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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멀고도 가까운 그 기억은, 언제나 공포를 동반했다.
그 때, 나오토는 혼자서 망연히 서 있었다.
발밑은 젖어 있었다고 생각한다. 토할 것 같은 냄새가 주변에 충만해 있었다. 그 때문인지 그 때가 몇 시쯤인지, 주변은 밝았는지 어두웠는지, 그런 사소한 것들 따윈 똑바로 기억하지 못한다.
확실하게 기억하고 있는 것은 온몸을 꿰뚫는 듯 한 공포다. 무서웠다. 무척이나 무서웠다.
우는 것도 떠는 것도 비명을 지르는 것도 잊고, 간신히 심장과 허파만을 움직인다. 그런 상황에서 그저 쳐다보고 있었던 것은… 바로 근처에 가로누워 있던 검은 덩어리뿐이었다.
그것은 사람의 형태를 하고 있었다. 아니, 사람 같은 형태였다.
아마 저 부분이 머리다. 다른 곳보다 튀어나왔고 약간 둥그니까. 그렇다면 반대쪽 저게 다리고, 전체에서 약간 머리 쪽으로 치우친 곳에서 뻗어 나온 저 부분이 팔이겠지.
저건 방금까지만 해도 나오토의 어머니였던 것 이었다.
냄새가. 어질어질 했다. 쇠 냄새다. 녹슨 쇠 냄새가, 가슴을 울컥거리게 했다.
아냐, 이건.
피 냄새.
굴러다니는 검은 덩어리 바로 옆에는, 젖어서 더욱 둔탁한 광택을 띄는 물건이 있다. 질척하게 젖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날카로움을 숨기지 않고 내비치는 그것은… 수상하게 빛나는, 그것은─
“…언제쯤 되어야 나를 당신한테서 해방시켜줄 생각일까. 슬슬 내려주지 않을래? 변태 씨.”
차가운, 이라기보다는 곤란한 듯 한 목소리에, 나오토의 의식은 현실로 끌려 돌아왔다.
“어, 응, 미안.”
꾸짖는 듯한 반쯤 뜬 눈에 당황한 나오토는 소녀의 몸을 되도록 얌전하게 바닥에 내려놓았다.
그제야 퍼뜩 깨닫는다.
“이 아니라 누가 변태야!”
“당신이지. 달리 누가 있어?”
“없어! 그런 문제가 아니라, 난 변태가 아니라는 소리야! 그리고 너한테만큼은 변태 소리 듣고 싶지 않거든!”
이 알몸망토녀, 라고 덧붙일까 했지만 그건 역시 가슴 속에 담아두었다.
아무리 상대가 도를 넘은 변태에 이해 불가능한 패션센스의 소유자라도 일단 생명의 은인이며 처음 보는 여자다. 이미 늦은 기분도 들지만, 그만큼의 대우 정돈 해주고 싶다.
그런 나오토의 세세한 배려 따윈 어찌됐든 좋다는 듯이 소녀는 자신의 몸을 아무렇지도 않게 보여주듯이 허리에 손을 댔다.
정신 차리니 해는 벌써 져 있었다. 높은 건물이 줄줄이 배열된 무인단지에선 잔빛의 환상적인 색채를 머금은 서쪽 하늘은 유감스럽게도 잘 보이지 않는다.
저 건너에선 이미 가로등이 빛을 내고 있다. 벌써 이런 시간이다. 지금은 아직 희미하게 주변을 알아볼 수 있지만 곧 밤의 장막이 내려오겠지. 그렇게 되면 전등도 없는 단지는 그림자에 완전히 가라앉아 버린다.
차가워진 공기에 추워 보이는 듯 한 기색도 없이, 소녀는 차가운 도로에 맨발을 내딛었다. 향한 곳은 굴러다니는 그것의 앞이다. 방금 전까지는 괴물, 그 좀 더 전까지는 아직 사람이었던 검게 삭은 덩어리를 내려다보며 발을 멈춘다.
