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우우웅-
툭.
하고 하늘 위에서 짙은 갈색의 양장본이 숲에 떨어졌다. 그것은 성인의 한 뼘 정도의 두께로 표지에는 검붉은 색으로 육망성이 그려져 있었다. 척 봐도 수상쩍어 보이는 책. 우연찮게 근처에 있던 한 사내가 성큼성큼 걸어와 그 책을 집는다.
유카타 차림을 한 남자.
나이는 스물을 넘겼을까. 호리호리하진 않지만 다부지지도 않은 적당한 체격에 얼굴도 딱히 잘생기진 않았지만, 못 생기지 않은 그야말로 평범의 기준이 되는 외견을 한 청년이었다.
그의 이름은 세이고.
본명은 한성오이나 지금은 그렇게 불리고 있다. 이 평범하기 그지없는 그가 하늘에서 떨어진 수상쩍은 책을 집어든 장소는 요괴도 꺼리는 독버섯 군생지라 불리는 마법의 숲. 일반인이라면 절대 발을 들이지 않을 그곳에 어째서 그가 있는 것일까?
그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그가 막 환상들이를 하던 반년 전으로 돌아가기로 하자.
*
아무런 맥락도 없이 뜬금없는 것도 정도가 있을 정도로 그는 환상들이했다. 사람들에게 잊혀 져서도 아니다. ■■이나 환생 버스로 트립한 것은 더 더욱 아니다. 그렇다면 그는 왜 환상들이를 하고 말았는가? 이것은 흑막으로 통하는 늙은 현자에 의한 카미카쿠시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운 없이 밖과 안의 결계가 약한 곳을 통해 환상들이 해버린 것일지도 모른다. 그런 이런저런 가능성을 제쳐두고, 그가 현재 환상들이 해버린 장소는 하필이면 안전한 곳이 드물다는 환상향에서도 위험도가 높기로 악명 높은 마법의 숲이라는 것이 문제였다.
무연총이나 요괴의 산 등을 비롯해 환상들이한 자들의 생존확률이 극단적으로 낮은 장소중 하나. 그런 위험한 곳에 한성오는 환상들이 해버린 것이었다.
이제 막 환상들이 해버린 성오에겐 모든 것이 미지였고, 고난이었다. 여기는 어디이며 어째서 자신이 이런 장소에 와버린 것인지, 상황파악이 전혀 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주변에는 갖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다.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는 상황 속에서 그는 일단 자신이 서있는 곳을 파악하기 위해 앞으로 발을 내딛었다.
걸을 때마다 발바닥을 통해 전해지는 감촉과 비강을 통해 후각으로 전해져 오는 진한 풀냄새와 포자 냄새가 지금 처해진 상황이 현실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이거 정말 실화?"
정신을 차리고 보니, 전혀 낮선 장소에 있었다 라는 웃지 못 할 일을 겪고 있는 그는 마음 한켠으로부터 솟아오르는 두려움을 눌려 담으며 일단, 이 장소로 부터 벗어나야겠다는 일념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어쩐지 본능이 여기가 위험하다는 것을 알려오고 있는 느낌이 들어서였다.
그러나 커다란 나무만 빽빽이 들어서 있는 숲에서 밖으로 나갈 만한 방향을 찾는 다는 것은 그리 녹녹하지 않다. 우선 자신이 맨 처음 서 있던 장소를 모르니, 어디를 향해야 밖으로 나갈 수 있을 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거기다 길치가 아니어도 방향을 상실할 정도로 숲은 방대하고 울창했다. 그 결과, 성오는 벌써 두 시간이나 숲을 헤매게 되었다. 평소 운동을 즐겨하지 않은 탓에 지쳐버린 그는 잠시 숨을 돌리고자 근처에 보이는 반쯤 썩어 있는 통나무에 엉덩이를 깔고 께느른하게 늘어졌다.
그리고 그는 긴 한숨을 내쉬며 하늘을 올려다봤다.
