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행이 경찰들의 시야에 들지 못한 부시맨 일당은 헬리콥터를 타고 이들이 머물던 아프리카 수단을 벗어나는데 성공했다.
“마크. 경고하는데 다시 한 번 그런 일이 벌어지면 가만 안 둬.”
부시맨은 자신의 칼을 여러 번 만지작거리며 마크를 쏘아보았다. 부시맨과 그를 따를 부하들을 손쉽게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 마크는 자존심이 구겨졌지만 어쩔 수 없이 부시맨을 따르는 척 가만히 의자에 앉아 있을 수밖에 없었다.
“정확히 해질녘에 우리가 찾던 콘.. 콘슈의 무덤에 도착할 예정이야.”
장폴은 자신의 동료 마크가 부시맨과 그의 부하들에게 눈초리를 당하자 재빨리 분위기를 전환하려고 애썼다.
“일처리 하나는 깔끔한 걸로 유명하던데 영 아닌 듯싶은데?”
부시맨은 장폴과 마크를 믿지 못하겠다는 듯 의심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부하들에게 둘의 체면을 더욱 구기게 만들었다. 마크는 처음엔 화가 차올라 인상을 구겼지만 일을 크게 만드는 게 싫어 침착하게 마음을 추스렸다.
콘슈의 무덤 앞 작은 천막에서 예쁘장하고 검은색 긴 머리에 살색 피부를 가진 한 여인이 자신의 아버지로 추정되는 고고학자를 부축하며 무덤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아버지 거의 다 왔어요.”
“말린 믿기지가 않구나...”
고고학자들을 이끄는 "피터 알론"은 자신이 오랫동안 연구했던 콘슈의 무덤을 찾아내자 손전등을 들고 자신을 따르는 고고학자들과 조심히 무덤 안으로 향했다. 어두컴컴한 무덤 안에서 거대한 창을 들고 있는 아누비스 석상들이 이들을 반겨주었다. 자신들을 반겨주는 아누비스 석상들을 지난 이들은 멀리에서 거미줄과 먼지로 둘러싸인 한 이집트 신의 석상에 다다랐다.
“손전등. 손전등 좀 다오.”
말린은 자신이 들고 있는 손전등을 조심스레 피터에게 건넸다. 말린에게 손전등을 건네받은 피터는 이름이 적혀 있는 아랫부분에 손전등을 비췄다. 손전등의 밝은 빛이 석상에 적힌 글자를 비추자 고대 이집트어가 피터의 시야에 들어왔다.
“콘... 콘슈.”
글자에 쌓인 거미줄과 흙먼지를 손으로 여러 번 털어낸 피터는 석상의 주인을 간단하게 알아내었다. 석상의 주인은 이집트 달과 복수의 신 콘슈였다. 콘슈에 대해서 많은 연구를 거친 피터와 그의 고고학 팀들은 두 눈으로 확실하게 콘슈의 이름을 확인하고는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였다.
“웬 얼간이가...?”
석상 위에서 앉아 졸고 있는 한 괴생명체가 자신의 무덤을 함부로 찾아온 불청객들을 그리 좋지 못한 듯 바라보았다. 전체적으로 하얀색 복장에 거대한 키, 목이 없고 거대한 새의 형상을 한 얼굴을 가진 괴생명체는 콘슈였다.
“내 무덤에서 꺼지는 게 좋을 거야!”
단단히 화가난 콘슈는 자신의 무덤에 함부로 찾아 온 고고학자들을 향해 고함을 질렀다. 고고학자들에게는 콘슈의 고함 소리가 들리지 않았지만, 서늘하고 매섭게 몰아치는 흙먼지가 고고학자들을 덮쳤다. 갑작스레 부는 큰 바람으로 인해 놀란 이들은 모두 주변을 둘러다 보며 옷에 묻은 흙먼지를 털어내었다.
“찾았다! 콘슈의 무덤을 찾았어...”
