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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실내는 비참한 몰골이었다. 특정 장소, 특정 물체 이외에는 모든 것이 무너져 있어 도저히 사람이 생활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다.
그런 와중에, 아무런 사양도 없이 본 적이 없는 사람이 기어들어온다.
무단침입을 당하는 건 오늘 이걸로 몇 번째더라. 나오토의 뇌리에 한 순간 이곳이 자신의 집이 아니라 전혀 다른 사람의 집이었던 것 아닐까 하고 현실도피가 이루어졌다.
“쿠로가네 나오토 군… 맞지?”
거실의 입구에 서서, 붉게 물든 뺨을 양손으로 감싸며 초대면의 정장녀는 아무래도 몹시 기쁜 듯이 살피며 물었다.
움찔, 하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가까이서 라켈이 몸을 경직시키는 것을 느꼈다.
‘소통장애 발동이냐….’
동성, 즉 여성이 거북하다고 했던가 하고 나오토는 옆눈으로 라켈의 파랗게 질린 얼굴을 확인하며 떠올린다.
그렇다면 이 손님은 오죽하랴. 거북하겠지. 뭐랄까 좋은 뜻으로도 나쁜 뜻으로도 『여자다움』 이라는 냄새가 나는 느낌이다.
“네, 맞는데요. 당신은…”
“아아~앙, 역시 맞지이. 그럴 거라고 생각했어, 한 눈에 알았다구~.”
당신은 누구야, 하고 물으려던 나오토의 말꼬리를 낚아채고, 덤으로 나오토의 손을 열렬히 붙잡아 올리며, 정장녀는 목소리를 튕겨 올려 미끄러져 오듯이 거리를 좁힌다.
그 급접근에 나오토는 흠칫 당황한다. 하지만 몸을 당기는 것은 용서되지 않았다. 나오토의 손을 붙잡은 여자의 손이 강하게 꽉 하고 그것을 자신의 가슴에 끌어안았기 때문이다.
“뭔…”
탱탱하게 부풀어 오른 가슴에 손이 잠기고, 익숙하지 않은 부드러움에 감싸인다. 녹아 버릴 것 같을 정도로 부드러운 감촉에 나오토의 목덜미에 동요의 열이 뻗친다.
반사적으로 손을 당기려고 했지만 그것을 강하게 제지하고, 여자는 아래쪽에서 엿보듯이 나오토를 올려다봤다. 분홍색 립스틱을 바른 도톰한 입술이 조금 코에 걸리는 애교부리는 듯한 목소리로 말한다.
“정말 미안해~. 깜짝 놀랐지? 사실 나도 곤란한 참이야… 저 사람들 정말, 조절이란 걸 모르거든. 다른 사람들에게 폐 끼치면 안 된다고 그렇게 말하는데.”
“저, 저 사람들?”
들으면서, 아마 발켄하인과 레리우스를 말하는 거라고 이해한다. 어쩌면 그 중에 클라비스도 끼어 있을지 모르지만, 그 가능성은 낮겠지. 클라비스가 누군가에게 지시를 받는 입장일 리 없다.
“우훗, 그치만 이렇게 빨리 만날 수 있다니 생각도 못 했어. 기뻐…”
황홀하게 속삭이듯이 말하고, 여자는 꽉 쥔 나오토의 손에 뺨을 갖다 댄다. 마치 마음 속에서부터 사랑스러운 것을 다루는 듯한 모습에, 나오토는 있는 힘껏 손을 당겼다. 그 박자에 맞춰 여자가 쓰고 있던 안경 테두리에 손끝이 닿는다.
“윽… 그러니까! 당신 누구냐고!”
정장녀를 노려보듯이 바라보고, 나오토는 거친 목소리로 묻는다.
여자의 몸에 흥미가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아무리 예쁜 여성이라고 해도 듣도 보도 못한 인물에게 강제로 가슴을 만지게 해져서 오싹하지 않을 정도로 굳지도 못하다. 솔직히 말해서 기분 나쁘다.
