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나에게 맞는 속도로 즐기는 '옥토패스 트래블러 : 대륙의 패자' 체험기
엄청나게 유의미한 성과를 거뒀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해당 작품은 HD-2D를 최초로 선보인 ‘옥토패스 트래블러’의 후속작을 기다리는 사람들에게는 충분한 의미를 보여줬다. 2023년 연초에 후속작 ‘옥토패스 트래블러 2’가 발매되었기에, 약 3년의 빈 시간 동안 다음의 이야기와 후속작의 이야기를 기대하며 플레이할 만한 가치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서비스가 1년 반이 넘어간 시점, 옥토패스 트래블러: 대륙의 패자는 글로벌 서비스를 시작하며 일본 외부에서도 게임을 선보이기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하지만 그 속도가 빠르게 전개되지는 않았다. 글로벌 서비스 이후 1년. 그리고 일본에서의 서비스 이후 3년이 지난 시점, 상당한 시간이 지나서야 대한민국에 서비스가 이루어졌다.
지난 12월 7일 국내 서비스를 시작한 ‘옥토패스 트래블러 : 대륙의 패자(이하 대륙의 패자)’. 일본에서는 서비스 3주년을 맞이하며 많은 시스템 / 편의성 측면에서의 변화가 있었지만, 국내에서는 가장 초기의 모습으로 자리하여 게임의 매력을 전달하기 위한 과정을 거치고 있다.
1. 멀티 플레이 없는 오직 싱글 플레이 JRPG 경험을 전달하는 것
2. 원작이나 콜라보 캐릭터를 이용한 가챠 형식의 BM
3. HD-2D로 구성된 미려한 비주얼들
4. 원작의 특징적인 전투와 시스템을 모바일로 ‘옮겨 담는 것’
5. 전투 관련 약간의 변화를 가미한 것
가장 먼저 언급할 수 있는 지점은 싱글 플레이 JRPG의 경험을 제대로 맛볼 수 있는 타이틀이라는 점이다. 단순히 전투의 형태나 육성의 구조가 아니라, 멀티 플레이가 없이 오직 싱글 플레이 콘텐츠로 설계되었다는 점. 바로 이 점이 중요하다. 다른 외부에서 게임 내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을 제외하고 오롯이 플레이어가 주도권을 가져간다.
게임 시작 시에 나오는 ‘자신만의 속도로 즐기는’이라는 표현은 여기서 기인한다. 다른 사람과의 경쟁도. 거기서 오는 초조함이나 불편함을 느낄 필요도 없다. 자신이 원하는 시점에 원하는 만큼 플레이를 하면서 나름의 페이스로 조금씩 진행하는 것을 목표로 둔다.
싱글 RPG / '자신만의 속도로'
전반적인 레벨 디자인과 설계도 여기에 맞춰져 있다. 싱글 플레이 중심으로 이야기를 따라가는 타이틀이기에, 오직 이를 위한 플레이 디자인이 자리한다. 대륙의 패자에서 플레이어는 잘 짜여진 배틀 시스템을 근간으로 전투를 진행하며, 개발진이 마련한 이야기를 따라가는 경험이 가장 중심에 있다.
국내 서비스 시점에서 대륙의 패자는 일본에서의 업데이트 속도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조금 더 많은 이야기를 제공하는 데에 초점을 맞춘다. 부 / 권력 / 명예까지 총 세 개로 구분된 초반의 이야기를 넘어서 그 다음의 이야기도 제공하고 있으며, 여기에 캐릭터벌 이야기와 ‘이름 없는 마을’과 같은 서브 퀘스트 등 보조적인 이야기들을 더한다.
처음에는 1편의 이전 시점에서 이야기를 진행한다
이야기는 원작에서 8명의 인물이 각각 옴니버스 방식으로 서로 다른 이야기를 그렸던 것과 달리, 주요 악역이 존재하고 여기서 나오는 사건을 막기 위해 주인공이 분투하는 방식을 그리고 있다. 초반부의 세 이야기 (부 / 권력 /명예)는 연계성을 가지고 있지 않지만, 반지를 봉인한 이후부터는 이야기 갈래가 하나로 합쳐지며 명확한 지향점을 갖게 된다.
이후에 나름의 반전이 있기도 하고
현재 국내 서비스 빌드에서는 ‘토벌 임무’와 같은 반복 플레이 콘텐츠를 통해 캐릭터의 육성을 위한 자원을 확보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하루에 한 번 시도할 수 있는 토벌 임무에서 캐릭터 육성에 필요한 재화를 수급하게 되며, 이를 통해 조금 긴 시간을 들여 캐릭터의 레벨 상한 / 천부각성(3~4성)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이야기가 끝나고 반복이 이루어지는 시점에서 캐릭터의 육성에 초점을 맞춰 콘텐츠 업데이트를 진행한 셈이다.
토벌에서 얻는 도석은 최대레벨 강화 / 천부각성 등에 사용한다
이야기가 중심이 되는데다 싱글 플레이 JRPG로 지향점을 잡은 상태에서, ‘대륙의 패자’가 택한 수익 모델은 ‘캐릭터를 판매하는 것’에 있다. 캐릭터를 가챠라는 형태로 제공하며, 이전에 없던 어빌리티 조합이나 플레이 양상을 제공하는 데에 초점을 맞춘다.
