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C] 턴제에 실시간 요소 더하기, '클레르 옵스퀴르'의 전투 디자인은 이렇게 이루어졌다
자칫하면 어딘가 치중될 수 있는 클레르 옵스퀴르의 전투 디자인은 게임 내부를 채우는 월드와 시나리오 그리고 캐릭터들을 더 빛나게 만드는 요소였으며, 개발팀의 많은 공이 들어갔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지점이기도 하다. 이렇게 놀라운 결과물을 만들어낸 샌드폴 인터렉티브는 이번 데브컴 2025를 통해서 클레르 옵스퀴르의 전투 시스템이 어떻게 제작되었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전하고자 했다.
샌드폴 인터렉티브의 미셸 노라 (Michel Nohra) 리드 게임 디자이너는 ‘클레르 옵스퀴르 : 33 원정대 (이하 클레르 옵스퀴르)’의 전투 디자인에 대한 설명을 청중에게 전달했다. 해당 강연은 포스트모템의 성격보다는 실시간과 턴제를 혼합한 전투 디자인을 만들면서 실무적인 측면에서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그리고 어떤 도구를 사용했는지를 중점적으로 다루고자 했다.
먼저, 강연자는 클레르 옵스퀴르의 전투가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를 전달했다. 클레르 옵스퀴르는 턴제 전투에 실시간 요소를 결합하는 결정을 내렸으며, 이 과정에서 많은 JRPG 타이틀에서 영감을 받았다. 이미 인터뷰 등에서 설명했던 것처럼, 로스트 오디세이 / 세키로 / 데빌 메이 크라이 5 / 페르소나 5 / 파이널 판타지 X와 패스 오브 엑자일 등 다양한 타이틀에서 출발했다.
이후 강연자는 4년 전의 시점으로 돌아가 전투 시스템 제작 과정을 본격적으로 설명했다. 해당 시점에서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떠올릴 수 있는 JRPG 장르의 전투 시스템과 비슷했다. 마나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었고 소모품 또한 다수가 존재했다.
회피의 경우 방어 시스템의 일환으로 들어가 있었으며, 적절한 시점에 버튼을 눌러서 공격을 피하는 형태로 작동했다. 당시 기준으로는 타이밍의 개념 없이 버튼을 홀드해서 받는 피해를 줄이는 방어 시스템도 존재했다. 해당 시스템은 이후 폐기되었으며, 패링 메커닉으로 전환되어 게임 내에 적용됐다.
그리고 몇 달 뒤에는 전투 시스템은 최종적인 형태에 조금 더 근접한 형태로 개선이 이루어졌다. 마나 시스템은 AP 기반으로 변경되었고 턴이 지날 때마다 하나씩 재충전이 이루어지도록 했다. 여기에 패링과 카운터가 추가되고 방어 입력이 삭제되었고 카메라 움직임을 위해 페르소나 시리즈가 보여줬던 연출들을 참고하는 과정을 거쳤다.
방어 시스템을 삭제한 이유는 명확했다. 방어 버튼을 누르고만 있는 것이 지루함을 야기했기 때문이다. 버튼을 누르는 동안에 방어가 작동하는 것은 개발팀에게 있어서는 차라리 없는 것이 낫다는 판단을 하도록 했으며, 그럴 바에야 적들이 가하는 피해를 줄이는 것이 더 효용성이 있게 다가왔다.
이후 샌드폴은 플레이 테스트를 진행하여 전투 시스템 전반을 점검했다. 이는 시스템이 꽤 독특한 위치에 자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 완성된 결과물을 사람들이 좋아할 것인지를 확인하기 위한 테스트였다. 이를 통해서 개발팀은 실시간 요소가 가져오는 장점들과 함께 플레이어들이 게임의 기본적인 메커닉을 인지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깨닫게 됐다.
실시간 요소가 도드라진 상태였기 때문에 플레이어들은 복잡한 전술을 펼치기 어려웠다. 그리고 플레이어들이 시스템을 완벽하게 인지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할 수 있었다. 따라서 개발팀은 내부 개발팀의 숫자(30명)임을 고려해 게임이 짧은 플레이 타임을 갖추도록 만들었고 시스템 전반을 단순하게 만들기 위한 과정을 거치기도 했다.