"대체 어딘 거야. 여긴~!"
왜 이런 숲을 헤매게 된 것인지 영문을 몰라, 실증 내며 칭얼거리는 성오. 이제는 정말이지 울고 싶은 기분마저 드는 그였다. 평생 죄를 짓지 않고 살아온 자신이었다. 부모에게는 비록 효도를 해드리지 못했지만, 불효를 저지른 적도 없다. 그런 선량한 자신이 어째서. 그는 공연히 분노가 일었다. 자신이 직면한 부조리를 원망하며 큰 소리로 울분을 털어 놓고 싶었지만, 그랬다간 혹시나 있을지 모를 곰이 소리를 듣고 찾아올 까봐 억지로 눌려 참는다.
다소 감정이 격해진 성오였지만, 그래도 침착을 잃지 않으려 애쓰며 다시 가던 길을 재촉하던 그때 였다.
부스럭-.
수풀사이로 무언가 움직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부스럭 부스럭-!
그 소리는 점차 성오가 있는 쪽으로 커져 가더니. 사사삭, 수풀을 제치며 한 인영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흠칫한 성오는 떨리는 가슴을 안고 찬찬히 그 인영을 살폈다. 키는 자신 보다 조금 더 크고, 생선처럼 튀어나온 눈을 한 반라의 남자가 성오를 쳐다보고 있었다. 이름 모를 숲에서 처음 만난 사람이었다.
"저기, 좀 물어봐도 될까요?"
몰골이 수상쩍긴 하지만, 어디가 어딘지 몰라 울 것 같았던 성오에겐 반가운 상대였다. 속으로 안도하며 남자에게 반색하며 다가가는 성오. 그때, 무언가를 발견하고는 그대로 경직된 것처럼 멈춰 섰다. 성오는 본 것이었다. 남자의 하반신이 이상하다는 것을.
두 다리가 있어야 할 남자의 하반신은 무수히 꿈틀거리는 촉수로 되어 있었다!
남자의 툭 튀어나온 커다란 눈이 초첨 없이 움직였고, 하반신을 이루고 있는 촉수들이 물결처럼 흐느적거렸다. 기괴한 촉수 괴물 같은 남자의 모습에 성오는 등줄기에 소름이 돋는 감각을 느끼며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저게 뭐야?! 저게 뭐야?! 저게 뭐야?! 저게 뭐야?!
현실에서는 있을 수 없는 괴물이었다. 어째서 저런 것이 있는 것인지. 혹은 자신이 꿈을 꾸고 있는 게 아닌지. 그럼에도 이런 현실감이 넘치는 꿈이 있을 리 없다는 사실을 상기하며 혼란해했다.
괴물이 씨익 하고 웃었다.
성오는 길게 찢어진 괴물의 입 사이로 서로 지그재그로 맞물려 있는 송곳 같은 이빨을 발견했다. 마치, 자신을 먹잇감으로 밖에 보지 않는 듯한 미소였다. 성오는 더 이상 머뭇거릴 틈이 없다고 판단했다. 조금이라도 빨리 저 괴물에게 달아나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을 때, 그는 이미 괴물의 반대 방향을 향해 전력 질주를 하고 있었다.
태어나서 이렇게 빠르게 달려본 적이 있던가?
그는 그런 생각을 하며 앞만 보고 달렸다. 혹시라도 뒤를 돌아 봤다간 괴물에게 따라잡힐 것 같았기에 오로지 앞만 보고 달리고 달리고 달렸다.
그렇게 성오는 괴물에게서─
"괴물님의 촉수 갱장해여여여여여여────♥♥♥"
벗어나지 못했다.
아주 쉽게 너무나 간단히 따라잡힌 그는 괴물의 촉수에 휘감겨 결국, 구멍이란 구멍은 전부 범해지는 신세가 되고 말았던 것이었다.
