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F] 절망과 극한의 100가지 이야기, ‘헌드레드 라인’ 국내 상륙 임박
절망 그리고 학원. 소싯적 일본 게임을 좀 해봤다는 게이머라면 이 두 키워드서 쉬이 ‘단간론파’가 떠오를 터다. 바로 그 ‘단간론파’의 아버지 코다카 카즈타카가 다시금 절망과 학원, 여기에 전쟁을 더해 독특한 작품 한 편을 빗어냈다. 바로 일본 현지는 지난 4월 출시됐으며 곧 아크시스템웍스 아시아서 한국어화 정식 발매 예정인 ‘헌드레드 라인 -최종방위학원-‘. 정체모를 괴물들에 맞선 특방대 15명의 이야기를 그린 어드벤처이자 SRPG다.
본작의 가장 큰 매력은 역시 스파이크 춘소프트 양대 시나리오 라이터로 꼽히는 코다카 카즈타카와 우치코시 코타로가 의기투합해 무려 100가지나 되는 분기를 전부 썼다는 것. 되려 그 방대한 분량 때문에 아크시스템웍스 아시아가 나서기 전까지 한국어화가 요원했을 정도다. 과연 이 광기(?)의 기획은 어떻게 실현될 수 있었는지, ‘헌드레드 라인’ 한국어화 기념으로 AGF를 찾은 투쿄 게임즈 코다카 대표와 애니플렉스 이노 슌타로P에게 물었다.
'헌드레드 라인' 투쿄 게임즈 코다카 카즈타카 대표, 애니플렉스 이노 슌타로 프로듀서
● 일본 현지 발매 후 반년이 좀 넘어서야 한국어화가 성사됐네요
애니플렉스 이노 슌타로P(이하 이노): 한국어는 처음부터 지원하려 했습니다. 다만 ‘헌드레드 라인’이 일본어로 대략 600만 자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인지라 지원 언어를 추가하기 위한 시간도, 그리고 각국에서 도움을 줄 파트너도 마땅치 않았어요. 결국 한국어가 빠진 상태로 출시됐습니다만 다행히 초기 성적이 괜찮았고 아크시스템웍스 아시아로부터 퍼블리싱 제안도 받았죠. 덕분에 일본 발매로부터 다소 시간이 지나긴 했어도 최종적으로 한국어 지원이 실현됐습니다. 아크시스템웍스 아시아가 금번 AGF 출번부터 이 미디어 인터뷰까지 높은 열의로 ‘헌드레드 라인’일 대해주어 매우 기쁘고 기대하는 바가 큽니다.
● 한국어판은 다른 언어와 분리돼 출시하나요, 아님 동시 업데이트될까요
이노: 기본적으로 기존판에 한국어가 추가됩니다. 아직 한국어판 출시 일정은 발표하지 않았습니다만 아마도 동시기에 기존판도 업데이트할 듯합니다. 다만 닌텐도 스위치 e숍의 경우, 현재 한국에도 애니플렉스 명의로 ‘헌드레드 라인’이 올라가 있는데요. 이쪽은 아크시스템웍스 아시아가 퍼블리싱하는 한국어판으로 교체될 겁니다. 즉 기존판에 언어가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별개의 한국어판이 게시되는 식입니다.
투쿄 게임즈 코다카 카즈타카 대표(이하 코다카): 일본 발매 후 지금까지도 여러 가지로 피드백을 받아 수정하거나 새롭게 추가한 요소가 많습니다. 따라서 한국어판이야말로 당초 상정했던 가장 재미있고 완성도 높은 ‘헌드레드 라인’이지 않나 싶습니다.
● 이렇게 AGF를 기해 뵙게 됐습니다만, 한국 시장과 게이머에 대해 어떻게 보시는지
코다카: 저도 꽤 오랫동안 게임 업계에 몸담았는데, 그때야 한국 시장은 역시 온라인 게임판이라 생각했죠. ‘단간론파’ 같은 제 게임이 전부 한국어화된 것도 아니고요. 그런데 최근에는 콘솔 게임을 향한 관심이 훨씬 커졌다는 게 느껴집니다. 그러니 ‘헌드레드 라인’을 계기로 제 게임도 더 많이 출시되면 좋겠네요. 얼른 한국서 유명해지고 싶습니다(웃음).