콘슈의 경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무덤에 달려있는 횃불에 불을 하나씩 붙인 고고학자들은 무덤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무덤에 새겨진 고대 이집트의 상형 문자를 변역했다.
“이런...”
오랫동안 어두웠던 자신의 무덤이 환해지자 콘슈는 팔을 들어 자신의 시야에 들어오는 빛을 차단시켰다. 자신의 무덤에 숨겨져 있던 곳들이 피터와 그를 따르는 고고학자들에게 계속해서 발견되자 잔뜩 열이 받은 콘슈는 그 지팡이를 땅에 강하게 내리쳐 크고 매서운 바람을 일으켰다.
“두드드드드드드드!”
천막에서 저녁을 조리 하는 고고학자들은 멀리에서 헬리콥터가 다가오자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고는 하던 일을 계속했다. 의심이 많은 고고학자 알론소는 망원경으로 자신들에게 날아오는 헬리콥터의 내부를 살폈다. 알론소는 헬리콥터에 타고 있는 사람들이 총으로 무장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오... 이런..”
부시맨은 자신들을 멀리에서 망원경으로 바라보는 한 고고학자를 발견하고는 자신이 애용하는 저격수에게 알론소를 사살하라고 명령했다. 부시맨의 명령을 받은 저격수는 재빨리 소음기를 매단 저격총을 꺼내 들고 조그마한 탄약들을 탄창에 집어넣어 장전했다.
“하나.. 두울.. 셋!”
천막으로 도망가는 알론소의 뒤통수에 제대로 총알을 박아 넣은 저격수는 누런 잇몸을 드러내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동료들은 뒤통수에 총알을 맞고 쓰러져 내리막으로 굴러 떨어지는 알론소를 발견하지 못했다. 망원경으로 계속해서 콘슈의 무덤을 바라보던 부시맨은 콘슈의 무덤 안을 비추던 불이 확 꺼져버리자 사람들이 자신들을 피해 도망쳤다고 생각했다.
“예리하네. 천막에 사람들 있으면 모조리 잡아와서 집결 시켜.”
“우리 방식대로?”
부시맨은 사악한 웃음을 지으며 부하의 말에 동의했다. 마크는 부시맨이 인질들을 잡아 인질극을 벌여 돈을 챙기려는 줄 알았다. 부시맨은 마크의 생각과 달리 무덤에 대해 자세히 아는 모두를 사로잡아 죽일 생각이다. 부시맨에 대해 잘 몰랐던 마크는 앞으로 자신에게 닥칠 일을 염두 해두고 있지 못하고 있었다.
“착륙합니다!”
장폴은 헬기를 제자리에 멈춰 서게 한 후 조심스럽게 헬기를 땅에 천천히 착륙 시켰다. 헬리콥터가 땅에 착륙하자마자 부시맨과 그의 일당들은 재빨리 천막으로 다가가 천막에서 쉬고 있는 고고학자들에게 총구를 들이밀었다.
“손을 뒤로 해서 묶어. 다리도.”
부시맨과 그의 부하들은 칼로 천막을 찢어 잡혀 있는 인질들의 손과 발을 묶고 눈을 가렸다. 부시맨이 집어던진 인질은 자신의 혀를 내밀다 반동으로 인하여 위 아랫니가 세게 부딪혀 혀가 잘려나가자 고통스러운 신음 소리를 내며 피를 토했다. 피를 토하며 죽어가는 인질이 신기하다는 듯 바라보는 부시맨은 허리 춤에서 권총을 꺼내 혀가 잘린 인질을 쏴 죽였다.
“이런 미...”
“마크."
또 한 번 나서려는 마크의 가슴에 손을 댄 장폴은 마크를 쳐다보며 나서지 말라고 일렀다. 장폴은 마크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고 자신의 전우이자 친구인 마크를 잃을 수 없었다. 마크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이 분했는지 주먹을 불끈 쥐며 조용히 부시맨의 부하들을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살... 살려주...”
