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존이 똥칠하고서
삼각지에 앉아서
하늘의 새들을 보았어요
왜 이리 슬플까
관념적인 구도 속에서
새들의 최후는 추락일까요
날아오르지 못하는 걸까요
어깨동무한 흑인들이
한국 정부는 난민을 인정하라
티셔츠를 입고 중화요릿집으로 들어가고요
짜장과 짬뽕은 참 역사적이지요
형, 형이랑 집회 대오에서 빠져 단둘이 대한문 앞에 남겨
졌을 때
생각나요
형, 저는 물고기예요
나는 물고기 차별에 반대하지만 이해할 수는 없다
야 이 씹새1끼 계급주의자야
형과 탕수육 소짜를 나눠먹으며 대취했지요
졸업과 함께 형은
저와 자지 않았습니다
형은 지금도 회고하겠지요
조국과 민족의 무궁한 영광을 위하여
자식은 둘
사십오 평 아파트와 포르쉐
묶인 돈이 칠억 팔천
형이 동남아 가서 마사지받은 얘기는 들었습니다
슬퍼하지 마세요 하얀 첫눈이 온다구요
입술을 뻐끔거리며 기다렸어요
형이 나타나길요
형이 저라면 형은 형의 배를 땄을까요
가령, 실존적으로 말해
형이 자주 했던 말입니다
형, 형이 싼 똥으로 온몸에 똥칠하며 뒹굴던 시절도 있
었죠
저는 형의 냄새가 좋았습니다
그러니까 그렇게 핥았겠죠
어제 형의 부고를 받고
부모에게 전하였습니다
무덤에서는 평강하온지
형은 저를 기사에서 보았다고 했지만
그 기사는 저도 보지 못해
아직도 그렇게 사느냐는 말에,
이해할 수 없지요?
형은 그 나이를 먹어도 아직 똥칠이 그립던가요
원한다면 해드릴 수 있지만
저도 낼모레면 마흔넷입니다
왜 이리 기쁠까
고개를 내리니 형도 저도 참 젊네요
오향장육에 배갈 한 병
잘 지냈냐
잘 지내셨지요
대단하다
대단하세요
시간이 참 빠르다
시간이 참 빠르네요
가자
가요
이승의 호프에서 미끄러지는 형을
끌고 나오는데
대리, 가자, 대리, 가자
형이 돈을 쥐여줬지요
무슨 뜻이었을까요 자본주의는
여명은 효과가 있던가요
새 빤스는 침대맡에 두었습니다
이제 내가 싼 똥은 내가 치우는 것으로
같이 늙어가는 처지에
윗물 아랫물이 어디 있습니까
저는 형이 차별받지 않길 바라지만
이해하지는 않습니다
형, 돌아가는 삼각지에 앉아서
하늘의 새를 보세요
가령, 실존적으로 말해
다 먹을 때쯤 영원의 머리가 든 매운탕이 나온다
김현, 문학동네시인선 1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