물론, 있으면 편하기 때문에 가챠에 메리트가 있기는 하지만
이렇게 추가되는 5성 캐릭터들은 전작에서 플레이어들이 조작했던 주인공이거나. 새로운 인물 또는 콜라보레이션 캐릭터들이 바탕이 된다. 3~4성 캐릭터보다 상대적으로 좋은 성능을 가지고 있는 한편, 이와 동시에 적의 약점을 파악하는 스킬 등을 보유하고 있기도 하다. 다만, 그렇다고 모든 3~4성이 쓸모가 없는 것은 아니다.
플레이를 누적하면서 캐릭터풀이 늘어나고. 이 과정에서 자연스레 5성 캐릭터에 대한 수요가 생기기는 하지만, 파티의 조합에 따라서 4성 캐릭터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여지가 있기도 하다. 스킬을 더 확보하거나 레벨업 최대치가 다를 뿐이며, 스킬의 활용도나 중요도 면에서는 몇 개의 캐릭터는 뛰어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여기에 지난 10월 말 일본에서 업데이트된 ‘오버 클래스 업’과 같이 ★ 상한을 올릴 수 있는 시스템도 추가되는 것이 확정되었으므로, 추후 시간이 지난 시점에서는 낮은 등급의 캐릭터도 충분히 활약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기고 있는 상태다.
국내 기준으로는 5성 캐릭터는 주고 시작하는 상태
전투 측면에서 보자면, 대륙의 패자는 원작의 브레이크 시스템 / BP를 사용해서 약점을 한 번에 노릴 수 있는 변주를 자신들의 형태로 재구성했다.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은 4명의 캐릭터가 아니라 전/후열로 구성되어 총 8명의 캐릭터가 전투에 참여한다는 점이다.
이는 몇 가지 플레이 변화를 가져왔다. 플레이어가 무기 조합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다른 약점을 찌를 수 있었던 것과 달리, 각자 무기를 하나씩 사용한다는 점에서 각 직업을 하나씩 파티에 편성하는 것이 좋다는 결론으로 귀결된다. 메인 잡 / 배틀 잡을 조합하는 전략적인 측면은 사라졌지만, 한편으로는 이전 작품보다는 조금 더 속도감이 있는 플레이를 만들어내고 있다.
현 시점에서는 육성 관련 시스템도 시간을 들여야 하는 식이다. 5성 캐릭터 빼고
결국, 어떻게 파티를 조합하고 육성할 것인가. 이것이 전략을 만드는 셈
8명이 한 파티를 구성하게 되면서 직업 간의 어빌리티 조합이나 무기 조합 등을 고려하는 전략적인 측면은 사라졌다. 하지만 이를 대신하여 파티를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 / 언제 BP를 사용할 것인가라는 특유의 플레이는 대륙의 패자에서도 계승되고 있다.
게다가 일부 캐릭터의 경우 후열에 있을때 전열에 보너스를 부여하거나. 교체 시에 버프를 부여하는 등 상황에 따라서 아군에게 보너스를 부여하기도 하므로, 제대로 활용한다면 플레이어의 전략 측면에서 원작에 근접한 전략적 선택지를 제공할 수도 있을 것이다.
8명 한 파티는 원작과 다른 재미와 맛을 제공한다
모바일에 맞춰서 제대로 구성된 시스템을 바탕으로 유려한 HD-2D 비주얼을 선보인다는 점도 특징이다. 현 시점에서는 옥토패스 트래블러 2라는 후속작도 발매되었고 HD-2D를 이용한 작품들도 시장에 선보인 상태이기는 하지만, 2020년 당시를 기준으로 한다면 HD-2D를 최초로 선보인 옥토패스 트래블러의 명백한 연장선에 있다.
HD-2D 비주얼은 만족스럽다
정리하자면, ‘옥토패스 트래블러 : 대륙의 패자’는 명백하게 ‘스토리 중심으로 설계된 싱글 플레이 경험을 모바일에서도 제공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약간 답답하게 느껴질 정도의 속도감을 보여주기는 하지만, 원작 옥토패스 트래블러를 플레이 했던 사람들에게는 만족스러운 경험을 제공한다.
이러한 게임 플레이 경험은 싱글 플레이라는 지향점에 맞춰서 게임 시스템 전반을 다듬는 과정이 수반되었기 때문이다. 다만, 모바일에서 자리하는 만큼 수익 모델과 일부 시스템적인 변화를 추가했다. 이를 통해서 원작과는 방향성은 같지만 조금은 다른 방향에서 플레이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단편적이고 연결되지 않는 이야기에서, 조금은 연결되며 이어지는 이야기로 변화했기도 하고
아주 긴 호흡의 이야기를 조금씩 밟아나가는 타이틀로 설계된 만큼, 이 지점에서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원작과 후속작을 즐겁게 플레이 했던 사람이라면, 모바일에서 선보이는 새로운 이야기와 플레이 구조는 크게 어색하고 불편한 지점 없이 플레이할 수 있는 영역이 될 것이다.
필드 커맨드도 그렇고. 플레이 양상은 원작의 그것과 같다
그간 언어 문제로 인하여 원활하게 플레이를 하지 못했던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충분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 ‘옥토패스 트래블러 : 대륙의 패자’. 긴 시간을 들여서 국내에 서비스를 시작한 만큼, 만족스러울 만큼의 서비스와 이야기를 선보일 수 있기를 바랄 따름이다.
정필권 기자 mustang@ruliweb.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