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오션 더 세컨드 스토리 R, 팬들의 소중한 경험 모두 포용했다
소싯적 JRPG를 즐겨 한 이들에게 ‘스타 오션’은 이채로운 작품으로 기억된다. ‘테일즈 오브 판타지아’ 개발진 일부가 독립하여 선보인 야심작답게, 당시로선 놀라운 그래픽과 호쾌한 액션으로 슈퍼 패미컴의 황혼기를 장식했다. 뿐만 아니라 그 자식 세대를 다룬 속편 ‘스타 오션 더 세컨드 스토리’는 더욱 호평받아 ‘발키리 프로파일’과 함께 JRPG 명가 트라이에이스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어느덧 ‘스타 오션 6’까지 나왔음에도 여전히 대다수 팬이 시리즈 최고작이라 꼽는 건 ‘세컨드 스토리’다.
이에 스퀘어에닉스와 젬드롭스는 오는 11월 2일, 리메이크 타이틀 ‘스타 오션 더 세컨드 스토리 R’을 한국어화 정식 발매한다. 토세 소프트웨어가 2008년 PSP로 내놓은 ‘세컨드 에볼루션’으로부터 15년 만에 두 번째 리메이크다. 추억 어린 도트 캐릭터로 고전의 감동을 되살리는 한편, 일신된 3D 그래픽과 편의기능 추가로 신세대 게이머에게도 보다 가까이 다가선다. 카지모토 유키히로의 손끝에서 재탄생한 주역 열세 명과 사쿠라바 모토이가 직접 재작업한 OST 역시 본작을 기대케 한다.
그 어느 때보다 고전 명작 JRPG를 즐기기 좋은 요즘이다. 당대 ‘파이널 판타지’와 ‘드래곤 퀘스트’, ‘사가’와 ‘테일즈 오브’ 사이에서 나름의 존재감을 뽐냈던 ‘스타 오션 더 세컨드 스토리’. 과연 25년의 세월을 넘어 여전한 감동을 선사할지. 국제게임쇼 TGS 2023을 앞두고 스퀘어닉스 코마키 케이 프로듀서, 젬드롭스 키타오 유이치로 프로듀서, 마스다 유키노리 아트 디렉터와 이야기를 나눴다. ‘스타 오션 더 세컨드 스토리 R’ 시스템 및 콘텐츠에 대해선 앞서 발행한 기사(링크)를 확인하기 바란다.
젬드롭스 키타오 유이치로 프로듀서, 마스다 유키노리 아트 디렉터
● ‘세컨드 스토리(이하 SD)’는 이미 한 차례 리메이크된 바 있다
코마키: 확실히 앞서 ‘세컨드 에볼루션’이란 작품이 있었으나 당시만 해도 아시아권에 널리 출시하진 않았다. 마침 올해가 원작 25주년이고 작년에 신작이 나오기도 한 터라 새롭게 ‘스타 오션 더 세컨드 스토리 R’을 선보이기 좋은 시기라 판단했다. 무엇보다 ‘스타 오션 SD’를 재차 리메이크해달라는 팬들의 요청이 많았다.
● 그렇다면 1998년 원작과 2008년 리메이크 가운데 어느 쪽 기반인가
코마키: 다소 재미없는 대답이 되겠지만 어느 쪽에도 중점을 두지 않았다. 원작이든 리메이크든 어느 하나로 편향되는 건 다른 쪽을 즐긴 팬들의 경험을 저버리는 짓이다. ‘스타 오션 더 세컨드 스토리 R’은 원작도 리메이크도 존중한다는 의미에서 양쪽의 경험을 모두 포용했다. 가령 일러스트의 경우, 원작과 리파인 버전 그리고 ‘세컨드 에볼루션’의 애니메이션스러운 디자인을 모두 담았다. 사운드 역시 여러 버전을 수록했고 성우진도 두 그룹으로 나눠 녹음했다. 따라서 원작이든 리메이크든 어느 쪽 팬이라도 만족할 수 있을 터이다.
● 새로운 리메이크로서 두 전작과 비교할 때 어떤 부분이 달라졌는지
키타오: 리메이크를 통해 거의 모든 부분에서 진화를 거쳤다. 새롭게 도입된 브레이크 시스템은 물론 세세한 파라미터가 달려졌고 보너스 스테이지를 통해 더 많은 전투를 즐길 수 있다. 밸런스 역시 전반적으로 조정됐는데, 특히 보스전 난이도가 꽤 상승했다. 그래도 RPG인만큼 레벨이 올라갈수록 쉬워지기는 한다. 여러모로 원작을 경험한 게이머라도 끝까지 플레이할만한 작품이라 자부한다.
마스다: 아트 관련으로도 많은 개선이 이루어졌다. 우선 원작의 뭔가 그리운 느낌을 헤치지 않는 선에서 배경 그래픽을 일신하였다. 여기에 도트 캐릭터를 그냥 넣으면 위화감이 들어서 셰이딩을 추가했고. 이펙트 역시 달라졌는데, 특히 대마법을 사용할 때 굉장히 화려한 연출을 볼 수 있다. 이런저런 시스템이 다소 복잡한 작품이라 UI는 최대한 난해하지 않도록 다듬었다. 이벤트씬의 경우, 전체적인 흐름은 원작을 따라가면서도 카메라워크를 바꾸거나 하는 재해석이 들어갔다.