여자의 입술이 고혹적으로 웃음을 띠었다. 몸으로 S자를 만들 듯이 자세를 잡고, 착하지 착하지, 라고라도 하려는 듯이 나오토의 머리에 손을 뻗는다.
“쑥스러워하긴, 귀여워라.”
“건들지 마.”
흐느적 뻗어오는 손을 나오토는 강하게 쳐낸다.
“앙”
하지만 정장녀는 겁먹은 기색도 없었다. 오히려 쳐내진 것마저 기쁘다는 듯 쿡쿡 웃는다.
“어디보자… 『처음 뵙겠습니다』. 나는 『미츠루기 기관』의 히카가미 키이로(緋鏡キイロ). 잘 부탁해, 나·오·토 군.”
키이로라 이름을 댄 여자는 또 나오토에게 한 발 다가와 검지로 아양 떨 듯이 나오토의 가슴을 찌른다. 거기서 그대로 손을 미끄러뜨리고… 느닷없이 라켈을 돌아봤다.
“그리고… 이게 라켈 알카드구나.”
갑자기 이름을 불려, 라켈이 또 표정을 경직시킨다.
그 음색은. 나오토는 아까까지와는 다른 오한에 등골을 떨었다. 차가운 목소리였다. 마치 무기질적인 것이라도 보는 듯한 목소리로 라켈을 부르고, 키이로는 몸을 꼬듯이 해서 라켈의 바로 앞에 선다.
“흐응… 그렇구나.”
평가하듯이 키이로는 라켈을 살핀다. 그 자비없는 시선에 라켈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시선도 맞추지 못하고 정교한 인형이라도 되는 듯이 조용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척 보기에는 얌전하게 서있는 걸로 보인다. 하지만 그것이 뱀이 노려본 개구리의 상태라는 것을 나오토는 어쩐지 피부로 느끼고 있다.
긴 머리를 귀에 걸며, 키이로는 라켈에게 슥 하고 얼굴을 가까이 한다. 라켈이 눈을 깜박이는 것마저 멈춘다. 그 희미한 변화 따위 신경쓰지 않고 키이로는 라켈에게 속삭였다.
“…너 같은 게 쫄래쫄래 돌아다니면 민폐라고. 당장이라도 포획해서 『해체』해버리고 싶지만, 나오토 군 앞이니까 이번만큼은 놓아 줄게.”
나오토에게 들리게 할 셈이었는지 아니었는지, 조용히 나오토에게도 들릴 크기로 차갑게 말하곤, 키이로는 얼굴을 들어 색기 있는 미소를 향했다.
“나오토 군도 참 고생이네~. 방『도』 이렇게 돼서는.”
“아니…”
짜내듯이 나오토는 거기까지만 말하고 눈썹을 좁혔다.
이유를 말하자면 몇 개나 있지만, 그 이상으로 왠지 직감적으로 나오토는 키이로라는 여자에게 호의적인 감정을 가질 수가 없었다. 뭔가 굉장히 싫은 느낌이 든다.
‘고생시키는 건 오히려 너거든…. 빨랑 좀 꺼져라.’
그리 말하고 서둘러 쫓아내고 싶었지만, 그것보다 먼저 아무래도 사정을 아는 듯한 그녀에게 묻고 싶은 것이 있었다.
나오토는 가슴이 뜨끈해지는 짜증을 꾹 삼키고, 입을 열었다.
“그래서. 그 미츠루기 기관의 히카가미 씨가 뭔 일이야? 좋다고 쳐들어올 정도면 그만한 용무가 있을 거 아냐?”
“그런 눈으로 보지 말아줘, 오싹오싹 하거든.”
“아 진짜!”
“내가 여기에 온 건 말이지, 저 사람들이 어지른 방을 정리하고… 인사를 하러.”
