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대로의 일이었다. 탈주범을 쫓아가 잡아 죽인다. 그러다가 상처를 입고 쓰러지는 것도 흔한 일이었다.
하지만 도망치던 탈주범이 자신한테 하얀 가루를 뿌리는 건 흔한 일이 아니었다. 하얀 가루를 뒤집어 쓰고 쓰러지는건 흔한 일이 아니었다. 지금 눈 앞에 펼쳐진 이 광경은 흔한 일이 아니었다.
우선 하늘, 평소와도 같이 파란색이었다.
초등학생이 그린 것 마냥 무성의 한 무지개가 걸려있고 그 위를 날개달린 분홍색 유니콘들이 날아다니는 것 빼곤 정상이었다. 날개가 달린 시점에서 날개 달린 유니콘이라고 해야 할지 뿔 난 페가수스라고 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자세히 보니 하늘을 나는 건 유니콘인지 페가수스인지 모를 생물들 뿐만이 아니었다. 방독면을 뒤집어 쓰고 속옷차림으로 무지개를 싸지르며 PVC 봉에 양손으로 매달린 체 날아다니는 마녀도 있었다. 멀쩡한 날개 놔두고 윗도리를 벗어 재끼고 한 손으로 헬리콥터 로터 마냥 회전 시키고 다른 손으로 부채질 해가며 그 뒤를 추격하는 요정들은 덤이었다.
이어서 땅으로 눈을 돌리자 일단 대나무 숲이 눈에 띄었다. 왜인지 대나무들이 팔이 돋아난 체 리듬을 타며 테크토닉을 추고 있었다. 그 숲 사이로는 죽림에 살고 있는 백발의 소녀와 카구야가 팬티 바람으로 서로의 엉덩이를 두들기며 레슬링을 하고 있었다. 더 괴상한건 윗도리를 완전히 께벗어서 가슴이라던지 전부 드러날 상황이었지만 하쿠레이 레이무의 머리를 데포르메한 그림이 회전하며 흔히 말하는 '검열처리'를 하고 있었다.
"이건 어때, 응?(How do you like that, Huh?)"
"항복하시지!(Give up!)"
"니가 포기해!(You give up!)"
거기다가 둘은 이상하게 영어를 쓰고 있었다. 사내가 혼란스러움에 눈을 옆으로 돌려보니 그 곳엔 분명 산 중턱에 있어야 할 모리야 신사가 있었다. 신 두명과 현인신 한 명이 온바사라 위에 우주복을 입고 올라 타 있었고 캇파들이 온바사라에 엔진을 달아 이륙시킬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는 이 광경을 너무나도 손쉽게 요약했다.
"뭐야 X발?"
"어이, 어이, 아저씨!"
사내가 소리가 나는 쪽을 돌아보니 권총을 진 은발의 소녀가 서 있었다. 사내는 그 소녀를 잘 기억하고 있었다.
"츠쿠모 시로가네."
"오랫만이야?"
"넌 죽었어."
"맞아, 난 죽었지."
"그런데 왜 여기 서있는거지?"
"간단하게 알려줄게."
그녀는 양팔을 하늘로 치켜들며 소리쳤다.
"아저씨는, 약을 빨았어!"
"아니, 뭐야?!"
시로도 평소답지도, 나이하고 어울리지도 않게 과장된 제스쳐를 취하며 당황하는 반응을 보였다. 그가 흡입한 하얀 가루는 인식하는 상황 뿐만이 아니라 정신 그 자체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었다.
"그것도 99.6969% 고순도라구, 우후!"
"환장하겠군! 어떻하지?"
"일단 여기 있으면 아무것도 해결 못해, 따라와!"
"자, 잠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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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토끼에게 이끌리는 앨리스처럼 정신 없이 츠쿠모가미를 따라가자
그곳에서는 또다른 가관이 펼쳐지고 있었다.
"사무라이 걸, 매지컬 요우무 등장!"
"이터널 세븐틴, 리리컬 유카리 등장!"