● 그렇다면 ‘헌드레드 라인’ 한국어화 소식에 기뻐할 뭇 한국 게이머에게 인사를 남기시죠
코다카: 한국은 일본어나 영어로 게임을 즐기는 분이 많다고 들었습니다만, ‘헌드레드 라인’은 분량이 어마어마하기에 역시 모국어로 봐야 100% 이해할 수 있다고 봅니다. 저로선 정말 전력을 다해 만든 작품이므로 한국 게이머분들이 100% 남김없이 즐겨준다면 무척 영광스럽겠습니다. 그리고 한국어화를 계기로 유명해지고 싶습니다(웃음).
이노: 한국 게이머분들은 무척 게임을 좋아하며 열정적입니다. 실제 인구 대비 게임 플레이에 익숙한 비율이 굉장히 높잖아요. 특히 콘솔뿐 아니라 PC로 게임을 즐기는 문화가 널리 자리잡은 만큼, 스팀으로도 발매되는 ‘헌드레드 라인’에 거는 기대가 큽니다. 개인적으로 한국어 지원 및 발매 경험은 처음이라 과연 한국 게이머분들이 어떤 캐릭터, 어떤 에피소드를 좋아할지도 궁금하고요. 한편으로 애니플렉스는 역시 굿즈를 잘 뽑는다고 자부하므로 한국 한정 굿즈 같은 것까지 가능성을 열어두고 현지화에 정성을 들이겠습니다.
● ‘헌드레드 라인’ 자체에 대해 좀 더 얘기 나누고 싶습니다. 어떠한 계기로 시작된 기획인가요
코다카: 투쿄게임즈를 설립할 당시 목표랄까, 계획은 크게 두 가지였습니다. 첫째는 자사 IP를 갖는 것, 둘째는 오랜 동료이자 ‘극한탈출’ 시리즈로 유명한 우치코시 코타로와 공동 작품을 내는 것. 다만 자사 IP는 돈을 좀 모으다 보면 언젠가 가능하겠지, 같은 느낌으로 제쳐두고 우선 우치코시와 작품을 만들기 시작했죠. 과거 ‘단간론파’처럼 퍼블리셔에게 돈을 전부 지원받는 방식이었습니다만 안타깝게도 도중에 개발 중지되고 말았어요. 그렇다면 이참에 자사 IP라도 남기자는 집념의 산물이 바로 ‘헌드레드 라인’이죠. 그러니까 계기는 분노, 최초의 영감은 반드시 되갚아주겠다는 반골 정신과 작품에 대한 사랑입니다(웃음). 뭐, 덕분에 막대한 빚까지 져버려 애니플렉스가 아니었다면 정말 위험할 뻔했네요.
● ‘헌드레드 라인’이란 제목, 100일이란 시간, 100개의 엔딩까지. 이렇게 특정 숫자를 강조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코다카: 매년 수많은 게임이 쏟아지는 와중에 뭐 하나라도 정말 미쳤다, 싶은 요소가 없으면 경쟁 자체가 안 됩니다. 그래서 우리가 목숨을 걸고 게임을 만든다면 무엇으로 승부수를 띄울 것인가 고민했을 때, 투쿄게임즈는 우치코시를 비롯해 뛰어난 시나리오 라이터가 많거든요. 그래서 아예 시나리오 분량으로 압도해버리자 싶었죠. 박력 넘치게 100일간 100개의 루트를 목표로 내걸고 모두에게 알렸더니 스태프 전원이 절망했습니다.
