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인디 게임을 정의하는가? - 2025 연말, 33 원정대로 인해 나온 질문들
간단하지만 복잡한 이 물음은 2025년 연말을 장식하게 되는 마지막 질문이 됐다. 클레르 옵스퀴르 : 33 원정대 (이하 33 원정대)의 더 게임 어워드 9관왕에서 비롯된 인디 게임 여부를 가리는 질문은 수상 논란과 함께 국내 게이머들을 달군 질문이 됐다.
관련자들은 아마 공감할 만한 사안이지 않을까 한다. 인디 게임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은 답이 없다. 다만 관련하여 명확하게 말할 수 있는건, ‘인디 게임’이라는 것을 딱 선을 갈라서 정의할 수 없다는 점이다. 즉, 무엇이 인디 게임인가?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에 모든 사람이 가지고 있는 기준이 다르다는 점이 핵심 논제이다. 이는 애초에 인디라는 개념 자체가 게임 이전부터 예술 분야에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며, 영화와 같은 분야와 게임 분야가 다르기에 명확하게 대입할 수 있는 기준도 없다. 심지어 그 영화에서도 현재는 미묘한 선으로 구분되는 용어이기도 하다.
다만, 대략적 혹은 추상적으로 기준점처럼 여겨지는 개념 자체는 있다. 대표적인 것이 ‘외주를 포함한 개발 인원 규모 / 자본 유입 / 개발비’와 같은 것들이다. 이러한 세 가지 기준점으로 바라보는 것 또한 개개인의 판단에 따라서 갈릴 수 있을 것이며, 서로가 다른 정의를 내리기도 한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으로는 이미 몇 년 전에 나왔던 이야기이기도 하다. 하지만 여전히 반복되고 있으며, 이는 지금까지 변하지 않는, 같은 요인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무엇이 인디 게임을 정의하는가? 라는 질문은 이미 계속해서 나온 것이기도 하다
결국 이러한 논란의 핵심은 인디 게임을 정의함에 있어서 명확한 기준이 없다는 점과 기준을 마련할 수 없다는 점. 그래서 항상 새로운 기준을 만들거나 기존의 기준을 수정하면서 인디를 가르는 선 자체가 지속적으로 이동해왔다는 점이다. 그리고 각 부문에서의 다수 수상이 나오게 되면서 문제가 발생한다는 데에 있다. 개발진의 의지 혹은 상황에 따라 인디라는 분류 자체가 앞서는 것이다. 이러한 경향 속에서 저작물의 완성도보다 더 중요시 되는 상황이자 논쟁의 중심에 자리하는 형태가 나오게 됐다.
여기에 더 인디 게임 어워드(IGAs)에서 33 원정대가 AI 사용으로 수상이 박탈되면서 각각의 숫자는 인디 게임이라고 부를 수 없는 근거이자 부정할 수 없는 것처럼 다뤄지기 시작했다. 사실은 그것이 상대적인 기준은 될 수 있어도, 절대적인 기준이 되어줄 수는 없음에도 말이다. (AI 사용 여부로 IGAs 수상을 박탈당한 것은 명백한 개발사의 실책이자 비판받아야 하는 점이라는 사실은 명확하다. 하지만 이번에 논의할 인디 게임 여부와는 별개의 사안이다)
후술하겠지만, IGAs는 심사 기준이 꽤 까다롭고 한편으로 자신들의 기준을 가지고 있는 어워드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번 기사는 이미 십여년 전에 너무도 많이 언급되었고 치열한 논의가 나왔던 이야기로 돌아간다. -개인적으로는 또? 혹은 왜 이제서? 전에 있던 인디 게임이라 불리던 것은 뭔데? 같은 느낌이다- ‘무엇을 인디 게임이라고 정의할 수 있는가?’에 대한 물음과 거기에 대한 답이다. 물론 답은 정해져 있다. 기준이 아니라 개발팀의 지향점 혹은 인디 정신이라 부를 수 있는 것이 기준이 된다라는 답이다. 명확한 수치가 아니라 형태 혹은 종속 관계 (dependent)의 문제다.