“죽었네.”
“…어. 그래 보이네.”
별로 자세히 보고 싶진 않다. 나오토는 성의 없이 대답하고 시선을 소녀의 발밑이 아닌 흔들리는 그녀의 금색 머리카락으로 옮겼다.
그 머리카락이 비단 끈처럼 흔들린다. 소녀가 어깨 너머로 고개를 돌린 것이다.
“어머. 냉정하네. 사람을 하나 죽여 놓고.”
감정은 담기지 않았지만, 역시 그 목소리엔 의외라는 듯이 가볍게 놀라는 기색이 섞여 있었다.
이 정도를 의외라고 생각하다니, 그 쪽이 의외였다. 나오토는 떫은 것이라도 씹은 것처럼 입가를 비틀었다.
“글쎄. 이래 뵈도 꽤 동요하고 있다고.”
“흐응. 그래?”
말해 놓고, 자기가 생각해도 말도 안 되는 주장이라고 생각했다. 소녀도 그렇게 생각한 건지, 돌아온 한 마디는 납득도 의문도 담기지 않은 단순한 맞장구일 뿐이었다.
이 쪽을 쳐다보는 소녀에게서 도망치듯이 시선을 피하고, 나오토는 머리에 손을 댔다. 어쩔 수 없잖아 하고 별로 무슨 말을 들은 것도 아닌데 마음속으로 핑계를 댔다.
‘동요는 하지. 이런 걸 보고 아무렇지도 않을 리가 있나.’
옆눈으로 흘겨보듯이, 나오토는 그것에 눈을 향했다.
무기력하게 굴러다니는 것. 아무리 사람이었던 때의 모습을 보았더라도 이 상황을 목격한다면 더 이상 『인간』이라는 생각 따윈 못 한다. 이렇게 되어버리면 이미 어떠한 『것』이다.
그렇게 생각해 버리는 자신이 무정한 걸까.
“뭐, 방금 같은 모습을 보면 인간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무리이려나.”
“어?”
마음속을 읽히기라도 한 듯 고해진 한마디에 움찔하며 나오토는 고개를 들었다. 순간 의미를 이해 못 했다. 설마 이 소녀도 시체가 검은 덩어리로 보이는 걸까.
하지만 곧바로 그런 생각을 접었다. 그러고 보면 저 남자는 죽어서 모습을 잃기 전부터 인간으로서의 모습을 버린 채였다. 그 뜻이겠지.
소녀는 긴 금발을 손끝의 하얀 손가락으로 감아, 빗듯이 넘겼다.
“어차피, 그는 침식이 너무 많이 진행돼서 구할 방법도 없었어. 늦든 빠르든 이렇게 됐을 거야.”
‘저건… 위로, 해주는 건가?’
독백인지 아닌지, 소녀의 담담한 어조로는 판단하기 힘들다. 그녀의 심정을 읽기에는 나오토가 그녀에 대한 것을 너무 모른다.
“그래서?”
걸어와 눈 앞에 멈춰서, 어딘가 위엄있는 자세로 턱을 들어 올린 소녀는 힐문하듯이 나오토를 올려다봤다.
눈꼬리에 매달려 올라간 커다란 눈동자. 바로 앞에서 반짝이는 그 색에 나오토는 무심코 주춤했다.
예쁜 눈이다. 금색의 홍채는 비현실이 이쪽을 들여다보는 듯 한 환상적인 색을 하고 있고, 들여다 봐지는 그대로 영혼이 빨려 나갈 것 같다.
“물어봐도 될까? 당신, 누구?”
“누구냐니…, 그냥 지나가던 고등학생인데.”
소녀는 약간 짜증난다는 듯이 눈동자를 강하게 빛냈다.
“이 마을에 사는 고등학생들은, 이런 음침한 곳을 그냥 지나다니고 그러나보네.”
“그건….”
나오토는 말을 흐리고 입을 다문다.
