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란카구라 시노비 마스터, 신사를 위한 수집형 RPG
한 PD의 집념에 가까운 가슴 사랑이 어느덧 십여 편의 미디어믹스 시리즈로 발전한 폭유 하이퍼 배틀 ‘섬란카구라’. 저마다 풍만한 자태를 과시하는 미소녀 닌자들의 좌충우돌 모험담은 2014년 ‘데카모리 섬란카구라’를 시작으로 꾸준히 한국어화돼 국내에도 상당한 인지도를 자랑한다.
하지만 그간 모바일이 게임 시장의 주류로 자리매김한 국내에서 ‘섬란카구라’를 휴대하며 즐기고픈 욕망은 제대로 충족될 수 없었다. 단순히 남 앞에서 플레이하기 부끄러워서가 아니라, 그러려 해도 할만한 모바일 게임이 없었기 때문. 그나마 국내 개발사가 참여한 ‘섬란카구라 폭유질주’가 있으나 방치형이라는 장르의 한계로 원작 게임성을 제대로 느끼기 어려웠다.
그런 의미에서 올 봄 국내 상륙하는 ‘섬란카구라 시노비 마스터’는 뭇 남성 게이머에게 가움의 단비와 같다. 원작사인 마벨러스 산하 허니파라다이스게임즈가 직접 개발한 3D 수집형 RPG로, 아무래도 정식 서비스는 어려울 거란 우려와 달리 라인콩코리아가 전면 한국어화하여 들여오게 됐다. 과연 이번에야말로 ‘섬란카구라’ 팬덤, 나아가 가슴을 사랑하는 모든 이들에게 풍만한 재미를 주는 게임이 맞을지, 21일부터 24일까지 진행된 CBT를 통해 살펴봤다.
모바일로 만나는 '섬란카구라' 드디어 한국 상륙!
충실한 캐릭터 구성, 매력적인 그래픽
이야기는 이렇다. 작중 최고의 시노비에게 주어지는 칭호가 카구라라면, 최고의 닌자 팀에게 주어지는 칭호가 바로 ‘시노비 마스터’. 그 영예로운 자리를 놓고 벌이는 대항전에 국립한조학원과 사숙월섬여학관의 선닌 일행, 비립헤비죠시학원의 악닌들, 그리고 탈주 닌자 호무라 홍련대가 참가하며 한바탕 소동이 벌어진다. 여기서 플레이어는 다짜고짜 지도 선생을 담당하게 되는데, 그다지 하는 일이 없음에도 미소녀들로부터 무한 신뢰와 애정을 받는 행복한 입장이다.
한조, 홍련, 헤비조, 월섬 네 개 학원의 미소녀 닌자를 총망라
아아, 그래. 나는 루리웹. 누리웹을 치려다 오타가 났지
본작의 부제이자 중요 설정인 ‘시노비 마스터’가 최고의 닌자 팀을 가리키는 만큼, 게임은 기본적으로 5인 1조로 진행된다. 캐릭터 뽑기, 그러니까 가챠(ガチャ)를 통해 가능한 높은 등급의 닌자를 확보하고 이를 강화 혹은 각성하며 ‘시노비 마스터’를 향해 정진하는 것이 표면적인 목표. 물론 기자와 같은 신사라면 단순한 강팀 구성을 넘어 이벤트 던전과 가챠에서 나오는 각종 부끄러운 의상을 해금하는데 보다 열과 성을 다해야 할 것이다. 같은 캐릭터라도 의상에 따라 여러 등급으로 나뉘는 방식이라 가챠에 실패한다고 ‘불량 닌자 A’, ‘지나가던 닌자 B’ 같은 조무래기를 뽑진 않으니 안심하시라.
가챠에는 인혼이라는 재화가 쓰이며 10연차 시 50개가 필요하다. 가격은 일본 서비스 기준으로 50개에 3,000엔(한화 약 3만 원) 가량. CBT의 경우 기본적으로 인혼 500개가 제공되고 확률도 상향 조정돼 10연차 시 SSR이 2~4개씩 나와 쾌적한 진행이 가능했다. 그러나 이후 도전과제 달성이나 출석 보상으로 주는 인혼은 1, 2개 정도여서 다소 빡빡하다는 느낌이었다. 일단 국내 서비스의 과금 강도는 섣불리 판단하지 말고 정식 출시를 기다려보도록 하자.
CBT는 가챠가 굉장히 후한 편이었다. 물론 정식 서비스에서도 이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
모두가 만장일치로 호평 중인 캐릭터별 고품질 일러스트
스토리 상으로는 각 학원 출신 닌자끼리 동행하는 것으로 되어있지만 실제 플레이는 얼마든지 원하는 조합으로 팀을 꾸릴 수 있다. 가령 국립한조학원의 아스카와 비립헤비죠시학원의 미야비, 사숙월섬여학관의 유미, 홍련대의 호무라를 함께 넣고 돌려도 아무 문제는 없다. 다만 서로 인연이 있는 캐릭터의 경우 인법(타 게임의 스킬)을 사용할 때 링크가 가능하고, 최종적으로 뉴 링크 찬스(NLC)를 발동시켜 추가 보상을 얻을 수 있으므로 팀 구성에 참고하자.