누군가는 이게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아니냐? 또는 헛소리라고 이야기를 할 수 있겠지만, 실제 환경이 그렇기에 나오는 결론이다. 게임 제작 환경은 단순히 숫자로 정의되지 않으며, 의사 결정과 실행 방식, 자본의 종속력 같은 수치로 표현할 수 없는 수많은 요소도 게임 제작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과거에는 수치만으로 판단하여도 다른 요소들도 종속적으로 따라오며 평가 기준에 합쳐질 수 있었지만, 이제 게임 개발은 어느 정도 이상의 비주얼과 완성도를 갖추고자 한다면, 소수의 인력보다는 다수의 인력. 그리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자본과 투자가 필요한 시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즉, 이제는 숫자만으로 이야기하게 된다면 오류에 빠져들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그렇기에 단순히 개발팀의 숫자나 자본 구조 그리고 개발비로는 인디 게임임을 명확하게 구분할 수 없고 그렇게 해서도 안된다. 따라서 각각의 기준들이 어떤 부분에서 무리가 있는지. 그리고 현재 상황은 어떤지를 통해 인디 게임을 무엇으로 정의하고자 하는지를 함께 논의하고자 한다. 꽤 긴 이야기가 될 것이다.
● 33 원정대를 세 기준으로 바라보기 - 인력 / 투자(퍼블리셔) / 개발비
이제 33 원정대의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33 원정대의 인디 게임상 수상을 두고 나온 이야기는 명확하다. ‘외주를 포함해서 개발 인력이 400명이 넘고 / 퍼블리셔들에게 투자도 받았으며 / 개발비는 1000만 달러 미만으로 제작된 타이틀인데, 이게 왜 인디 게임으로 불려야 하는가?’라는 질문 등이다.
이렇듯 숫자만 본다면 다소 의아한 이야기처럼 들릴 수 있다. 충분한 지원을 받았고 개발 인력도 많으며, 개발비도 충분했던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당연한 이야기다. 다만, 여기서 각각의 이야기가 나온 근거 그리고 이전에 출시되었던 타이틀을 생각해보면 각각의 요소들은 명확한 기준이 될 수 없음을 알 수 있다.
첫 번째 ‘외주를 포함해서 개발 인력이 400명이 넘는다’는 이야기의 근거가 어디서 출발했는지를 살펴보자. 개발사인 샌드폴 인터랙티브의 개발 인력은 일단 언급된 바에 따르면 33명 + 강아지 한 마리(모노코)다. 그리고 게임 애니메이션 개발에는 국내 일부 개발자들 8명 정도가 프로젝트 외주로 참여했다. 개발 인력이라는 것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직접적인 게임 플레이에 관여한 인력은 40명 정도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이다.
샌드폴 인터랙티브가 공개했던 사진. 30여명이 샌드폴의 주축이었다
그렇다면 ‘직·간접적으로 개발에 관여한 인력이 400명 이상’이라는 수치는 어디서 나왔는가. 해당 수치를 언급하는 경우 그 근거를 언급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저 400명 이상이라는 수치 자체가 언급되고 이것이 인디 게임이 아니라는 근거로 사용되고 있을 뿐이다. 어떤 이유에서 이만한 인력이 포함되었다고 판단하는 것인지를 명확하게 설명하지 않거나 고민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초기에 이 이야기가 나왔을 때, 누군가 ‘이게 중요한가? 다들 외주는 엄청 주면서 개발하잖아’라는 반응을 보여준 바 있는데, 역설적이게도 공격의 근거가 되면서 중요한 포인트가 되어버렸다.
사실, 이 400명 이상이라는 수치의 근거는 게임의 엔딩 크레딧에 표기된 인원 수를 근거로 삼고 있다. 실제로 33 원정대의 엔딩 크레딧은 꽤 길다. 각 타이틀의 엔딩 크레딧 등 여러 수치들을 기록하는 Mobygames.com에 표기된 것들이 400명 이상이라는 수치의 근거가 된다. 33 원정대의 엔딩 크레딧에 적힌 인원 수는 모비 게임즈 기준 416명. 그 중 감사(thanks)를 제외하면 개발 과정에서 역할이 있었던 인물들이 407명으로 집계되어 있다.
그 내부를 살펴보면 참여한 인원의 구성은 다양하다. 일단은 샌드폴 소속의 개발진 33명 + 2마리 (모노코 & 프레이야)가 자리한다. 나머지는 주로 음악과 포팅 그리고 QA 부문이다. 음성 더빙이 들어간 만큼, 주요 인물들의 성우 + 조연 목소리를 포함해 사용된 인력이 대략 41명. 영어와 프랑스어까지 두 언어로 더빙이 되었고 각각 더빙을 한 스튜디오와 프로덕션 관련 인력들을 합치면 더빙 관련 인력만 120명 정도에 달한다. QA와 LQA를 포함한 인력은 50명 정도다.
