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력을 자극하는 던전 RPG, '세계수의 미궁 HD 리마스터' 체험
2007년 닌텐도 DS로 첫 출시된 바 있는 '세계수의 미궁' 시리즈는 엄청난 보물이 잠들어 있다고 전해지는 미지의 미궁을 자유롭게 탐험하며 자신만의 캐릭터를 육성하고, 지도를 그려나가며 모험하는 3D 던전 RPG다. 그 세계수의 미궁이 한국어 버전으로 돌아온다. 바로 오는 6월 1일 출시되는 '세계수의 미궁 HD 리마스터'다.
'세계수의 미궁 HD 리마스터'는 세계수의 미궁 시리즈를 현대 기준에 맞춰 리마스터한 작품이다. 고해상도로 업그레이드 된 것은 물론 난이도 선택, 자동 전투, 오토 매핑 기능 등 편의성 부분이 강화돼 좀 더 즐겁게 플레이할 수 있게 된 것이 특징이다. 무엇보다 과거 출시된 원작과 다르게 공식 한국어를 지원한다.
세계수의 미궁 HD 리마스터 공식 일러스트
국내에서는 이번 세계수의 미궁 HD 리마스터를 통해 세계수의 미궁 시리즈를 처음 접하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과거 출시된 원작은 한국어가 지원되지 않았기에 게임을 구한다고 해도 언어 장벽에 막혀 플레이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기자 또한 이번 세계수의 미궁 HD 리마스터를 통해 시리즈를 처음 접하는 사람 중 하나다. 독특한 매핑 시스템으로 잘 알려진 세계수의 미궁은 과연 어떤 게임일까? 감사하게도 출시일보다 조금 일찍 게임을 체험해볼 수 있었다.
한국어 지원과 편의성 개선, HD 리마스터
게임에 대해 본격적으로 체험해 보기에 앞서, 이번 작품이 HD 리마스터 작업을 통해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바뀌었는지 먼저 알아보겠다. 세계수의 미궁 HD 리마스터는 과거 세계수의 미궁 시리즈가 가지고 있던 특유의 고전적인 던전 RPG 분위기는 살리되, 플레이 난이도와 편의성은 개선하는 형태로 개발됐다.
먼저 게임 난이도는 초보자도 안심하고 즐길 수 있는 '피크닉', 캐주얼한 모험을 즐길 수 있는 '베이직', 숙련된 모험가를 위한 '엑스퍼트' 등 3가지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언제든지 옵션에서 바꿀 수 있으며, 재미있는 점은 가장 어려운 난이도인 엑스퍼트가 사실은 원작의 기본 난이도에 해당한다는 점이다.
죽음이 두렵지 않은 분께 = 원작 기본 난이도
지도 작성은 닌텐도 스위치 기준 화면을 터치해서도 가능하고, 컨트롤러 조작으로도 가능하다. 원작이 닌텐도 DS에서 두 개의 화면으로 플레이하던 것을 적절히 이식한 형태로, 기본적으로 던전과 지도로 화면이 2분할 되어 있지만 원한다면 지도 부분을 미니맵처럼 작게 표시하고 더 넓은 화면으로 즐길 수도 있다. 여기에 오토 매핑 기능도 추가돼 플레이어가 지나간 영역은 바닥과 벽이 자동으로 기록된다.
화면을 2분할 하는 지도를 작게 표시하고 큰 화면으로 즐길 수도 있다
플레이어 본인이 직접 지도를 그리며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캐릭터 메이킹 관련해서 전직업 신규 일러스트가 하나씩 추가됐고, 직업에 구애 받지 않고 모험가 일러스트를 선택할 수 있도록 개선됐다. 세계수의 미궁은 따로 주인공 캐릭터가 존재하지 않고 플레이어 본인이 나만의 모험가를 작성해서 던전을 돌파하는 형태인 만큼 게임 플레이가 조금 더 자유로워졌다고도 말할 수 있겠다.
직업마다 새로운 일러스트 1종이 추가됐다
기존 일러스트들도 나쁘지 않지만, 새로 추가된 일러스트가 더 세련된 느낌을 준다
전투 관련해서도 소소한 변화가 있다. 몬스터 표현 방식이 고해상도 2D 일러스트로 바뀌었고, 전투 효과도 더 화려해 졌다. 또 전투 중 아군과 적의 상태를 쉽게 확인할 수 있는 기능도 추가됐고, 아군 파티 전원의 강화나 약화 상태를 확인하고, 적의 약점 등을 파악해 전투를 더 체계적으로 이끌어 나갈 수 있게 됐다. 캐릭터 성장을 위해 필수인 반복 전투에 대한 부담감을 줄이기 위해 자동 전투도 지원한다. 3편에 한하여 온라인 플레이를 지원하기도 한다. 대항해 퀘스트라는 콘텐츠인데, NPC와 함께 진행하던 것을 전국의 다른 모험가와 함께할 수 있게 된다.