그 결과, 클레르 옵스퀴르는 턴제 전투임에도 실시간 요소를 중심으로 놓는다는 결정을 내리게 됐다. 이를 통해서 전투에서 발생하는 관리 요소를 줄이고 캐릭터의 행동에 초점을 맞추고자 했다. 즉, 시작하자 마자 스킬 선택과 같은 요소에 집중하는 결정이었다. 이러한 방향성 아래에서 많은 것들이 간소화 됐다.
처음에 개발진은 캐릭터 당 40개의 스킬을 넣고자 했으나, 20~25개로 줄이는 과정을 거쳤고 다시금 리파인을 하면서 최종적으로는 전투 중 6개의 스킬을 사용하는 형태로 확정했다. 또한 오브젝트의 수를 최소한으로 줄이기도 했다. 이는 플레이어에게 제공하는 수백 개의 선택지를 전부 표시하는 것이 다소 어렵다는 면도 있었으며, 동시에 제약 조건이 좋은 결정으로 이어지기도 했기 때문이다.
궁극적으로 개발진은 플레이어에게 AP 기반으로 명령을 내리도록 하면서 부활 / 치료 와 같은 간소한 옵션만을 남겼다. 더불어 리파인 과정에서 적의 등장 수도 4명에서 3명으로 줄이게 됐다. 이를 통해 카메라 작업에서도 적들을 항상 보여줄 수 있는 이점을 갖게 됐다. 그리고 공격을 성공시키는 명중률이나 마스터리, 마법 공격력과 같은 부가적인 요소들도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했다.
전투 시스템의 골자를 만드는 과정에서 강연자는 패링 시스템과 관련한 이야기를 심도 있게 설명했다. 강연자가 개발팀에 합류하면서 가장 우려가 있었던 부분이기도 하다. 이는 세밀함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이를 밸런스 있게 조절하기 위해서는 패링 타이밍을 조정하는 것 이외에는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방법밖에 없다.
따라서 개발팀은 패링 시스템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요소의 밸런스를 조정하기 시작했다. 기본적으로는 더 많이 때릴수록 더 위협적이라는 공식을 적용한 것이다. 강력한 공격일 경우 더 많은 횟수를 타격하게 되는데, 개별 공격의 피해는 높지 않더라도 모두 합산되었을 때 강력한 피해를 입히는 것이다. 이를 이용하면 한 번의 패링으로도 피해를 줄이는 것이 가능해진다.
하지만 한 번의 강력한 공격이라면 패링을 하는 것이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렇기에 개발팀은 공격의 애니메이션을 조정하거나 카메라 각도를 조정하는 것을 통해서 플레이어에게 적의 공격을 인지시키고자 했다. 이런 변화가 어려울 경우에는 피해 수치를 조정해서 패링하기 어려운 공격을 덜 위협적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개발 중간 즈음에 패링 시스템을 놓쳐서 피해를 받는 것에 대한 좌절감을 줄이기 위해 새로운 시스템을 추가하기도 했다. 여기서 나온 것인 점프와 그래디언트 카운터와 같은 시스템이다. 그래디언트 카운터의 경우 앞서 적들이 수행한 콤보를 패링하지 못하더라도 마지막 공격에 기회가 부여된다. 해당 시스템은 일반적인 패링보다 사용하기 쉽도록 설정되어 있어 플레이어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했다.
개발 후반부에서는 플레이어 캐릭터의 방어 관련 스킬과 루미나와 같은 방어 관련 옵션들을 추가하고자 했다. 이를 이용하면 플레이어는 패링과 회피를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을 극복할 수 있게 된다. 빌드 구축을 통해서 패링에 의존하지 않고도 방어적인 면모를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를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여기에 도전을 원하지 않은 플레이어들을 위해서 쉬움 난이도를 추가하거나 더 어려운 플레이를 추구하는 사람들을 위한 어려움 난이도를 추가해 폭을 넓혔다.
이러한 전투 시스템 변화는 애니메이션의 간소화로도 이어지기도 했다. 이는 피드백을 받아서 진행한 결과물이다. 공격이 너무 길 경우 플레이어가 따라가기 벅차고 짜증이 난다는 의견을 수용한 것이다. 따라서 여섯 번의 공격을 하는 모션을 두 번의 공격을 하는 형태로 간소화했다. 이전과 이후 모두 피해량을 같지만 플레이어들의 반응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였다.
하지만 여섯 번 패링을 실패한 것보다 두 번의 패링 실패를 더 민감하게 받아들였고 조정을 거쳤다. 일반 적들이 가하는 피해를 줄이는 한편, 더 어려운 적들의 애니메이션은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다. 그래서 간소화된 애니메이션은 일반 적들에게. 간소화 이전의 애니메이션은 퀘스트 몬스터나 보스 전투에 적용됐다.
