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을 치고도 남은 것들
생송편 먹어본 적 있느냐고
삼촌이 물어봤습니다
그런 말은 들어본 적도 없다고 저는 대답했고요
쌀가루
검은콩
설탕이 아무튼 잔뜩
그런 유년기
떡을 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요즘도 떡을 치는 사람들이 있군요
거리를 걷다보면 이런저런 이벤트를 만나는데요
오늘은 그렇네요 떡이네요
떡판 위에 올려둔 찐 찹쌀을
치고
치고
또 칩니다
아저씨 둘이서 떡을 치는데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고
아주 맛있겠다고
모두가 아저씨 둘이 떡 치는 것을 보며
그런 생각을 하고
인절미는 떡메로 많이 칠수록 맛있어진다는 거
모두가 알고 있으니까
(한낮은 푸르고 가로수는 울긋과 불긋이고 무엇인가 자꾸
깊어지는 중인 것 같았는데)
떡을 치는 아저씨들을 보며 저는 어쩐지 어릴 적 좋아했
던, 다시는 볼 수 없는 삼촌이 떠올랐고요
반죽을 주무르던 샌님 같은 삼촌의 흰 손이
자꾸 생각납니다
그후로 생송편은 먹어본 가운데 가장 강렬한 콩비린내로
기억되었고요
생송편 얘기는 제 얘기가 아니고
친구가 들려준 이야기였지만
어느새 떡을 다 친 아저씨들은 한입 크기로 썬 떡에 콩고
물을 묻혀 나눠주네요
인절미는 쫄깃하고 콩고물은 고소하고
어릴 적부터 좋아했던 것만 같은 그런 맛이군요
모두 떡을 먹고 싶어서 줄을 섰습니다
(찬 바람 불어와 콩고물 흩날리며 무엇인가 깊어집니다)
사랑을 위한 되풀이
황인찬, 창비시선 4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