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화]
"팀은 어떤 식으로 짜는 거죠?"
안경을 쓰고 뒷머리를 머리끈으로 동여맨 여자가 손을 반쯤 들고 질문한다.
그야 누구라도 궁금할 것이다. 팀원이 누군가에 따라 생존 확률이 완전히 달라질 테니까.
그렇지만, 지금까지 여러 가지 상황이 일어났을때도 한마디도 하지 않고 입 다물고 있다가,
자신에게 필요한 사항에는 즉시 질문하는 것을 보니
상당히 계산적이면서도 개인 중심적인 여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기야 이런 타입이 이런 곳에서는 더 의지가 될지도 모른다.
"팀은 내가 직접 정한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이미 다 정해놓은 상태다.
마침 잘 됐군. 지금부터 그 명단을 불러줄 테니 이제부턴 팀끼리 모이도록 해라."
그리고 그는 A팀부터 한 명씩 명단을 부른다.
MT 같은 곳에서 팀을 짜 인솔하는 분위기가 아니니만큼, 그는 그저 이름만 부를 뿐 정리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호명된 인원들끼리 서로 자기가 속한 팀을 연신 불러대며 인원을 찾아다녀야 했다.
그나마 인원이 적었기 때문에 금방 다 보일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가나다순으로 나눈 것은 아닌 듯 이름순서는 뒤죽박죽이었다.
나는 D팀이었다. 부르는 걸 들어보니 E팀까지 5팀이 있었고, 한 팀당 4명씩. 총 20명이 있는 것 같았다.
D팀의 멤버 구성은 나를 제외하고 남자 하나와 여자 둘이었다. 즉, 남자 둘 여자 둘이다.
그렇다고 성별로 구분하여 팀을 짠 것도 아닌 듯 남자 셋에 여자 하나, 그 반대의 팀도 있었다.
이렇게 나눠보니, 남자와 여자의 총 인원수는 동일하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거의 같은 듯하다.
"이 팀들은 이제부터 운명을 함께한다.
이제부터 문제를 내게 될 텐데 각자 의논을 하여, 한 가지의 대답만을 내놓아야 한다.
그 대답이 맞으면 전원 통과. 틀리면 전원 탈락이다.
물론 문제당 해결할 시간은 넉넉히 보장한다.
푸는 도중에 시간이 초과되어 버리는 것만큼 보는 입장에서 재미없는 일도 없을 테니 말이야.
그렇다고 해서 대답을 계속 미루기만 하면 곤란하니 문제마다 제한 시간은 존재한다.
만약 내 해답이 100% 확실하다고 생각하는데 팀원들이 계속 반대를 한다.
이런 상황에 놓일 경우 요구만 하면 팀에서 나오는 것을 허가한다.
허나, 팀에서 이탈하여 다른 팀으로 들어가는 것은 허용하지 않는다.
그러니 한번 독립을 하게 된다면 끝까지 혼자서 살아남아야 하는 것이다."
쳇. 그렇다면 오로지 팀원들이 똑똑하길 바라야겠군.
하긴, 박쥐같이 이 팀에 붙었다가 저 팀에 붙었다가 하면 팀원들로서도 곤란하다.
생각해보니 그렇게 되면 모든 인원이 독립해 나와, 단 하나의 연합팀을 만드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그렇다면 한 팀에서 두 사람이 같이 나와 같이 행동하는 것은 가능한가요?"
또 아까의 그 여자다. 상당히 빈틈없는 성격인 것 같다.
이 질문은 그 남자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문제인지 잠시 머뭇거리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허가한다. 다만, 서로 다른 두 팀에서 각각 나온 사람들끼리 팀을 이루는 것은 불가능하다.
즉, 한 팀에서 나온 사람들끼리만 동맹을 할 수 있다."
역시 모든 인원이 하나의 팀을 이루는 것을 막기 위해서 일 것이다.