거칠어지는 나오토의 목소리에 기뻐하며, 키이로는 손톱 끝까지 똑바로 정돈된 손가락을 입가에 대고 김빠지는 미소를 흘린다.
“인사? 뭐 하러?”
“물론, 너와 좀 더 기~잎은 관계가 되고 싶으니·까.”
“아 좀!”
진짜 짜증난다. 나오토는 자신의 머리카락에 손을 쑤셔 박고 거칠게 긁어댔다.
그걸 왠지 황홀하게 쳐다보며, 키이로는 색을 입힌 입술을 슬쩍 빨간 혀로 핥았다.
“나는 진심이야. 나오토 군과… 거기 있는 라켈 알카드는, 우리 미츠루기 기관의 목적을 위해 정말로 필요한 존재거든.”
다음이 궁금하냐고 묻는 듯한 말투가 거슬려서, 나오토는 관자놀이에 힘을 줬다.
“그 목적이란 건 또 뭔데. 일일이 거창한 말투 쓰지 말라고.”
물으면서도 키이로가 말하는 『미츠루기 기관의 목적』에 대해서는 대강 감이 잡혔다.
키이로가 커다란 눈동자를 반짝였다. 적자색. 본 적도 없는 색이 흉흉하게 빛난다.
“불사자왕(노 라이프 킹) 클라비스 알카드의 섬멸. 그것이 미츠루기 기관의 비원이야.”
아버지의 이름에 라켈이 작게 반응을 보인다.
키이로는 풍만한 가슴을 안듯이 팔을 꼬고, 손끝으로 가느다란 안경을 밀어 올렸다.
“나오토 군도 방금 전에 봤지? 저런 터무니없는 괴물이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세계에 있어선 충분하고도 남는 위협이야.”
분명 클라비스는 괴물이다. 그것에 대해선 나오토도 이론은 없다. 하지만 키이로의 말에 수긍하기엔 너무나도 납득이 가지 않았다.
눈빛에 불만인지 분함인지 알 수 없는 감정을 엉겨붙게 하고, 나오토는 노려보듯 키이로를 본다.
“즉 미츠루기 기관이란, 괴물 퇴치업자?”
“응~, 그렇지…. 그 애 같은 괴물을 붙잡아 해체해서 표본을 만드는 것도 일, 이려나.”
장난스레 키이로가 웃는다. 기분 나쁘다. 나오토는 이번엔 분명하게 그녀를 노려보았다.
“농담이야. 후후, 무서운 얼굴.”
귀여운 고양이라도 쓰다듬는 듯한 목소리로 휘감기는 미소를 지으며 키이로는 또 나오토에게 다가갔다. 응석부리듯이 나오토의 목에 팔을 감고 나오토의 뺨을 손바닥으로 쓰다듬는다.
스킨십에 어떠한 사양도 수치도 없는 여자의 체온에 나오토는 미간의 주름을 점점 더 깊게 했다.
하지만 그런 표정마저도 사랑스럽다는 듯 키이로는 열을 띄고 이쪽을 바라보며 더욱 몸을 가까이 한다.
“우리는 말이지, 인간 세상의 질서를 만들고 관리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고 있어. 『세계의 영원한 안녕』. 그것이 『미츠루기 기관』이 내건 이념이야.
반쯤 끌어안은 상태에다 나오토의 가슴에는 볼륨이 있는 어떤 부드러운 것이 눌려져 있었다.
나오토는 몸을 빼려고 한다. 하지만 목에 감긴 채인 키이로의 팔이 그것을 거부한다.
“수상쩍구만.”
키이로의 이야기도, 기이로 자신도. 정말이지 신용할 마음이 들지 않는다. 나오토는 감긴 키이로의 팔을 붙잡아 강제로 당겨 풀었다.
그래도 아직 가까운 거리에서 키이로는 보여주듯이 내민 풍만한 가슴에 풀린 손을 얹듯이 댔다.
“내 목적은 그것을 방해하는 『위협』을 배제하는 것. 그리고 지금, 그 선두에 있는 것이 클라비스 알카드라는 거야.”