● 그 점은 실제로 뭇 게이머의 눈길을 끄는 데 성공했다고 봅니다만, 그 이면에 테마나 메시지도 있겠죠
코다카: 그런 건 역시 크리에이터가 자기 입으로 떠들 게 아니라 작품을 통해 느껴주기 바랍니다. ‘헌드레드 라인’은 수많은 분기가 존재하며, 가령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처럼 전개가 약간 달라지는 게 아니라 시나리오 장르 자체가 뒤바뀝니다. 그래서 100개의 루트 안에 온갖 사상과 감정이 담겨있어 테마를 딱 정할 수 없죠. 흔히들 비주얼 노벨은 한 번 즐기면 끝이라고 하죠. 그렇다면 역으로 한 번이 좀체 끝나지 않는 어드벤처 게임은 어떠냐는 각오로 ‘헌드레드 라인’을 만들었습니다. 저야 그 전부를 맛보셨으면 좋겠으나 당연히 100개 루트를 올 클리어할 필요는 없어요. 나는 이 루트가 좋다, 게임의 결말로서 만족한다 싶을 때 스스로 그만두는 거죠. 그런 경험까지 포함해 어쩌면 전대미문의 게임이 아닐까 싶습니다.
● 절망이란 키워드를 내세웠다는 점에서 코다카 대표의 출세작 ‘단간론파’를 의식했지 않나 싶은데요
코다카: ‘헌드레드 라인’은 투쿄게임즈의 첫 자사 IP로서 지금까지 우리가 만든 모든 게임의 총집편, 베스트컷 같은 것이기도 합니다. ‘단간론파’야 당시 제가 쓰고 싶었던 내용이 그대로 작풍으로 남았기에, 구태여 거기서 멀어지려 하지 않는 한 비슷한 인상이 남는 것도 당연합니다. 다만 시나리오라든지 작품 자체의 연관성은 없습니다.
● 그렇다면 ‘단간론파’ 등 과거작과 비교했을 때 ‘헌드레드 라인’ 시나리오를 쓰며 달리 신경을 쓴 점은 무엇인가요
코다카: 처음으로 저 혼자가 아닌 여러 시나리오 라이터와 함께 하나의 게임을 완성시키는 작업이었기에, 그들이 충분히 실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신경을 썼습니다. 앞서 예로 든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처럼 큰 줄기로부터 분기하는 방식도 따져봤지만, 역시 각자의 개성을 살리려면 루트마다 내용이 크게 뒤바뀌는 편이 좋겠더군요. 애니메이션 ‘인투 더 스파이더버스’ 아시죠? 그렇게 마치 여러 세계가 존재하는 멀티버스 느낌으로 말입니다. 다만 전쟁이란 핵심 테마는 유지해야 하므로 젊은이들이 싸울 수밖에 없는 안타까움, 사상, 긴장감 등을 제대로 그려내자고도 다짐했습니다.
● 코다카 대표와 우치코시 감독은 각자 알아서 시나리오를 쓴 뒤 나중에 맞춰본다는 얘기를 들었는데요
코다카: 절반만 맞는 얘기네요. 우치코시는 제 시나리오를 전부 읽은 뒤 집필합니다. 반면 저는 우치코시의 시나리오를 글로 읽지 않고 나중에 테스트 플레이 때 보곤 하죠. 과연 우치코시다운 내용인데다 제 시나리오를 전부 읽고 쓴 엔딩이기 때문에 무척 감동 받았습니다. 다만 우치코시의 엔딩에 도달하는 건 ‘헌드레드 라인’서도 상당히 장벽이 높습니다. 시간 여유가 충분한 분들은 꼭 도전하길 추천합니다.
● 최종방위학원 특방대 소속의 총 15명이 주역으로 등장합니다만, 전원이 나름대로 비중을 갖는 게 대단하네요
코다카: ‘단간론파’나 ‘레인코드’ 등 매번 게임을 만들 때마다 마찬가지인데, 저는 모든 등장인물이 나름대로로 주인공이라 여기며 시나리오를 씁니다. 또한 다 쓴 시나리오를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재차 읽고 고치죠. 가령 한 번은 키리후지의 시점으로 읽고 또 한 번은 마루코의 시점으로 읽으며 모두에게 걸맞은 시나리오가 되도록 고칩니다. 아마도 캐릭터 전원에게 애정을 품고 있어서 가능한 작업일지도 모르겠네요.
● 100일이란 시간이 흘러가는 와중에 자연스레 긴장과 여유를 오가는 시나리오 구성도 훌륭합니다
코다카: 이것도 매번 게임을 만들 때마다 마음에 새기는 바입니다. 진중하든 웃기든 다 좋으니 아무튼 지루한 장면은 쓰지 말자는 거죠. ‘헌드레드 라인’은 수수께끼 투성이인 전개인데, 뭔가 의문이 해소될 찰나 또다른 문제가 주어지는 식으로 마음이 간질간질한 상태를 유지시켜요. 그렇게 그만둘 타이밍을 잡기 힘든 시나리오를 쓰는 겁니다.
