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네찬바라’, ‘지구방위군’, ‘커스텀 메카 워즈’까지 매번 특유의 센스를 유감없이 발휘해온 D3 퍼블리셔가 신작 ‘풀 메탈 스쿨걸’로 돌아왔다. 이번에도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사이보그 여고생 VS 블랙 대기업이란 자못 유쾌한 소재다. 개발 담당은 유크스, 프로듀서는 D3 퍼블리셔의 얼굴마담 격이라 외부로도 잘 알려진 오카지마 노부유키P가 지휘봉을 잡았다. 본지와는 이미 몇 차례 인터뷰를 나눈 바 있는 업계 중진이다.

그의 게임만큼이나 늘상 유쾌한 태도를 취하는 오카지마P지만 그렇다고 개발 업무까지 장난처럼 여기진 않는다. 실제로 ‘풀 메탈 스쿨걸’은 근접, 사격 모두 준수한 손맛을 갖췄음은 물론 로그라이트 시스템을 적용하여 기대 이상의 만듦새를 보여준다. 흔히 D3 퍼블리셔를 수식하는 B급은 어디까지나 감성의 영역이지 재미와 완성도는 별개라는 것. 과연 ‘풀 메탈 스쿨걸’이 그의 또다른 대표작이 될지, 오카지마P에게 직접 물었다.

'풀 메탈 스쿨걸' 프로듀서, D3 퍼블리셔 오카지마 노부유키(岡島 信幸)

● 사이보그 여고생 VS 블랙 대기업이란 테마는 어떤 메시지를 담고 있나요

: 사이보그로서 몸에 무기가 가득한 히로인이 싸워가는 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개인적인 바람이 단초였습니다. 그렇다면 그 히로인은 대체 누구와 어째서 싸우는가, 가 다음 문제였고요. 뭔가 원한을 가진 상대에게 복수하는 흐름이 좋겠다는 것까진 그럭저럭 순조롭게 결정됐습니다.

그리고 이제 저 혼자가 아니라 개발 실무를 맡은 유크스의 개발자들과 함께 고민한 부분입니다만. 온몸이 무기로 된 사이보그니까 현대 기술일리 없죠. 그래서 근미래로 가닥을 잡았습니다. 또 근미래라면 종종 할리우드 영화 등에서 왜곡된 일본의 이미지가 나오니까 그걸 역으로 이용하면 재미있겠다 싶더군요.

거기서부터 근미래 메가코프에 원한을 갚는다, 그곳은 분명 직원들이 엄청나게 혹사당하는 블랙 기업일 것이다, 라는 발상이 이어졌습니다. 그래서 어떤 테마나 메시지를 말하고 싶은지 묻는다면… 송구합니다만 그런 거창한 건 없습니다. ‘풀 메탈 스쿨걸’은 그저 한 편의 오락으로 즐겨주기 바랍니다.

● 작중 좀비 샐러리맨, 워킹 데드가 현대 노동 환경을 풍자한다고 느꼈습니다

: 블랙 기업에 다니며 혹사당하는 직원을 일본서 샤치쿠(社畜, 사축)라 하거든요. 여기서 샤테쿠(社畜+Tech)란 설정을 떠올렸어요. 그 샤테쿠를 통해 만들어진 존재라 워킹그(ウォーキング, Walking) 데드가 아닌 와킹그(ワーキング, Working) 데드인 겁니다. 요컨대 그저 재미있을 것 같아서 넣은 말장난이죠.

● 배경 시대가 쇼와 164년이죠. 서력 2089년 대신 이렇게 쓴 이유가 궁금합니다

: 처음에는 근미래니까 쇼와 100년, 이라고 막연히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걸 서력으로 환산하니 다름아닌 올해더군요. 할 수 없이 쇼와라는 연호가 끝난 시점에 100년을 더하자, 가 되어 쇼와 64+100=164년인 겁니다. 요컨대 그냥저냥 정해진 흐름으로… 또 송구합니다. 딱히 대단한 의미는 없습니다.

● 복수극을 라이브 스트리밍하며 도네이션으로 돈을 번다는 설정도 흥미롭네요

: 80, 90년대 일본이야 직접 살아온 시대이므로 충분히 잘 알죠. 하지만 최근 유행하는 라이브 스트리밍, 도네이션 같은 걸 게임에 넣자는 아이디어는 제 것이 아닙니다. 아무래도 아저씨니까요. 그 부분은 유크스의 젊은 개발자들이 떠올렸습니다. 솔직히 “복수극을 라이브 스트리밍하고 도네이션으로 개조 자금을 벌면 어떨까요”라는 제안을 받았을 땐 그게 뭘까, 싶었습니다. 입장상 “좋은 아이디어네”라고 답하긴 했는데(웃음).

