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금태 ‘카운터사이드’, 진짜 서브컬쳐 게임 보여주겠다
지난 19일(목), 독특한 게임 PV 하나가 뭇 유저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차가운 불빛만이 명멸하는 야경과 정체를 알 수 없는 괴생물체, 마구잡이로 발포하는 군대, 두 자루 검으로 작렬하는 화염을 헤치며 전진하는 제복 소녀까지. 마치 한 편의 일본 애니메이션과 같은 유려한 연출로 근미래 이능력자들의 사투를 인상적으로 담아냈다.
영상 속 게임의 정체는 신생 개발사 스튜디오 비사이드의 야심작 ‘카운터사이드(CounterSide)’. 바로 2016년 말 나딕 게임즈를 퇴사한 류금태 대표가 직접 만든 보금자리이며 그 첫 작품이다. ‘엘소드’ 디렉터이자 ‘클로저스’ 총괄 PD로 활약하며 ‘제갈금태’라는 명성을 얻은 그가 새로이 선보이는 ‘카운터사이드’는 어떤 게임이고, 또한 PD가 아닌 대표로서 이루고자 하는 바는 무엇일까?
4월 30일(월), 판교 넥슨 파트너스 센터에서 류금태 대표를 만나 자세한 얘기를 들었다.
● 나딕 게임즈를 떠난 지 1년이 넘었다. 그간 어떻게 지냈나
류금태: 워낙 오랫동안 회사 생활을 한지라 몇 달은 푹 쉬며 앞으로 뭘 할지 고민했다. 그러다 지난해 중순 즈음 새 프로젝트의 윤곽이 잡혀서 7월 말에 법인을 설립했다.
● 쉬는 동안 뭘 했는지도 궁금하다. 특별히 재미있게 즐긴 게임이라도
류금태: 앞으로 무슨 게임을 만들지는 몰라도 모바일로 내자는 가닥은 잡혀 있었다. 그래서 주로 모바일 게임을 분석했는데 특히 미카팀의 ‘소녀전선’에서 많은 영감을 얻었다. 게임이란 콘텐츠를 어떻게 접근하고 유저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도록 하는지, BM(수익화 구조)은 어떻게 풀어가야 좋을지에 대하여 기존과 다른 문법을 성공적으로 제시한 작품이다.
예전에는 게임을 만들 때 국내나 일본 게임을 주로 참고하는 편이었다. 그런데 ‘소녀전선’, ‘붕괴 3rd', ‘벽람항로’ 등을 하다 보니 더이상 나라간 개발력의 우열이 존재치 않고, 동등한 업계 경쟁자로서 배울 것은 배워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새로운 프로젝트인 ‘카운터사이드’에도 이러한 게임들의 영향이 많이 반영됐다.
● 데려가려는 회사가 많았을 텐데 스스로 창업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류금태: 사실 ‘카운터사이드’가 국내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대작도 아니고, 이런 장르를 큰 회사에서 만들다 보면 외부적인 영향을 받기 마련이다. 그보다는 독립적이고 유연한 조직이 우리가 생각하는 게임을 생각하는 데로 만들기에 훨씬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 사명인 스튜디오 비사이드(Studio b side)는 무슨 의미를 담고 있나
류금태: 예전에 봤던 어떤 음악가의 인터뷰에서 따왔다. 음반에는 A사이드(앞면)와 B사이드(뒷면)가 있는데 그 음악가는 개인적으로 B사이드에 더 애착이 간다고 했다. A사이드에는 흥행을 위한 타이틀곡이 들어가지만 B사이드는 자기가 정말로 하고픈 음악으로 채우기 때문이라고. 우리도 언제나 스스로 만들고 싶은 게임을 추구하자는 의미에서 스튜디오 비사이드라 지었다.
● 현재 스튜디오 비사이드의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류금태: 개발, 관리 인력을 포함해서 십여 명 정도가 일하고 있다
● 로고 하단에 ‘킹 갓 엠페러 크리에이티브 팀’은 대체…
류금태: 디자인적으로 로고 아래에 문구가 있었음 했는데 도통 떠오르지 않아 대강 적어 놓은 것이 그대로 굳어졌다. 세계 최대 규모라거나 엄청난 매출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구성원이 하고 싶은 개발을 마음껏 할 수 있는 스튜디오가 ‘킹 갓 엠페러’이지 않을까.