400명 이상이라는 근거는 크레딧에서 역할(Role)이 있었던 사람들의 숫자를 의미한다
음악 관련 외주는 더 많다. 음악에 꽤나 공을 들인 만큼 각 악기 연주자 + 합창대를 포함해 40명 정도의 인력이 참여했다. 그리고 PC 만이 아니라 콘솔 플랫폼에도 동시 발매가 되었기에 포팅 관련 인력들도 자리한다. 33 원정대의 포팅은 ‘스콘(SCORN)’을 제작했던 EBB 소프트웨어가 담당했다. -스콘 또한 케플러 인터랙티브의 퍼블리싱으로 출시된 바 있다- 여기에 최적화 등을 체크하는 QA 관련 별도의 인력은 HUWIZ의 도움을 받았다. 퍼블리싱 관련하여 크레딧에 이름을 올린 케플러 인터랙티브의 인물 및 인플루언서 마케팅 관련 도움을 준 사람은 도합 60명이 넘는다. 이외 리테일 패키지 유통 및 일본 퍼블리싱 등을 담당한 반다이 남코 / 세가의 사명도 적혀있는 상태다.
숫자만을 보자면 확실하게 많은 인력이 투입된 것처럼 ‘보이는’ 것은 맞다. 하지만 이는 한편으로 많은 지원을 받았고 여러모로 크레딧에 이름을 올려야 하는 인물들이 많았음을 의미한다. 그리고 내부적으로 크레딧을 살펴본다면 알 수 있는 지점이지만, 샌드폴 인터랙티브 내부에서 할 수 없거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업체들 그리고 기념할 만한 기록을 남겨야 하는 인물들이 이름을 올렸다. 크레딧 내부에는 프로덕션 베이비로 기입된 부문도 있는데, 이는 개발 기간에 탄생한 자녀들을 의미하는 것이다.
디테일에는 악마도 깃들지만, 예산도 깃든다. 다 돈이다
크레딧 기준 400명 이상이라는 수치는 다른 게임과 비교해서는 어떨까? 이미 대체적으로 누구도 부정하기 어려운 ‘인디 게임’으로 인식되어온, 혹은 판정할 수 있는 타이틀을 살펴보자. 같은 기준에서 각 타이틀의 명칭을 떼고 크레딧에 언급된 인물 중 역할이 있었던 사람들의 숫자만을 언급하면 판단이 쉬울 것 같다. 각 타이틀별 크레딧 등재 인원 수는 다음과 같다.
A 타이틀 - 449 명
B 타이틀 - 362 명
C 타이틀 - 175 명
D 타이틀 - 134 명
E 타이틀 - 114 명
F 타이틀 - 90명
이러한 숫자를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어떠한 타이틀은 같은 기준이라면 33 원정대보다 더 많은 크레딧 인력이 포함되어 있다. A 타이틀의 경우 직접적인 회사 소속의 인물들만 하더라도 90여명 가까이 된다. 샌드폴의 약 세 배다. 하지만 지금까지 우리는 이 타이틀을 인디 게임으로 바라보고 수상을 했고. 현재까지 그렇게 인식하고 있다.
결국 400명 이상이라는 숫자. 크레딧에 등록된 인력 자체는 인디 게임을 판단함에 있어서 기준이 될 수 없다. 현대의 게임 개발이라는 것은 곧 개발사가 모든 것을 직접 진행할 수 없기에 외주 혹은 도움을 받았는가의 여부에 따라서 관여자들의 수가 늘어나는 구조다. 아주 극소수의 개발자들이 게임 기획부터 프로그래밍 음악까지 가능하기는 하지만, 이건 명확하게 예외이고 이들이 기준이 될 수가 없다.
즉, 어느 정도 게임의 규모를 갖추기 위해서는 이제 다수의 인력이 필요한 것이 게임 개발인 시대가 됐다. 더 나은 퀄리티의 비주얼 / 음악 / 표현하고 싶은 것과 같이 세부적인 것을 더 넣고자 한다면 그만한 인원이 필요하다. 그리고 개발자들의 능력에는 한계가 있고 개발자 사이의 협력도 더 긴밀해진 것이 현재의 시대다. 실제로 일부 인디 타이틀은 액션 플랫포머 측면에서 꽤 중요한 지점인 레벨 디자인을 다른 1인 개발자에게 외주 또는 협력을 주고 개발한 경우도 있다.
캐릭터의 음성을 넣을수록 혹은 음악에 신경을 쓸 수록 관련 환경을 가진 업체에 외주를 줄 수밖에 없으며, 여러 플랫폼에서 발매되거나 다른 회사의 솔루션을 이용할수록 크레딧에 이름을 넣어야 하는 사람의 숫자는 늘어난다. 그렇다고 이들의 도움을 무시하고 크레딧에 표기하지 않다면? 그건 그것대로 관련자들의 노고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 될 수 있다.
