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즈막한 밤. 골목 너머로 비추는 반달 너머로 어슴푸레 날아오는 두 그림자. 앨리스는 인상을 찌푸렸다. 루미아는 앨리스와 레이무를 번갈아 보고서는 자신만만한 웃음을 짓고는 바닥에 사뿐히 내려앉았다. 루미아의 뒤에는 마리사가 서 있었다. 평상시의 복장과는 달리 타르가 끈적하게 묻은거같은 이상한 옷을 입고 있었다. 마리사는 생기가 없는 눈동자로 두 사람을 번갈아보고 루미아의 앞으로 나섰다.
"주인님. 이쪽은 저에게 맡기시고..."
"아니"
루미아가 말했다. 루미아는 마리사를 뒤쪽으로 밀어놓고 자신이 앞으로 나왔다. 손에는 어느샌가 검은색의 검이 들려 있었다. 검은 기분 나쁜 기운을 풍기며 언제라도 희생양을 베어버릴듯 날카롭게 빛이 나고 있었다.
"너보다는 내가 직접 나서서 쭉정이들을 베어내도록 하겠다. 아직 미숙한 너이니까 말이다"
"..."
마리사는 잠시 루미아를 바라보고는 뒤로 물러나며 고개를 숙였다.
"주인님의 뜻이 그러하다면..."
앨리스는 마리사를 흘끔 쳐다보고는 루미아를 노려보았다. 마리사는 몸의 선이 적나라 하게 드러나는 옷을 입고 있었다. 아니 그냥 검은 석유를 온몸에 치덕치덕 바른거같은 느낌이라고 해야할까.
"꽤나 악취미적인 복장이잖아 마리사. 언제까지 그렇게 넋을 놓고 있을..."
콰직.
레이무가 말을 걸며 다가서자 바로 발 앞쪽에 망설임도 없이 광탄을 꽃아넣었다. 연기가 모락모락 일며 파편이 붉게 타올랐다. 레이무는 마리사를 노려보았지만 마리사는 무덤덤한 표정으로 레이무를 쳐다보았다.
"다가오지마."
"하...그렇게 나서겠다 이거지"
레이무가 불제봉을 꺼내며 말했다. 앨리스는 그런 마리사를 안타깝다는듯이 쳐다보다가 말 없이 인형들을 꺼내들었다. 인형들은 잠시 망설이는듯 하더니 무기를 꺼내들고 마리사를 겨누었다.
"아니지. 이쪽을 노려야지 얘들아"
앨리스가 그렇게 말하며 루미아를 가리켰다. 루미아는 수십기의 인형들을 보고는 콧웃음을 쳤다.
"지금 이 밤의 여왕을 상대로 그런 반푼이 인형들로 나와 싸우겠다는건 아니겠지? 재미있는 도전이구나"
루미아가 손짓을 한번 하자 그림자들이 폭발하면서 인형들을 산산히 부숴버렸다. 인형들의 파편은 마치 벚꽃잎처럼 하늘하늘 앨리스에게 떨어졌다. 앨리스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래. 언제까지 웃을수 있나 보자구"
앨리스가 그렇게 말하며 마리사를 쳐다보았다. 마리사는 아까전부터 계속하여 앨리스를 쳐다보았다. 검게 물들은 팔괘로를 꺼내어 무언가를 끼워넣는 마리사를 보며 앨리스는 만족스럽게 웃었다.
"지금이다 마리사. 어서 싸워"
앨리스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루미아의 가슴께로 한줄기 섬광이 지나갔다. 루미아는 휘둥그레진 눈으로 마리사를 노려보았다.
"어째서...?"
"이야기 하자면 조금 길지. 루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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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은 일주일 전으로. 몽타뉴를 출격 시키고 레이무가 준비를 하고 있을 무렵 앨리스가 마리사를 따로 불러내었다.
"루미아는 강한 상대야. 게다가 이미 한번 공격 당한 너라면 위험할지도 몰라"
"알고는 있지만...그래도 상대해야하는 녀석이잖아?"
그러자 앨리스가 쿡쿡 웃으며 말했다.
"녀석은 오만하고 방심 투성이인 녀석이야. 조금이라도 꼬리를 내리고 도망치는 척하면 승리의 쾌감에 쩔어서 몸도 못가눌 이상한 녀석이라고"
"계획이라도 있어?"
그러자 앨리스가 소곤소곤 마리사의 귀에다가 속삭였다. 계획을 차근차근 듣던 마리사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화들짝 놀라며 앨리스에게 말했다.
"그 계획...농담 아니지?"
"물론. 나는 진지하다고"
"하지만 고문을 한다며! 나는 그런거 버틸 자신이 없어..."
"걱정마. 루미아가 너한테 거는 고문은 고통적인 고문이 아니니까. 그리고 얼마 못버티겠다 싶으면 그냥 항복하고 노예로 삼아달라고 해. 그 이후 네가 루미아를 우리가 있는 쪽으로 끌어낸 다음, 너와 내가 죽인다. 레이무에게는 비밀로 하고"
이렇게 말하며 한쪽 눈을 찡끗 하며 윙크를 날리는 앨리스를 보며 마리사는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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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이런 계획이라고. 속이는데에는 성공했지만 간신히 목숨은 붙었네"
마리사가 말했다. 루미아는 한쪽 가슴을 움켜쥐고는 마리사를 노려보았다.
"그럼...이제 널 어떻게 요리하면 되는걸까?"
아직도 어리둥절 하고 있는 레이무를 애써 무시하며 마리사가 생긋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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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시간이 없네...
어째서 항상 시간이 부족한걸까요?
조금은 사지방 시간이 넉ㄴ거했으면...
휴가때나 좀 밀린 분량을 한꺼번에 해치워야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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