언뜻 본 소녀의 머리 위에 이상한 생명력을 나타내는 숫자가 보였거든. 같이 솔직히 자백할 생각은 없었다. 이런 이상사태에 휘말린 소녀다. 그녀라면 나오토의 말을 그대로 받아들여 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다고 한다면 더욱, 복잡한 이야기가 될 것 같아서 싫다.
“그런 것보다, 저 놈은 대체 뭐야? 중간부터 저거, 완전히 얼굴이 사람이 아니게 됐잖아. 뭔가 알고 있을 것 아냐?”
가볍게 헛기침하고 나오토는 자신의 화제를 끼워 넣었다.
그 행동에 기분 나빠하는 기색도 없이, 소녀는 새로운 화제에 「아아」 하고 맞춰주었다. 그 다음 대답을 이으려던 한숨을 가로막듯이, 불온한 소리가 섞여들었다.
“윽─?!”
그 소리에 소녀가 입술을 다물고, 나오토가 숨을 멈춘다.
들려온 소리는 이미 몇 번인가 들은 소리였다.
─키릭키릭.
곤충이 기며 꿈틀거리는 듯 한 기분 나쁜 소리가 희미하게 들린다. 소리는 조급함을 담은 채 우득우득 하고 뭔가를 힘으로 잡아 뜯는 듯 한 다른 소리를 포함하고 있었다.
그것이 무엇인지 먼저 눈으로 보고 이해한 것은 나오토였다.
“으엑….”
혐오감이 목소리로 나온다.
죽어서 움직이지 않게 된 검은 물체. 그 머리 부분에 날카로운 발톱을 찌르고 찢어가며 사람 머리만한 사이즈의 벌레 같은 것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안에서… 시체의 머리에서, 성충이 번데기를 뚫고 나오듯 벌레가 기어나오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은 칙칙한 푸른 색을 하고 있었고, 몇 개의 마디를 가진 평평한 몸통에 무수하게 가느다란 다리가 붙은 기분 나쁜 생김새를 하고 있었다. 부풀어 오른 검붉은 눈알이 머리에 붙어 두리번거리고 있다.
이미 곤충도 아닌 무슨 벌레다. 그것이 사람이었던 것을 먹어 치우고 밖으로 나와, 커다랗게 튀어나온 턱을 이빨을 까듯이 벌려─
“비켜!”
갑자기 몸이 움직였다. 나오토는 거의 반사적으로 소녀의 팔을 강하게 끌었다. 대신 자신이 앞에 나간다. 반동으로 떠오른 팔을 방패로 삼듯이 눈 앞에 내걸었다.
다음 순간. 보이지 않는 힘으로 난폭하게 잡아당겨진 것처럼, 방패로 내민 오른팔이 뒤쪽으로 튕겨나갔다.
동시에 꿰뚫는 듯 한 충격이 어깻죽지에 걸렸다.
하지만 그 어느 쪽의 감각도 1초도 지속되지 않았다. 바로 수많은 간섭에서 해방되어… 나오토는 몸의 오른편에서 무게를 잃었다.
“…어라?”
무슨, 일이었는지.
모르는 건가. 모르고 싶은 건가.
균형을 잃고 한발 물러난 나오토는, 누군가에게 시켜지는 것처럼 고개를 움직였다. 자신의 오른쪽을 봤다.
없다. 있었던, 있어야 하는 것이.
오른팔이….
“아, 아으, 크…윽, 으, 아악…!”
나오토의 온몸이 이상할 정도로 크게 떨리기 시작했다.
얼어붙은 것이 천천히 녹아내리는 것처럼, 앞쪽을 잃은 팔의 단면에서 끈적한 액체가 흐르기 시작한다. 점점 액체는 두껍고 격렬하게 넘쳐흐르고, 눈 깜짝할 새에 검붉은 웅덩이를 나오토의 발밑에 넓혀 갔다.
“생각도 못 했어. 몸 안에서 이미 우화하고 있었다니.”
