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색 바탕에 하얀색 앞치마로 이루어진 메이드복을 입은 소녀. 곱슬거리는 금색 머리를 어깨 아래까지 늘어뜨리고 한쪽 귀 옆으로 땋은 머리를 늘어뜨린 소녀의 머리에는 검은 색의 고깔모자가 씌어져 있다. 거기에 빗자루를 타고 하늘을 날아다니니, 그야말로 마녀의 전형이라는 모습이 완성되는 소녀의 이름은 키리사메 마리사.
그녀는 최근 들어 이틀에 한 번 또는 삼일에 한 번이라는 빈번한 횟수로 홍마관에 들리는 것이 일상이 되어 있었다. 그러나 홍마관의 관계자들은 그다지 그녀를 반기지 않는다. 처음에는 홍무이변을 통해 지하에 감금되어 있던 당주의 여동생과 친구가 되어준 일로 마리사에 대해 호의적인 인상을 품고 있었던 그녀들이었지만, 날이 갈수록 드려난 그녀의 인성에 점차 실망하기 시작했고, 지금은 불청객 취급하기에 이른 것이었다.
특히, 지하에 위치한 대도서관의 사서장이 그녀를 극도로 싫어했다. 선배 마법사로서 향상심 높은 그녀를 기특하게 여기는 마음도 없진 않으나, 그녀의 손 나쁜 행실이 모든 점수를 깎아 먹어 이젠 눈에 띄기만 해도 일부 「로열 플레어」를 시전 할 정도가 되었다.
한마디로 혐오의 대상이 되어버린 마리사는 그런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이날도 홍마관 지하 도서관에 몰래 잠입하여 손에 닿는 대로 책을 훔쳐 달아나는 짓을 저지른 것이었다. 도중에 사서로 부려지고 있는 소악마에게 발각 당해 사서장-파츄리 널릿지-에게 전력으로 쫓기던 끝에 무사히 관을 벗어났고, 더는 잡힐 염려 없이 무사히 자신의 집이 있는 마법의 숲 상공을 비행하고 있을 때였다.
지나치게 긴장을 놓은 탓일까.
보따리 속에 우겨 넣은 책들 중 한권이 그녀의 품을 벗어나 숲 아래로 떨어졌다. 그리고 그 한권의 책은 어느 ト헨타이변태의 손에 들어가게 된 것이다.
*
변태인 자신을 속여 가며 근면하게 생활한 덕에 얻은 세이고의 집은 마을의 외곽에 위치했다. 다다미가 넉 장 반 깔린 방이 전부인 낡은 초가집이지만 그는 별 불평 없이 생활하고 있었다. 다만, 문명의 이기를 누리고 살던 현대인이다 보니 아궁이에 불을 지펴야 되는 부엌과 암모니아 냄새가 충만한 재래식 화장실은 반년이 지난 아직 까지 익숙해지지 않고 있었다.
그런 자신만의 보금자리로 돌아온 그는 숲에서 얻은 책을 골몰히 노려보고 있었다. 한 눈에 봐도 마법사가 읽는 마도서인 것은 알겠으나, 평범한 마을 사람에 불과한 그는 그 내용을 전혀 읽어 볼 수가 없었던 것이었다.
환상향에 정착해 산 이례로 줄곧 동경해왔던 마법을 쓸 수 있게 해줄지도 모르는 가능성을 지닌 마도서인데, 한 글자도 읽을 수 없으니 그로서는 답답해 미칠 노릇이었다.
책에 적혀진 문자가 도대체 어느 나라 글자인지는 몰라도 적어도 자신이 알고 있는 문자와 궤를 달리한다는 것 정도만 알 수 있었다. 혹시 이게 그 룬 문자인가 뭔가하는 건가? 싶었지만, 한 때 중2병 시절 접했던 그것과는 많이 달라 확신 할 수 없었다.
결국, 마법을 배워 멋지게 부리는 것을 포기 해야하나 하고, 아쉬움과 실망으로 책장을 휙휙 넘기던 중 쪽지 하나가 페이지 사이에 끼여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건.."
쪽지엔 확실히 읽을 수 있는 문자가 적혀져 있었다. 그것은 일본어였다. 세이고는 적혀져 있는 글귀를 소리 내어 읽어 보았다.
"망자는 사랑을 갈구한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의미인지 그는 당최 알 수 없었다. 이 마도서의 전 주인이 장난으로 써 갈겨 놓은 걸지도 모른다. 하지만, 묘하게 그 알 수 없는 단어가 입에 착 달라 붙는 느낌이었다. 이어 나머지 글귀를 읽어 나갔다.
"길잃은 어린 랩터여 다가오는 죽음에 입맞춤을 하라..??"
글귀는 그게 다였다.
