

우여곡절 끝에 가디스 오더를 지켜낸 리즈벳은 여신 '엘리자베스'에게 가디스 오더를 전달하고, 엘리자베스는 이계의 존재들이 세계를 침공할 때 사용한 마법을 해석하여 새롭게 만든 시간 마법으로 가디스 오더를 과거로 보내 세계를 구하고자 한다. 하지만 갑자기 나타난 파멸의 신의 방해에 의해 마법은 불완전하게 완성되고, 가디스 오더는 세계 곳곳으로 뿔뿔이 흩어진 채 과거로 전송되게 된다.

진행 간 나오는 "결국 지금 이 시간은 포기하는 거군요"라는 리즈벳의 대사와 "무의미한 희생도, 반복되는 비극도 이젠 끝이야."라는 엘리자베스의 독백을 미루어 보았을 때 가디스 오더의 스토리는 타임루프물에 해당한다. 플레이어는 미래로부터 뿔뿔이 흩어져 전송된 가디스 오더를 모아 예견된 세계 멸망을 막아내는 스토리를 경험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이 도트 기반인데, 연출 및 감정 표현이 꽤 풍부하다. 리즈벳이 자신의 뺨을 치며 정신 차리는 모습, 죽어가는 동료들을 생각하며 우는 모습, 적과 칼을 부딪히며 격렬하게 싸우는 모습 등을 통해 상당히 역동적인 동작도 무리 없이 도트로 소화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개인적으로 가장 호감이었던 부분도 꼼수를 쓰지 않고 도트 그래픽 연출만으로 캐릭터들의 감정을 오롯이 전달한다는 점이었다.

다만 캐릭터 일러스트는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다고 느껴졌다. 글로벌 서비스를 예정하고 있어서 일까, 일러스트가 아시아보단 북미 지역에 친숙한 느낌이다. 비슷한 과정을 밟은 게임으로 '가디언 테일즈'가 있는데, 가디언 테일즈의 경우 향후 일본 지역 진출을 위해 일러스트를 새로 준비하기도 했다.

아시아 지역 마니아 감성과는 조금 다른 가디스 오더의 일러스트

게임 진행 방식은 벨트스크롤 및 횡스크롤이다. 전투가 없는 맵에서는 X·Y 축으로 캐릭터를 움직일 수 있는 벨트 스크롤 형태를 보여주지만, 전투가 있는 맵에서는 오로지 X 축으로만 움직일 수 있는 횡스크롤이기에 횡스크롤 기반이라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벨트 스크롤이 가능한 구조임에도 굳이 횡스크롤로 전투를 제한한 이유는 전투의 밀도를 높이기 위함이다. X 축으로만 싸우기 대문에 방향 전환에 대한 조작을 최소화할 수 있고, 한 축에서 적과 직접적으로 대면하게 되는 만큼 치열한 공방을 연출할 수 있다.

모바일 게임은 플랫폼 특성상 조작 체계가 섬세할 필요가 있다. 수동 조작에 너무 중점을 두면 가상 패드 특성 상 피로가 쉽게 누적돼 게임 플레이를 지속하기 어렵고, 그렇다고 자동 플레이에 집중하면 '보는 게임'이 되어버리기 십상이다. 그런 의미에서 가디스 오더는 최소한의 수동 조작으로 최대한의 액션을 보여주는 모바일 액션 게임에 걸맞은 섬세한 조작 체계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조작은 최소화 했지만, 가디스 오더의 액션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수동 전투를 핵심으로 하며 공격과 방어, 회피, 백어택, 패링, QTE까지, 수동 조작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 짜릿한 손맛을 느낄 수 있는 다양한 액션을 보여준다. 특히 가드를 굳힌 상대의 뒤로 돌아 공격하는 백어택, 타이밍에 맞춰 가드에 성공하면 다른 캐릭터로 교체하며 강력한 일격을 날릴 수 있는 QTE 액션 등으로 전투의 밀도를 한층 높였다.

단순 조작으로 밀도 높은 전투를 보여주는 가디스 오더

놀라운 것은 게임을 이 밀도 높은 전투를 한 손으로도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공격과 캐릭터 교체 버튼이 모두 화면 오른쪽 끝에 몰려 있는데, 사실상 한 손으로 이 버튼들만 눌러도 게임 진행이 가능하다. 공격 시 따로 방향키를 조작하지 않아도 적을 타격하기에 적절한 거리까지 자동으로 캐릭터가 전진하기 때문이다. 물론 방향키를 직접 조작하는 것이 더 정밀한 공격을 할 수 있고, 손맛도 좋다. 더 확실한 수동 조작을 원하는 이들을 위해 아예 게임 패드도 지원할 예정이라고 하니 더욱 기대가 된다.

가디스 오더는 내년 중 국내 및 글로벌 출시를 목표로 개발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