나오토의 한발 뒤에서 속삭이고, 소녀는 하얀 뺨에 튄 붉은 찌꺼기를 손끝으로 걷어내고 입으로 옮겼다. 엿나온 혀가 손끝을 적신 붉은 것을 핥아 닦아낸다. 그 맛에 소녀의 입술이 요염하게 미소지었지만, 그 황홀한 표정도, 그녀의 말의 의미도, 나오토에겐 닿지 못했다.
무섭다던가 아프다던가, 그런 감정도 이미 사고 저편으로 날아간 지 오래다. 그저 몸이 멋대로 움직여 무게를 잃은 오른편을 반대쪽 손으로 강하게 붙잡는다.
새끼손가락 끝이 젖은 고기에 닿았다. 그 자그마한 감각이 토할 것 같이 느껴진다.
상처부위는 가볍게 짓이겨져 있었다. 물어뜯긴 것이다. 저 역겨운 벌레의 강인한 턱에.
키리릭.
혐오감이 나오토에게 시선을 들어 올리게 했다.
벌레는 다시 나오토의 정면으로 돌아와 있었다. 머리에 달린 검푸른 몸통에 그 가느다란 다리를 달고, 커다란 턱을 과시하듯이 여닫는다. 그 턱은 피로 젖어 있었다.
다시 한 번 벌레가 턱을 열고, 딱딱한 껍질 아래에서 부드러운 살이 부들 하고 떨려 몸통을 진동시켰다. 그 움직임에 호응하듯이, 벌레의 등에서 투명한 날개가 펼쳐졌다.
아까는 잘 보지 못했지만, 저 날개로 날아 온 거겠지. 그리고 나오토의 팔을 물어 뜯어 그대로 날아간 거다.
시야 구석, 약간 떨어진 곳에, 익숙한 교복을 두른 채 팔이 굴러다니고 있었다. 그대로 버려진 저것은 너무나도 현실과 동떨어져 있어서 조악하게 만든 모형으로 보인다.
“끄, 윽… 흐, 으으….”
꽉 다문 이빨 안쪽에서 괴로운 신음을 흘리며 나오토는 벌레를 보았다.
등 뒤에서 목소리가 들린 듯 했다. 아마 뒤에 있을 소녀의 목소리겠지. 하지만 들리지 않는다. 들을 수 없다.
의미 같은 건 없다. 여기에 의미 같은 건, 없다.
“으… 하아, 하, 윽… 크아아아….”
거친 호흡을 밀어내며, 충동 같은 것이 피어오른다.
마치 물려 찢긴 어깨에서 혈액이 역류해오듯이, 눈앞이 새빨갛게 물들었다.
붉게 붉게 침식되어가는 시야 안에서 벌레가 뛰는 것을 느꼈다. 그와 동시에, 나오토의 안쪽에서 붉음(赤)이 튀었다.
“하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앗!!”
목이 울고, 다리가 뛰었다.
차가운 바람을 찢고 돌진하자, 붉은 시야의 바다에서 벌레가 날개를 펼치고 받아치기 위해 날아오른다.
그 날갯짓이 펼쳐지기 직전 나오토의 팔이 날개를 붙잡는다.
한 번에 모아 쥐고 착지장소였던 남자의 시체에서 벌레의 몸통을 끄집어낸다. 그 기세로 휘둘려 올려 무작정 힘으로 지면에 내리쳤다.
무언가가 부스러지는 소리가 났다. 벌레의 날개는 찢어져 나오토의 손 안에 남는다. 그걸 던져버린 나오토는…
─거기서 기억이 끊겼다.
5
들어 올린 눈꺼풀은 너무나도 무거웠다.
어째서 눈을 뜬 것인가, 자신도 잘 몰랐다. 무슨 생각을 해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그런 이지적인 것이 아닌 산소를 들이마시기 위해 입을 여는 것과 같이 자연스런 반사였던 것인지도 모른다.
