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정녕 환상향이 낙원이라 생각하십니까!”
인간 마을 한복판의 광장에서, 평소라면 한바탕 소란이 일어났을 외침이 들려왔다. 안 그래도 얼마 전에 있었던 날씨 이변으로 뒤숭숭했던 마을 사람들은 자기 갈 길을 가면서도 귀를 기울였고, 마을 광장에서 외치고 있던 연설자-최근 바깥세계에서 온 초록머리의 무녀-는 이에 고무되어 더욱 격한 말을 쏟아내었다.
“여러분! 언제까지 요괴들을 두려워해야 합니까! 언제까지 마을 밖에만 나가면 요괴에게 습격 당할까 두려워해야 합니까!”
마을 사람들은 이내 자신의 신사를 홍보하기 위한 호객행위인 것으로 알아듣고 ‘또 모리야 신사의 신자가 되라니’운운이 나올 것이라 생각하고 이내 흥미를 잃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녀가 이야기하기 시작한 내용은 전혀 딴판의 것이었다.
그러나 그녀가 이야기하기 시작한 내용은 전혀 딴판의 것이었다.
“여러분! 진정한 낙원이란, 인간과 요괴가 평등하게 사회주의적 이상을 추구해야만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낙원이란 사회주의 낙원을 말하는 것입니다 여러분!"
사람들은 여태까지와는 다른 일장연설에 관심을 가지며, 하나 둘씩 그녀 곁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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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치야 사나에는 대대로 신사를 보좌해왔던 가문 출신이었다. 그녀의 가문은 족히 수백 년 동안 스와 대사에서 신에게 봉사해왔다.
…태양에서 나온 힘이 아마테라스 오미카미로부터 전해 내려오던 옥좌가 있던 땅 일본 전체를 일식 상태로 만들어버리기 전까지 말이다.
히로시마에 폭탄이 투하되었다.
나가사키에 폭탄이 투하되었다.
일본은 항복을 거부했다.
고쿠라에 폭탄이 투하되었다.
교토에 폭탄이 투하되었다.
나고야에 폭탄이 투하되었다.
도쿄에 폭탄이 투하되었다.
…그리고 붉은 깃발과 흰 별의 깃발이 일본에 휘날렸다.
소련군은 한반도와 캄차카 반도 양쪽에서 일본을 짓눌렀고, 미군은 그 짓누른 틈 사이로 상륙하여 일본을 점령했다.
미군은 일본어를 지옥에서나 들을 수 있는 단어로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몰락 작전을 실행하여 농지에 고엽제를 뿌리고 식량고를 폭격했으며, 소련군의 기갑은 미국이 상륙하기 전까지 최대한 빨리 도쿄로 진군하겠다는 일념으로 베를린으로 진군할 때처럼 인정사정 봐주지 않았다.
전쟁 후, 남아있는 일본인은 5천만 명에 불과했고, 일본은 반으로 쪼개졌다.
아니, 엄밀히 말하면 혼슈의 서쪽 일부와 큐슈, 시코쿠는 미군 점령지로, 홋카이도와 도쿄를 제외한 혼슈 대부분은 소련군이 점령했으며, 각각 미군정과 소련군정이 세워진 후 몇 년 간 통치를 받다가 일본민주공화국과 일본인민공화국으로 바뀌었다.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 연방은 무너지지 않았으며, 여전히 유럽과 아시아를 호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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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와 대사는 여전히 존재했고, 코치야 가문도 계속 신을 섬겼다. 소련 치하의 정교회가 2차 세계대전 이후에 그랬듯, 공산주의도 결국엔 종교의 힘을 인정했으니까.
하지만 그것이 신앙이 쌓이는 것이느냐와는 별개의 문제이다. 쇼와가 핵의 불길에 증발당한 이후, 덴노는 평민으로 격하되었고, 그 동안 국가신토의 이름으로 이루어졌던 권력과 특혜는 정교분리의 이름아래 국가신토가 금지당하며 사라졌다.
게다가 공산주의-즉 ‘과학적 사회주의’가 새로운 이념으로 설립된 일본민주공화국은 과학적 합리를 중시하였고, 동시에 인민들이 초자연적 현상을 단순히 전설이나 괴담 속 이야기로만 취급하게 하였다. 이는 전쟁 후 태어난 코치야 사나에의 부모님 또한 예외가 아니었고, 코치야 사나에는 본래라면 있을 수 없는 이레귤러였다.
코치야 사나에는 분명 보고, 대화할 수 있는 존재를 없는 것 취급하는 주위를 견딜 수 없었다. 학교에서도 신의 존재함을 주장하는 사나에에게는 여지없이 주위 사람들의 반박이 들어왔으며, 심지어 신주이며 무녀였던 자신의 부모님조차 이를 진심으로 믿어주지 않았으며, 처음에는 정신에 이상이 있는지 검사해보기까지 했다.
신은 있다며 목이 쉬도록 외치던 사나에는 이윽고 포기하기 시작했고, 그녀가 이야기하던 신의 조언대로 다른 평범한 사람들처럼 생활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그녀의 머릿속에는 ‘신님은 있으며, 나는 미치지 않았다’라는 생각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어느 날 학교에 불이 났을 때, 그녀는 이를 신님이 주신 기회로 보았다. 그녀는 가진 힘을 사용하여 비바람을 불러내 불얼 꺼뜨렸고, 건물 전체를 불태웠을 뻔한 불길은 몇 개의 교실을 불태우는 것으로 잠재워졌다.
그러나 기적으로 불을 꺼뜨린 그녀를 맞이한 것은 동무들의 동경 혹은 경외가 아니라 국가보안위원회(KGB)의 요원이었다.
생애 처음으로 받게 된 조사는 그렇게까지 무섭지는 않았다. 조사라고 해 보았자, 무서운 아저씨가 아니라 어디 나이 조금 많은 형 같은 느낌의 요원과 간단한 다과를 먹으며 서로 이야기하는 것이 전부였다. 덕분에 그녀는 자기가 믿고 있었던 것들을 전부 이야기했고, 그는 별 말 없이 그녀의 말을 들어주었다. 큰 일 없이 그녀는 조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고, 이후 그녀는 그가 마지막에 말했던 충고에 따라 기적 운운은 더 이상 하지 않고 평범한 여고생으로 가장하며 생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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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방과 대체역사의 크로스오버! 일본인민공화국의 코치야 사나에 이야기입니다.
당은 인민을 위해서라면 어떤 것이든 받아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