그것, 이라는 건 즉 세계의 영원한 안녕.
나오토는 떫게 표정을 흐리고 산산이 부서진 창문 쪽으로 얼굴을 향했다.
“발켄하인이랑 레리우스는 어떤데. 그 놈들도 충분히 『위협』이라고 생각하는데?”
클라비스에 비하면 격은 아래일 지도 모르지만, 인간이 좀 단련하는 정도론 절대로 닿을 수 없는, 메꿔질 수 없는 레벨의 차이가 있다.
하지만 키이로는 어깨를 좁히듯 하며 어딘가 얕보듯이 코를 울렸다.
“사람의 손으로 관리할 수 있는 건 위협이 아니야. 왜냐면… 죽이려고 하면 죽일 수 있는걸.”
휘릭 하고 분홍빛 입술에서 흘러나온 말에 나오토는 또 싫은 감정에 등골을 떤다.
이런 점이다. 이 여자의 이런, 가끔 흘리는 묘하게 살벌한 느낌이 나오토의 안에 어두운 감정에 불을 켠다.
“사람 손에 벅찬 건 죽인다, 는 거냐.”
“그게 세상의 질서를 위해서니까 말야.”
비꼬듯이 나오토가 말하자 키이로는 싱긋 하고 아름답게, 어딘가 순진하게 웃어 넘긴다.
그리고 그녀는 문득 목소리를 흐렸다.
“있지 나오토 군. 『집단소실사건』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사라졌는지, 알아?”
입가엔 웃음을 띠면서도, 키이로의 목소리는 엄청 불길했다. 마치 경험담이라도 듣는 듯한 기분으로 나오토는 희미하게, 신중하게 입을 연다.
“집단소실… 무인단지 말하는 거야?”
“거기도 그렇지만, 그뿐만이 아냐. 그 단지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해. 세계 각지에서 일어난 소실사건으로 사라진 인간은 전부 합쳐 『12,8732명』.”
그 말에 나오토도 놀랐다. 소실사건이 그렇게 여기저기서 일어난다는 것도, 그만큼 대규모의 인간이 사라졌다는 것도 몰랐다.
당시의 일은 거의 기억나지 않지만, 그렇다고 한다면 좀 더 커다란 사건으로서 세계적인 뉴스가 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렇게 크게 화제가 된 기억은, 나오토에겐 없다.
키이로는 고요한 눈빛으로, 입술에 웃음을 띠우며 나오토를 본다. 마치 시험하는 듯이.
“…그 모든 게 클라비스 알카드의 소행이라고 한다면, 어떻게 생각해?”
“뭐…?”
“그만한 인수를 한 번에 소멸시킬 뿐이라면, 인간이 만든 병기로도 가능해. 하지만 병기에는 의지 따위 없어. 그것을 관리하고 사용하는 인간이 없으면 어떤 강대한 힘이라도 발휘되지 않아. 해체해 버리는 것도 가능해.”
하지만 클라비스 알카드는 다르다. 그리 덧붙이고, 키이로는 말을 잇는다.
“그는 누구에게도 관리되지 않고, 자신의 의지만으로 자유롭게 행동하고 자유롭게 힘을 쓸 수 있어. 그의 개인적인 의견으로 많은 인간이 이 세상에서 지워져 버릴 수도 있어. 그걸 위협이라고 하지 않으면 뭐라고 부를래?”
“…그건 너무 좋게 맞춘 핑계 아냐? 아무리 병기에 의지가 없어도 사용하고 관리하는 인간에게 의지가 있으면 너네들이 말하는 『위협』과 똑같잖아.”
“그건 어쩔 수 없어. 왜냐면 이 세상은 사람을 위해 존재하는 거니까.”
“사람을 위해… 란 말이지.”
역시 석연찮다. 나오토는 불복하듯 입술을 깨물었다.
