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강
생강이란 김치소의 일부분이 아니라
하나의 상징이다
일시적으론 맵지만 오래 씹을수록 단맛이 나는
생강을 향한, 생강을 생각하는 이의 열정이다
청춘에서 생강맛이 난다면 그것은 청춘이 인생을 잘 통
과하고 있다는 투박하고도 아름다운 증거
청춘이란 생강을 씹을 수 있는 용기
입안의 생강을 뱉어 내지 않고 끝까지 맛볼 수 있는 모
험심
때로는 스무 살 청년이 일흔 노인보다 당연히 더 젊어야
한다
생강을 먹고 오래도록 생각을 해야 사람은 늙지 않는다
평생 생강을 먹는 이는 생각이 늙지 않는다
앵과 앙(1)의 아름다운 시니피앙 사이를 걸어 본 자는
안다
생과 강 사이를 건너 본 자는 안다
아름다운 상념 속으로의 산책이 사람을 얼마나 건강하
게 만드는지
생각의 산책이 사라질 때
불안른 끊임없이 영혼을 잠식하고
영혼은 무게를 상실한 채 먼지가 되어 간다
일흔이든 스무 살이든 인간의 가슴 속에는
생강에 끌리는 마음
생강을 씹었을 때 느끼는 고통과 환희에 대한 감각
그것을 탐구하려는 열정이 있다
우리 모두는 가슴 속에 있는 우체국에 들려
한 박스의 생강을 신에게 택배로 보내야 한다
신으로부터 조만간 답신이 오리라
아름다운 영혼이여, 생강은 맛있다
그대의 생각은 여전히 참 맛있다
생강차가 끓고 있다
인적이 끊긴 산골의 다락방이 눈에 덮여 갈 때
참매는 두 눈을 부릅뜨고 겨울의 한복판을 날고 있다
고립은 고독이 아니라 생강차의 여유이며
생강의 청춘을 지나온 자가 마시는 한잔의 휴식이다
눈발은 여전히 날리는데 광활한 생각의 영토에서
여전히 생강차는 끓고 있다
밤새도록 누군가 눈에 뒤덮인 시를 생각하리
*
(1)천운영의『생강』작가의 말을 읽다가 ‘시’를 본다
앵에서 앙으로 이어지는 둥글고 어진 촉감이
시옷과 기억의 음가를 가지면서
사각사각한 소리와 상큼한 향기를 갖게 된다
나도 시가 쓰고 싶어졌다
이것이 생강의 시다
라흐 뒤 프루콩 드 네주
말하자면 눈송이의 예술
박정대, 민음의 시 2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