어쨌든 ‘풀 메탈 스쿨걸’은 무기가 잔뜩 달린 사이보그가 되고 싶다든지, 회사를 박살내고 싶다든지 등등 누군가의 욕망을 대리 만족시키는 측면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라이브 스트리밍으로 유명인이 되고픈 욕망도 충분히 잘 어울릴 것 같았죠. 솔직히 막상 플레이해보면 방송 채팅(게임 내 연출)에서 뭐라 떠드는지 거의 읽을 수 없습니다만.

● 과연 D3 퍼블리셔는 B급 테이스트를 잘 살린 독특한 요소들이 매력적입니다

: B… B급… 고맙습니다. 칭찬의 의미로서 B급이라 받아들이겠습니다(웃음). 이거 참 어려운 이야기군요. ‘오네찬바라’도 ‘지구방위군’도 B급이었죠. 물론 ‘풀 메탈 스쿨걸’도 B급이 맞습니다. 다만 그렇다고 당초부터 B급 게임을 내야지, 생각하며 만드는 건 아닙니다.

D3 퍼블리셔 내에도 여러 프로듀서가 있으니 각자 의견이 다르겠습니다만. 저로선 뭇 게이머가 D3 퍼블리셔에 원하는 게 뭘까, 이런 분위기는 아닐까 치밀히 마케팅하며 그것을 재현할 뿐입니다. 그래서 B급 테이스테에 대해 물으셔도 뭐라 답하기 곤란하네요.

● 특히 오카지마P의 대표작 ‘오네찬바라’가 떠오르는 구석이 많다고 느꼈습니다

: 확실히 ‘오네찬바라’, ‘풀 메탈 스쿨걸’ 둘 다 D3 퍼블리셔의 작품입니다만 실제 개발사는 다릅니다. 전자는 탐소프트, 후자는 유크스죠. 도검이나 사슬톱으로 호쾌한 근접 액션을 펼치는 점은 ‘오네찬바라’와 비슷해도 이 작품의 절반은 TPS, 즉 슈팅 게임이고요. 그래서 실제로 ‘오네찬바라’를 크게 의식했다고 할 순 없습니다. 다만 ‘오네찬바라’ 신작은 언제쯤 나올까 기다리는 분들도 많으시기에 의상만이라도 콜라보했습니다.

● 료코와 아케미, 두 주인공을 교체하며 싸우거나 2P로 넣는 방안도 있었나요

: 아뇨. 둘이 함께 싸우거나 하진 않습니다. 게임이 시작되며 바로 알 수 있는데 선택하지 않은 쪽이 총에 맞거든요. 그래서 홀로 싸워가는 흐름입니다만 총에 맞아 쓰러진 쪽은 어떻게 되었는지도 나중에 밝혀집니다. 참고로 초기 장비 외에 료코와 아케미의 성능차는 없습니다. 어떤 요소를 얼마나 개조할지 저마다 다를 테니 캐릭터차가 아니라 플레이어차는 있겠죠.

● 와일드계와 쿨계 미소녀에 이어 세 번째 플레이어블 캐릭터가 등장할 가능성은

: 아, 세 번째가 있느냐는 질문은 못 들은 걸로 하고픈데… 말할 수 없거든요. 말할 수 없습니다(웃음).

● 100층 빌딩을 오르는데 매번 그 구조나 경비가 바뀌는 랜덤 요소를 채택했습니다

: 맞아요. 매번 층 구조가 바뀝니다. 무한대까진 아니지만 상당히 많은 가짓수로 자동 생성되므로 저기 가면 그렇게 되어있지, 같이 미리 파악하기 어렵죠. 시행착오를 겪으며 캐릭터뿐 아니라 게이머 자신의 실력도 강화되는 게임인 셈입니다. 보스전 역시 특정 무기를 사용해야 편하다든지 직접 부딪히며 배워가야 하고요. 가령 10층 보스를 상대로 칼과 산탄총뿐이라면 아무래도 힘들어집니다. 근접전밖에 할 수 없으니까. 한 번 고생을 겪으면 다시 도전할 때는 원거리 무기를 챙겨가겠죠.

