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틀명: 드래곤 아이드
개발사: 에이트판다
퍼블리셔: 아이덴티티 모바일 (구 액토즈 게임즈)
바쁜 게이머를 위한 간단 요약 탱커, 딜러, 힐러 캐릭터를 조합해 던전을 공략하는 모바일 RPG 캐릭터를 공짜로 얻으니 제약없이 파티 조합하는 재미를 누릴 수 있음 전투하는 모습도 그럭저럭 볼만하고 키우는 재미가 오래 감 단, 챕터 4까지 너무 무난하고 스토리는 중간에 까먹기 쉽다는 게 흠 |
■ 시작하기 앞서
리뷰를 쓸까 말까 고민하다 씁니다. 이 게임과 관련된 뉴스에는 하나 같이 ‘믿고 거르는 액토즈’란 댓글이 달리고 있는 상황이었거든요.
거기다 출시 전 게임 소개도 영 안 좋았죠. 언론에서 ‘개발비 50억’이란 사실을 강조했는데... 아시다시피 내세울 강점이 없어서 개발비를 들먹이는 졸작들이 써먹는 홍보 방식이라. -_-;
이런 상황이다 보니 취미로 리뷰를 쓰는 제 입장으로서는 참 난감했어요. 퍼블리셔에 대해 반감도 심하고 ‘정말 없어 보이는’ 홍보 문구를 내세우는 게임을 다룬 다뤄봤자 끝까지 보는 사람도 적을 테고 댓글 반응도 뻔할테니, 리뷰 쓰는 보람이 없을 듯 했거든요.
그래도 지금까지 구글플레이 스토어 인기게임 2위를 유지하고 있는 타이틀이라 리뷰를 원하는 분들도 있을 거 같고 ‘까더라도 알고 까보자’는 생각에 게임을 해봤습니다.
해보니 생각보다는 괜찮더군요. '이런 장르의 게임 많이 봤어, 지긋지긋해, 필요없어!'하는 분들의 마음을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인 건 사실이지만, 대신 '짬짬이 갖고 놀 모바일 RPG 어디 없나' 하는 분들에게는 괜찮아 보이는 점이 좀 보였거든요.
■ <드래곤 아이드>는 어떤 게임?
게임 자체는 ‘전형적인 모바일 RPG’라 할 수 있습니다. 오너 캐릭터 1명과 NPC 영웅 3명으로 파티를 만들어 던전ㆍ레이드를 클리어하는 방식이거든요.
그리고 던전 클리어 보상으로 얻은 아이템을 장착시켜주거나, 안 쓰는 아이템을 갈아부숴 장착 중인 장비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캐릭터를 강하게 키우는 일반적인 성장 시스템을 내세우고 있고요.
액션 RPG가 아니기 때문에 조작은 매우 단순합니다. 유저는 스킬을 사용할 대상과 타이밍, 집중공격할 타겟을 정해주는 정도의 조작을 할 수 있고요. 캐릭터 이동은 자동으로 처리됩니다. 자동 사냥 기능은 당연히 지원해주고요.
눈치 빠른 분들이라면 이 정도 설명만 들어도 알아차리실 듯 하네요. 이런 종류의 게임은 십중팔구 아래와 같은 장점과 재미를 내세우니까요.
(1) 바쁜 사람도 틈틈이 플레이할 수 있는 편리성 (2) 서로 다른 영웅을 전략적으로 조합해 파티를 만들어가는 전략성 (3) 캐릭터를 키워 더 강한 적을 굴복시킬 때 느끼는 성장의 성취감 |
그리고 조건 반사적으로 이와 같은 생각을 떠올리실 테고요.
“이거, 결제 안 하면 제대로 즐길 수 없는 거 아니야?”
하긴, 저런 의문을 던지는 게 당연한 일이겠죠. 모바일 RPG란 장르의 핵심은 ‘파티 조합하는 재미와 ‘성장하는 재미’인데, 그걸 인질로 삼아 무리하게 결제를 요구하는 타이틀이 지금까지 많이 출시됐으니까요.
가령 랜덤박스에서 특정 캐릭터를 얻지 못하면 파티를 조합하는 재미를 느끼기 어렵게 만든 게임이라든지, 일정 급수의 캐릭터나 장비를 얻지 못하면 성장이 정체되도록 만든 게임이라든지... 무슨 차포 떼고 장기 두는 것도 아니고 원.