이제 천재 한 명이 게임을 이끄는 시대가 아니라는 방증이기도 하다
현대의 개발 과정과 환경을 생각하면 외주 업체의 사용은 당연하며, 주요 인력이 33명에 성우와 음악 등 일반적인 외주를 진행했던 33 원정대의 규모는 많아보이기는 하지만 거대 타이틀과 비교해서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로 유지되고 있고 실제 개발 환경에서 필요한 요소들을 적절하게 외주를 줘서 해결했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비슷한 비주얼이나 볼륨을 가진 인디 타이틀과 비교해서도 외주 인력은 그리 많지 않은 편이다. 이는 게임의 규모가 큰 타이틀일수록 더 많은 인력이 필수적으로 요구되기 때문이다.
또한 외주 인력의 업무량이나 비중, 기여도를 무시하고 오직 외주 인력의 양적인 '숫자' 로만 판단하는 부분 또한 매우 쉽게 숫자의 함정에 빠져들 수 있는 판단 기준이다. 10명의 외주 인력이 2년 간 풀타임으로 제공한 기여도보다, 50명의 외주 인력이 1, 2주 정도의 단기 작업으로 제공한 기여도가 높을 수는 없고, 개발사가 지출하는 비용 역시 그에 비례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앞에서 언급했던 타이틀들의 이름을 밝히면 다음과 같다. A 타이틀은 ‘저니(JOURNEY)’ / B 타이틀은 ‘압솔룸 (ABSOLUM)’ / C 타이틀은 ‘디스코 엘리시움’ / D 타이틀은 하데스 2 / E 타이틀은 ‘블루 프린스’ / F 타이틀은 ‘할로우 나이트 : 실크송’ 이다.
참고로 지난해 TGA 인디 게임 후보작 등재로 논란이 되었던 데이브 더 다이버의 같은 기준 크레딧 인원 수는 107명이며, 일부 사람들이 AA게임라고 평가하는 ‘킹덤컴 딜리버런스 2’의 동일 기준 크레딧 인원 수는 1508명, 전작인 ‘킹덤컴 딜리버런스 1’은 745명이다. 이외 AAA 타이틀이라 부를 수 있는 게임들은 이체 몇 천 명 이상의 사람들이 투입되는 프로젝트가 됐다.
449명의 크레딧이 올라가 있던 '저니'를 인디 게임이 아니라고 할 수 있는가? 라는 문제다
다음으로 ‘투자’라는 기준으로 인디 게임을 바라보는 기준이다. 자본으로의 독립이 인디 게임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었을 때에 나오는 문제이기도 하다. 33 원정대를 두고 자본으로부터의 독립이 어떻게 이루어지는가?를 봤을 때, 나오는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퍼블리셔인 케플러가 있었기에 자본으로부터 독립이 되지 않았고 결국 이것으로 인해 인디로 판단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이 기준에서 보자면 우리가 인디 게임이라 부르는 대부분의 타이틀은 인디 게임이라는 이야기를 할 수 없다. 물론 케플러가 넷이즈의 투자를 받았고 그 케플러의 지원을 받아서 샌드폴 인터랙티브가 33 원정대를 개발했다는 이야기는 흐름으로만 보자면? 어떻게 봤을 때에는 맞는 이야기다. 완전한 자본으로부터의 독립. 즉, 크라우드 펀딩과 같이 독자적으로 자본을 갖춰야만 한다는 지극히 까다로운 조건이라면 말이다.
그러나 이 지점에서는 너무도 많은 반례가 나오게 된다. 소위 인디 레이블이라 불리는 인디 게임을 주력으로 유통하는 퍼블리셔들의 자본이 어디서 왔는가를 따지게 되면, 게임이 전부 인디 게임이 아니라는 이야기에 도달하기 때문이다. 디볼버(이미 글로벌 단위의 거대 인디 레이블) / 닷에뮤 (포커스 엔터테인먼트, 현 Pullup 엔터테인먼트에 2021년 인수됨) / 안나푸르나 (영화 제작사인 안나푸르나 픽처스가 모회사) / 로우 퓨리 (Raw Fury, 북미 투자 펀드가 2021년 지분 과반수 확보) 등 이미 인디 게임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퍼블리셔를 통해 시장에 출시된 게임들이 인디 게임이란 범주를 충족하지 못하게 된다.
