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비행선에 도착한 야미는 정신을 잃은 라라와 모모를 침대에 눕혔다. 1인용 침대라 2명을 눕히기엔 조금 좁은 면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 자고 있는 것은 아니기에 이 정도면 충분하다 생각했다. 편안히 눈을 감은 라라의 모습에 야미는 다시 한 번 방금까지의 그녀의 모습을 떠올렸다.
평소의 모습 그대로였지만 그 어느 때보다도 달랐던 라라. 당연하게도 그녀에게 이 사태는 대단히 큰 정신적인 충격이었을 것이다. 아무래도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에 자기 자신이 방어를 띈 것이겠지. 나중에 그녀가 눈을 뜰 때면 갑작스럽게 다가오는 현실에 정신적인 충격이 방금 전보다 훨씬 클 것이다. 그녀가 언제쯤 눈을 뜰 것인지에 얼마나 시간이 걸릴 진 모르지만 현재로서는 새벽녘이 돼서야 눈을 뜰 것이라고 생각했다. 모모도 마찬가지 일 테고 달리 생각하면 모모가 그녀보다 훨씬 큰 정신적인 충격을 받은 것일 수도 있다. 야미는 되도록 정신을 차린 채로 눈을 떴으면 좋을 것이라 원했다. 모모라면 이 상황을 냉정히 판단해 어떠한 지시를 내려 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야미는 누워있는 라라와 모모의 이마를 어루만졌다.
“프린세스......”
“마스터! 무슨 일인 거야! 마스터!”
비행선 내에 설치되어 있는 인공지능이 말을 걸었다. 야미는 그 말을 계기로 다리를 움직였다.
“이 둘을 안전하게 지켜주세요. 그것을 무엇보다 우선해주시기 바랍니다.”
“응? 마스터? 어디 가는 거야! 마스터!”
“언제 돌아올지 모릅니다. 능동적으로 움직여주세요.”
그 말을 끝으로 야미는 비행선에서 나갔다. 비행선 안에서 인공지능이 라라와 모모를 보며 한숨을 쉬었다.
야미가 날아간 곳은 다름 아닌 메아의 아파트였다. 현관문 앞에서 벨을 눌러보지만 아무도 나오질 않았다. 혹여나 그 사람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역시나 너무 안일한 생각이었던 거다. 하지만 설마 메아조차 없다니 야미는 입술을 깨물었다. 이러면 밖에서 여기저기 돌아다닐 수밖에 없다. 그래도 시간도 없고 어쩔 수 없이 야미는 밖으로 나가기로 했다.
밖은 조금 쌀쌀한, 막 겨울을 향하고 있는 날씨였다. 사람들은 점점 두꺼운 차림을 하기 시작했고 틈틈이 짐승의 털이 달린 옷을 입고 있는 사람도 있었다. 야미의 옷은 언제나 같은 검은색의 옷이다. 다리도 팔도 많이 가리지는 않는 옷이지만 그녀에게 그것은 크게 신경 쓰이지 않는다. 애초에 추위를 잘 느끼지 않기 때문이다. 신체의 형태가 인간과 완전히 다르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딱히 그것이 신경 쓰이지는 않는다. 다만 이럴 때 언제나 자신을 걱정해주는 리토가 생각이 났다. 자신은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데 꼭 자기가 다가와서 ‘춥지?’라는 말과 함께 두꺼운 옷을 넘겨준다. 그러고서는 자기는 두 팔을 감싸며 야미의 곁을 떠난다. 야미는 리토의 행동을 언제나 이해를 못했다. 자신이 훨씬 손해를 보고 남을 도와주다니 멍청하기 짝이 없는 행동이다. 하지만 그렇지만 그래도 그것이 얼마나 따뜻했는지. 추위를 느낀 적이 없었지만 따뜻함이 무엇인지 알 게 됐다. 이해를 못해도 생각이 났다. 자신에게 옷을 넘겨주면서 흐뭇하게 웃던 그의 미소. 신경을 안 써도 매일 같이 떠오르는 그의 미소.
또 한 번 야미의 눈가에서 물방울이 맺혔다.
“빨리...”
이번에는 손으로 눈물을 훔친 뒤 눈에 힘을 주며 더 빠르게 날았다.
