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영노래방에서 두시간
너의 박숙 후렴 너머를 향해 있다는 건
진즉에 알았다
나의 십팔번을 네가 먼저 부를 때
나는 탬버린처럼 소심해져서 바닷바람을 맞는
화면 속 여자나 쳐다보는 것이다
사무실 의자가 멈춰 서서 두리번걸는 두발짐승이라면
여기 놓인 소파의 기원은 파충류여서
언제 내 손을 물고 첨범대는 무대로 끌고 갈지 모른다
그렇다면 부장 앞에서
피처링을 하겠다고 달려드는 저 사원들은
악어새가 아니면 새끼 악어들,
내 예약곡 다음에 우선예약을 누르는 악다구니들,
너는 취해서 잘못 누른
옛 애인의 번호처럼 옆방에 들러 한곡 부르고 온다
네 이웃의 마이크를 탐하다니
남의 손가락 사이에 타액과 DNA를 묻히고 오다니
나는 미러볼처럼 어리둥절해져서
세번째 10분 추가 안내문을 멀뚱히 쳐다본다
그제 부른 노래를 또 부르는 너
와우, 어디서 좀 놀았군요, 감상문이 가리키는 곳이
바보 여기였음을 너는 모른다
나는 WHITE를 마시던 손가락으로
간주점프를 눌러 몰래 복수나 하는 것이다
애인은 토막 난 순대처럼 운다
권혁웅, 창비시선 3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