퍼블리셔 유무와 규모로 따지기에는 자금이 많은 (E3에서 단독 쇼케이스도 진행했던) 디볼버도 있고
국내 기준으로는 같은 기준에서는 더 까다로워진다. 인디 레이블이 아닌 네오위즈 퍼블리싱이 이루어진 타이틀 또는 스토브와 같은 거대 회사의 직간접적 지원을 받은 타이틀 다수가 인디 게임이라는 범주에 들어갈 수 없다는 의미가 된다. 글로벌 출시를 하는 과정에서 현지화 등 여러모로 지원을 받는다는 사실까지 생각하면 퍼블리셔의 영향력은 자금 측면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또한 개발 과정에서 단순히 마케팅이나 포팅 관련 인력이 아니라 게임 자체의 개발에 지원을 받기도 한다. 훌륭한 인디 게임이라고 부를 수 있는 압솔룸을 예로 들어보자. 압솔룸의 개발사는 가드 크러시 게임즈 / 닷에뮤 (퍼블리셔) / 슈파몽크스까지 3개의 회사의 합작이다. 게임 디자인과 레벨 디자인은 닷에뮤가, 테크니컬 디렉터와 게임 플레이 프로그래밍 등은 가드 크러시 게임즈가, 아트 및 애니메이션 관련 요소들은 슈파몽크스가 담당했다. 대략적인 개발 인력만 하더라도 3사 통합으로 50명이 넘고 게임 플레이를 구성하는 주요 요소들 (레벨 디자인과 스토리 오리지널 컨셉 등)은 포커스 엔터테인먼트에 인수된 닷에뮤의 주도로 제작됐다.
넷이즈의 투자를 받은 케플러 퍼블리싱 = 인디가 아니다 판정하기엔... 같은 케플러 퍼블리싱의 '시푸'도 있다
따라서 현재 시점에서 퍼블리셔의 유무로 인디 게임을 판단하는 것 또한 명확한 기준이 될 수 없다. 이는 인디 레이블이라 부를 수 있는 인디 퍼블리셔들과 대형 게임사들의 구조 차이에서도 기인한다. 퍼블리셔의 투자를 다루는 방식의 차이이기도 하다. 퍼블리셔의 투자로 인디 게임 개발 프로젝트가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일반적으로 프로젝트 개발 과정에서 퍼블리셔의 투자가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자면 엔젤 투자자와 같은 형태를 생각하면 쉬울 것 같다. (물론 최근에는 인디 게임 퍼블리셔가 늘어나면서 각 회사마다 큰 차이가 있기는 하다) 이렇게 개발 과정에서 투자가 들어오면서 퍼블리셔 또한 어느 정도 위험 부담을 함께하는 형태처럼 다뤄진다. 이외에도 닷에뮤와 같이 애초에 개발사 겸 퍼블리셔인 회사들이 많기도 하며, 이런 경우에는 원청과 하청같은 관계보다는 각 회사 간의 협력이 더 긴밀하게 다뤄지는 일종의 협동조합과 같은 형태로 구성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회사 간의 협력으로 퍼블리싱 조직을 구축했다는 점에서 케플러는 협동조합의 형태에 가깝다.
과거 사례들을 살펴보면 퍼블리셔 유무로 인디 게임 여부를 가를 수 없다는 사실은 더 명확해진다. 마이크로소프트의 투자 및 퍼블리싱을 받았던 Ori (오리와 눈 먼 숲, 문 스튜디오) / 워너브라더스 인터랙티브에서 퍼블리싱을 담당한 배스천 (Bastion, 슈퍼 자이언트 게임즈) 등도 인디 게임이 아니게 되기 때문이다.
물음은 다시 돌고 돈다. 하데스로 유명한 슈퍼 자이언트 게임즈의 첫 작품 배스천은 인디가 아닐까?
마지막으로 개발비와 예산이 막대하다면 인디 게임이라고 부를 수가 있는가? 라는 의문이 자리한다. 이 또한 명확한 기준은 없다. 하지만 명확하게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것은 수치 상으로는 많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을 생각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것은 대략적이고 단순 무식하게 계산을 해보면 나온다.
일단 33 원정대의 경우 뉴욕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1000만 달러 미만의 개발비’를 언급한 바 있다. 한화로 따지자면 환율 1450원 기준으로 145억 원 정도다. 정확하게 수치로 공개된 것은 없지만, 일단 인터뷰에서 언급한 예산이 사실이라는 전제하에, 최대치 1천만 달러로 잡고 생각을 해보자.