● 이제와 말입니다만, 솔직히 100개의 루트를 만들자고 선언하고 후회한 적은 없는지 궁금합니다
코다카: 시나리오를 아무리 써도 끝나지 않더군요. 매일매일 써도 끝나지 않는 통에 우치코시는 몇 달간 회사에서 숙박했습니다. 거기다 제가 만드는 작품은 스크립트, 그러니까 게임상 연출을 반드시 시나리오 라이터에게 맡깁니다. 왜냐하면 이 순간에 음악을 바꾸면 최고라든지, 이 대사는 어떤 표정이 절묘하다든지 등 시나리오 라이터 본인이 가장 잘 알거든요. 그러니까 시나리오를 다 써봐야 스크립트가 끝나지 않는 겁니다. SRPG 파트도 생각보다 공을 들였더니 그것 역시 끝나지 않고. 개발 기간은 하염없이 늘어지고 빚도 하염없이 늘고(웃음). 그쯤 되니 반드시 되갚아주겠다는 반골 정신만 남아서 어떻게든 완성시켰네요.
● ‘헌드레드 라인’은 시나리오 중심의 게임임에도 따로 스트리밍 금지 구간을 설정하지 않았더군요
코다카: 게임 발매부터 스트리밍 금지 구간이 없는 건 저로선 처음이네요. 솔직히 이 방대한 시나리오를 전부 스트리밍할 수 있으면 해보라는 자신감의 표현입니다. 저희가 목숨을 걸고 엔터테인먼트를 만들듯 스트리머분들도 각자의 프라이드를 품고 스트리밍을 하는 거겠죠. 가령 100개의 루트를 올 클리어하기 전까지 잠들지 않겠다는, 그 정도의 기세라면 저 역시 전부 시청하겠습니다.
이노: 여러분도 잘 아시겠지만, 코다카 씨의 게임은 스포일러 당했을 때 굉장히 큰 즐거움을 빼앗기는 측면이 있습니다. 따라서 그런 장면을 진행할 경우 썸네일에 사용하지 않음은 물론이고 제목 또는 개요에 스포일러 표기를 꼭 남겨주세요. 또한 스트리머가 얼굴을 드러낸다든지 목소리가 담기는 것 외에 무언으로 게임 플레이만을 찍어 올리는 건 모쪼록 삼가주셨으면 합니다.
● ‘헌드레드 라인’은 줄곧 얘기 나눈 ADV(어드벤처) 파트 외에 SRPG 파트인 방위전도 있죠. 이러한 구성을 택한 까닭은
코다카: 여느 크리에이터와 정반대 접근법이라 생각합니다만, 저는 게임을 만들 때 시나리오를 먼저 구상하고 시스템은 후순위입니다. ‘헌드레드 라인’의 경우 고등학생 15명이 전쟁에 동원돼 억지로 싸우게 되는 시나리오서 출발했죠. 그렇다면 15명 전원이 함께 싸우면서 각자의 심정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는 시스템이 뭘까, 고민 끝에 SRPG를 선택한 겁니다. 만약 이게 실시간 액션이면 한 명씩 나서서 싸우는 동안 나머진 어디서 뭐하나 싶잖아요.
● ADV 파트와 SRPG 파트의 비율은 어느 정도가 적절하다고 보고, 또 어떤 방식으로 맞췄는지 궁금합니다
코다카: 별로 그 비율까지 따지며 만들지 않았어요. 단순히 시나리오를 진행하다 여기쯤 적이 나오면 재미있겠다 싶을 때 방위전으로 넘어가는 식이죠. 앞서 말했듯 저는 그만둘 타이밍을 잡기 힘든 게임이 나름의 철학입니다. ‘헌드레드 라인’으로 치면 하루만 더 보내고 꺼야지 싶던 찰나 적이 습격해와서 좀체 그만두지 못하는 거죠(웃음).
