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라디우스 오리진즈, ‘AM쇼 버전’ 복각…고고학 같았다
아래는 그라디우스 오리진즈의 프로듀서 우에노 료사쿠와 서면으로 진행한 인터뷰를 정리한 것이다.
1997년 코나미에 입사했고, '아누비스 존 오브 디 엔더스'의 조감독 겸 플래너와 '프로야구 스피리츠' 시리즈 PD를 맡았으며, 모바일 축구 게임 등 다양한 타이틀을 담당해 왔다. 여러 레트로 게임의 CD-BOX 프로듀스, 제작도 담당했는데, 예를 들면 코나미 아케이드 슈팅 게임이라던가 '악마성 드라큘라' 시리즈의 CD-BOX 등이 그것이다.
● 새로운 슈팅 게임을 만나 보기 힘든 시대에 신작까지 추가한 컬렉션 타이틀을 기획하게 된 동기가 궁금하다.
'악마성 드라큘라 애니버서리 컬렉션', '콘트라 애니버서리 컬렉션'이 있었으니 '아케이드 클래식 애니버서리 컬렉션'이라는 형태가 아닌, '그라디우스' 컬렉션을 제작하고 싶다는 생각을 2020년 경부터 하고 있었다. 그라디우스 컬렉션을 만드는 것은 나를 포함하여 사내의 몇몇 스태프가 기획하고 있던 일인데, 이번에 40주년이라는 것도 있어 실현될 수 있었다. '애니버서리 컬렉션', '캐슬바니아 어드밴스 컬렉션', '캐슬바니아 도미누스 컬렉션' 등 사내 다른 팀들이 엠투와 다양하게 제작을 해온 흐름도 있었기에 여러 가지 요소가 잘 맞물린 느낌이다. 그라디우스 컬렉션을 만들고 싶었던 코나미의 우에노와 엠투의 호리이가 만나 자신들이 원했던 컬렉션을 만들어낸 흐름이랄까.
시리즈 타이틀 수가 너무 많아 하나의 타이틀에 수록하는 것은 무리였기 때문에 선별을 했다. 우선은 원점이 된 아케이드 초기 타이틀을 생각, 아케이드판 '그라디우스', '그라디우스 II 고퍼의 야망', '그라디우스 III 전설에서 신화로', 그리고 '사라만다'가 바로 결정되었으며, 그 외에 '사라만다 2', '라이프 포스'도 포함되었다. 사실은 '그라디우스 IV -부활-'과 3D 작품인 '솔라 어설트'도 수록을 검토하고 있었으나 스케쥴과 비용 관계로 아쉽지만 제외시켰다. 그라디우스 IV의 이식은 시도했으나 해당 기판에 PowerPC와 Voodoo 그래픽 카드가 사용되어 이들의 동작을 완벽하게 재현하고, 처리 지연 등을 포함한 당시 플레이 환경을 충실히 재현할 필요가 있었는데, 본작에서 가장 많은 사용자가 있을 닌텐도 스위치에서 만족할 수 있게끔 이식하려면 제한된 리소스와 시간으로는 실현하는 것이 매우 어려웠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해 최종적으로 그라디우스 IV는 수록하지 않기로 결단을 내렸다.
사실 '사라만다 2'도 수록 여부 라인 상에 있었으나 엠투가 과거 PSP로 이식한 경험이 있어 그 노하우를 활용해 수록할 수 있었다.
신작 '사라만다 III'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컬렉션 타이틀인 '그라디우스 오리진 컬렉션'이 중심이었다. 이번에 오리지널 타이틀 컬렉션을 만들면서 제작 기간과 이식 난이도, 비용 문제로 그라디우스 IV 수록을 포기하게 되었으니 그렇다면 뭔가 팔릴 만한 요소를 하나 넣자 싶어 엠투의 호리이와 상담하여 신작 '사라만다 III'를 제작하게 되었는데, 나와 엠투, 양측 다 속편이 목표라기보다 순수하게 시리즈의 신작을 만들어보고 싶었다는 열망이 있었다.