그저 나오토는 둥실 하고 떠오른 의식에 끌어올려진 대로 눈을 열고, 거기에 펼쳐진 진남색의 밤하늘을 멍하게 눈동자에 비췄다.
‘밤…이다.’
멀리 달이 보였다. 하얗고 둥근 달은 마치 거울처럼 나오토를 내려다본다.
일어나려고 했다. 하지만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힘이 하나도 들어가지 않는다.
눈꺼풀이 들어 올려지는 것이 신기할 정도로, 손가락 하나 움직이는 데에도 뭘 어째야 할지 모르겠다. 감각도 의식도 멍하고, 몸은 끔찍이 차갑고, 그리고 무겁다.
이렇게까지 몸이 무거운 이유를 겨우 나오토는 이해했다. 몸 위에 돌덩이가 몇 개나 놓여있다. 짓누르듯이 덮인 차가운 돌덩이들이 너무 무거워서 숨을 쉴 수가 없다.
“윽, 크….”
호흡을 되찾으려고 발버둥치지만 폐가 잘 움직이지 못한다. 숨을 마시긴 커녕 질척한 액체가 쏠려 올라와서, 참으려고 하는 데도 나오토의 입에서 흘러 떨어진다.
입술도 턱도 적시고 방울지는 그것은, 피였다. 뭔가 다른 액체와 섞인, 끈적거리면서도 미끌거리는 피. 토할 것 같은 냄새가 난다.
쏴 하고 소리를 내며 핏기가 가시면서 몸의 심지 쪽이 더욱 식어간다. 천천히, 천천히. 바닥이 없는 늪에 가라앉는 듯, 나오토는 자신이 사라져 가는 감각을 맛보고 있었다.
‘그런가. 이게… 그건가.’
이것이 죽는다는 것인가.
마치 다른 사람 일처럼 멍하게 떠오르는 생각에 가슴속으로 중얼거린다.
‘이렇게 끝인가….’
저 달이 거울이었다면 자신의 머리 위에서 쭉쭉 숫자가 줄어드는 모습이 보였을까. 지금은 몇 쯤 남았을까. 오늘 봤던 이사의 숫자보다도 낮을까.
이제 얼마나 있어야 『0』이 되는 걸까.
자기도 저 양복차림 남자처럼 새까만 덩어리로 변하는 건가. 자신은 자신이 죽는 모습을 볼 수 없으니 아무래도 확신이 안 생긴다.
달빛을 받고 있던 시야가 점점 어둡게 빛을 잃어간다.
숫자 줄어드는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다.
이런 도중에도 나오토는 지금쯤 저녁 준비를 하고 있을 소꿉친구의 얼굴을 생각한다.
‘아… 망했다. 옷, 이렇게 더러워진 거 보면 화내겠지.’
애초에 집에 돌아갈 수 있을지 어떨지도 모르는데. 아니, 돌아갈 수 있을 상황이 아닌데, 나오토는 하루카한테 들키지 않고 새 교복을 구할 방법이나 그녀가 최대한 신경을 덜 쓸 만한 변명 같은 것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 나오토에게 현실을 고하듯이, 차가운 바람이 불었다.
그 한순간에 나오토의 시야는 다시 빛을 되찾는다. 별로 눈이 부실 빛도 아니었지만, 나오토는 무심코 시야에 나타난 빛에 눈을 가늘게 뜬다.
빛나는 듯 한 금색. 그 소녀의 머리카락과 눈동자 색이다.
변함없이 몸에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호리호리한 알몸에 어째선지 검은 망토만 날개처럼 걸친 꼴로, 나오토의 얼굴에 비치는 달빛을 가리듯이 서 있다.
‘무사했었나….’
아무래도 다친 덴 없는 것 같다. 머리 위의 숫자도 마지막으로 봤을 때에서 내려가지 않은 채 말도 안 되게 높은 수치를 유지하고 있다. 조금 나눠줬으면 좋겠다.