그럼 이 게임은 과연 어떨까요? 다른 게임과 마찬가지일까요? 아니면 좀 더 나으려나요?
■ 파티 조합, 캐릭터 키우는 재미를 제약 없이 제공
- 영웅을 무료로 획득할 수 있어 파티 조합에 제약이 없다
스토리를 챕터 4까지만 진행해도 알짜배기 영웅 4명을 얻을 수 있고요. 챕터 5부터는 ‘시공균열’이란 특수 던전을 돌아 확률적으로 추가 영웅을 획득할 수 있습니다.
돈 들여서 뽑기로 영웅을 얻는 방식이 아니니 시간만 충분히 투자하면 필요한 영웅은 어떻게든 얻을 수 있습니다. 덕분에 이런 저런 영웅을 모아 다양한 파티 조합을 실험하는 재미를 제약 없이 누릴 수 있었어요.
- 장비 업그레이드 효율이 높아 랜덤박스에 의존할 필요가 없다
물론 영웅 뽑기는 없어도 무기 뽑기, 방어구 뽑기는 있긴 합니다. 하지만 A~SS등급 장비를 얻기 위해 반드시 랜덤박스를 살 필요는 없어요. 가지고 있는 장비를 강화해 등급을 올리면 그만이니까요.
거기다 무기를 강화하고 등급을 올리는 데에 터무니없이 많은 시간이 들지도 않고요. 랜덤 박스에서 S등급을 바로 얻기 위해 비용을 지불하는 것보다, ‘무한 던전’에서 100% 획득 가능한 A등급 장비를 얻어서 하루 정도 시간 들여 S등급으로 승급시켜주는 게 속 편하게 느껴질 정도로요.
이러니 랜덤 박스에서 일정 등급의 장비가 나오지 않았다고 성장이 정체되는 일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운에 상관 없이 캐릭터를 꾸준히 키우는 재미를 누릴 수 있어요.
뽑기가 망해도 시간 들여 강화하면 고급 장비를 얻을 수 있다는 게 이 게임의 장점.
- 더군다나 공짜로 주는 캐시(=루비)도 많은 편이다
일단 업적 달성 보상만 잘 모아도 무기/방어구 11연속 가챠를 돌리는 게 가능할 정도로 많은 루비를 얻을 수 있습니다. 또한 업적을 다 이룬 뒤에도 정기적으로 루비를 획득할 수 있고요.
가령 평균적인 스펙을 지닌 유저가 PvP 컨텐츠인 ‘결투장’에 입장하면, 1,000~5,000위 사이의 순위를 차지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하루에 루비를 7개씩, 1주 동안 49개를 얻을 수 있어요. 그리고 보스전에서 1,000~5,000위 사이에만 들면 1주에 루비 60개씩 얻을 수 있고요.
다시 말해 꾸준히 접속하는 유저는 주마다 109개 이상의 루비를 획득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여담으로 루비 110개의 가격은 11,000원, 이 정도면 결코 생색내기용으로 루비를 뿌리는 게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러니 결제에 상관없이 모바일 RPG로서의 재미를 충분히 즐길 수 있는 타이틀이라 할 수 있겠더군요. 퍼블리셔가 그 악명 높은 액토즈인데도 말이죠.
■ 키우는 재미가 비교적 오래 간다
장점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키우는 재미가 오래오래 가는 편이고, 파티 조합도 은근 다양하거든요.
키우는 재미가 오래오래 가는 이유부터 설명해야겠네요. 가령 못 만든 모바일 RPG라면 캐릭터를 키우면 키울수록 성장 속도가 팍팍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납니다. 그렇게 되면 캐릭터를 키우는 재미를 자주 느낄 수 없게 돼서 흥미가 떨어질 수밖에 없어요.
그에 비해 <드래곤 아이드>는 키우는 재미를 자주 느낄 수 있습니다. 초반에는 레벨업으로 주로 캐릭터를 키우고, 레벨업 속도가 떨어질 무렵부터는 장비를 강화하는 방법으로 캐릭터를 키우고, 장비를 강화하는 속도마저 둔화될 무렵에는 ‘룬’이란 아이템을 수집하고 합성해 캐릭터의 스펙을 높일 수 있거든요.
거기다 룬은 어떻게 조합하냐에 따라 캐릭터의 성향을 확 뒤바꿀 수 있는 아이템이라서요. 마법 공격에 약한 전사에게 속성 저항 룬을 도배해서 마법사 킬러로 만들어준다든지, 방어력 높은 적에게 취약한 도적에게 관통 대미지 추가 룬을 도배해서 탱커 킬러로 만들어준다든지 말이죠.