그의 뇌는 쾌락에 사로잡혀 핑크빛이 되어 여자같이 날카로운 신음을 내뱉게 만들고 있었다.
"흐헤에에헤헤에엑~~ ♥ 엉덩이 엉덩이.. 히익! 기분조아아아♥ 26년 남자 인생 부정 당해 버려어어엇──!"
찔꺽 찔꺽 찔꺽 찔꺽 찔꺽 찔꺽 찔꺽 찔꺽 찔꺽 찔꺽 찔꺽 찔꺽 찔꺽 찔꺽 찔꺽 찔꺽 찔꺽 찔꺽 찔꺽 찔꺽 찔꺽 찔꺽 찔꺽 찔꺽 찔꺽 찔꺽 찔꺽 찔꺽 찔꺽 찍꺽 찔꺽 찔꺽
쭙뿍 쭙뿍 쭙쭉 쭙뿍 쭙뿍 쭙뿍 쭙뿍 쭙뿍 쭙뿍 쭙뿍 쭙쭉 쭙뿍 쭙뿍 쭙뿍 쭙뿍 쭙뿍 쭙뿍 쭙뿍 쭙쭉 쭙뿍 쭙뿍 쭙뿍 쭙뿍 쭙뿍 쭙뿍 쭙뿍 쭙쭉 쭙뿍 쭙뿍 쭙뿍 쭙뿍 쭙뿍
그렇게 능욕을 당한지 얼마나 지났을까.
촉수로부터 해방된 그는 몸도 마음도 헐렁헐렁한 상태로 온몸에 정체불명의 진액을 덮어쓰고 있었다.
초점 없이 빛을 잃은 눈은 쾌락으로 젖어 있었고, 벌어진 입으로 새빨간 혀가 나와 헐떡인다. 소중한 무언가를 잃은 대신, 그보다 더 소중한 것을 얻는 성오는 아직도 몸에 감도는 촉수의 여운을 느끼며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다.
자신은 터무니없는 M에 엉덩이구멍을 괴롭혀지면 가느다란 목소리로 앙앙거리는 ト헨타이변태라는 것을.
그리고 지금이라면 알 수 있었다.
자신이 이 영문 모를 곳에 오게 된 이유를.
그것은 바로 촉수 괴물님에게 엉망진창으로 범해져 진정한 자신을 깨달기 위해서라는 것을.
그 뒤의 일은 '아헤헤~♥' 거리던 성오를 발견한 한 마법사가 인간 마을로 인도했고, 그곳에서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되었다는 것 정도다.
환상향에 정착해 살게 된 성오는 그 당시의 일을 떠올리기만 해도 엉덩이가 시큰거려왔지만, 주변인에게 그런 변태적인 성향을 들키지 않으려 줄곧 참고 살아왔다. 그렇게 반년이란 시간이 흘렸을 때, 그는 이제 어엿한 마을의 일원으로 받아들여지게 되었지만, 늘 부족함을 느끼고 있었다.
그렇다.
그는 다시 한 번 그때의 쾌락을 맛보고 싶은 것이다.
마법의 숲에서 만난 그 촉수 괴물님에게 다시한번 범해지고 싶은 것이다.
그리고 현재.
그는 촉수 괴물님에게 그때처럼 범해지기 위해 위험한 마법의 숲에 발을 디뎠고, 우연히 하늘에서 떨어진 한 양장본을 줍게 된 것이었다.
그 양장본은 환상향에서 살게 된 이후, 줄곧 욕구불만이었던 그에게 촉수 말고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마법과 관련된 책. 즉, 마도서─그리모어─였다. 이것은 무슨 운명이었는지 우연히 줍게 된 마도서는 앞으로의 그의 인생을 크게 바꿔 놓는 계기가 되는데...
프롤로그 完
(IP보기클릭)49.168.***.***
(IP보기클릭)124.50.***.***
(IP보기클릭)36.38.***.***
(IP보기클릭)61.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