● ADV 파트야 코다카 대표의 자신 분야입니다만 SRPG를 만드는 건 처음일 텐데요. 개발에 어려움은 없었나요
코다카: 솔직히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SRPG 파트의 개발을 맡아준 미디어비전이 SRPG를 원체 잘 만들거든요. 저는 언제 적이 습격해오고 거기서 어떤 위기가 터지고 이런저런 대화가 오간다고 전부 글로 적어서 넘겼습니다. 그러면 미디어비전은 제 시나리오를 읽고 SRPG에 어울리는 형태로 시스템을 구축하는 거죠. 적의 피를 빨아들인다든지 동료가 쓰러지면 더욱더 강해진다든지 말입니다. 사실 투쿄게임즈 내부에도 ‘페르소나’ 출신 스태프가 있기도 해서, 되려 SRPG 파트를 공들여 만들자는 열기가 과하게 부풀어오른 게 문제였습니다. 결과적으로 동료가 쓰러지면 쓰러질수록 한 방 역전이 가능한, 여느 SRPG서 보기 힘든 박력을 갖춰 기쁩니다만.
● 개발도 개발이지만, 코다카 대표의 작품을 쭉 즐겨온 팬들이 SRPG에 익숙지 않을 가능성도 있잖아요
코다카: 의외로 더 어려웠으면 좋겠다는 피드백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엄청나게 어려운 익스트림 모드를 업데이트했죠.
이노: 물론 더 쉽게 즐길 수도 있습니다. 진짜 너무 많이 지면 무적 모드 같은 게 켜지니까 안심해도 좋습니다.
● 일본 현지 발매로부터 반년이 흐른 지금, ‘헌드레드 라인’의 만족스러운 점과 개선하고픈 점 무엇인가요
코다카: 역시 이 유일무이한 이야기로서 체험을 끝까지 만들어냈다는 데 만족합니다. SRPG 파트 역시 당초 상정한 것보다 훨씬 재미있게 완성돼 기쁘고요. 굳이 아쉬운 점을 꼽자면 일단 사장이니까, 무리하게 빚을 지며 뭘 만드는 행태는 스스로 개선하고 싶습니다.
● 혹시 일본 현지 발매 후 지금까지 받아온 피드백 가운데 특별히 기억에 남는 게 있다면 들려주시길
코다카: 정말 여유가 없어서 서둘러 쓴 야한 루트가 하나 있는데, 그게 의외로 엄청나게 평판이 좋았던 게 가장 기억에 남네요.
● 이제 본편이 어느 정도 흥행에 성공한 만큼, DLC 또는 이른바 확장판을 낼 가능성도 있는지 궁금합니다
이노: 한국어판 발매와 함께 게임 플레이를 한결 쉽게 만들어줄 뭔가가 추가됩니다. 이 부분은 추후 발표를 기대해주세요. 다만 질문하신 DLC란 역시 새로운 캐릭터나 시나리오가 추가되는 식이겠죠. 현재로선 그런 건 만들고 있지 않아요. 우선 지금의 ‘헌드레드 라인’을 전세계에 제대로 선보이고 싶습니다.
● DLC나 확장판이 아니라면 앞으로 ‘헌드레드 라인 2’ 같은 시리즈화를 지향한다고 봐도 좋을까요
코다카: 어느 쪽인가 하면, 저로선 시리즈화보다 ‘헌드레드 라인’을 계속 발전시켜 언젠가 ‘사우전드 라인’까지 되면 재미있을 듯합니다. 그래서 한참 뒤에 구입한 사람이 보기에 마치 층층, 겹겹이 쌓아올린 수수께끼 위법 건축물 같은 게임이 되면 굉장하겠죠. 또한 발매 후 특방대 캐릭터들의 인기가 상당히 높은 터라 미디어믹스도 해보고 싶네요.
이노: 위법 건축물이라니(웃음). 저는 크리에이터는 아닙니다만 그렇기에 더욱더 크리에이터가 낸 아이디어를 소중히 여기지 않으면 안 된다고 봅니다. 퍼블리셔로서 크리에이터와 힘을 합쳐 그 아이디어를 실현시킬 방법을 제대로 찾아아죠. 그러니까 ‘헌드레드 라인’을 구입한 분들은 꼭 소장하세요. 뭔가 계속 늘어난다고 합니다. 지금 팔면 분명 아까울 겁니다.