게임 개발비의 대부분은 인건비가 차지한다. 1천만 달러의 예산이라고 생각했을 때에 일단 개발사의 인원이 33명이므로 1/33이 들어간다. 인당 약 30만 달러의 예산이 주어진다. 그리고 개발 기간은 약 5년이다. 개발자 한 명당 1년간 6만 달러. 한화로는 대충 8700만 원이라는 예산이 나온다. 하지만 이 계산은 정확하지 않다. 1천만 달러 ‘미만’이 예산의 총액이고 외주에 들어갈 비용들을 고려한다면 실제로는 더 적을 것이다.
여전히 작은 규모도 있지만, 어느 정도 팀 규모가 있다면? 기간이 길어질수록 금액이 천정부지로 올라간다
개발사 샌드폴이 자리하고 있는 프랑스의 도시는 몽펠리에. 원룸이 대략 500유로 (대략 580 달러) 정도 하는 도시다. 33명이 들어가서 작업을 해야하는 사무실 임대비 / 음악 제작을 위한 외주 비용 / QA를 위한 비용 / 프랑스어 성우 캐스팅 비용 / 영어 성우 캐스팅 비용 및 외주 제작비 (영국 스튜디오에서 더빙이 진행됐다) 등까지 합쳐지면 1천만 달러라는 제작비 자체가 꽤나 빠듯하게 운용되었으리라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다. 실제로 비슷한 해에 완성된 주요 인디 타이틀과 비교해서 1천만 달러라는 비용 자체는 명백히 평균 이하에 자리하는 예산이다.
또한 이 개발비라는 것은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것임을 생각해야 한다. 이제 인디 혹은 소규모 게임이라고 말하는 타이틀의 대부분은 개발에 들어가는 코스트에 따라서 몇 백만 혹은 천만 단위의 개발비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 게임의 개발비 자체가 계속해서 증가하는 상황이기에 더 그러하다. 당장 2000년대 초반의 AAA 타이틀 개발비는 2000만 달러 정도였다. 그렇지만 최근에는 AAA 게임의 평균 개발비가 2억 달러가 넘어가기 시작했으며, 대형 타이틀은 5억 달러가 들어가는 시대로 진입했다.
약 5년 전부터 인디 게임에 300만~400만 달러 예산이 주어졌을 때 이것이 아주 큰 금액은 아니라는 이야기들이 나왔다. 개발자 1인당 연간 5만 달러를 지급한다고 계산했을 때, 20명 규모의 팀이라면 1년에 100만 달러가 들어간다는 계산이 나오기 때문이다. 사무실 비용이나 마케팅 비용을 제외하고 인건비 계산만으로도 아주 고임금이 아닌 상태에서 이 정도 수치가 나온다.
1000만 달러 미만, 개발비 5년. 1년에 200만 달러인데 인력은 30명. 퀄리티를 고려하면 이건 꽤 빠듯한 편이다
대부분의 게임들이 구체적인 개발 비용을 공개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아주 소규모의 인디 게임 개발자의 경우에는 다음과 같은 공식이 성립하기도 한다. (개발까지 걸린 기간 X 개발자들이 사는 위치의 평균 생활비) + OST 및 성우 등 외주 비용이라는 공식이다.
개발 예산은 각국의 물가와 경제 상황에 영향을 받는다. 결국 개발사가 위치하고 있는 나라의 임금이나 상황에 따라서 크게 변동이 오게 되며, 이것은 개발비가 길어지고 팀 인원이 많을수록 천차만별이 될 수밖에 없다. 명확하지 않은 기준인 셈이다. 즉, 인디라는 것은 꼭 저예산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인디 개발자들이 돈이 없어 빈궁한 상태에서 개발을 해야만 하는 것은 아닌 시대이고 생활 자체에 많은 자금이 들어가는 시대임을 고려해야 한다.
지금까지 나온 이야기를 정리하면 물음표가 나올 수밖에 없다. 외주 인력을 포함한 크레딧 등재 인원 수도 기준이 아니며 / 퍼블리셔 유무와 투자도 기준이 아니고 / 전체 개발비 규모도 인디를 가르는 기준이 되지 못한다. 머리가 복잡해진다. 대체 무엇이 인디 게임을 정의하는 기준이란 말인가.
아니 그래서 인디 게임을 어떻게 정의할 거냐고요
● 무엇으로부터의 독립인가? - 음악 그리고 영화와 게임의 접점 혹은 차이
이 즈음에서 잠시 독립이라는 개념이 도출되었던 음악과 영화에서의 기준은 어떨까를 살펴보자. 최초에 ‘제작사나 외부 자본으로부터의 독립’이라는 정의가 내려졌던 초기 상황과 같을까? 이에 대한 대답은 명확하다. 이미 오래 전부터 ‘아니다’ 였다. 독립 영화라고 했을 때 떠올릴 수 있는 ‘자본과 배급망으로부터의 독립’이라는 기준이 절대적인 것이 될 수 없어서다.