나오토의 가슴을 무심코 안도가 채운다. 어쩌다 이렇게 된 건지는 기억 안 나지만, 나오토가 이렇게 돌더미에 묻힌 후 그 벌레가 그녀를 습격해 다치게 했다던가 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은 모양이다.
하지만 안도를 표현하는 말은 목소리로 나오지 못했다. 숨도 만족스럽게 쉴 수 없으니.
“당신이 걱정해 줄 필요는 없어. 애초에, 신경 써 줘야 할 건 압도적으로 당신 쪽인 것 같은데?”
냉정한 소녀의 말에 나오토는 웃고 싶어졌다.
오른팔을 물어뜯기고, 돌더미에 파묻힌 채 몸도 마음대로 안 움직이고, 이제 곧 죽으려 하고 있다. 정말 너무나도 소녀가 말하는 대로다.
의문인 것은, 어째서 나오토가 그녀의 몸을 걱정하는 것이 전해졌나는 것이었지만… 말로 하지 않아도 전해졌다면 고마울 정도다. 뭐하는 재주냐 하고 생각하면서도, 유일하게 상황을 알 터인 그녀에게 묻고 싶은 것이 있었다.
‘아까 그 벌레는 어떻게 됐지?’
의문을 담아, 겨우겨우 눈을 좌우로 움직인다. 여기선 주변이 어떻게 된 건지 잘 보이지 않는다. 딱히 잘 보이지 않는 게 자세나 장소에만 문제가 있는 건 아닌 것 같지만.
“그녀석이라면 도망갔어. 당신을 거기 파묻은 다음에 말야.”
과연. 나오토가 돌더미에 파묻힌 원인은 그 벌레인 모양이다.
납득하고, 짜내는 듯이 숨을 토한 나오토를 변함없이 위엄 있는 자세로 내려다보며 소녀는 약간 간격을 두고 속삭이듯이 물었다.
“어째서 감싼 거야?”
곧바로, 남자의 머리에서 벌레가 튀어나왔을 때를 말하는 것임을 알았다. 나오토는 떨듯이 눈썹 꼬리를 좁혔다. 말 대신에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흔든다, 라는 작은 몸부림에 불과했지만, 그것만으로도 소녀에겐 전해진 모양이다.
이유 같은 건 모른다. 이유가 있었는지 어땠는지도 모른다. 그저 위험하다고 생각했더니 갑자기 몸이 움직인 것뿐이다.
그 계산 결과 받은 영수증엔, 상상도 못 했던 엄청난 값이 쓰여 있었지만.
“…그래.”
뚱 하고 소녀의 투덜거림이 전해져 온다.
그 표정은 달과 같은 무표정이고, 이쪽을 보는 얼굴에선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전혀 모르겠다. 하지만 약간, 축 처진 어깨와 올라간 눈썹에서, 질려버렸다 하는 것만은 알았다.
그렇게 생각 없는 멍멍이라도 보는 듯한 시선 안 보내도 되는데. 질림 뒤에 따라온 업신여김에 나오토는 가능한 만큼 불만을 담아 소녀를 바라봤다.
올려다 본 금색의 눈동자가, 살짝 좁혀든다. 깊이 생각하듯이… 미소짓듯이.
‘칫…, 역시 뭔 생각하는지 모르겠네. 이 녀석.’
놀림이라도 받는 듯 한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그 감각도 거기에 대한 불만도, 갑자기 찾아온 잠기운 같은 것에 밀려 흘러가듯이 어딘가로 가 버린다.
또 한 층 몸이 무거워졌다. 이대로 돌더미 안에 가라앉아 버릴 것 같을 정도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대강 알 수 있다. 이제 곧 『0』이 된다. 이제 곧 끝난다.
다시 어두워지기 시작한 나오토의 의식에 빛을 비추듯이 소녀의 목소리가 바로 옆에서 들렸다.
“살고 싶어?”
이상한 질문이라고 생각했다. 나오토는 웃었다. 표정은 하나도 안 변했지만.