원작에서 인연이 있는 캐릭터로 팀을 구성하면…
이렇게 인법 링크가 발동하며 추가적인 효과와 보상을 얻을 수 있다
캐릭터 게임으로서 매우 중요한 그래픽 역시 콘솔 발매된 ‘버서스’ 시리즈에 기반하여 준수한 완성도를 보여준다. 일러스트로 대충 때우던 옛 모바일 게임과 달리 다양한 표정과 몸짓을 지닌 3D 조형으로 콘텐츠 전반에 생동감을 불어넣었다. 따지고 보면 여러 부끄러운 의상을 입혀볼 수 있는 것도 3D 덕분이고, 특히 캐릭터와 친밀함을 재확인하는 ‘시노비커뮤’ 시스템의 경우 이러한 변화의 정수라 할만하다. 원하는 캐릭터의 3D 조형을 세워놓고 몸 여기저기를 조물조물 만지다 보면 굉장한 만족감과 자괴감을 동시에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모바일임을 고려할 때 '버서스' 시리즈에 기반한 3D 조형은 훌륭한 수준이다
캐릭터들의 표정과 움직임 덕분에 스토리 전개도 훨씬 생동감이 느껴진다
시노비커뮤는 최고다. 루리웹 선생님이랑… 재미있는 놀이할래?
‘섬란카구라’ 팬서비스로는 만족, RPG로는 글쎄
‘시노마스’는 여러모로 ‘섬란카구라’ 팬덤을 위한 서비스가 가득하다. 역대 인기 캐릭터를 총망라했을뿐더러 각각의 일러스트는 엄청난 양과 질을 자랑하고, 설령 가챠가 완전히 망하더라도 낮은 등급이나마 원하는 캐릭터를 어느정도 얻을 수 있도록 배려하기도 했다. 메인 스토리는 그저 싸움 붙일 구실에 가깝지만 대사 자체는 팬이라면 웃을 수 있는 요소가 많다. 가령 아규와 미라이의 라이벌 관계나 이카루가와 하루카의 히어로 쇼 등이 언급되는 식이다. 인연 있는 캐릭터로 파티를 구성하면 특별한 링크 대사도 흘러나온다. 무엇보다 스마트폰 터치 기능이 얼마나 훌륭한 문명의 산물인지 새삼 깨닫게 해주는 시노비커뮤만으로 이 게임은 존재 가치가 있다.
메인 스토리는 지극히 무난한 싸움 붙이기용 구실에 가깝지만,
원작의 캐릭터성을 안다면 재미있을 요소가 여기저기 산재해있다
다만 바꿔 말하면 지난 8년간 ‘섬란카구라’ 시리즈를 즐겨오지 않은 플레이어에게 ‘시노마스’는 다분히 불친절한 게임이 되어버린다. 도입부에서 각 학원마다 자기 소개를 하긴 하지만 지극히 기초적인 수준에 불과하다. 앞서 언급한 캐릭터간 관계도 대화를 뜯어보며 알아서 대충 이해해야 한다. 원작 팬에게는 깨알 재미를 주는 후일담이지만 입문자라면 나만 빼고 주위가 전부 친한 전학생의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물론 IP 기반 게임이라면 크든 작든 피할 수 없는 문제이고 ‘섬란카구라’가 상당히 매니악한 시리즈인만큼 이러한 방향성이 틀렸다고는 볼 수 없다. 그저 거유 미소녀를 보고자 게임을 내려 받을 요량이라면 이런 고충은 알고 하자.
‘섬란카구라’라는 IP를 제쳐두고 수집형 RPG로만 봤을 때도 아쉬운 점이 적잖다. 우선 주요 콘텐츠가 메인 및 이벤트 스토리, 비동기화 PvP 투기장, 레이드의 일종인 요마 배틀까지로 딱 수집형 RPG의 기본만 갖춰 놓았다. 그 대신 시노비커뮤와 같은 캐릭터 게임 콘텐츠에 투자한 점은 참작해야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즐길 거리가 부족하다. 거기다 썩 잘 빠진 3D 조형에도 불구하고 전투 연출은 빈말로라도 좋다고 하기 어려워 관전이 지루하다. 주연급 미소녀에 집중한 나머지 스토리상 등장하는 조무래기 적들이 지나치게 빈약한 것도 RPG로서는 흠이다. 보통 세 차례 웨이브로 진행되는 전투에서 1, 2 웨이브는 조무래기만 나오는데 성의도 없고 가짓수도 적다.
적 조무래기은 정말 병풍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대사를 칠 때 일러스트도 없다
괜찮은 3D 조형을 가지고 전투 연출을 이렇게밖에 못 뽑아내나 싶다
종합하자면 ‘시노마스’는 분명 이제껏 나온 ‘섬란카구라’ 모바일 게임 가운데 최고봉이지만, 요즘 시장에서 경쟁하는 여러 수준급 RPG에 비하면 완성도가 다소 처지는 편이다. ‘섬란카구라’에 애정이 없다면 시노비커뮤에서나마 의의를 찾아야 할 것이며 아예 거유 미소녀를 좋아하지 않는다면 추천하기 힘든 작품이다. 물론 루리웹 독자 가운데 거유 미소녀를 싫어하는 사람은 없으리라 믿는다. 라인콩코리아는 오는 2월 중 ‘섬란카구라 시노비 마스터’를 론칭할 예정이며, 사전예약자에게는 인혼 5개와 스시 5개가 특전으로 주어진다. 지원 기기는 안드로이드로 한정된다.
나름 애니메이션 OP도 있다. '섬란카구라' 팬이라면 놓치지 마시라
김영훈 기자 grazzy@ruliweb.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