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화]
"이제부터 너희들과 난 게임을 시작할 것이다. 물론 룰은 일방적으로 내게 유리하다.
룰은 간단하다. 너희가 나와의 승부에서 이기면 그 사람은 일단 살아남는다. 반대로 지면 그 사람은 죽는다.
어때? 설마 이 정도로 간단한 룰도 이해를 못 하는 건 아니겠지?"
모두들 경악과 당황이 뒤섞인 반응이었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지금까지 난, 이 남자의 목표는 우리를 노예처럼 이것저것 부려 먹고 그 상황을 내려다보며 즐거워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만약 그게 맞았다면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내겐 유리하다.
혼자 있을 때에 비해 서로 의지도 될 것이고, 사람이 많다 보면 명령도 분산될 거니까.
그래서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았을 때 조금 안도하는 마음마저 갖고 있었다.
그런데 이건…게임에서 지면 곧바로 죽이겠다고?
장난이 아니잖아!? 그렇다면 오늘 당장 죽을 수도 있다는 말이니까!
"그, 그 게임이란 건 대체 뭡니까? 언제까지 한다는 거죠?"
누군가 용기를 내 그렇게 물었다. 나 역시 궁금했던 내용이라 귀를 곤두세웠다.
"게임은 아주 간단하다. 나는 질문하고 너희는 대답한다. 즉, 정답을 맞히면 살아남고 못 맞히면 죽는 방식이다."
퀴즈? 맙소사! 지금 하찮은 퀴즈 따위에 내 목숨을 걸라는 말인가?
빌어먹을. 난 그런 건 전혀 못하는데…. 그렇다고 몸을 쓰는 게임에 강한 것도 아니지만.
"그리고 기한은 없다."
그러자 더욱 술렁이기 시작했다. 뭐야!? 그럼 우리가 모두 전멸할 때까지 계속된다는 건가?
"굳이 정하자면 내가 질릴 때까지다. 그러니 내가 질릴 때까지 죽지 않고 버틴다면 살아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이 자식. 돌았어. 제정신으로 이런 말을 할 수 있을리가 없다.
이런 미X 녀석 때문에 죽을 위험에 처해있다니. 기가 막힐 일이었다.
"누구 멋대로냐, 이 새X야!"
용기가 넘치는 한 남자가 강렬하게 소리친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대변한 것이긴 하지만…. 경솔했어. 저놈은 우리의 생명을 틀어쥐고 있다고.
"내 마음대로다. 꼬마. 처음이니까 한 번은 봐주겠지만 두 번 다시 그런 건방진 발언은 용납하지 않겠다."
그의 목소리는 온화했지만, 어조는 분명히 불쾌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하지만, 그 남자는 그 사실을 눈치채지 못했는지, 아니면 그런 건 신경 쓸 생각도 없는 건지.
그 말을 듣고 무서워하거나 화를 억누르긴 커녕 오히려 더욱 목소리를 높인다.
"닥쳐! 개소리 지껄이지 마!"
그리고 그와 동시에 그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러나 2m도 채 움직이기 전에 보이지 않은 힘에 붙잡히듯 그 자리에 고꾸라진다.
그 남자는 곧바로 일어나려고 했지만, 버둥거리기만 할 뿐 좀처럼 일어나지 못했다.
물론 넘어진 것도, 일어나지 못하는 것도 저 인간이 무엇인가를 했기 때문이 분명하다.
"으으…."
넘어지면서 반사적으로 머리는 보호한 듯했지만, 그렇다고 해도 내동댕이쳐진 상태이니 아프지 않을 리가 없다.
아니지. 꿈이니까 고통을 느끼지는 못할 텐데….
아픈 게 아니라, 몸이 꽉 짓눌리면서 압박에 의해 갑갑해하는 걸 지도 모른다.
"다들 잘 봤겠지? 너희들은 무슨 짓을 하더라도 내 몸에 손가락 하나 댈 수 없다.
이번이 처음이니 일단은 봐주겠지만, 다음부터 또 이런 건방진 짓을 하는 자가 나타날 경우 그 즉시 처형하겠다."
그 남자가 그렇게 협박하자 다들 쥐죽은 듯이 침묵했다.
눈앞에 놓인 터무니 없는 상황에 모두 할 말을 잃은 것일지도 모른다.
그는 얼어붙어 있는 우리에게 다시 한 번 선언한다.
"아니. 덤벼도 상관없다. 본보기로 한 놈을 공개 처형한다면 오히려 더 고분고분해지겠지.
너희들도 직접 확인해봤을 테지만, 여기에서 죽으면 현실에서도 눈을 뜰 수가 없을 것이다."
저렇게 떠들고는 있지만, 우리를 쉽게 죽이지는 않을 것이다.
놈이 얼마나 부자인지는 모르지만, 우리를 실험에 끌어들이기 위해 적지 않은 금액을 지불했을 텐데
게임을 시작하기도 전에 죽이게 되면 막대한 손해니까.
돈도 돈이지만 한 명 한 명을 끌어들이는 데 드는 수고와 시간도 막대하다.
따라서 질리도록 갖고 놀기 전에는 쉽게 죽이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물론 대들 수는 없다. 정말로 화가 나면 아무리 비싸게 주고 산 장난감이라도 부숴 버릴 테니까.
게다가 이렇게 인원이 많으니 하나쯤은 사라져도 그렇게까지 큰 손해는 아닐 것이다.
"왜, 왜 우리를 이렇게 괴롭히는 거죠!? 죄 없는 사람을 함부로 죽인다니. 당신에겐 죄책감이라는 것도 없나요!?"
기가 질린 듯 지켜보고만 있던 한 여성이 굳은 얼굴로 소리친다.
정말 이유가 궁금해서 물어본 것이 아니라, 항의의 표시일 것이다.
그는 친절하게 대답한다.
"죄책감? 그런 건 없다."
예상했던 대답이지만, 직접 들으니 섬뜩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도 묻겠다. 너희들은 쓰레기를 쓰레기통에 버릴 때 죄책감을 느끼는가?
바퀴벌레에 약을 뿌릴 때 죄책감을 느끼는가? 아무도 그렇지 않을 것이다."
이 자식…그럼 우리가 쓰레기라는 말인가?
주변에서 하나 둘 웅성거리기 시작한다. 그 소리를 억누르듯 그는 목소리를 높인다.
"아직도 모르겠나? 너희는 쓰레기다! 가축보다 못한 인간말종에 불과하다!
갈수록 출산율이 줄어들어 인구가 줄어들 거라는 걱정들을 하고 있지만. 쓸데없는 걱정이다!
지금도 쓰레기 같은 인간들이 너무 많다는 말이다!
인간이 너무 많으니 쓰레기들도 함께 늘어나 인간 사이에 섞여 인간인 척 살아가고 있다!
나는 한국의 5천만 인구 중 쓰레기 5백만 명 정도를 색출하여 모두 삭제 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지금보다 훨씬 살기 좋은 국가가 될 것이다!
너희 같은 쓰레기들이 널려 있는 한 이 나라의 발전은 없다!"
"우리가 대체 당신한테 뭘 잘못했다고 그런 소리를 들어야 합니까!"
듣다 못한 한 청년이 그에게 소리친다. 그는 그 질문을 기다렸다는 듯 거침없이 대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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