인디 혹은 독립이라는 단어가 모호하게 사용되는 것은 영화와 음악 또한 마찬가지다. 최초에 인디 라는 단어가 탄생했던 인디 음악도 이제는 인디 레이블이라는 형태로 변화했다. 알아서 녹음하고 원하는 음악을 표현했던 초기의 정의를 벗어난지 오래다. 오히려 그들이 표현하는 것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것처럼 다뤄지고 있다.
서구권의 경우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하지만 여전히 인디 록 밴드인 ‘악틱 몽키즈’나 빌보드 1위를 한 바 있는 ‘뱀파이어 위켄드’같이 개러지 록이나 그것과 비슷한 -누군가는 수염난 사람이 기타를 치고 있는 음악이라고 표현하는- 음악 혹은 언더그라운드적 성향을 지칭하는 명사처럼 다뤄지게 됐다. 당장 테일러 스위프트가 인디 음악이라 평을 받았던 앨범들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떠올려보면 될 것이다. (8집 Folklore / 9집 evermore 등)
인디라는 말이 시작된 음악 부문 또한 그 단어 자체가 포괄적인 의미를 가지게 되었으며, 어떠한 경향성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다뤄진다. 그 경향성을 바라보는 기준이나 관점이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여전히 복잡하게 논의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누군가는 인디라고 생각하는 악틱 몽키즈. 어느덧 데뷔는 20년이 넘었다. 이들은 여전히 인디 록 밴드인가?
영화의 경우는 오히려 게임과 상황이 비슷하다. 점차 영화 산업이 성장하면서 제작에 들어가는 비용이 증가하기 시작했고 그 속에서 몇 개의 변화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여기서 눈여겨 보아야 하는 점은 거대 배급사들의 독립 영화 투자들이 이루어지고 있었다는 데에 있다. (어디까지나 미국 기준이다. 국내는 상황이 다르다)
이 즈음부터 거대 자본으로부터의 독립이라는 형태는 의미가 달라진다. 90년대 부터 대형 영화사들은 하위 독립 레이블을 통해서 독립 영화 감독들에 대한 본격적인 지원을 시작했다. 월트 디즈니의 서치라이트 픽처스(최초에는 폭스 서치라이트 픽처스)나 파라마운트 밴티지, 유니버셜의 포커스 피처스와 같은 ‘스페셜티 필름 디비전’이 생겨났고 이들의 지원을 통해 다수의 예술 영화 및 독립 영화들이 탄생했다.
상업 영화와 예술 및 독립 영화를 복합적으로 다루려는 영화사들의 시도는 실제로 성공적이었다. 이름을 대면 알 수 있는 영화들을 꼽자면, 독립과 상업의 경계를 허물었다는 평가를 받는 작품이자 2006년 미국 최고의 독립 영화로 꼽힌 ‘브로크백 마운틴’이 포커스 피처스의 투자 및 배급으로 제작이 이루어졌다. 국내 기준으로는 ‘파고’나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로 알려진 코엔 형제 또한 파고는 그래머시 픽처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경우에는 미라맥스 필름과 파라마운트 밴티지의 투자로 제작이 된 바 있다.
독립(인디) 영화에서 자본의 독립이 가장 중요하다? 그렇다면 브로크백 마운틴은 독립 영화가 아닐까?
독립. 인디 영화라고 분류되는 타이틀 중에서 상업적으로 그리고 완성도 면에서 유의미한 족적을 남긴 작품들이 스페셜티 디비전의 지원을 통해서 탄생했다. 이들의 경우 자본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오롯이 독립 영화라는 과거의 정의를 충족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독립 영화라는 정의를 내리고 있으며 거대 자본과의 유무에 관계없이 창작자의 의도 또는 표현이 더 존중받는 형태로 자리를 잡았다. 물론 기존의 정의에 부합하는 독립 영화들과 구분하기 위해서 인디우드(Indiewood)라는 분류를 내리기도 하지만, 창작자인 감독의 성향 자체를 기준으로 이들에게 독립 영화 제작자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편이다.
만약 콘텐츠를 제작할 때에 자본으로부터의 독립이 인디의 필수 조건이라고 가정해보자. 하지만 이를 조금 반대로 바라보면 의미가 달라지기 시작한다. 제작자 본인이 거대 자본을 가지고 있거나 / 배급망을 선택할 정도로 영향력이 있어야 한다는 말도 성립하게 된다. 즉, 돈 많은 사람이 자본으로부터 독립을 이루고 상업적 영화를 제작하면 그것도 인디라고 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다.
