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하다는 말의 뒤편
미국에서는 발전소 주변에 바다소가 자주 모여든다지 울
컥, 쏟아내는 온배수 때문
일본에서는 원숭이들이 온천욕을 즐기러 오지
어린 나는 바다소도 원숭이도 아니어서 탕 속에 끌려들
어가며
지옥을 배웠지 착하게 살자고 다짐했지 그런데 아버지는
어, 시원하다 뜨거운 물에 들어가며 말하곤 했어
삼겹살에도 입이 있다면 그렇게 말했을까 자기가 낸 기
름으로 자기를 튀기면서
김치찌개에 귀를 기울이면 그렇게 말했을까 붉은 방울을
뻐끔거리면서
36인치 둘레길이 잠기면서 탕 밖으로 쏟아낸 유레카를
어린 나는 도무지 몰랐지만
그때 아버지는 추억의 발전소가 방목해서 키웠던 뚱뚱한
슬픔이있던 거야
임신선도 아니면서 튼 살이 감춘 시원(始原)이었던 거야
그토록 멀리 흘러와서야 나는 아버지를 흉내낼 수 있지,
원숭이도 아니면서
굳기름과 김치국물 흘린 자리를 교대로 쳐다보며 비로소
나는 말하지
어, 시원하다
애인은 토막 난 순대처럼 운다
권혁웅, 창비시선 3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