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1 작가가 죽었다
2015년 9월 12일 오후 5시
어느 때나 다름없이 한적한 형사들의 사무실이었다.
나름대로 바쁘게 뛰어다니고 있지만 전체적으로 산만하지는 않았다.
창가쪽 자리에서 한 남자가 태평하게 졸고 있었다.
삐리리리 삐리리리
“호출이구만...아오..” 잠깐 졸다가 시끄러운 소리에 깨어난 남자는 귀찮은 듯 중얼댔다.
“반장님! 사건입니다” 헐렁한 옷차림의 남자가 하품하는 남자를 다급하게 불렀다.
“왜 이렇게 호들갑이여? 누구 뒤지기라도 했냐?” 하품하며 벌린 입으로 남자가 말했다.
“예, 누구 뒤졌습니다요. 반장님” 헐렁한 옷차림의 남자가 살짝 화난 표정으로 말했다.
“아... 그래? 그럼 퍼뜩 가야지” 잠에서 깬 남자는 자신의 뺨을 찰싹 때리며 정신을 차리려고 애를 썼다. 자신의 핸드폰과 형사 신분증을 챙긴 남자는 후배 형사 자동차의 조수석에 탔다. 몸은 억지로라도 움직였으나 아직 정신은 비몽사몽 했다. 잠시 뒤 운전석에 진지한 표정의 후배 형사가 승차했다.
“그래서 이번엔 또 어떤 분이 돌아가셨을라나?” 조수석의 남자가 살짝 귀찮다는 듯이 물었다.
“신원확인 아직 진행 중이고요 30대 중반 남성이라고 합니다.” 운전석에 앉은 남자가 자신의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며 대답했다.
“흠…….타살이겠지? 나까지 호출한거 보면…….” 조수석에 앉은 남자가 넌지시 물음을 던졌다.
“예 뭐... 시신 부검은 하지 않았지만 타살인건 거의 백프로인거 같습니다.”
운전석에 앉은 남자가 대답했다. 사건 현장까지 가는 길은 의외로 한적했고 사람한명 보이지 않는다.
그야말로 도로를 전세낸거나 다름없었다.
“호오... 어떤 간 큰 놈이 살인을 한 거여... 요즘 세상에” 조수석에 앉은 남자가 입으로 쯧쯧 소리를 내며 혼잣말을 했다.
“그러게요, 요즘 기술력이 얼마나 좋은데 말이죠...” 운전석에 앉은 남자가 조수석에 앉은 남자의 혼잣말에 맞장구를 쳤다.
그렇게 얼마간의 잡담이 오고간 후 두 사람은 살인 사건 현장에 도착했다. 서울 외각에 위치한 개인 주택으로 건물 자체는 꽤나 오래되 보였다. 건물 주변에는 사건 현장임을 알리는 출입금지 테이프가 사방으로 쳐져 있었다.
“저 꼭대기 집인가?” 조수석에서 내린 남자가 집의 꼭대기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예... 우선 올라가보죠” 차를 집 옆에 주차한 뒤 운전석에서 내린 남자가 말했다.
겉에서 보면 낡고 허름해 보였지만 위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은 척 보기에도 튼튼한 돌계단이었다. 계단의 가장자리에는 조그마한 화분이 놓여있었다. 상당히 정성스럽게 가꾸어져 있었고 웬만한 부지런함으로는 유지시키기 힘들 것 같은 화분들이었다.
3층 꼭대기 집 현관문 앞에 도착한 두 사람은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문을 열자마자 엉망진창으로 난도질당한 시체가 있었던 적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조수석에 타고 있던 남자가 먼저 문을 열었다. 문 뒤에는 먼저 온 것으로 보이는 형사가 남자를 맞이했다.
“야... 이거 이연식 반장님 아니신가?” 먼저 온 형사가 살짝 비꼬는 투로 말했다.
“아... 일단 본부에서 호출해서 온 겁니다.” 연식도 살짝 비꼬는 투로 맞받아쳤다.
“어련하시겠어요. 그죠?” 먼저 온 형사가 어이없다는 듯 비꼬는 정도를 한 층 높였다.
“아... 왜들 이렇게 사납습니까? 다 같이 돕고 도와야죠. 연식을 뒤따라오던 형사가 금방이라도 싸울 것 같은 두 형사를 중재했다.
“박태준 형사도 왜 이런 놈 뒤나 쫄랑쫄랑 따라다녀? 그러다 윗사람한테 찍힌다니까 내가 몇 번을 말해?” 먼저 온 형사가 연식을 뒤따라오던 형사에게도 한 마디 했다.
“근데...댁은 누구...?” 연식이 먼저 온 형사에게 정말로 모르겠다는 투로 질문했다.
“하...참! 내가 이러니까 댁하고 일을 못하겠어.” 먼저 온 형사는 연식의 어깨에 고의로 세개 부딪히고 현관문을 연 뒤 밖으로 나갔다. 먼저 온 형사는 코트 왼쪽 안주머니에서 담배 한 개비를 꺼낸 뒤 입에 물었다.
“자, 저 양반은 일단 제치고 우리끼리 시신이나 확인해볼까?” 연식은 태준에게 능청스럽게 물었다. 좀 전의 형사에게는 개미눈꼽만큼도 관심 없어 보였다.
사실 연식이 다른 사람을 무시하는 듯한 태도는 조금 도가 지나친 면이 없지 않아 있었다. 아니 확실히 도가 지나쳤다. 관심 없는 사람한테는 마치 핸드폰 스팸 메시지를 대하듯 한다.
좋게 보면 냉정하고 쿨해 보였지만 사실 무관심한 것일 뿐이었다.
“자꾸 그러시니까 다른 부서도 형사님을 안 좋게 본다니까요.” 태준은 연식에게 불만을 토로하듯 말했다. 물론 연식은 들은 척도 안했다.
“그나저나 시신의 신원확인은 아직 인가?” 연식이 약간 진지해진 듯 한 말투로 물었다.
“아, 여기 간단한 신원은 모두 파악한 듯합니다.” 태준은 연식에게 핸드폰을 건넨다.
핸드폰 화면에 시신에 관한 정보가 적혀있었다.
“아...보자 보자 이름은 김...수호?” 연식이 핸드폰 화면을 보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나이는 34세 남성이고...직업은 소설 작가? 작가양반이시구만...” 연식은 핸드폰 화면에 써진 글들을 계속해서 읽어갔다.
“잠깐...김수호? 작가?” 순간 연식의 등에 한줄기 식은땀이 흘렀다.
‘이건 말도 안 돼... 김수호라면 지금 내가 있는 소설의 작가잖아? 작가가 죽었는데 어떻게 내가 아직 있을 수 있는거지?’ 연식은 속으로 엄청난 의문을 품었다.
-다음 화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