그래서 어지간히 캐릭터를 키운 다음에도 룬을 이것저것 갈아끼우고 전투력을 실험해보는 재미를 느낄 수 있었어요. 그래서 오래오래 키우는 재미가 있다고 한 겁니다.
후반에는 룬을 모아 캐릭터의 특성을 바꿔주고 강화해주는 재미로 하게 됩니다.
■ 은근히 다양한 파티 조합
파티 조합하는 재미도 괜찮은 편입니다. 영웅의 수는 다른 게임보다 훨씬 적지만 버릴만한 캐릭터가 없어서인지 의외로 다양한 조합이 나오더군요.
일단 각 캐릭터는 탱커/딜러/힐러로 크게 나눌 수 있고요. 탱커와 딜러는 1:1 전투에 특화돼 있냐 다수의 적을 상대하는 데에 특화가 돼 있냐 상태 이상기에 특화가 돼 있냐에 따라 또 갈립니다.
그러니 일반 던전용 파티와 레이드 공략용 파티, PvP 파티를 따로 짤 수 있는 건 당연하고요. 전멸당하기 전에 적을 먼저 녹여버리는 공격적인 파티를 짤 수도 있고, 아무리 두들겨 맞아도 끈질기게 버티는 파티를 짤 수도 있습니다.
어떤 영웅을 영입하고 조합하냐에 따라 파티의 성격이 크게 달라집니다.
영웅들의 궁합도 고려해야 하니... 최적의 파티 조합을 연구하며 파고드는 맛이 있습니다.
물론 영웅 간 밸런스에 문제가 생긴다면 이 재미를 온전히 느끼기 힘들어지겠지만... 이건 시일을 두고 지켜봐야 평가할 수 있을 듯 합니다. 예상외로 강한 캐릭터 조합과 룬 조합이 얼마든지 발견될 수 있는 게임 구조라서요.
■ 전투 보는 재미, 적절한 조작성은 덤
전투 과정을 보는 맛도 나쁘지 않습니다. 카메라 시점을 이리저리 돌리고 줌인/줌아웃을 할 수 있는데다, 캐릭터들의 스킬 모션도 큼직큼직해 보기 좋거든요.
거기가 박력 넘치는 모션과 화면 진동 효과를 적절히 가미한 필살기 연출로 타격감을 높였고요. 적어도 보는 재미가 없어 전투가 지겹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을 정도입니다.
전투에 참여하는 캐릭터가 4명이라 수동 조작을 하면 정신 없지 않을까 싶었는데 딱히 그렇지도 않았어요. 스킬 아이콘을 꾹 누르고 있으면 슬로우 모션이 걸리는지라, 원하는 타겟에 필요한 스킬을 쓰는 데에 전혀 지장이 없었습니다. 덕분에 의도치 않게 조작을 잘못해서 짜증 낼 걱정 없이 전투에 집중할 수 있었어요.
카메라 시점을 조작해 가장 보기 좋은 각도로 전투를 감상하는 게 가능합니다.
스킬 버튼을 꾹 눌러 슬로우 모션을 걸 수 있어 직접 조작하기도 편합니다.
그럼 장점은 이제 충분히 다룬 듯 하고... 이제 아쉬운 점을 하나씩 이야기해보죠.
■ 아쉬운 점은? 지나치게 무난하고 평이한 초반부
첫째는 중요 컨텐츠가 늦게 나오는 감이 있다는 것입니다. 수동 조작하는 맛이 있는 레이드와, 새로운 영웅과 룬을 얻을 수 있는 ‘시공 균열’ 던전이 챕터 5 이후에 열리거든요.
근데 챕터 5까지 가는 게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에요. 챕터 4 난이도가 확 오르기 때문에 아이템 파밍을 부지런히 하지 하지 않으면 챕터 5로 넘어갈 수가 없어요. 이 기간 동안에는 새로운 경험을 해보는 재미, 스토리를 쭉쭉 읽어나가는 재미는 느끼기 힘들어요.
챕터 5 이상 넘어가야 레이드, 시공 균열 영웅, 룬 수집이 가능해집니다.
그전까지는 밋밋한 모바일 RPG로 보여 흥미가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이 문제.
