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쿠르트 아줌마와 중국집 청년
행동반경이 좁다는 것은 뱅뱅뱅뱅뱅 돌아야 한다는 말
정신없이 바쁘게 살아야 한다는 말
―유흥준,「중국집 오토바이의 행동반경에 대하여」
야쿠르트 아줌마는 초식성,
순한 짐승처럼 배급소에 말뚝을 박고는 동네를 맴도네
배급소와 아줌마 사이의 거리는 반지름,
보이지 않는 줄 하나에 매여
온 마을을 돌면서 원주율을 만드네
파이다, 파이야
이건 살점을 갈아 넣은 조그만 음료야
중국집 청년은 투덜대길 좋아해서
소음기 뗀 오토바이를 몰지
배급소는 하나지만 중국집은 곳곳에 있어서
밤이 되면 취객 지나간 자리처럼
붉은 국물이 골목에 엎질러지네
짬뽕이다, 짬뽕이야
오는 광복절에는 서울 시내를 다 돌아야지
동그라미와 면발이 만나
그물 동그라미 아니면 동그란 그물이 되었네
온 동네 살점이 그 줄에 걸렸네
아줌마는 모르는 소식이 없고
청년은 안 가본 곳이 없네
거미줄에 걸린 벌새처럼
왕왕대면서
마을버스 한대가 가다 서다를 반복하네
애인은 토막 난 순대처럼 운다
권혁웅, 창비시선 3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