키이로는 양손을 가슴 앞에서 맞잡고 요염한 동작으로 목을 기울였다.
“그런 사정이거든. 클라비스 알카드를 섬멸할 때까진, 미안하게도 나오토 군을 감시해야겠어. 거기 계집애를 감금하는 정도만 해도 튀어나와 주면 편하겠지만, 그 클라비스가 어슬렁어슬렁 도와주러 올 거라고 생각하긴 힘들고, 오히려 시원하게 내버리고 어딘가로 사라져 버릴 것 같으니.”
키이로나 미츠루기 기관 입장에서 보자면, 라켈이 신카와하마에 나타면서 클라비스까지 모습을 드러낸 것은 천재일우의 찬스였던 거겠지. 이걸 놓아줄 순 없다, 그런 말이다.
“그치만 안심하렴. 감시라고 해도 클라비스 알카드가 접촉해 오지 않나 지켜보는 것 뿐이니까, 나오토 군은 평소대로 좋을대로 해도 괜찮아. 미츠루기 기관이 네 생활에 참견하는 일은 없을 거고, 참견하게 두지도 않을 테니까. 무슨 일 생기면 도와주기도 할게.”
거기까지 듣고, 나오토는 뭔가 깨달았다. 계속 신경 쓰이던 거다.
“그렇구나, 무인단지의 피나 시체가 정리돼있던 것도 도로가 깨끗하게 고쳐져 있던 것도, 너희들 짓이었냐.”
라켈이 사용하는 마법 같은 신비한 힘이 아니라, 명백하게 사람 손에 의해 어젯밤의 초현실현상의 흔적은 정리되어 있었다.
그만한 수선, 그리고 은폐를 하룻밤 사이에 행한 것이다. 미츠루기 기관이란 이름의 존재는 외부에 알려져 있지 않지만 제법 대규모인 모양이다.
키이로는 입술을 가까이 하듯 얼굴에 다가왔다. 쑥 줄어든 거리에서 속삭이듯이 말한다. 약하게, 품질 좋은 향수의 향이 느껴졌다.
“그 정돈 일도 아니야. 이 방도 바로 원래대로 깨끗이 고쳐줄 테니까. 그때까진 호텔에 방을 준비해 줄게, 나오토 군은 거기 묵어 줘.”
“…설마해서 묻는 건데, 당신도 그 호텔에서 지내고 있는 건 아니겠지?”
“비·이·밀.”
의미 깊게, 오히려 명백히 꿍꿍이가 있는 의미를 담아 키이로는 검지를 입술 앞에서 세웠다.
“사양할래. 필요도 없어.”
나오토는 무심코 반걸음 물러났다. 너무 나간 걸지도 모르지만… 열을 띈 키이로의 눈에서 정조의 위기 같은 걸 느껴 버린다.
그 생각 없는 악우 신노스케라면 믿을 수가 없다며 목을 조를 지도 모르지만, 키이로의 요염한 행동거지에 색기는 느껴도 그것에 접하고 싶다곤 생각하지 못하겠다. 원하시는 대로 눈을 감아 버리면 편할 지도 모르지만, 절대로 그러고 싶진 않다.
“있지, 나오토 군. 저런 계집애는 버리고 내가 있는 곳으로 와…. 내가 널 듬뿍 즐기게 해 줄게. 그리고―”
나오토가 비운 거리 따윈 곧바로 좁히고, 키이로의 손이 미끄러지듯이 나오토의 허리에 닿았다. 체온을, 고기의 감촉을 확인하는 듯이 천천히 기어오르고, 배를 쓸어 오르며 가슴팍으로 다가온다. 그러면서 부드러운 몸을 바짝 기대며, 키이로는 물기를 띈 눈으로 나오토를 올려다봤다.
“지켜 줄게.”
이상할 정도로 진지하게 키이로는 그리 고했다.
나오토는 얼굴을 굳혔다. 곤혹스러워 했다. 키이로의 너무 지나치게 친밀한 태도에도 그렇지만, 그녀의 언동에 일일이 뒤가 있는 것 같은 냄새가 나 어쩔 수 없다.
