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하(膝下) 아야기
내가 과외를 했던 삼수생의 어머니, 독실한 불자였지 아
들 합격을 기원하느라 부처님 앞에 아들 고3 때 천 배, 재수
할 때 천 배, 삼수할 때 천 배, 도합 3천 배를 올리느라 무릎
이 깨졌지
절할 때마다 오체투지를 했으니 3천 곱하기 5, 도합 1만 5
천개의 몸을 땅에 던진 거였는데, 그때 어머니 무릎은 얼마
나 헷갈렸을까 머리와 팔이 세번 무너질 때 두번씩 미리 무
너져야 했으니
하라는 공부는 안하던 삼수생에게 그건 계란으로 바위
치기 같은 거였겠지 뭐 무릎이 계란은 아니지만, 그 삼수생
돌부처처럼 꿈쩍도 하지 않았지만, 대신 계란이 깨졌으니
이눔아, 니 에미를 잡아먹어라 내가 어떻게 엄마를 먹어?
대신 계란 프라이나 먹을래, 뭐 이런 식이었겠지 무릎과 무
릎 사이에서 그 아들, 먹고 자고 놀고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그 어머니, 지금도 방바닥을 닦을 때마다
제가 깬 계란을 치우고 있겠지
애인은 토막 난 순대처럼 운다
권혁웅, 창비시선 3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