다행이도 메아는 금방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메아 혼자뿐인 것은 굉장히 아쉬웠다. 지금 당장 만나야 할 사람은 메아, 그녀가 아니었다. 그러나 지금 당장 네메시스를 찾을 수 있는 사람은 메아밖에 없었다. 작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그녀에게 다가갔다.
메아는 사탕을 입가에서 요리저리 굴리면서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옆에서 착지하는 야미의 모습을 깨달았는지 고개를 돌린다.
“어라? 야미 언니였네? 무슨 일 있어?”
역시 모르는 건가. 혹여나 해서 경계 했던 야미는 살며시 풀었다.
“네메시스의 위치를 아는 가요?”
“아~니. 나도 지금 네메짱이 사라져서 곤란하던 참이야~!”
메아는 사탕을 입에서 빼고 고개를 홱홱 돌렸다. 설마 했던 것이 역시나였던 것이다.
“그런데 야미 언니는 왜 네메짱을 찾는 거야? 아까부터 그렇게 살기를 띄면서 말이야.”
“눈치 채고 있었던 가요.”
한 쪽 눈을 찡그리면서 메아는 웃었다. 그녀의 쭉 늘어진 땋은 머리가 힘껏 들렸다. 한 순간 변하는 것은 아닌가 경계했지만 그저 강아지 꼬리마냥 흔들어대기만 했다.
“그것도 있지만......아니, 아마 내 착각이었나 봐.”
야미는 메아의 말에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래서, 왜? 찾는 거야?”
“......”
야미는 쉽사리 말을 꺼내지 못했다. 메아를 믿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러한 일을 쉽게 꺼내는 것은 좋을 게 없다. 분명 메아 또한 충격을 크게 받을 것이고 혹여나 메아까지 정신을 잃어버린다면 더 이상 비행선에 놓을 자리가 없다. 수발 드는 것도 한계가 있고. 하지만 동료가 한 명 더 늘어나는 것은 환영한다. 지금 현재로서 그것보다 좋은 것도 없고 말이다.
“야미 언니?”
“아! 그게......별 일 아닙니다. 그저, 좀 알고 싶은 게 있어서.”
사탕을 굴리던 입이 멈추면서 메아는 야미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야미는 슬쩍 눈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한동안 그렇게 시간이 흘러갔다. 그녀는 야미의 얼굴에서 눈을 때질 않았고 야미는 계속 딴 곳을 바라볼 뿐이었다.
그러던 중 갑자기 누가 야미의 어깨를 강하게 붙잡았다. 압박되는 고통에 인상을 찡그리며 얼굴을 들자 메아의 눈빛이 말 그대로 새까맣다. 생기라고는 있을 수가 없었고 바로 앞을 바라보는 지도 알 수 없었다. 그것이 과연 살아있는 사람의 눈동자라고 할 수 있을까. 오직 단 한 가지를 바라보고 있는 눈. 이미 그녀의 눈은 광기에 차올라서 원래대로 돌아올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그제야 야미는 자신의 다리에 꽂혀있는 메아의 머리를 볼 수 있었다. 다른 곳에 신경이 쏠린 사이에 꽂은 것이다. 방심했다. 야미는 그녀를 붙잡아 껴안았다.
“누구야? 누구야? 누구야?”
“메아! 안 돼요! 지금은, 지금은 아니에요!”
“놔. 누구야? 놔. 당장 찾아서 죽여 버릴 테니까. 누구야?”
“메아! 메아! 정신 차리세요! 메아!”
주위에 시선이 야미와 메아에게로 집중됐다. 더욱이 그녀의 머리가 점점 변하기 시작했다. 이대로 있으면 그녀는 폭주하여 일대를 폐허로 만들 것이다. 또한 그녀의 반항이 점점 더 심해져만 갔다. 좀 더 있다가는 야미로서는 그녀의 힘을 버티지 못할 거다. 라라의 경우처럼 목을 쳐보기도 했지만 도저히 듣지를 않았다. 아무래도 온 몸이 병기로서 단단해진 것이겠지.
“대체......어떻게 해야...”
P.S. 떡밥 같은 걸 많이 만들고 싶은데 어디서 어떻게 넣어야 할지 고민되네요.
그리고 하나 수정해야 할 게 있었는데 막상 보니 생각이 안나네요. ㅋㅋ
봐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