끝까지 읽어 보았으나 결국, 무엇을 의미하는 지 무엇 하나 알아내지 못한 세이고는 어처구니가 없어 실없이 웃어넘기며 책장을 덮으려고 할 때였다.
"응?"
아까까지만 해도 전혀 읽을 수 없었던 문자들이 읽을 수 있게 된 것이었다. 책에 적혀진 문자가 무엇인지 여전히 모르겠으나, 아무튼 읽을 수는 있었다. 세이고는 이상하다고 생각하면서 책의 맨 앞장으로 넘겼다. 거기엔 제목과 함께 저자의 이름이 적혀져 있었다.
「왕초보도 쉽게 배우는 초급 마법 비급」
저자: 루시스 K 벨리오드
전혀 읽을 수 없을 때는 그럴 듯하게 보였던 문자가 지금은 서점에서 파는 초보용 전문서적처럼 보여 졌다. 마도서에 대한 신뢰도가 대폭 하락하는 것을 느끼며 세이고는 뒷 페이지로 넘겼다.
<목차>
제 1 장. 마법이란 무엇인가?
제 2 장. 마력에 대해
제 3 장. 내재된 파괴본능
제 4 장. 마력 폭주! 야수가 된 술자
제 5 장. 충동적 자학 유희
제 6 장. 주문은 끓어오르는 리비도를 담아
제 7 장. 아름다운 달빛에 애뜻한 사랑을
제 8 장. 저자의 충격적인 정체
제 9 장. 저자의 발자취
제 10 장. 눈물과 열정의 암흑
언뜻 보면 평범한 목차처럼 보였으나, 어째 밑으로 갈수록 그 내용이 짐작되지 않는 목차들이 이어졌다. 아니, 책의 제목과 완전히 동 떨어져 있는 목차들이었다. 저자가 뭐하는 사람인지 궁금해진 세이고는 페이지를 책 앞표지 뒤쪽으로 넘겼고, 거기에 적혀진 저자 내력을 읽어 내려갔다.
"세기의 대마법사... 서큐버스들에게 가장 사랑 받는 희대의 로멘티스트..."
거기까지 읽은 세이고는 더 읽을 것을 포기하고 조용히 책을 덮었다. 읽을 수 없던 책이 의미 불명의 쪽지를 읽자 돌연 읽을 수 있게 된 기믹은 신기했으나, 아무래도 그것뿐인 듯 했다. 표지 뒤의 내력과 목차를 보건데, 저자는 틀림없이 심각한 자뻑 증세가 있는 것인 게 분명했다.
그렇게 기껏 손에 넣은 마도서에 대한 기대를 접으려는 찰나, 세이고는 차마 미련을 떨쳐 버리지 못하고 다시 책을 펼쳤다.
*
믿어야 본전이라고, 세이고가 마도서의 내용대로 수행을 한 지 어느덧 일주일이 지나가고 있었다. 마도서는 4장 이후부터 이어진 제목과 매치 안 되는 목록은 그렇다쳐도 3장 까지는 의외로 그럴 듯한 내용으로 채워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는 수행을 해보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현재 그가 하고 있는 수행은 체내의 마력을 느끼기 위한 명상이었다. 그 부분에 대해 마도서에 명시된 내용은 이러했다.
- 자고로 지성을 갖춘 지성체라면 많고 적음을 떠나 누구나 체내에 마력을 지니고 있다. 그것은 평소엔 느낄 수 없지만, 수행을 통해 감지할 수 있을 것이고 나아가 마법을 쓰기 위한 첫 단계가 될 것이다.
마력을 느끼는 수행은 명상으로 이루어진다. 편한 자세로 앉아 머릿속을 비워라. 그리고 자신의 몸의 감각을 느껴라. 먼저 가장 민감한 젖꼭지와 성기의 감각을 느껴라. 괄약근을 개방해 안으로 밀려들어오는 공기의 감각을 느껴라. 그렇게 몸 전신이 민감해지면 이제 번뇌해라. 자신의 몸이 구석구석 예민해진 상태로 열락에 이르는 것이야 말로 마력을 느끼는 지름길이노라. -
참 수상쩍기 그지없는 수행법이나 그걸 주저 없이 수행하는 세이고 역시 만만치 않다고 해야 하나. 의외로 그는 이 수행법이 마음에 들어 틈만 나면 자세를 잡고 실천하는 것이 하루 일과가 되어 있었다.
그런 노력 덕분일까.
그의 몸은 살랑 바람에도 느끼는 초가 붙을 정도로 민감한 몸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이것이 우연인지 아니면 그 수행법이 정말로 옳았는지 모르나 여태껏 느껴보지 못한 기운이 체내에 감도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이걸로 세이고는 마법을 배우기 위한 기초를 익히게 된 것이었다.
그리고 그는 엉덩이로 느끼는 마조 변태에서 전신이 성감대인 초민감 마조 변태로 진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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