몬스터 일러스트가 고해상도 2D로 바뀌었고, 약점을 파악해 전투를 더 체계적으로 이끌어 나갈 수 있게 됐다
상상력을 자극하는 던전 RPG, 세계수의 미궁
플레이어는 자신의 길드를 만들고 새로운 모험가를 등록, 육성하여 수해를 탐색하며 세계수의 미궁에 대한 비밀을 파헤쳐 나가게 된다. 모험가 직업으로는 1편에서는 소드맨, 레인저, 팔라딘, 다크 헌터, 메딕, 알케미스트, 바드, 무사, 커스 메이커 등 9종을, 2편에서는 거너, 닥터 마구스, 펫 등 3종이 추가된 12종을, 3편에서는 프린스, 워리어, 팔랑크스, 파이리츠, 시노비, 몽크, 조디악, 비스트 킹, 발리스타, 농부, 숨겨진 직업 2종 등 완전히 구성이 달라진 직업 12종을 선택할 수 있었다.
2편의 직업 구성. 나름 일반적인 RPG에서 나올 법한 직업 구성을 갖추고 있다
3편의 직업 구성. 평범함을 거부하는 구성을 자랑한다
모험가는 한 파티에 최대 5명을 배치할 수 있다. 배치 위치는 전열과 후열로 구분되는데, 공격 유형에 따라 거리 패널티가 부여되기도 한다. 근접 무기를 착용한 캐릭터를 후열에 배치하면 근접 공격 대미지가 확 낮아지는데, 원거리 무기를 착용할 경우 거리 패널티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예를들어 검을 착용한 파이리츠를 후열에 배치할 시 대미지가 약해지지만, 총을 착용한 파이리츠라면 대미지가 약해지지 않는다.
기본적인 전투는 랜덤 인카운트로 발생하게 된다. 공격, 스킬, 방어, 아이템, 배치 이동, 필살기, 도망 등 커맨드를 활용해 싸우게 되며, 턴이 돌아올 때마다 모든 파티원의 명령을 선입력하고, 그 결과를 지켜보는 식이다. 고전 RPG를 리마스터한 작품인 만큼 UI나 이펙트가 그렇게 화려한 편은 아니다.
5명의 모험자가 한 파티로 활동하게 되며, 전열과 후열로 나뉘어 배치하게 된다
던전을 탐험하는 모습
캐릭터의 HP가 0이 되면 전투불능이 되고, TP가 부족하면 스킬 사용이 불가능하다. 몬스터를 쓰러뜨려 경험치를 획득하다 보면 캐릭터가 레벨업을 하게 되고, 레벨업 할 때 얻는 스킬 포인트로 스킬을 배우게 된다. 최초 직업 구분만 있을 뿐, 특징이라곤 없었던 캐릭터가 레벨 업을 하면서 할 수 있는 것이 많아지고 자신만의 개성을 찾아가게 되는데, 그런 캐릭터가 성장하는 모습을 감상하는 것이 이 게임의 재미 포인트 중 하나다.
캐릭터 스킬을 보면 요즘은 보기 드문 '마스터리' 개념이 들어가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마스터리 계열 스킬은 효과가 크진 않지만 패시브 스킬로 상시 적용되고, 고성능 스킬을 배우는 조건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또 무기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스킬이 달라지기도 하며, 어떤 스킬을 배우느냐에 따라 같은 직업이라도 역할이 달라지기 때문에 특정 역할을 상상하며 키우는 맛이 있다.
요즘 게임에서는 보기 드문 '마스터리' 개념이 들어가 있다. 직업 스킬이 굉장히 다양해 같은 직업을 키우더라도 선택에 따라 전혀 다른 캐릭터로 키울 수 있는 것이 특징적이다
미궁을 답파해 나가는 과정은 상당히 독특하다. 미궁은 크게 계층과 층으로 구분한다. 쉽게 말해 계층은 '장', 층은 '스테이지'로 말할 수 있겠다. 계층 하나를 돌파할 때마다 계층을 오갈 수 있는 포탈이 생긴다. 모든 층은 기본적으로 지도가 텅 빈 상태로 제공된다. 플레이어 본인이 직접 지도를 그려 나가며 다음 층으로 향하는 입구를 찾아내야 하며, 그 과정에서 다양한 이벤트를 경험하게 되는 구조다.
이벤트는 대부분 특정 트리거를 건드렸을 때 작동한다. 상자나 반짝이는 것처럼 대놓고 트리거라고 알려주는 것이 있는 반면, 특정 구역에 발을 들이면 자동으로 시작되거나, 겉으로 티가 나지 않지만 조사하는 것으로 시작할 수 있는 숨겨진 이벤트도 있다. 아이템 상자처럼 일회성 이벤트가 있는 반면, 숨겨진 문이나 채집처럼 여러 번 신세 지게 되는 이벤트도 있다. 원활한 게임 플레이를 위해 더욱 완벽한 지도를 만들고 싶다면 사소한 이벤트라도 경험한 위치를 지도에 표시해 놓는 것이 좋다.
실제로 지도를 그리는 모습
채집지를 표시해 놓는 것도 중요하다
지도를 직접 그려야 한다는 점 빼고는 게임 진행 방식 자체는 단순하다. 다만 미궁 답파 난이도 자체는 어려운 편이다. 지도 없이 직접 미궁을 탐색하며 다음 층으로 가는 입구를 찾아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시행착오가 많다.
