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의 대표적인 RPG 게임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테일즈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 (정확히는 PS용 판타지아까지 네 번째이지만). 트라이에이스가 제작, 당시의 SFC로는 상상도 못하던 48메가의 방대한 용량을 자 랑했던 판타지아, 매체를 CD로 옮기면서 미려한 오프닝 애니메이션으로 눈길을 끌었던 PS용 데스티니, 그리고 저물어 가는 PS의 시리즈 마지막(?)작품이 될지도 모르는 이터니아…. 남코라는 제작사의 능력을 게임 여기저기서 여실히 보여주는 상당한 수작임 에는 틀림이 없지만, 그렇다고 모든 게이머들이 이터니아라는 게임을 재미있게, 만족하면서 즐겼을까? 여기에 필자 개인이 게임 을 하면서 느꼈던 여러 가지 생각을 적어보고자 한다.
제작사는 남코다!!
그렇다. 아직도 테일즈 시리즈 의 제작사를 트라이에이스라고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데, 트라이에이스는 SFC용 판타지아만 만들었을 뿐, 나머지는 전부 남코 의 자체제작이다(이터니아의 경우는 울프 팀이 소수 참여). 하지만 속편이었던 데스티니가 판타지아와 음악이나 여러 가지 게임 의 분위기가 비슷했던 것은, 그만큼 속편의 이미지를 해치지 않으려는 남코측의 노력이었다고 보아야 할 듯. 대대로 테일즈 시리 즈의 음악의 분위기가 비슷한 것도 같은 이유일 것이다.
궁극의 2D그래픽
이터니아를 하다보면, 이제 남코의 2D사용능력은 가히 절정 에 달했다는 느낌이 든다. 마을 등의 세세한 디테일이나(집안의 가구 등을 세세히 살펴 보라), 전투화면시의 캐릭터들의 화려한 움직임을 보고있으면 과연 이것이 PS의 그래픽인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 사실, PS의 2D능력은 비슷한 성능의 새턴보다도 떨어지 는 것이 사실이지만, 이터니아의 그래픽은 분명히 PS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고해상도를 구현하고 있다(전투화면은 화면 사이즈 를 줄여서 표현). 이는 남코라는 제작사의 능력이 여실히 느껴지는 부분이 아닐 수 없으며, 현존하는 게임 중 최고의 그래픽을 자랑한다는 사실에는 누구도 이의가 없을 것이다.
아름다운 전투 씬!!
사실, 테일즈 시리즈의 특징이라면 스토리나 캐릭터가 아닌, 박력 있는 전투일 것이다(물론 스토리나 캐릭터도 뛰어나지만). 마치 액션게임을 하는 듯한 조작감과 화려한 연출, 거기 에 콤보의 개념이 더해지면서 상당히 완성도 높은 전투시스템이 만들어 졌으며, 이로 인해 RPG최대의 약점인 레벨노가다의 지루 함을 덜어주었고, 이터니아에 와서는 더욱 발전된 기술력으로 인해 캐릭터들이 각각 살아있는 듯한 움직임을 전투 중에 보여주 게 되었다. 필자는 이따금 전투 중에, 가만히 다른 캐릭터들의 움직임을 살펴보는 버릇이 있는데(이런 걸 직업병이라고…), 정 말 살아있는 듯한 각 캐릭터들의 움직임을 보고있는 것만으로도 즐거움을 느끼는 정도이니, 이터니아라는 게임의 전투가 얼마나 잘 만들어졌는지에 대해서는 이의를 제기하는 게이머는 없을 듯. 적절한 폴리곤의 사용과 박력 있는 연출, 한 번에 여러 명의 적 들이 나타나도 느려지지 않는 게임화면을 보고있으면, RPG에 관심이 없는 게이머라도 구입하고 싶게 만들만큼의 매력이 있으며, 실제로 필자주위의 일부 선택받지 못한 인간들(일본어 때문에 게임을 포기한 이 시대의 댄디 중년들)도 전투장면에 반해서 이 게 임을 플레이하고, 고생고생해서 엔딩을 보고 난 뒤부터 RPG의 재미를 알게된 경우도 있을 정도이니, 이터니아라는 게임의 전투 장면이 얼마나 대단한가를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사운드는?
예전에 비해서, 요즘은 게임에 사용되는 음악도 매우 수준이 높아진 것은 게이머라면 이미 잘 알고 계실 것이다. 게임음악도 대중가요처럼 게이머들 사이에서 인기를 끄 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고, 따로 사운드트랙이 발매가 될 정도로 게임음악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으며, 그만큼 게이머들의 수준 이 높아졌기 때문에, 제작사들도 게임에 삽입되거나 사용되는 각종 사운드에 상당한 신경을 쓰는 것이 요즘 게임들의 추세이기 도 하다. 더욱이 RPG같은 경우는 장시간 플레이해야하기 때문에, 자칫 게임의 진행이 지루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음악이 차지하는 비중은 무시하지 못할 수준이다. 그럼, 이터니아의 사운드는 어떠한가? 필자는 주저 없이 합격이라고 말하고 싶다. 우 선은 음악의 경우를 보면, 대대로 테일즈 시리즈의 음악은 PS의 내장음원을 사용해 왔고, 이번의 이터니아도 마찬가지이다. CD원 음에 비한다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내장음원을 사용하면서도, 이터니아의 음악은 상당히 좋다. 물론, 내장음원을 사용하면 좋 은 점도 많이 있다(대표적인 예로 로딩을 줄인다던 지). 하지만 내장음원을 사용한 다른 게임들과 비교해 볼 때, 이터니아의 음 악이 단연 돋보이는 존재라는 것은, 음악을 들어본 게이머라면 누구나 동감하실 듯(개인적으로는 중간보스 2의 테마를 좋아한 다). 이렇게 멋진 음악을 만든 남코의 사운드 스텝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장점만이 존재하는가... 단점은?
