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아주 환한 대낮의 밤
혹은 아주 어두운 밤의 대낮
태양이라는 이름의 별빛을 받아
땅은 따스하게 된다(1)
(1)빅토르 최의 노래「태양이라는 이름의 별」에서
주를 본문으로 사용하니 아름답다
시의 본문은 뭐고 주란 무엇인가?
일테면 아름다운 주는 시의 본문보다 더 시에 가깝다
아주 추운 겨울날 따뜻한 태양이 비치는 우랄산맥 동쪽
에서
나는 담배를 피우지
가끔 눈을 들어 태양을 바라보면
외눈의 태양도 나를 바라보며 웃지
이대로 눈이 멀어도 좋아
지금은 아주 환한 대낮의 밤
태야이라는 이름의 별 아래서
누군가는 말을 타고 담배 연기 날리며
우랄산맥을 넘지
우랄산맥 저 너머엔 무엇이 있나
그곳엔 내 동무가 살고 있지
화부 일을 하기 때문에
얼굴엔 언제나 시커먼 게 묻어 있지만
불꽃같은 심장을 가진 동무
함께 담배를 피우며 술 한잔 마시면
자신이 만든 노래를 불러 주는 동무
사실 내 동무는 우랄산맥 서쪽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
자신의 시를 노래로 부는 사람
노래 부를 때 가장 행복한 사람
빅토르 최, 빅토르 초이, 빅또르 쪼이
뭐라 부르든 뭐라고 불리든
그의 목소리는 아름답고 슬프다
그의 눈동자는 슬프고 아름답다
그의 노래를 듣는다
지금은 아주 환한 대낮의 밤
혹은 아주 어두운 밤의 대낮
내가 매일 밤낮으로
말을 타고 우랄산맥을 넘나드는 이유는
그곳에 내 가장 친한 동무가
여전히 불꽃처럼 살고 있기 때문
라흐 뒤 프루콩 드 네주
말하자면 눈송이의 예술
박정대, 민음의 시 2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