자기가 평소에 가장 자주 마주치는 인요 둘이 타케우치 나오코 만화에나 나올 것 같은 복장을 한 체 자신을 맞이한 것이었다.
"아아, X발..."
그는 못볼걸 봤다는 듯 주저 앉고서 얼굴을 파묻고 절규했다.
"어라, 여기가 아닌가?"
"딱 보면 모르겠어? 여기도 미쳐돌아가고 있다고!"
그가 질렸다는 듯 자리를 뜨려 하자 요우무가 두 자루의 칼을 빼들고 시로와 시로가네의 앞을 막아섰다.
"어딜 가십니까? 오늘이야 말로 당신을 갱생시킬거란-"
"망량「이중 흑사접」!"
그리고 그 요우무의 뒤에서 유카리는 스펠카드를 발동시켜 그녀의 뒷통수를 쳤다.
"큭, 이게 무슨짓이죠, 리리컬 유카리?"
"그 녀석은 내 노예야! 너 따위한테 뺏기지 않아!"
"이 무슨 사악! 육도검「일념무량겁」!"
"훗, 무다무다! 결계「생과 사의 경계」!"
"그만 해 이 ㅁ친 년들아!"
약에 취해 하한선이 한참 하락해 있던 그의 인내심이 한계에 도달하여 폭발하던 차,
"큰일 났어! 헝그리 비스트 사이교우지 유유코가 나타났어!"
시로가네가 바라본 쪽을 돌아보자 그 곳엔 사방으로 영혼으로 이루어진 촉수를 휘두르며 주위에 있는 모든걸 입으로 털어넣고 있는 사이교우지 유유코가 있었다.
"미쳐 돌아가는군...."
그는 몇번이나 했을지도 모를 소리를 또다시 내뱉으며 홀스터에서 44구경 리볼버 권총을 꺼내 조준했지만 이내 시로가네에게 저지당했다.
"그만 둬! 저 녀석한테는 어떤 공격도 먹히지 않아!"
"그럼 어쩌라고?"
"저 녀석은 사람의 옷 밖에 못 봐. 그러니까 팬티만 남기고 다 벗어야 해!"
"설마 아까 봤던 녀석들이 벗고 있던것도?!"
"That's Right!"
"그런데 왜 팬티만 남기는 거지?"
"두 가지 이유가 있어. 첫 째로 그 정도로 벗으면 헝그리 비스트가 인식 못 할 정도로 작게 보이지, 그리고 가장 중요한 둘 째!"
"뭐지?"
"완전히 벗으면 작가가 강등 당하니까!"
"그게 무슨 소리지?"
"나도 몰라! 아하하하핳하하!!" 그리고 난 안 벗어도 돼. 난 이미 죽었는데 뭐하러 벗어?"
전부 다 이해가지 않는 말들 뿐이었다. 그와는 별개로 저 상태의 유유코한테 잡혔다간 뭔가 좋지 않은 경험을 할거란건 직감적으로 느낄수 있었다.
사실은 그 직감마저 약기운으로 왜곡 된 상태였지만.
'어차피 현실도 아닐텐데 뭘 못하겠냐, X발...'
그는 내심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어쩔수 없이 그녀의 말대로 팬티만 남기고 모든 옷을 벗어재끼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결정은 그의 인생에 전혀 다른 종류의 오점을 남기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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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지금 후지카와 시로가 뭘 하고 있다고?"
"이상한 하얀 가루를 뒤집어 쓰고는 허공에 대화를 하면서 도망 다니더니 이젠 팬티만 입고 숲 속을 뛰어다니고 있다구요!"
요우무는 전화기에 대고 자신이 본 광경을 다시 한번 전달했고, 유카리는 그 말 같지도 않은 상황에 오히려 반문하고 나섰다.
"대체 무슨 약을 빨았길레 그런 짓을 하고 다니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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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약, 빨아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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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인츠 로우에서 많이 영향을 받았죠. | 16.07.25 00:0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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