● 현재 PC와 닌텐도 스위치로만 출시된 상태입니다만, 추후 플랫폼 대응을 넓혀갈 계획은 없나요
이노: 코다카 씨와 따로 방침을 맞춰본 건 아닙니다만, 저로선 할 수 있다면 도전하고 싶습니다. 가령 PS 하드웨어로 출시해달라는 요청이 꾸준히 오고 있거든요. 다만 현실적으로 봤을 때 이미 발매된 게임의 플랫폼을 추가 대응하는 건 역시 조심스럽죠. PS나 XBOX로 냈을 때 판매량이 어느 정도 늘어날지 등 냉정한 판단 속에 논의하려 합니다.
● 좀 더 개인적인 질문을 드리고 싶습니다. 코다카 대표는 왜 항상 십대가 주인공인 학원물을 만드나요
코다카: 작품을 통해 주인공이 성장하는 이야기를 좋아합니다. 게임이 막 시작됐을 때와 엔딩에 다다랐을 때 게이머 마음 속에서 그 캐릭터가 완전히 다른 인상을 갖는, 그런 이야기를 쓰고 싶어요. 그런데 저 같은 아저씨는 이제 딱히 성장 따윈 안 하거든요(웃음). 젊고 유망한 십대 주인공을 성장시키는 편이 훨씬 자연스럽다고 봅니다.
● 그렇지만 코다카 대표께서 쓰는 어른의 이야기도 기대됩니다. 언젠가 어른들이 주인공인 게임도 만들까요
코다카: 앞서와 정반대 답변 같습니다만 만들고 싶습니다. 어른이기에 느끼는 쓴맛이라든지 각오라든지, 어른의 연애라든지 다루면 퍽 재미있을 것 같네요.
● 아틀러스에게 ‘P3’가 그렇듯 회사를 재정 위기에서 구해낸 작품은 특별한 의미로 남기 마련이죠
코다카: 그런데 솔직히 매출은 별로 의식하지 않아요. 물론 대표작이 되면 좋겠죠. ‘헌드레드 라인’으로 벌어들인 돈은 전부 또다른 언어 지원이나 추가 콘텐츠 개발에 투입할 겁니다. 그러니까 게임이 엄청나게 팔린다고 제가 부자가 될 일은 없으니 안티 여러분도 안심하고 사주면 좋겠습니다.
● 노파심이 드리는 질문입니다만 ‘헌드레드 라인’으로 그전까지의 빚은 전부 변제가 된 거겠죠
코다카: 무사히 갚았고 컵라면 생활에서 벗어나 샐러드도 먹을 수 있게 됐습니다(웃음).
● 제자 격인 코이즈미 요이치로 씨가 ‘슈퍼 단간론파 2×2’ 메인 시나리오 라이터를 맡았던데, 소개를 해주시죠
코다카: 코이즈미와는 ‘절대절망소녀 단간론파 어나더 에피소드’부터 10년 넘게 함께해왔죠. 그 후 ‘단간론파 3’ TVA나 ‘뉴 단간론파 V3’ 등 거의 모든 작품에 참여했어요. 투쿄게임즈를 설립한 후 어찌 보면 가장 엄격하게 대한 시나리오 라이터이기도 해서 제 가락이랄까, 그런 걸 가장 닮았습니다. 아직 젊고 기세가 좋기 때문에 ‘슈퍼 단간론파 2×2’는 분명 저보다 더 재미있는 시나리오를 써줄 겁니다. 물론 저의 감수는 들어갑니다만.
● 언젠가 코다카 대표의 손을 떠나 다른 누군가가 ‘단간론파’ 완전 신작을 만드는 날이 올까요
코다카: 그건 그거대로 보고 싶긴 한데 어떨까요. 제가 시나리오를 쓰고 코마츠자키가 일러스트를 그리지 않은 ‘단간론파’라니 좀 무섭군요. 뭐, 그러다 엄청 욕먹을 때 제가 딱 나서는 느낌으로(웃음). 그러니까 누가 한 번 만들어봐도 좋겠습니다.
| 김영훈 기자 grazzy@ruliweb.com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