신작이 그라디우스 시리즈가 아니라 '사라만다' 시리즈인 것은 제작 기간의 문제도 있었고, 복귀 부활의 조정 기간에 대한 불안감도 있었다. 그 장소에서 즉시 부활하면 컨티뉴 포인트로 돌아가는 복귀 부활보다 조정이 용이하기 때문이다. 또 사라만다 시리즈라면 지금 우리가 이상적이라고 하는 1회 15-20분 정도, 6 스테이지라는 조건에 부합했다. '사라만다 III'의 컨셉트는 1990년대 후반 '사라만다 2'의 속편을 엠투가 만들었다면 하는 것으로 당시 분위기를 즐길 수 있는 시스템과 그래픽, BGM으로 구성되었다. 기대 포인트는 '그래, 이거야'라고 하는 안심감, 경험자가 플레이 하면 '그럴 듯하네'라고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팬이 보고 싶었던 장면이 차례로 등장하며 '이렇게 나올 줄 알았어'라는 약속의 전개나 생각 없이 웃을 수 있는 요소도 있다. '사라만다'와 '사라만다 2'의 다양한 요소가 곳곳에 흩어져 있다. '그라디우스 리버스'도 그랬지만, 자세히 아는 사람일수록 미소지을 수 있는 요소가 풍부하게 담겨 있다. 게다가 팬들의 상상을 상회하는 전개도 있다. 그러니까 한마디로 말하면 '탄탄하지만 아나키한 '사라만다'가 된다.
● 사라만다 III에는 라티스 행성의 공주가 주인공으로 등장하지만, 그라디우스 시리즈에서 여성 캐릭터가 주인공으로 활약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 아닌가. 어떻게 이런 설정을 취하게 되었나?
처음에는 '로드 브리티시가 다시!'라는 패턴도 생각했으나, 그건 그 거고. 아케이드판의 다음 해인 1987년 발매된 패미컴판 '사라만다'에서 노 컨티뉴로 클리어 하면 스태프 롤에서 파일럿이 헬멧을 벗어 여성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는 연출이 있는데, 당시 나에게는 그것이 매우 충격적이어서, 이번에 파일럿을 여성으로 해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게 된 데는 그 기억이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또 MSX판 '사라만다'에는 남성 파일럿 '이기 록'과 함께 여성 파일럿 '조이 스코트'가 등장했는데, 그것도 뒷받침의 하나이다.
신작의 신규 시스템을 구상할 때 특별히 시행착오 없이 매끄럽게 결정된 느낌이다. 개발 디렉터가 스네이크 옵션의 팬인데, 그가 스네이크 옵션을 넣은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전했다.
"애초에 사라만다나 그라디우스의 옵션은 사전에 배치해두는 것이 기본인데, 패턴을 외워서 거기 옵션을 배치하면 공략이 쉬워진다는 그 고정관념 같은 부분을 바꾸고 싶었다. 리얼타임으로 좋아하는 방향으로 휘둘러 패턴을 알지 못 해도 애드립으로 돌파할 수 있게끔. 놀이의 폭을 넓히고 싶어 스네이크 옵션을 준비했다."
전체 6 스테이지 구성으로 횡스크롤 3 스테이지, 종스크롤 3 스테이지라는, 초대의 구성을 답습하고 있다.
AM쇼 버전은 일본의 게임 이벤트에 단 이틀간 출전된 것으로 제품판과는 스테이지 구성, 밸런스, 무장 종류 등이 달랐다. 도쿄에서 2일만 출전된 것이라 플레이한 사람 수는 그리 많지 않으나 당시 일본의 인기 아케이드 게임 잡지 쇼 리포트 기사로 대대적으로 소개되면서 그 존재를 알게 된 게임 팬이 매우 많았고, 플레이 하고 싶으나 할 수 없는 버전으로 유명해졌다. 그라디우스 III의 콘솔 이식판을 제작할 때마다 유저로부터 'AM쇼 버전은? 무리?'라고 매번 이야기가 나와 나와 엠투도 기회가 있으면 꼭 이식하고 싶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오리진을 제작하면서 좋은 타이밍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2일간 가동된 버전의 기판이 남아 있을까... 거기에서 사내 자료 조사였다. 결과적으로 기판은 남아있지 않았으나(웃음) 조사를 계속하던 중 ROM 보관 상자가 나와서 그것을 엠투에서 분석하다 '알 수 없는 무언가가 나왔다!'는 흥분된 연락이 왔다. 우선 게임을 기동해 1 스테이지를 플레이 해보니 그래픽이 엉망으로 깨져 있었으며, 그라디우스 III가 움직이고 있다는 것은 알 수 있었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1스테이지는 아니었다. 그렇게 부족한 부분을 머릿속에서 복원해가던 중 '그라디우스 III의 제품판과 다른 스테이지가 움직이는 거라면?'이라는 가능성에 도달했다.
