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드럽고 딱딱한 토슈즈
나 아끼코는 그렇게 하는 것이 나쁘다, 라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나빠요 싫은 행동이에요, 라고 말하는 순간
나 아끼코가 더 나쁜 사람이 되고 마는 건 왜일까
그렇다고 침묵을 하면 뭔가 달라질까
그래도 역시 나쁜 사람이 되고 만다
나 아끼코를 초(超)비참하게 만들지 않는 한
앞으로는 그렇게 하는 것이 꼭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다,
라고 타협을 할까 한다
저녁에는 극단(劇團)의 언니 오빠들과 함께 장어 멍게 해
삼을 먹었다
그것들의 공통점은 물에서 산다는 것이지만
그것들이 얼마나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는지는 모르겠다
서로 얼마나 궁합이 잘 맞는 음식인지도
나 아끼코는 모르겠다
장어 한 번 멍게 한 번 그리고 해삼…… 이렇게 순서대로
먹었다 계속해서
뭔가 석연치 않으면서도 나 아끼코는 한껏 온아한 표정으로
건배를 하고 뉴스를 보며 오물오물 수다를 떨었다
아끼코 상! 아끼코 상! 그렇게 하는 것이 나쁘다고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다들 그렇게 하는 것이다
다들 그렇게 한다는 것은 그것이 머리의 차가움을 유지하
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 아닐까
비옷을 입은 기자는
장마 통에 집이 무너져 사람들이 깔려 죽었다고 전한다
나 아끼코에게 집이라는 건 빗소리를 듣기에 참 좋은 장소
인데……
비 때문에 집이 무너지고 사람들이 깔려 죽었다는 보도는
언제 들어도 즐거움과 초재미를 준다.
여장남자 시코쿠
황병승, 문학과지성 시인선 R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