전투에서 어려움을 극복한 사람들에게는 적절한 보상을 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성공적으로 전투를 마치면 거기에 따라서 보상을 차등적으로 지급하도록 했다. 또한 패링과 카운터를 하기 위해 일종의 시퀀스를 느낄 수 있도록 애니메이션을 구성했다. 이러한 것들은 애니메이션 초반부의 작은 슬로우 모션으로 표시되며 이후 모션이 가속하는 형태가 대표적이다.
실제로 움직임이 발생할 때에는 느리게 만들어 인지를 시키고 이후 모션을 빠르게 표시해서 반응을 유도하는 방법이다. 이외에도 리바운드 효과와 같이 카메라가 약간 뒤로 멀어졌다가 줌 인을 해서 공격을 강조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이와 같은 연출들은 디자이너들의 수작업을 통해서 조율이 이루어졌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루네의 애니메이션이다. 루네가 점프하기 직전에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이동하는 움직임을 보여주며, 여기에 맞춰서 줌 아웃이 들어간다. 이는 순간적으로 드라마틱한 느낌을 줄 수 있고 캐릭터의 움직임을 강조하게 된다.
강연자는 이러한 작업들을 되돌아보면서 패링은 분명히 어렵지만 확실히 이점이 있는 메커닉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잘 수행할 수 있다면 피해를 입지 않고서도 적을 공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카운터 또한 마찬가지로 어렵다. 모든 공격을 패링해야만 발동할 수 있기에 플레이어에게 일종의 도전이 된다.
어려운 메커닉은 보상과도 연결된다. 전투 종료 시에는 패링과 카운터를 기준으로 직접적인 보상의 증가가 이루어지며, 이를 통해서 플레이어에게 달성감을 부여한다. 개발팀은 이를 보여주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실제로 유의미한 메커닉으로 보상 체계를 완성하고자 했다.
클레르 옵스퀴르의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고유한 메커닉들은 ‘배우기는 쉽고 마스터하기는 어렵다’는 가치를 기반으로 한다. 여기서 배우기 쉽다는 것은 게임을 즐기기 위해서 어떠한 이해도를 요구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마스터하기 어렵다는 것은 궁극적으로는 생각을 해서 플레이를 하는 것을 말하고 좋은 결과로 도달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 캐릭터들은 단순하면서도 각기 다른 메커닉을 사용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일부 캐릭터의 고유 메커닉은 이해하기는 어려울 수 있지만, 배우기는 쉽다. 이는 한편으로는 캐릭터의 스킬 사용을 효율적으로 하도록 만드는 이점을 가져온다. 최적의 선택을 하기 위해서는 많이 고민하지 않아도 되지만, 제대로 사용하면 큰 효과를 가져오는 것이 대표적이다.
루네의 ‘얼룩’과 같은 메커닉이 에가 될 수 있다. 스킬을 사용하면서 속성에 따라 다른 색의 얼룩이 생성되는 루네의 메커닉은 모든 스킬이 얼룩을 소모해 추가 효과를 얻도록 설계되어 있다. 이러한 구조는 자연스레 다른 스킬들을 사용하도록 유도한다. 해당 시점에 최적의 기술들이 강조되기 때문이다. 여기서 강연자가 특히 중요하게 다룬 것은 추가 조건을 만들지 않는 것이었다.
기본적으로 중요한 효과 (적 감속과 같은)가 기본적으로 스킬에 포함되어 있고 얼룩을 사용해서 추가적인 효과를 부여하는 것이 예가 된다. 이런 구조는 대부분의 스킬에 적용되어 있으며, 적절한 시점에 올바른 순서대로 기술을 사용하는 흐름으로 연결된다.
이외에도 장비와 능력치도 비슷한 방향성을 따른다. 능력치는 단순하게 표시되어 있으며, 당연히 숫자가 높을수록 더 좋은 성능을 가진다. 각 무기의 능력치는 구체적인 효과를 가지고 있고 캐릭터의 능력치는 무기의 패시브에 따라서 효율성이 달라지기도 한다. 이러한 것들이 게임 플레이의 다양성을 가능하게 만드는 요소로 작동하는 것이다
이후 강연자는 구체적인 개발 과정과 방법론에 대해서 설명을 남겼다. 클레르 옵스퀴르의 경우 패시브 효과나 스킬 등의 통합은 디자이너들이 담당을 했으며, 결과적으로는 일종의 모듈화에 가까운 구축 방법을 택했다. 이를 이용하면 트리거 조건으로 작동하는 효과들을 나중에 게임 내에 표시하도록 설계하여 실제 게임 플레이를 구축하게 된다.
