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주구성朔州龜城
삭주구성 하면 제일 먼저 소월의 “물로 사흘 배 사흘/
먼 삼천 리/더더구나 걸어 넘는 먼 삼천 리”로 시작되는
「삭주구성」이란 시구절과 그가 한때『동아일보』구성 지
국장을 했다는 것, 그리고 삭주가 고향인 리영희 선생이
국민학생 때 란도셀을 메고 그 앞을 지났었다는 이야기
가 떠오른다. 그리고 2005년 ‘민족작가대회’차 평양 갔
을 때 북의 문인들에게 백석의 행방을 물었더니 모두들
뜨악해하는데, 그중 한 분이 내게 다가와 귓속말로 전해
준, 삭주로 간 이후론 소식이 뜸하다는 것, 협동농장에 배
치된 그의 농사 솜씨가 형편없어서 염소치기를 하고 있
다는 이야기가 떠오른다. 그리고 염소치기라면 스페인내
전에서 총을 들고 싸우다 붙잡힌 후 아이들에게 먹일 게
빵과 옥수수밖에 없다는 아내의 편지를 받고 옥사한, 네
루다가 아꼈던 서른한 살 서글서글한 눈매의 미겔 에르
난데스라는 시인이 떠오르고, 또 하나, 백석의 단란했던
시절의 가족사진에서 본 둘째 아들의 모습이 젊은 백석
을 그대로 빼닮았었다는 것도 생각난다.
나비가 돌아왔다
이시영, 문학과지성 시인선 5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