자신의 동료가 부시맨에게 살해 당하자 겁을 먹은 고고학자들은 부시맨에게 살려 달라고 부탁했지만 부시맨은 자신의 부하들을 시켜 쇠 몽둥이로 겁을 먹고 흐느끼는 고고학자들에게 폭력을 행사했다. 쇠 몽둥이로 몸을 구타 당한 고고학자들은 턱이 부러지고, 온몸을 지탱하던 중요한 부분이 부러지는 등 큰 상처를 입었다.
“우리 딸아이는...”
“아 딸은 우리가 잘 데리고 있소.”
피터를 따르는 늙은 고고학자 데이비드는 얼마 전 딸아이를 부시맨 일당에게 남치당해 딸을 구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는 배신을 저질러야 했다. 부시맨은 데이비드의 딸인 엘리시아를 멕시코에 있는 갱단에게 팔아넘기고는 엘리시아가 고통 받고 있는 사진을 데이비드에게 보여주었다.
“덕에 아주 떼돈을 벌었소.”
“네.. 네놈들..!”
자신을 배신한 부시맨에게 이성을 잃고 달려든 데이비드는 부시맨의 먹살을 잡고 온갖 쌍욕을 뱉었지만 부시맨이 꺼낸 칼에 복부를 여러 차례 공격당하고 피를 흘리며 고통스럽게 모래 바닥에 뒹굴었다.
“이 노인네가 미쳤나!”
부시맨을 보좌하던 부하들은 복부를 맞아 피를 토하고 있는 데이비드에게 다가가 발로 데이비드의 복부와 여러 군대를 구타하였다.
“자! 여길 봐야지? 딸내미한테 이런 모습 보여도 되겠어?”
아직 숨이 붙어있는 데이비드를 이끌고 막사 안으로 들어간 부시맨과 그의 일당들은 데이비드의 손을 상자 위로 올린 후 피가 묻은 천을 데이비드의 입에 물게 했다. 데이비드가 계속 테러범에게 발길질을 날리며 공격하자 부시맨은 주먹으로 데이비드의 얼굴을 여러 번 내리쳐 계속 반항하는 데이비드를 공격했다. 마크는 뒤에서 불안의 눈초리로 데이비드를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부시맨은 뒤에 서 있는 마크를 쳐다보며 마크에게 자신이 들고 있는 마체테를 건네주었다.
“마크. 저 놈의 손모가지를 자르면 값은 두둑하게 쳐주지.”
“.....”
“왜 하기 싫어?”
마크는 부시맨과 그의 일당들이 자신을 쏘아보며 총을 들고 위협하자 장폴과 자신을 구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데이비드에게 다가갔다. 데이비드는 코와 입에서 피가 섞인 침을 흘리며 죽음을 기다렸다. 부시맨의 부하들은 데이비드의 팔을 잡아 나무 상자에 올려두고 데이비드가 쥐고 있는 손을 강제로 펴게 했다.
“뭐해 마크? 빨리 끝내버려.”
“......”
“데려와.”
부시맨의 부하들에게 복부를 구타당하고 쓰러진 장폴의 목에 날카로운 칼날을 가져다댄 부시맨은 마크를 비웃었다. 장폴의 목숨과 데이비드의 손목 중 하나만을 택해야 했던 마크는 눈을 질끈 감으며 마체테로 데이비드의 손목을 내리쳤다. 데이비드는 손목이 마체테로 인하여 잘려나가자 엄청난 고통을 느끼며 몸부림쳤다.
“이제 갤 놔줘.”
부시맨은 테러범과 싸워 시민을 구한 마크의 도덕성에 의문을 가져 마크에게 잔인한 일을 시킨 것이다. 흙 바닥에 쓰러진 장폴을 부축하며 말없이 천막을 빠져나간 마크는 부시맨과 그의 일당들을 죽이려 벼르고 있었다. 마크가 나가고 부시맨은 자신에게 대든 데이비드를 바라보며 잘린 손목을 담뱃재로 지지며 데이비드의 고통을 즐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