● 되돌리기 기능에 이지 모드와 무적 모드까지 넣은 것은 역시 슈팅 게임 초보자에 대한 배려인 듯하다. 초보자에게 가장 추천하고 싶은 플레이 방법이 있다면?
슈팅 게임 초보자에 대한 배려이기도 하고, 지금까지 계속 즐겨온 숙련자에게도 신선한 체험을 제공하는 모드로 되어 있다. 판정 표시도 사라만다 시리즈에는 처음 도입되어 지금까지 감각적으로 밖에 알 수 없었던 판정이 판명되면 충격을 받을 것이라 생각한다. (웃음)
초보자에게 추천하는 플레이 방식은... 초(超)초보자나 슈팅 게임을 잘 하지 못한다는 분께는 무적 모드 플레이를 권하고 싶다. 무적 모드라고 해도 미스한 회수는 카운트 되기 때문에 자신만의 목표를 세워 미스 회수를 줄여나가는 식으로 플레이 해보면 어떨까 싶다. 트레이닝 모드도 충실해서 자신이 약한 부분을 집중적으로 연습 가능하다. 무적 모드로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노멀, 이지 모드에서 되돌리기 기능을 사용해 플레이 보는 것을 권한다. 되돌리기 기능은 정말 편리해서 미스하면 바로 되돌리기 버튼을 누르게 되는데, 사라만다 III에서 미스해도(※ 사라만다 III에는 되돌리기 가능과 무적 모드가 없음) 되돌리기 버튼으로 손이 움직이더라. (웃음)
● 40주년 기념 타이틀 답게 올드 팬을 위한 자료가 풍부하지만 자료를 모으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다. 관련 에피소드가 있다면 소개해달라.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오랜 시간이 지난 작품을 복각할 때는 ROM이나 기판의 소재는 물론 어떤 개발 자료가 남아 있는지, 남아 있다면 어디에 보관되어 있는지 등의 조사부터 시작된다. 본작을 개발할 때는 자료를 찾기 위해 분주했고, 발견하지 못한 것은 각처에서 입수, 그 중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은 물품을 엠투 측에 닥치는대로 보내 해석해달라고 하는 견실한 작업을 계속 이행하고 있었다. 특히 AM쇼 버전의 자료 발굴, 복각은 고고학 같아 매우 즐거웠다.
이건 개발을 담당한 엠투의 스탠스이자 고집이다. 그들이 제작한 샷트리거즈(ShotTriggers) 작품에도 표준? 사양으로 탑재되어 있으며, 특별히 고생했다기보다는 이것은 있어야 할 것이라는 작업의 결과물이다.
● 루리웹에서는 '파로디우스' 시리즈에 대한 요청도 있더라. 혹시 미래에 관련 컬렉션을 고려해볼 만한 여지가 있을까?
'파로디우스' 시리즈는 그 당시였기 때문에 가능했던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시대에는... 가능성이 없다고 할 수는 없으나... 음... 물론 파로디우스 외에도 이번에 오리진즈에 수록되지 않은 타이틀이나 콘솔판 등도 검토해보고 싶으나, 지금으로서는 아직 아무 것도 예정이 없다.
● 끝으로 루리웹의 그라디우스, 그리고 코나미 슈팅 게임 팬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린다.
오래 기다리셨다. 정말 오랜 시간 기다리게 했다. 17년 만의 신작 '사라만다 III'이다. '그라디우스 오리진즈'는 코나미와 엠투가 전력으로 팬 여러분이 바랄 법한 서포트 기능도 가득 채운 컬렉션 결정판으로 만들어졌다. 꼭 즐겨주시기 바란다.
이장원 기자 inca@ruliweb.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