● PD에서 대표가 되었으니 개발 일선에 참여하기는 힘들겠다
류금태: 그리 큰 조직이 아니다 보니 초반 기획에는 많이 관여했다. 다만 대표에게는 대표의 영역이 있고 개발자에게는 개발자의 영역이 있으므로 현재는 최대한 실무를 물려주고 직접 판단할 수 있도록 한 발 물러선 상태다
● 사내 정치나 친분에 의존하지 않는 개발자를 구한다고 했는데, 꽤 의미심장하다
류금태: 무언가 특별한 의미가 담긴 문구는 아니었다. 그저 뜨거운 열정이나 가족 같은 회사처럼 판에 박힌 문구를 피하다 보니 그런 표현이 나왔다. 애초에 건강한 회사라면 당연히 추구해야할 자세라 본다.
● 본격적으로 게임 이야기를 해보자. ‘카운터사이드’는 어떤 게임인가
류금태: 게임 전체를 한 마디로 정의하긴 어렵지만, 어반(urban, 도시) 판타지 장르의 클리셰를 적극적으로 차용한 2D 수집형 전략 액션 RPG라면 설명이 될까.
● 전작 ‘클로저스’도 근미래 이능 배틀물이었는데 차별점이 무엇인가
류금태: ‘클로저스’의 목표는 어반 판타지를 모르는 일반인도 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근 몇 년간 다양한 경로로 이런 콘텐츠를 접한 유저가 훨힌 많아졌기 때문에 ‘카운터사이드’는 장르적 클리셰를 적극적으로 차용할 수 있었다. 구체적으로는 ‘클로저스’보다 한층 어둡고 성인 취향의 세계관을 구축하는 중이다.
● 어둡고 성인 취향이란 수위가 높아진다는 것인가, 몇 세 이용가로 보고있나
류금태: 전체적으로 사회 생활을 경험해본 2030 세대도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가 많다는 것이다. 물론 왕도적인 소년, 소녀 영웅들도 있겠지만 초능력이 없는 베테랑 군인과 그의 가족, 이능 범죄를 수사하는 평범한 경찰 등은 성인도 충분히 이입 가능한 캐릭터들이다. 이용등급의 경우 아무리 그래도 성인물로 가기는 어렵고 15세 이용가 정도로 상정하고 있다.
● 그간 횡스크롤 액션을 주로 만들었는데 수집형 RPG를 택한 까닭은
류금태: 첫 째, 다양한 캐릭터를 보여주기 위해서다. 직접 조작형 게임은 캐릭터를 추가하는데 굉장히 많은 수고가 든다. 그래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더라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반면 수집형 게임은 비교적 캐릭터 제작 비용이 낮아 보다 다채로운 설정을 풀어내는 것이 가능하다. 둘 째, 피지컬의 영향을 받지 않는 게임을 만들고자 했다. 모바일은 기기 특성상 빠르고 정밀한 조작이 어렵다. 그렇다면 굳이 그게 장점이 아닌 기기에서 손가락 고생을 시키느니 전략적인 선택을 통한 재미를 주고 싶었다.
● 수집형 RPG의 핵심은 매력적인 캐릭터다. 이를 어떻게 표현할 생각인가
류금태: 캐릭터간의 관계를 흥미롭게 묘사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당연히 외형적인 매력이 가장 중요하겠지만 이 부분은 호불호가 갈릴 수밖에 없다. 그보다 캐릭터의 매력을 좌우하는 것은 결국 그/그녀가 어떤 행동을 하느냐다. 이 부분은 앞서 설명했듯 폭넓은 연령대와 여러 환경에 처한 캐릭터를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 오픈 스펙에서 총 몇 종의 캐릭터가 투입되며, 성우 더빙도 지원될지
류금태: 현재는 100종 정도를 생각 중이지만 개발 과정에서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성우 또한 고려 중이긴 하나 확정된 바는 없다.
● ‘클로저스’는 인기 작가 오트슨과 작업했는데 신작 스토리는 누가 맡나
류금태: 전체적인 세계관 얼개와 캐릭터성은 직접 잡아가고 있다. ‘클로서스’도 오트슨 작가가 처음부터 참여한 것은 아니고, 인트로 무비와 튜토리얼까진 내가 스크립트를 작성했다. 유리가 돈을 밝힌다거나 세하와 슬비가 틱틱 거리고, 제이가 어른의 사정으로 복귀했다는 등 기본적인 캐릭터성도 마찬가지. 다만 혼자 감당할 분량이 아닌지라 향후에는 전문 작업자에게 넘길 듯 하다.