“…그 쪽도 사양하지.”
등으로 올라오려는 손을 잡아 나오토는 키이로를 밀어냈다.
키이로는 결코 저항하지 않고 물러난다. 하지만 표정에는 도발적인 색을 띄운 채다.
“유감이야. 하지만… 분명 조만간 생각이 바뀔 거야.”
키이로는 묶어두듯이 열띤 시선을 향하면서 어딘가 연극조로 과장스럽게 키스를 날리고 거실에서 나가려 했다.
“있지… 나오토 군의 『드라이브』는, 어떤 거야?”
묻는 미소는 어딘가 날카롭고 방심할 수 없다.
하지만 나오토는 키이로의 질문도 표정의 의미도 알 수 없었다.
“허? 『드라이브』? 뭐야 그게?”
나오토의 대답에 키이로는 웃음을 깊게 하며 가볍게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묶인 머리가 그녀의 얼굴 옆에서 그림자를 만든다.
“아무것도 아냐. 그럼 바이바이. 또 봐, 나오토 군.”
풍만한 가슴을 강조하듯 가슴을 가까이 하고 팔랑팔랑 손을 흔들고, 키이로는 이번에야말로 복도로 나가 나오토의 방에서 떠났다.
현관 밖을 걷는 하이힐 소리가 리드미컬하게 퍼지고, 곧이어 들리지 않게 되었다.
나오토의 방에는 드디어 고요함이 돌아왔다.
거기서… 나오토의 등 뒤에서, 갑자기 라켈이 쓰러졌다.
“우오옷, 뭐, 뭐야?!”
“이젠 안 돼… 무리… 제일, 힘든 타입….”
굳어서 떨리는 목소리. 라켈의 눈은 완전히 죽어 있었다.
쭉 입을 다물고 있었으니 나오토는 중간부터 완전히 존재를 잊고 있었지만, 부친과 키이로의 더블 펀치는 상당한 대미지였던 모양이다. 힘없이 바닥에 던져진 손끝은 지금에 와서도 비참한 다잉 메시지라도 남기려는 듯 했다.
“뭐, 뭐야 이거?! 뭐야, 어떻게 된 거야?! 무슨 일이야?! 라켈 괜찮아?!”
예고 없이 들려온 목소리는 하루카의 것이었다. 절묘한 타이밍에 눈을 뜬 소꿉친구는 자고 일어나 뻗친 머리를 양손으로 감싸고 두리번두리번 주위를 돌아보고 있다.
한 쪽에는 마음고생으로 쓰러진 라켈. 일본식 방에는 패닉을 일으키고 있는 막 자고 일어난 하루카. 나오토는 허한 기분으로 뺨에 손을 대었다.
진짜 큰일은 지금부터였다.
어쨌든 진정하라고 하루카를 달래고, 눈이 돌아간 라켈을 하루카가 자고 있던 장소에 눕히고. 나오토는 반쯤 붕괴한 방 안에서 어떻게든 하루카에게 말도 안 되는 사정설명을 했다.
하지만 사실 같은 걸 말할 리도 없다. 결과, 퍽이나 잘 맞물리는 설명을 전전긍긍하며 계속하게 되어 버려, 하루카는 계속 듣고는 있었지만 시종일관 석연치 않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미츠루기 기관』이라 자칭하는 양복 차림의 남자가 변호사라는 남자를 데려와선 일방적으로 설명을 시작했다.
이번 일은 모든 것이 미츠루기 기관의 실책에 의한 것으로, 피해는 전면적으로 미츠루기 기관이 보상한다. 이 방에 대해서도 맨션의 공유부분에 대해서도, 최대한 빠른 스케줄로 수선할 테니 아무 걱정 할 필요 없다. …그런 내용이었다.