● 원작은 대각선 치기나 흘리기 같은 나름의 꼼수로 난이도를 낮췄는데
키타오: 그런 게 아니라도 간단한 조작으로 화려한 액션을 펼칠 수 있다. 평소 커맨드 RPG에 익숙하여 실시간 액션이 힘겹다면 일단 레벨업부터. RPG라는 장르 특성상 레벨이 높아지면 반드시 전진한다. 무엇보다 타이틀 화면에서만 난이도 설정이 가능했던 원작과 달리 언제라도 낮추거나 높일 수 있으니 클리어하는 데 문제는 없으리라 본다.
● ‘스타 오션’ 시리즈가 낯선 신세대 게이머에게도 매력적으로 느껴질까
키타오: 원작 팬이 아니라도 ‘스타 오션 더 세컨드 스토리 R’을 즐기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픽셀아트와 3D의 융합을 통해 이제껏 없었던 방식으로 JRPG를 플레이한다는, 굉장히 새로운 체험이 가능한 작품으로 봐달라. 물론 요즘 게이머들이 시간이 부족하다는 건 알기에 패스트 트래블 등 여러 가지 편의 기능도 추가했다.
● 원작 성우진은 무려 25년 만에 재녹음이라 어려움이 적잖았을 듯하다
코마키: 상술했다시피 원작과 리메이크 양쪽 팬들의 경험이 모두 소중하기에 그렇게 녹음했다. 특히 원작의 경우, 전체 대사를 녹음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 팬 여러분으로부터 무척 기쁘다는 피드백을 많이 받았다. 녹음 현장에는 언제나 직접 참석하고, 그 시절 팬들이 느꼈을 캐릭터성에 대해 여러 성우들과 충분히 소통하며 작업했다. 오히려 25년 만에 다시금 펼치는 ‘스타 오션 더 세컨드 스토리 R’에서의 연기가 어떨지 주목해주기 바란다.
● ‘스타 오션’ 시리즈라면 역시 사쿠라바 모토이의 음악을 빼놓을 수 없다
코마키: 사쿠라바씨는 작업이 엄청나게 빠르다. 이쪽 요청사항을 거절하는 게 아니라 역으로 고르기 힘들 정도로 많은 배리에이션을 준비해줘서 당황스럽달까. 이번에 1998년 당시 작업한 원작 미디 파일을 찾으려 아주 오래된 기기를 켰는데, 결국 몇몇 곡은 악보가 유실되고 말았다더라. 그래서 곧장 미디 파일을 들으며 새롭게 악보를 작성했다고. 그만큼 실력과 열정이 굉장한 분이다.
● 다양한 플랫폼으로 출시되는데, 기종간 크로스 세이브를 지원하는지
코마키: 따로 크로스 세이브를 지원하진 않으나, 당장 PS5가 없더라도 PS4로 즐기다 이후 기기를 구입했을 때 무료 업그레이드가 가능하다. 세이브 데이터 역시 PS5로 넘어가므로 이러한 경우에 한하여 두 기종으로 플레이할 수 있겠다.
● 원작 2년 후를 그린 외전 ‘블루 스피어’를 리메이크할 계획은 없나
코마키: 현 시점에서 ‘블루 스피어’ 리메이크를 논하기는 다소 어렵다. 만약 여러분이 우리 회사에 많이 요청해준다면 어떠한 방향으로든 그 작품도 풀어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 부모 세대가 주인공인 ‘스타 오션 퍼스트 디파처 R’도 현지화를 요청한다
코마키: ‘스타 오션 더 세컨드 스토리 R’을 즐기기 위해 ‘스타 오션 퍼스트 디파처 R’부터 플레이할 필요는 전혀 없다. 1998년 원작 자체가 전작서 호평 받은 요소를 계승하고 더욱더 발전시킨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번 기회에 1, 2편을 연이어 플레이하겠다는 게이머도 있을 법한데, 죄송하게도 전작이 한국어를 지원하지 않는 상황이다. 이 역시 우리 회사에 많이 요청해준다면 내가 나서서 뭔가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 끝으로 ‘스타 오션’을 성원하는 한국의 뭇 게이머에게 인사 한 마디씩
키타오: “스타 오션 SD’는 어느덧 6편까지 늘어난 시리즈의 정수가 담긴 작품으로 역대 최고의 인기를 자랑합니다. 금번 ‘스타 오션 더 세컨드 스토리 R’ 역시 많은 즐길 거리를 준비했으니 기대해주기 바랍니다”
마스다: “원작은 학창 시절에 즐겼던 게임이라 그만큼 추억이 많습니다. 신세대 게이머 여러분에게도 그 당시 제가 느꼈던 즐거움이 전해진다면 좋겠습니다”
코마키: “이번 기회로 한국에 ‘스타 오션 SD’를 소개하게 되어 무척 기쁩니다. ‘스타 오션’의 SF스러우면서도 판타지스러운 매력적인 세계관과 서사를, 지금의 시선에서 보면 또 그 시절과 다른 감상이 나오리라 봅니다. 그런 측면에서도 모쪼록 본작을 플레이해주시길”
김영훈 기자 grazzy@ruliweb.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