● 모바일 게임이라 살짝 아쉽기도 하다. PC, 콘솔은 고려치 않았나
류금태: PC와 콘솔이 훌륭한 플랫폼이긴 하나 초기 개발 자금이 굉장히 많이 든다. 당장 ‘엘소드’나 ‘클로저스’도 어려운 여건 속에서 예산을 충당하고 충당하며 겨우 만들어낸 게임이고, 그 과정에서 적잖은 기획을 잘라낼 수밖에 없었다. 그에 반해 모바일은 이러한 제약이 적어 우리 같은 소규모 개발사가 원하는 게임을 만드는데 유리하다. 무엇보다 국내에는 모바일 게임을 즐기는 유저가 굉장히 많고, 유저가 있는 곳이라면 그것이 어떤 플랫폼이든 도전하는 것이 개발자의 본분이다.
● 모바일은 첫 도전인데 온라인 게임 개발과 어떤 점이 많이 다른가
류금태: 게임을 개발한다는 큰 틀에서 보면 모바일이냐 PC 온라인이냐가 큰 차이가 없다. 어떻게 해야 유저의 불편함을 덜어내고 즐거움을 줄 수 있는가에 대한 핵심은 대동소이하다. 물론 구체적으로 사용되는 기술은 상당히 다르지만 이런 부분은 모바일 게임을 오랫동안 만들어온 베테랑 개발자들이 채워주고 있다. 실제로 이미 PC 온라인 개발팀이 모바일 게임을 만들어 좋은 결과를 낸 사례가 많이 존재한다.
● 수집형 RPG의 지나친 자동화 게임 플레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류금태: 이제사 자동 플레이가 맞냐 아니냐 따질 시점은 지나지 않았나. PC나 콘솔 유저는 이해하기 힘들지 몰라도 모바일 게임은 모바일 게임 나름대로 즐기는 방법이 분명히 있다. ‘클로저스’와 같은 온라인 게임이 직접적인 액션 조작에서 카타르시스를 얻는다면 모바일 게임은 성장 그 자체, 결과 그 자체로 재미를 느낀다.
다만 그럼에도 수동 플레이가 존재한다면 그만한 가치가 있어야 한다. 만약 수동 플레이가 그저 자동 플레이를 따라가는 모양새라면 차라리 없는 편이 낫다. 장시간 게임을 방치해야 할 때는 자동 플레이를 유용하겠지만 특정 모드에서는 수동 플레이로 더 좋은 성과를 낼 수도 있을 거다. 자동과 수동 사이에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 론칭 이후 운영과 BM(수익화 구조)은 어떻게 꾸려갈 예정인지
류금태: ‘카운터사이드’는 아직 개발 단계라 론칭 이후까지 언급하기는 이른 감이 있다. 이담에 우리가 자체 서비스를 하게 될지, 퍼블리셔와 계약할지도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다만 BM의 경우 게임 외적인 부분이 밸런스에 간섭하기 보다 게임 내적으로 자연스럽게 소화되는 것이 좋다고 본다.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을 찾기 위해 계속해서 고민하겠다.
● 현재까지 완성도를 퍼센트로 표현한다면, 그리고 론칭 예정 일자는
류금태: 굳이 퍼센트로 표현하자면 30% 정도. 게임이란 어느정도 선까지는 굉장히 빠르게 만들다가 마무리에서 가장 많은 시간이 든다. 그래서 이 부분에 도달하기 전까지는 얼마나 만들었다고 하기가 난감하다. 일단 2019년 중순 론칭이 목표이긴 한데 여러 상황에 따라 변경될 수 있다.
● 현재의 서브컬쳐 게임 시장을 어떻게 보나, 기회인가 위기인가
류금태: 비단 나뿐만 아니라 국내 주요 퍼블리셔와 개발사를 만나봐도 다들 서브컬쳐 게임이 중요 전략 장르로 완전히 자리매김할거라 예측하더라. 당장 매출 순위만 보더라도 과거와 다르게 중상위권에 포진한 서브컬쳐 게임을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그만큼 마니아만 즐기는 장르에서 누구나가 향유하는 문화가 되어간다는 방증이다. 특정 게임이 성공하고 말고를 떠나서 이러한 추세는 계속해서 유지될듯하다.
● ‘카운터사이드’ 외에 내부에서 기획 중인 프로젝트가 있나
류금태: 아니. 우리는 한 우물만 판다. ‘카운터사이드’가 완성되기 전까지는 다른 프로젝트를 손 댈 생각이 전혀 없다.
● 끝으로, 대표로서 스튜디오 비사이드가 어떤 개발사가 되길 바라나
류금태: 국내에서 서브컬쳐 장르하면 바로 떠오르는 그런 개발사였으면 좋겠다. 가능하면 더 많은 분들에게 사랑 받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 그리고 조직이 커지다 보면 어쩔 수 없이 관료적인 부분도 생기고 소통이 어려워지곤 하는데, 지금과 같은 크리에이티브한 문화를 계속 유지하길 바란다.
김영훈 기자 grazzy@ruliweb.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