● 그렇다면 일반적으로 공략하기 편한, 추천할 만한 무기 조합은 무엇일까요

: 추천해달라는데 딴소리긴 합니다만 최악의 조합은 있습니다. 도끼처럼 무거운 근접 무기에다 한 발 한 발은 강력한데 연사력이 낮은 총기를 가지고 다니는 거죠. 이러면 적들이 우르르 몰려들 때 대처가 불가능합니다. 그 외에는 정말 각자 플레이 스타일 나름이라 뭐라 답하기 어렵네요. 단지 저 개인적으로는 더 높은 레벨의 무기를 얻어도 체인소와 틀링은 좀체 바꾸지 않습니다. 간혹 탄환이 튕기며 대미지를 주는 캐틀링이 나오는데 좁은 공간에서 굉장히 유용해요. 갈수록 체력 회복이 난항이라 HP 회복 옵션이 붙은 무기도 괜찮을 겁니다.

● 적을 쓰러트리거나 상자를 열었을 때 무기가 나오는 어떤 규칙성이 존재하나요

: 현재 장비와 동등하거나 더 강한 무기가 나옵니다. 결코 약한 게 나오지 않아요. 또한 캐릭터 개조 가운데 무기의 출현 레벨을 끌어올리는 항목도 있어서 그걸 통해 점점 더 수월히 공략 가능합니다.

● 100층에 달하는 빌딩을 공략하는 게임이니 플레이 타임도 무척 길 것 같습니다

: 100층을 목표로 하는 게임이니 플레이 타임 100시간, 은 좀 싫지 않습니까? 그래서 나름대로 적절한 흐름이 되도록 플레이 타임을 맞췄습니다. 사실 액션 게임은 한 번 클리어에 얼마나 걸려야 좋을지 정답이 없거든요. 4~5시간 자리 작품도 꽤 많고 길어야 10시간 내외가 아닐까 싶습니다. 다만 ‘풀 메탈 스쿨걸’은 앞서 얘기했듯 로그라이트적 시스템을 채택해 그보다 오래 즐길 수 있긴 합니다. 스태프 가운데 잘하는 사람이 10시간에 살짝 못 미치니까 처음 플레이한다면 15~20시간 정도겠죠. 지나치게 짧지도 너무 길어서 질려버리지도 않는 딱 좋은 플레이 타임 같습니다.

● 이지, 노멀, 하드의 세 가지 난이도가 있습니다만, 구체적인 차이가 궁금합니다

: 말 그대로 적이 쉽냐, 보통이냐, 어려운가 차이가 있습니다. 층 구조가 더 복잡해진다든지 장애물이 많아지는 게 아니라 딱 적의 강함만 조정됩니다. 좀체 깰 수 없다면 이지로, 좀 더 도전적인 경험을 원한다면 하드로 즐겨주시길. 게임 실력은 사람마다 다르니까요.모처럼 구입했는데 어려워서 즐기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조치했습니다.

● 지원 기기가 PS5, NS2인데 아직은 스위치(NS1) 보급률이 훨씬 높지 않나요

: 적들이 꽤 많이 나오는 데다 실시간 액션 게임이니까요. 스트레스 없이 즐기려면 반드시 프레임레이트가 쾌적해야 했습니다. 때문에 PS5는 곧장 결정된 반면, 스위치는 그래픽을 상당히 떨어뜨리지 않고선 무리인지라 내심 포기한 채였죠. 스위치 2란 하드웨어가 나와줘서 정말이지 다행입니다.

● 끝으로 ‘풀 메탈 스쿨걸’을 기다리는 뭇 게이머에게 인사를 부탁합니다

: 어느덧 반세기 이상을 산 아저씨인데, 여태껏 인생을 돌이켜보면 ~를 하고 싶다든지 ~가 되고 싶다는 꿈이 많았어요. 당장 지금도 오십견 때문에 힘들어서 말이죠. 몸을 사이보그로 개조할 순 없을까 생각하곤 합니다. 물론 불가능합니다만 한 번쯤 정도는 피치피치갸루(ピチピチギャル, 활기찬 소녀)가 되어보고 싶었다든가, 아무래도 지금 직장에서는 말할 수 없지만 회사에서 난동부리고 싶다든가. 그리고 제 세대와 다르게 요즘은 유명한 스트리머가 되고 싶다고도 하잖아요. 그 모든 꿈을 이뤄주는 게임이 바로 ‘풀 메탈 스쿨걸’입니다. 일단 사무실 박살내는 것만으로 즐거우니까요. 모쪼록 기대해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