복잡한 용어나 들어본 적 없는 제도의 이름이 교차하는 설명은 비상하게도 복잡하다 보니, 그래선 잘 모르겠다며 하루카는 몇 번이나 간단하게 정리한 내용을 요구했다.
하지만 변호사나 미츠루기 기관의 남자들은 어쨌든 전부 원래대로 변상한다, 규칙이니까 정해진 설명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반복할 뿐, 하루카의 요구에는 응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그들의 혀는 훌륭한 수완으로 『복잡한 사정이 있다』는 캐묻기 어려운 상황을 만들어 냈다.
그들의 방문으로부터 약 한 시간 후… 완전히 하루카가 피폐해질 즈음에 미츠루기 기관은 『사정설명』을 끝내고, 뒤이어 『그럼 건물주에게도 설명을 해야 하므로』란 말을 남기며 나오토의 방에서 나갔다.
무엇 하나 극적으로 해결된 상황은 아니다. 하지만 이 이상 깊게 생각하려고 하는 마음을 하루카에게서 빼앗는 점에 있어서 미츠루기 기관은 충분하고도 남을 정도로 성과를 올렸다.
“…저거랑 똑같은 얘기를 엄마한테도 들려주는 거려나….”
위로와 사과를 담아 나오토가 타온 비장의 홍차를 마시며, 녹초 상태로 한숨을 쉰 하루카에게 나오토는 마음속으로 사과하고 또 사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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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새로 등장한 캐릭터 히카가미 키이로의 유구안녕론 강의가 있었습니다.(번역은 영원한 안녕이라고 했지만 원문은 유구였습니다.)
그런데 이 히카가미 키이로라는 캐릭터...
우선 설정화부터 보죠.
척 봤을 때는 별 느낌 없죠. 컬러링이 본편 람다와 일치한다는 것 빼면.(설정화에선 눈동자가 금색이네요.)
그런데 가운데 저, 머리 푼 모습이...
(먼저 나온 스핀오프인 엑스블레이즈의 Es양 되겠습니다.)
...그쵸? 닮았죠?
심지어 설정화의 금색 눈까지 치면 완전히...
게다가 나오토에게 보이는 약간의 얀데레끼. 이건 확인사살이야. 이 캐릭터 그거네 그거. 그거.
근데 '지켜 주겠다'니, 이 처자는 또 무슨 떡밥을 물어온 걸까요.
그리고 다른 용어도 나왔습니다. 우선 미츠루기 기관.
본편에선 나오지 않지만 엑스블레이즈에서 신나게 나오죠.
유니온이라고 불리는 D발증자를 제압, 포획해 격리 및 관리하는 기관으로, 블레이블루의 무녀/황제 가문인 아마노호코사카 가와도 협력관계에 있는 짱쎈 조직입니다.
D발증자는 딱 아시겠지만 드라이브 능력이 발현되기 시작한 사람들을 말하죠. 마치 병처럼 취급하며 잡아들이고 있습니다만...
키이로의 설명을 덧붙이면 유니온뿐만이 아니라 처리하기 힘든 상대 전반에 대해 힘을 쓰는 모양이네요.
저 개인적으론 이런 '사람의 힘 위의 이상을 관리하려고 힘쓰는' 모습에서 '사람의 힘(과학)으로 세계를 움직이기 위해 술식을 배제하려 드는' 제7기관의 전신이 아닌가 추측하고 있습니다.
몇가지 비슷한 행동도 보이고요. 통제기구도 그렇습니다만...
마지막으로 드라이브라는 용어도 나왔죠.
...솔직히 그냥 게임상 D버튼 특수능력에 거창한 이름 붙인 것 뿐 같다만 이제서야 뭔가 설정을 달아주려는 모양입니다.
자세한 건 뒤쪽에 나오겠죠.
이제부턴 되도록 한 번에 한 챕터씩 올리려고 합니다. 어지간히 짧지 않으면요.
재밌게 보시고 궁금한 점이나 틀린 점이 있으면 댓글로 적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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