“그…거야…,”
무거운 돌덩이에 눌려 올라가지 않는 가슴에서 나오토는 목소리를 짜냈다. 가늘고 힘없이, 정말 목소리가 되고 있는 건지조차 모른다. 하지만 나오토는 그대로 이었다.
살고 싶은가. 그런 물음이 던져지면 대답할 말은.
“당연히… 살고 싶지….”
흐릿하게 텅 비어가는 눈에 필사적으로 힘을 담아, 나오토는 금색의 눈동자를 찾았다.
소녀는 바로 곁에 있었다. 들여다보는 듯이 바라보는 눈동자를 나오토는 노려다보듯이 올려본다.
예쁜 눈이다. 빨려들 듯 한 금색의 수면에 나오토의 고통스런 얼굴이 비치고 있다.
그 눈을 좁히고 소녀는 미소를 띄웠다.
“그럼, 살려 줄게. 이 『라켈 알카드』의 하인이 되도록 해.”
어딘가 달콤하게 속삭이면서, 금발의 소녀는 망토의 옷자락을 흔들며 나오토 앞에 웅크렸다. 한 장의 천을 걸쳤을 뿐인 하얀 살결이 빛을 받아 더욱 하얗게 빛난다.
도자기 인형 같은 매끄러운 손이 구원을 행하는 천사처럼 나오토에게 뻗어왔다. 차가운 손끝이 뺨에 닿는다. 양손으로 확실히 끌어안듯이 하고서 소녀는 약간 힘을 주어 재촉하듯 나오토의 얼굴을 들어올렸다.
“그 대신…. 『아오(蒼)』를 손에 넣는 거야. 그리고 나를───”
미약한 목소리로 뭐라고 계속하곤, 소녀는 금색의 눈동자를 긴 속눈썹이 둘러진 눈꺼풀로 감췄다. 천천히 소녀의 얼굴이 가까워진다. 작게 열린 입술은 보기에도 부드럽고, 그 안쪽에는 새빨간 혀가 젖어 있었다.
숨을 들이쉰 소녀의 입이 크게 열린다. 눈앞을 지나는 한 순간이지만, 나오토는 날카롭게 빛나는 송곳니를 보았다. 하지만 나오토가 그 의미를 이해하기 전에 소녀의 입술이 닿았다.
나오토의… 목덜미에.
직후, 날카로운 아픔이 느껴졌다. 둔해진 감각이 이걸로 마지막이야 하고 말하듯 피부와 살에 뭔가가 박히는 감촉을 전해 왔다. 온몸이 굳고, 반사적으로 저항하려고 했다.
하지만 나오토의 몸은 움직이지 않는다. 애초에 움직일 수 없는 몸을 똑바로 억눌러두고, 소녀는 나오토의 목덜미에 입술을 누른 채 그곳에서 흘러나오는 뜨거운 뭔가를 강하게 빨았다.
꿀꺽, 하고. 뭔가를 마시는 듯 한 소리가 바로 가까이서 들렸다. 그 소리가 들릴 때마다 나오토의 의식은 급격히 멀어진다.
소리는 몇 번이나, 몇 번이나 울리고, 나오토에게서 뭔가를 빨아 올렸다.
그것은 마치 심장의 고동처럼도 들렸고… 마침내 나오토의 의식을 완전히 어둠 속으로 떨어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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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 참... 어김없이 오른팔을 날려 주시네요.
마지막 장면은 역시 본편의 그 장면을 재현한 거겠죠.
그런데... 저 벌레 생김새 묘사가...
으... 으음...?
약간 차이는 있지만 이 정도면 비슷하려나요.
이걸로 우선 1장 끝입니다.
여기까지는 후지미 드래곤북 홈페이지에서도 무료공개된 부분이죠. 다음 챕터부터가 정말 책을 산 분들만 알 내용입니다.
솔직히 말하면 상권 중간(2장~4장 초반)이 좀 심심하고 그 뒤부터가 재밌어지는지라 깨작깨작 번역하고 있자니 의욕이 날아감.