개발 측면에서 보자면 블루프린트 내부의 상자를 변경하더라도 패시브가 작동하는 형태가 된다. 이는 패시브가 작동하는 개발 측면에서의 구조이며, 내부에서 이해하고 수정 및 변경이 쉬운 형태로 개발 흐름이 구축되는 이점을 가져왔다. 이와 관련된 구체적인 내용은 다른 강연을 통해서 설명할 계획이다.
개발 외적인 부분에서 강연자는 생산성을 늘리기 위해서 개발팀이 사용한 도구들을 언급하고자 했다. 이는 디자이너의 창의성과 생산성을 실현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관련해서 강연자는 가시성 확보를 우선적으로 언급했다. 더 쉽게 만들 수 있다면 개선하기도 쉽고 이는 곧 디자이너들이 만드는 결과물의 창의성으로 이어지게 된다.
애니메이션의 경우 디자이너들이 직접 제작하고 다듬는 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개발팀은 이를 도구를 이용해서 조정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이를 통해서 애니메이터가 만든 작업물을 의도에 맞게 직접 수정하고 반복적으로 변경하면서 맞는 결과물로 만들어낼 수 있었다. 이러한 과정은 실제로 히트가 언제 발생하는지를 조정거나 하는 데에 사용되었으며, 플레이어가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디자이너가 조정할 수 있게 도구가 마련이 되어 있어 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다음으로 강연자는 ‘엑셀’의 활용을 강조했다. 강연자는 여기서 자신이 엑셀을 가장 좋아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엑셀은 게임 내의 수치를 조정하고 연결하는 데에 사용한다. 이는 스킬의 공격력이나 아이템의 수치 / 장비의 수치 등을 모두 연관짓고 어떤 결과가 나올 것인지를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하는 도구로 사용된다.
실제 개발 과정에서는 공식과 조건을 설정하고 엑셀의 함수를 통해서 미리 수치의 시뮬레이션을 돌려보는 형태로 활용했다. 엔진에서 포팅을 거쳐 엑셀로 변환을 한 다음, 이를 연결해 수정하고 다시 빌드에 포팅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강연자는 이런 식으로 게임 내의 모든 요소를 엑셀에 정리했고 이를 이용해서 캐릭터의 스킬과 장비를 입력한 다음 장비가 주는 대미지 수치를 계산한 본인의 사례를 예로 들었다. 이런 작업 방법론은 플레이어 캐릭터 뿐만 아니라 적들에게도 적용된다. 적들의 기본 능력치 뿐만 아니라 보스 또한 공격력이나 체력에 가중치를 주는 방법으로 손쉽게 관리 및 수정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과정은 게임을 실제로 구동하지 않고도 세부 조정을 직접 할 수 있도록 만든다. 물론, 모든 조정 과정에서는 실제로 테스트를 해보는 것이 중요하지만, 본격적인 작업 이전에 효율성을 끌어올리는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이렇게 본인의 전투 및 디자인 방법론을 설명한 강연자는 최근 개발 환경의 가져온 이점들을 강조했다. 이전과 달리 디자이너가 애니메이션과 같은 요소들을 직접 조정할 수 있는 도구나 환경이 마련되었으며, 이는 실제로 좋은 결과물로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애니메이터에게 원하는 동작을 설명하는 것보다 개발 결과물 측면에서 이점을 가져올 수 있으며, 수정을 반복하면서 더 좋은 게임이 나올 수 있는 여지를 남기기도 한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서 클레르 옵스퀴르의 전투는 보다 세밀한 조정과 피드백 반영이 가능해졌다. 턴제에 실시간을 더하면서 이루어앤 결과물은 결과적으로 플레이어들에게 긍정적인 느낌을 줄 수 있게 되었고 모듈화를 통한 개발은 빌드 구축 면에서 캐릭터를 육성하는 과정에 이점을 더했다. 강연자는 이러한 모든 것들이 반복 개선과 피드백 관리를 통해서 이루어졌다고 강조하며 강연을 마쳤다.
정필권 기자 mustang@ruliweb.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