"다른 팀의 답안을 커닝하는 것을 막기 위해 문제를 받은 후 각 팀원들끼리 다른 방으로 이동하여
정해진 시간 내에 답안을 제출하도록 한다.
물론, 각기 다른 방에 배치되었다 하더라도 나는 5개의 방 모두를 동시에 관찰할 생각이니
행여나 이상한 음모를 꾸미는 일은 없도록."
그런가. 여기가 '큐브'와 같은 구조의 방인 것은 이 퀴즈를 위해서인지도 모르겠군.
"우선 첫 번째 문제를 내도록 하지. 각 팀에서 한 명씩 나와서 문제를 받아가도록."
뭐야? 문제를 직접 불러 주는 것 아니었어?
하긴, 문제마다 일일이 부르는 것도 귀찮을 테고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그림이나 사진 문제 같은 것이 나올 수도 있을 테니까.
우리 팀의 사람들을 돌아보니 아직 서로 서먹한 상황이라
누가 나가서 문제를 받으러 갈지에 대해 서로 눈치만 보고 있었다.
그야 전원이 모르는 사이니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내가 받아오죠."
내가 먼저 손을 들었다. 어려운 일도 아닌 데다가,
이럴 때일수록 적극적으로 행동해야 조금이라도 더 도움이 될 만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그 남자는 문제를 받으러 나온 사람들에게 각각 책자 4권씩과 볼펜 4자루를 나눠주었다.
책자는 A4 사이즈에 노트 한 권 정도 되는 두께였고, 돌아오면서 대충 넘겨보니
프린트는 한 페이지 정도밖에 되어 있지 않았고 나머지 뒷면은 모두 백지였다.
당연하지만 우리가 받은 4권은 모두 같은 책자였고, 받으러 온 사람들에게 무작위로 나누어준 것을 보니
아무래도 모든 팀에게 같은 문제가 배부된 것 같다. 그야, 당연한 일이지만.
내가 팀 인원들에게 책자를 나눠주고 있을 때 그 남자가 다시 입을 연다.
"문제를 제외한 남은 부분은 메모지다. 충분하고도 남을 만큼 할당되었으니 여백이 모자랄 리는 없겠지만,
만약 모자라면 보충을 해줄 테니 언제라도 손을 들어라.
나는 모든 방을 지켜보고 있을 테니까 궁금한 것이나 필요한 것이 있다면
방에서 나올 필요 없이 그 자리에서 바로 손을 들어라.
또한, 문제가 이해되지 않는 사람들은 얼마든지 물어봐도 좋다.
답이 없는 것 같거나 문제에 이상이 있는 것 같아도 질문해라. 터무니없는 지적만 아니라면 언제라도 상관없다.
이번 문제의 제한 시간은 30분. 그러나 시간 안에 답을 구했다고 해도 방에서 나올 수는 없다.
말했듯이 커닝을 방지하기 위해서니 꼭 지키도록. 문제를 다 푼 팀은 마찬가지로 손을 들어라.
문제를 빨리 풀면 다음 문제를 풀 시간이 그만큼 추가된다.
단, 답을 찍어서 구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오답을 낼 때마다 제한 시간은 줄어들 것이다.
그렇다고 초반부터 연거푸 탈락하면 재미가 없어질 테니,
제한 시간이 10분 남을 때까지 풀지 못한다면 힌트를 하나 제공하겠다.
물론 힌트만 본다고 무조건 맞출 수 있다는 것은 아니니
힌트만 믿고 느슨한 마음으로 적당히 풀어선 곤란할 것이다."
설명을 마친 그는 즉시 팀원들을 각자의 방으로 이동시킨다.
A, B, C, D팀을 각각 동서남북의 방으로 보내고, E팀은 이 방에 남는 것 같다.
그렇다면 E팀은 저 남자와 계속 이 방에서 같이 지내야 하는 건가? 어떻게 보면 제일 짜증이 날만한 위치다.
하긴, 지금 남을 걱정할 처지도 아니다.
우리는 지시받은 방으로 이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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