그래도 해야죠 뭐. 맘같아선 당장에 상권 처리하고 하권 번역하고 싶어요. 하권 초반이 진짜 미쳤음. 여러가지 의미로.
푸념 한가지 하자면... 기대하던 것보다 읽는 분들이 적은 것 같아요. 열심히 한 건데 반응이 심심해서 소소하게 상처받음...
게시판 인구가 적은 탓일까요.
그치만 뭐, 블블 자체가 엄청 유명한 시리즈도 아니고, 거기다 스핀오프이기까지 한 소설이니 그러려니 합니다.
해 놓은 게 아까워서라도 끝까지 달려야죠. 상권은.
그러고 보니 CP도 익스텐드가 나온더라죠.
요즘이라면 좀 큰 버전업이라도 넷 인프라가 잘 되어 있으니 패치 형식으로 나오겠지 했는데 익스텐드를 발매한다길래 좀 깼습니다.
엄마! 모리P가 나한테 거짓말을 했어! 익스텐드 안 나온다더니!
거기다 PS3 PS4 엑박원으로만 나온다고 해서 비타유저인 저는 상심했습니다만 결국 비타로도 동시발매한다니 다행입니다.
근데 DL판 온리. 정발 예정은 어떻게... 정발하면 또 일음삭제 영판기준인가...
어차피 DL판 전용이라 덤핑 걱정도 없는 거 일판도 발매해줬으면 합니다. 언어는 상관 없고 빨리빨리 발매만 해줬으면 좋겠어요.
CP비타판도 일판은 패키지 한글판은 DL로 산 호구입니다. 이러다 보니 스토리 영음 소란도 강건너 불구경. 오히려 성우연기가 다들 신선해서 재밌었...
게임 내 이야기로 좀 번져나가자면, 얼마전에 일본여행을 다녀오는 김에 오락실에 잠시 틀어박혀서 CP2를 해봤습죠, 네.
라그나 화력상승은 올라잇. 진 콤보루트 이리저리 잘린 건 아쉽지만 얜 콤보까지 센 게 너무한거였고, 노엘도 리볼버블래스트-J2C-rc-J4D 루트가 신선해서 재밌었습니다.
하쿠멘은 곡옥이 너무 안쓰럽게 차고, 카구라도 콤보 잇기가 힘들어졌더군요. 파프너 하향도 크고. 요즘 말 많은 뉴, 말 많을 만 합니다. 너무 세졌어요.
신캐인 세리카와 람다도 해봤습니다. 람다 나쁘진 않은데, 뉴가 너무 좋아서 평범한 람다가 완전히 묻혔어요. 아니, OD 레거시엣지가 1800쯤 뜨는 건 약하다고 해야하나...
근데 세리카가 정말 충격이었습니다. 성능이 아니라 비주얼이.
도트 정말 예쁘게 잘 찍혔음. 그나마 예쁘게 찍힌 이자요이나 신판 노엘이나 상관없이 죄다 버로우타요. 진짜 예쁨. 지나가는 스프라이트 하나하나가 다 예쁨.
라이치만은 못하지만 대놓고 보여주기도 하고. 그거 있잖아요 그거.
그리고 A계열 이외에도 세리카가 때리는 기술도 몇 개 있는것에도 놀랐습니다. 정확힌 미네르바가 세리카를 휘두른다는 느낌이었지만.
사실 신캐임에도 별 관심 없던 캐릭터였는데, 도트 나온 거 보니까 CPEX 나오면 꼭 파야지 하는 마음이 들더군요.
뭐, 오늘 할 얘기는 이정도입니다. 봐 주시는 분들은 재밌게 보시고 댓글이나 하나씩 달아주세요.
주제는 상관없습니다. 소설 내용이나, 다른 시리즈(예를들면 페이즈시프트) 이야기나 아님 게임 얘기라도. 덕질은 이런 맛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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