여태껏, 좋은 점만 을 소개했는데, 그렇다면 정녕 이 게임은 완벽하단 말인가? 그렇지만은 않다. 우선, 대다수의 게이머들이 꼽는, 단점이라기보다 는 아쉬웠던 부분부터 집고 넘어가도록 하겠다. 먼저, 아날로그 컨트롤러의 조작감을 들 수 있겠다. 굳이 아날로그에 대응이 되 게 만들었다면, 뭔가 디지털 컨트롤러와 다른 점이 있어야 하는데, 전혀 다른 점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대개의 아날로그 컨트롤 러 대응인 게임의 경우 좀더 부드럽게 미세한 조정을 할 수 있는데, 이터니아는 그렇지가 못하다. 덕분에 아날로그의 그 더러운 조작감으로 인해 마을 안이던 던전 안이던, 원하는 대로 움직여지지 않는 캐릭터를 보며 누구나 한 번쯤은 욕을 하며 패드를 집 어던졌던 경험이 있을 듯(던전 등의 트릭을 풀 때는 특히 더하다는)…. 그러므로 대다수의 게이머들이 아날로그를 포기하고 울 며 겨자 먹기로 십자키를 잡았다는 우스개 소리도 들려온다고 한다.
다음으로 지적할만한 것은 바로 스토리 의 밋밋한 흐름이겠다(테일즈 시리즈의 전통인, 주인공과 히로인은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도 계승…). 처음에는 아무 것도 모르 는 소녀(메르디)를 위해서 파라가 무작정 도와주겠다고 나서는 것이 사건의 시작이며, 이후로도 커다란 변화가 없이, 단지 파라 가 "イケル! イケル!(할 수 있어)"라고 한 마디 하는 것에 정령이고 뭐고 모든 일행이 주루루 따라간다는 흐름…주인 공인 리드의 역할도 분명하지가 않고(나중에 가서 극광술을 익히면서 부각이 되지만, 그때는 이미 게임은 끝나간다는…), 스토 리 전체적인 흐름도 너무 빠른 느낌. 게임을 진행하면서 판타지아 정도의 반전이 있는 전개를 기대했지만, 고작 시젤의 등장이 스토리상의 반전의 전부라는 것은, 요즘 같은 자극성 시대에는 좀 어울리지 않는 것이 아닐까….
그 외에 도, 플레이 타임이 너무 짧다는 것과 던전의 난이도도 지적할 수 있겠다. 다른 서브이벤트는 무시한 채로 플레이하면 대략 24시 간정도면 엔딩을 볼 수가 있는데, 이 플레이타임이 CD롬 3장의 용량치고는 너무 짧지 않느냐는 것이다. 물론, 서비스정신으로 똘 똘 뭉친 남코답게, 여러 가지 숨겨진 요소와 많은 미니게임을 넣어 게임 외적인 재미를 준 것은 사실이지만, 외적인 것은 어디까 지나 외적인 것일 뿐, 정작 중요한 본 편의 내용이 그다지 감흥이 오지 않아서야…. 던전의 경우는 테일즈 시리즈사상 가장 쉽다 는 말까지 나오는 상황. 솔직히, 머리를 굴려야 하는 트릭이 이번 작에는 거의 등장하지 않으며, 그나마 등장하는 던전도 상당 히 난이도가 낮은 것이 대부분이었으니…. 그렇다고 던전의 난이도가 턱없이 낮다는 것은 아니며, 서비스 던전인 네레이드의 미 궁이나, 왈큐레의 탑은 상당히 재미있었다(차라리 이 던전들을 본 편에 넣어주지). 중요한 것은, 수많은 RPG를 즐기는 게이머들 은 게임의 스토리를 따라서 플레이하는 것이지, 미니게임만을 플레이하지는 않는다는 점.
끝으로...
단점보다는 장점이 많고, 한번 게임을 클리어 해야 등장하는 네레이드의 미궁이 라는 던전의 존재로 인해, 게임 본 편에서 아쉬웠던 던전의 난이도를 게이머들에게 서비스한 것도 괜찮았다. 게다가 테일즈 특유 의 "모은다"라는 인간의 오묘한 심리를 이용한 아이템컬렉터도감의 완성이나, 몬스터 도감의 완성 등, 풍부하게 즐길 수 있는 요소를 가지고 있으니, 오랜만에 먼지 쌓인 PS를 꺼내서 이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도 길고 긴 겨울방학을 지루하지 않게 보내는 하나의 방법일수도 있겠다. 부디 PS2로 신작이 나오길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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