그러니 컨텐츠를 이것저것 다양하게 체험해보고 싶어하는 사람이라면 답답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최악의 경우에는 ‘자동사냥으로 깼던 던전 주구장창 다시 깨는 것말고는 하는 일이 없는 게임’이라는 인상을 받고 챕터 3~4 쯤에서 그만 둘지도 모를 일이고요.
■ 스토리? 중간에 까먹어서 감상하기 힘들 수도
스토리 자체만 따지자면 신경 쓴 티가 팍팍 납니다. 유명 성우들을 섭외해 대사를 녹음하고, 일러스트와 대사 박스로만 스토리를 진행하지 않고 연출씬을 인게임 그래픽으로 보여주고, 꽤나 정성 들여 만들었다는 생각은 들어요.
문제는... 중반부터 던전 난이도가 높아져서 스토리를 연달아 감상할 수 없다는 것이죠. 한 챕터 넘어가려면 반 나절 내지 한 나절 동안 스토리 진행을 포기하고 깼던 던전을 또 깨며 아이템 파밍을 해야 하니 말이죠.
거기다 챕터 7 내지 챕터 8으로 넘어가면 스토리 보는 것만으로도 할 게 많아집니다. 새로운 영웅과 쓸만한 룬을 얻겠다고 시공 균열을 뺑뺑 돌아야 하지, 레이드도 돌아야 하지.... 그러다 보니 중간에 주요 스토리를 까먹기 십상이더군요.
아이템 파밍한다고 스토리를 까먹어서 얘가 뭔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다 OTL
까먹은 뒤에는 끝장이에요. 극적인 장면을 봐도 ‘얘가 대체 뭔 소리를 하는지 도통 모르겠네’라는 생각이 들어 스토리를 스킵하게 되거든요. 당장 저만 해도 챕터 5부터 스토리를 까먹어서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파악을 못할 지경입니다.
어느 한 게임을 집중적으로 하는 저만 해도 이런데, 게임을 드문드문 하는 사람이 스토리를 까먹지 않고 끝까지 집중해서 감상할런지 걱정되더군요. 나중에라도 스토리만 따로 볼 수 있는 기능을 추가해줬으면 좋겠습니다.
그외에 지켜볼 점도 몇 보입니다. 3월 13일 대량의 아이템을 선물해주는 이벤트가 열렸을 때 서버 상태가 제법 안 좋아졌던 것도 있고요. 운영 또한 계속 지켜봐야겠죠.
■ 결론. 가늘고 오래 즐기기 딱 좋은 모바일 RPG
결론을 말씀드리자면 의외로 기대하지 않았던 부분에서 장점이 많은 게임이었습니다. 게임의 핵심적인 재미를 맛보는 데에 딱히 제약을 걸지 않고, ‘아직까지는’ 무리하게 결제를 유도하려 하지 않아 부담도 적고요.
또한 키우는 재미를 제법 오래 느낄 수 있다는 점, 파티 조합과 룬 조합 등 연구할 점이 많다는 점 또한 괜찮아 보였고요. 가늘고 길게 즐길만한 게임을 찾는 분에게는 괜찮아 보입니다.
물론 개발사가 강조했던 스토리는 아이템 파밍하느라 까먹을 위험이 크다는 점, 게임의 첫 인상이 약해 몰개성하게 보일 수 있다는 점 등 약점도 있지만요. 이러한 약점들과 자잘한 문제를 해결하고 좀 더 좋은 게임으로 발전했으면 좋겠네요.
종합적인 소감을 말하자면 '길 가다가 돈 주은 듯한 느낌', 큰 기대를 하지 않고 플레이했지만 나름 괜찮은 게임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그럼 체험기를 마치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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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보고 설치한후 해보는중인데 첫인상은 '와아 재밌다' 라기보단 '어? 생각보단 괜찮네' 입니다. 딱히 좋지도 않지만 나쁘지도 않다, 하지만 익숙하면서도 뭔가 묘하게 당기는 매력이 있습니다. 다른건 둘째치고 음악이 참 마음에 들더군요. 실행후 처음 화면에서 나오는 음악이 완전 제 취향이라서 깜짝놀랐습니다 굿좝 원체 운영에서 욕을 먹고 욕먹어도 싼 zotca 인지라 망설이긴 했습니다만 생각외로 깔끔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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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리뷰를 참 객관적으로 잘 하신것 같습니다. 진행하면서 리뷰와 비교해 보는데 정말 딱 맞는 말씀입니다. 좋은게임(개인적인 취향) 과 더불어 좋은 리뷰 감사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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