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가 우리 복희
복희가 다섯 살 때 일입니다
복희에게는 여섯 살이 없었습니다
복희가 엄마에게 물었습니다
엄마 사람들은 여섯 살에 뭐해요
복희 엄마는
복희의 유효기한을 알아서 고민하였습니다
여섯 살부터 사는 게 재미없다고 말할까
엄마에게도 여섯 살이 없었다고 말할까
복희 엄마는 말했습니다
우리 복희 밥 먹자
복희는 엄마가 간장과 참기름을 넣고 비벼준
망각국수를 먹고
하늘나라에서 만나요
(그것은 꿈나라이고)
기쁨 속에서 잠이 들었습니다
세희가 열다섯 살이 되어
세희 엄마는
떡국을 앞에 두고
달걀 고명을 집어먹으며
세희에게 고백하였습니다
세희야 엄마에게는 여섯 살이 없었어
세희는 묵묵히
영원한 것
질긴 것
미끌미끌한 것
영양가 있는 것을
꼭꼭 씹어먹고
꼭꼭 오늘 같은 날 그런 소릴 해야 해
말하였습니다
그래도 먹어봐
산 사람은 살아야지
해가 중천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세희는
용희가 죽을 날이 되어
용희네 집에 놀러왔습니다
용희 엄마는 마당에
커다란 고무통을 두고
물을 가득 담았습니다
용희와 세희가
한 통 속
물장구치며 시간을 잡아먹었습니다
용희 엄마가 세희 엄마에게 말했습니다
세희는 팔다리가 길다
용희 엄마는
참 희네
세희 엄마는 용희 엄마에게 물었습니다
용희가 올해 몇이죠
용희가 엄마를 보고
기쁜 미소를 지었습니다
잠에서 깬 복희가
잠든 엄마의 근미래를 무한히 바라보다가
검지에 침을 묻혀
엄마의 점을 지워주었습니다
운명이었습니다
복희는 기다렸습니다
다 먹을 때쯤 영원의 머리가 든 매운탕이 나온다
김현, 문학동네시인선 1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