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모노 프렌즈 9화 시작 장면입니다.
거센 눈보라 속에서 약간 쓸쓸하고 고요한 배경음이 흘러나오더니
서벌: 미안해... 내가 너무 성급했나봐...
서벌: 진짜 바닷물에... 들어가보고 싶었는데...
가방: 서벌!! 괜찮아, 서벌!!?
그 동안의 느긋했던 케모노 프렌즈의 분위기와 전혀 다르게 꼭
생의 마지막 이별이라도 맞이하는 듯한 가방과 서벌입니다.
서벌: 우리 둘의 여행은... 여기까지야...
이 말을 남기고 서벌은 힘없이 눈을 감습니다.
가방: 서벌!!!
가방: 대체 왜... 왜 이렇게 된 거야!!?
휘몰아치는 눈보라 속에서 가방의 망연한 외침만이 울려퍼지며 오프닝으로 넘어갑니다.
처음 이 부분 봤을 때 결말도 알고 있고 그 이전까지의 분위기도 알고 있던 탓에 이게 진지한
의미의 위기일 거라고는 전혀 생각도 안 했고, 그냥 좀 난관을 만났구나 하는 정도였습니다.
오프닝이 종료되고 설산에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보스의
안내로 서벌과 가방은 산 정상의 온천을 구경하러 올라갑니다.
가방이 날씨를 걱정하자 서벌은 잠깐 구경하러 가는 거니까 괜찮다며 별 생각이 없었지만
산 정상의 날씨는 예측불허라는 걸 몰랐기 때문에 눈보라가 심해지자 바로 덜덜 떱니다.
둘 다 추운 기후에 익숙치 않기 때문에 발이 묶이다시피 했고
이번 9화에선 웬일로 유능하다 싶던 보스도 결국 꽁꽁 얼어붙어 작동불능
상태가 되는 것으로 또다시 평소의 무능 기록에 한 줄 추가하고 맙니다.
더운 사바나 출신이라 그런지 가방 이상으로 힘들어하는 서벌.
이걸 보고 여기서 시작부의 그 전개가 되는 거구나 싶었는데
평소 늘 그랬듯 가방이 묘안을 떠올리고
둘이 힘을 합쳐 이글루를 만들어냅니다. 사실 현실적으로 우리가 전형적으로 아는 저런
형태의 이글루는 입구가 너무 커서 바깥 냉기를 막는 데는 별 효과가 없다고는 하지만...
저것도 일단 바람 부는 곳을 향해 입구가 나진 않았으니 바람막이 정도는 된다고 치죠 뭐.
아무튼 안에 들어가 바람만 피해도 살 것 같다는 서벌과 가방입니다. 이후
은여우랑 북방여우도 만나고, 잠시 기다리다 눈보라가 그치자 다시 이동합니다.
이거 보고 역시나 별로 위험하지도 않았구나 싶었죠.
어쨌든 드디어 산 정상의 온천 시설에 도착한 가방 일행.
바로 옆의 물에 손을 담가보고 되게 따뜻하다며 신기해하는 서벌입니다.
옆에서 은여우가 이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해주고
이 물 속에 들어가면 무지 기분좋은 거 아닐까 생각한 서벌은
주저없이 바로 풍덩 몸을 던지는데
북방여우가 말하길 거긴 그냥 얼음물이랍니다.
서벌: 으아아아악!!! 앗 차가워!!!
당연히 비명을 지르며 허우적거리는 서벌.
그리고 시작부의 그 대화가 또 흘러나옵니다.
서벌: 미안해... 내가 너무 성급했나봐...
가방: 대체 왜... 왜 이렇게 된 거야!!?
서벌: 가방이... 내 몫까지... 바다를... 즐겨줘...
이런 상황에서 두 번째로 들으니까 이젠 위기감은 고사하고 둘 다 진지함조차 전혀 느껴지지 않습니다.
더빙판은 그래도 자뭇 처음 시작부처럼 심각조를 띄는데, 일판은 여기서 아예 대놓고 실실거리더군요.
...너희들 처음부터 진지함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없었지?
그냥 처음부터 놀이처럼 반 즐기면서 친 드립인 거 맞지?
이걸 보고 북방여우도 어이없었는지 대놓고 이렇게 중얼거립니다.
"이상한 애들이네."
어쨌든 이마저도 은여우 말대로 근처 온천에서 적당히 족욕을 하니 회복됐습니다.
하여간 9화의 저 대화는 실제 상황과 대화의 내용 사이의 위화감 때문에 애초부터 진지한 의미의
위기감을 못 느꼈던 시작부 이상으로 맥빠지고 어이없으면서 웃기더군요. 보면서 가방과 서벌 모두
같이 여행하면서 은근슬쩍 개그 센스가 늘었구나 싶었습니다. 아무튼 이 부분은 여기서 둘이 대놓고
실실거리는 목소리였던 일판보다는 목소리가 자뭇 시작부처럼 심각조였던 더빙판이 더 웃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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