미궁을 탐험하며 항상 전후좌우 새로운 통로가 있나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다음 층으로 가는 통로를 미처 확인하지 못하고 지나치기라도 하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다시 층 전역을 돌아다녀야 한다. 랜덤 인카운트 시스템상 이동을 많이 하면 전투도 자주 일어나고, 그러다 보면 캐릭터가 쓰러지거나 체력이 부족해 다시 마을로 돌아가야 하는 일이 발생한다.
상대 공격을 피하기 어렵다는 턴제 RPG 한계상 어느 정도 캐릭터를 성장시켜야 다음 층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점도 있다. 캐릭터를 강하게 만들려면 반복 사냥과 전리품 획득 및 판매를 통해 새로운 장비를 해금하는 것이 핵심이다. 빠르게 다음 층으로 향하는 통로를 찾아낸들 캐릭터가 충분히 성장하지 못했다면 넘어가 봤자 전멸한다.
미궁 탐험 중 F.O.E(강적)를 만나기라도 하면 전멸을 각오해야 한다
원작을 경험해본 사람이라면 이 사슴이 얼마나 무서운지 잘 알 것이다
미궁을 돌파하는 도중 파티원이 전멸하면 그대로 게임오버다. 회복 아이템과 힐 스킬이 무한하지 않기 때문에 파티원 체력 관리를 잘하는 것이 좋다. 특히 캐릭터가 전투 불능이 되면 그 캐릭터만 경험치를 얻지 못하기 때문에 손해가 막심하다.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미궁 탐색용 파티와 강적과의 전투용 파티를 따로 만드는 것도 좋다. 배울 수 있는 스킬이 천차만별이라, 같은 직업 캐릭터도 배운 스킬에 따라 용도가 전혀 달라지게 된다.
세계수의 미궁은 전투 및 캐릭터 육성 과정에서 관련된 모든 요소를 하나 하나 신경써서 관리해야 하지만, 게임 플레이 자체는 크게 복잡하지 않고 단순해 사람에 따라 가볍게 즐길 수도, 깊게 몰입해서 즐길 수도 있다는 점이 좋았다. 정말 모든 것이 플레이어가 하기 나름이다. 최근 나오는 게임들은 편의성에 각별히 신경 쓰다보니 공략이라는 것이 필요 없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게임은 반대로 모든 면에서 플레이어의 선택, 즉 '공략'이 필요하기에 파고 드는 재미 하나는 훌륭하다.
미궁 곳곳에서 일어나는 이벤트, 신중하게 선택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3편에는 캐릭터 직업 중 프린세스라는 것이 있는데, 이 직업 스킬 중 본인이 체력이 100%면 턴마다 아군 전체를 회복시켜주는 것이 있다. 이런 특성을 활용해 천방지축이지만 씀씀이 하나는 좋은 공주님를 호위하는 기사단이 미궁에 도전한다는 콘셉트를 상상하며 파티를 꾸려 게임을 플레이 해보니 좀 더 즐거웠다.
세계수의 미궁 HD 리마스터의 장점은 '상상력을 자극하는 게임'이라는 점이다. 캐릭터 생성부터 미궁 답파까지, 스스로 만들어 가야하는 부분이 많아 이런 캐릭터를 만들어 보면 어떨까, 이렇게 키워보면 어떨까 하고 상상하면서 플레이하게 된다. 단점이 있다면 '상상력이 필요한 게임'이라는 점이다. 정해진 주인공 캐릭터도 없고, 연출도 심심한 편이다. 어느 정도 내가 만든 캐릭터에 대한 배경 설정이나 목표 같은 것을 상상력으로 보충해야 더 즐겁게 플레이할 수 있다.
파티에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버프를 주는 프린스/프린세스
이번 작품에서 새로 추가된 프린세스 일러스트가 또 기가 막히다
천방지축 공주를 보호하며 미궁을 탐험하는 파티라는 설정을 짜서 게임 플레이에 상상력을 불어넣었다
세계수의 미궁 1・2・3 HD 리마스터는 오는 6월 1일 PC와 닌텐도 스위치로 발매된다. 선착 구입 특전으로는 모험가의 외모를 특별한 캐릭터 일러스트로 변경할 수 있는 '아틀러스 컬래버레이션 모험가 일러스트 팩'이 주어진다. 가격은 넘버링 단품이 각각 3만 9,800원, 1・2・3 합본이 7만 9,800원이다. 단품은 다운로드판으로만 구매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이 게임을 추천하는 이유와 추천하지 않는 이유로 요약하며 체험기를 마무리하겠다.
추천하는 이유
- 원작과 달리 공식 한국어를 지원함
- 굉장히 긴 게임 플레이 타임을 보장함
- 다양한 캐릭터 육성과 지도 그리기, 상상력을 자극하는 게임성
추천하지 않는 이유
- 원작과 크게 달라지지 않은 내용
- 사람에 따라 지루할 수 있는 반복적인 플레이
- 다소 심심한 연출과 상상력이 필요한 게임성
안민균 기자 ahnmg@ruliweb.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