기존의 자본으로부터 독립을 하는 것이 독립 영화 혹은 인디 게임의 최우선 조건이 된다면 조금은 이상한 결과에 도달하게 된다. 자본으로 부터의 독립이 인디를 판단하는 불변하는 필수 조건이 된다고 생각한다면, 이러한 물음을 할 수 있다. ‘완전한 자본의 독립으로 누군가가 자신의 돈을 써서 막대한 자금이 들어가는 블록버스터 영화를 만들었을 때 바로 그 작품을 인디 영화라고 부를 수 있는가?’ 자본으로 부터의 독립이 가장 앞서는 인디의 조건이자 정의라면, 인디 블록버스터라는 말은 당연히 성립한다. 정의 상으로는 가능은 하다. 스타워즈가 있기 때문이다.
자본이라는 기준으로만 보자면, 스타워즈 프랜차이즈의 대부분이 독립 영화라는 범주에 속하게 된다. 스타워즈는 시리즈에 따라 조금 다르기는 하지만, 조지 루카스 본인이 영화사를 세우고 거기서 나온 자금으로 제작하는 등 완전한 외부 자본으로부터의 독립을 이루어냈다. 이 기준이라면 자가로 만들어낸 온전한 독립 영화. 정의를 충족하는 영화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은 스타워즈를 독립 영화 혹은 인디 영화라고 부르지 않는다. 뭐... 초기에야 관점에 따라서 그렇게 볼 수도 있겠지만, 후기에는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상업적인 측면과 프랜차이즈를 유지하기 위한 목적이 더 강조되는 시리즈로 변화해서다.
내(조지 루카스) 돈으로 내가 만드는 것 = 인디? 그렇다면 스타워즈는 독립 영화로 판정해야 하는가?
따라서 결국 인디 게임에서 사용하는 독립이라는 단어는 음악이나 영화와 마찬가지로 ‘자본으로부터의 독립’을 최우선 조건으로 의미하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단어가 출발한 음악과 영화 분야조차 이러한 기준이 명확하게 성립하지 않는다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
이제는 대부분의 문화 콘텐츠들이 어느 정도의 완성도나 상업적 인프라 -각국의 배급과 관련 상품 판매 등-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직접적으로 혹은 간접적으로 거대 자본이 투자를 하는 것이 필요한 시장이 됐다. 그리고 작가주의라고 할 수 있는 요소들을 가진 작은 규모의 작품들의 투자로 영역이 확대되기 시작했다.
투자를 통해 작가주의적 작품들을 일반 상업 영화 측면에서 끌어올리는 과정들이 더해지면서 하나의 분야 자체가 오히려 다양성과 예술적인 가치를 가지고 있는 콘텐츠들이 더 많아지는 구조로 자리를 잡았다. OTT 시대가 되면서 이러한 경향은 더욱 커진다. 큰 자본을 가지고 있는 넷플릭스의 간접적 투자 및 OTT 내의 등록이 이루어졌음을 생각하면 답이 나온다. 이들을 두고 거대 자본의 지원을 받았기에 독립 영화가 아니라고 할 수 없는 노릇이다.
순수성을 따지자면 이 기금조차 자본의 영향력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인디나 독립을 나누는 명확한 기준이 아니라는 점에 있다. 숫자로 표기할 수 있는 명확한 기준보다는 ‘창작자의 의지’ 혹은 ‘결과물이 보여주는 정체성’에 있다. 투자를 받거나 제작비가 과거 인디 타이틀보다 들어감에도 여전히 인디이자 독립이라는 접미어를 붙여 부를 수 있는 것은 바로 여기서 기인한다.
이는 영화로 따진다면 기존 자본의 하위 스페셜 디비전을 통해서 투자가 이루어지고 / 거대 작품 대비 ‘상대적으로 적은 제작비’가 들어가며 / 제작 과정에서 감독이나 각본의 의도가 오롯이 반영되는 것을 의미한다. 자본이 들어갔으나 여전히 창작자의 생각과 의지. 그리고 거기서 표현되는 결과물은 여전히 독립적이고 작가주의에 가깝다. 또한 이것이 작품에 녹아들어가 있으며 하나의 정체성이 되며, 보다 상업적인 측면을 유도하는 자본에 휘둘리거나 종속되지는 않는다. 결과적으로는 자본의 투자가 있었음에도 자유로울 수 있는. INDEPENDENT한 결과물이 나오는 것이다.
● INDEPENDENT 와 DEPENDENT 사이에서 - 분류가 아니라 지향점이 중요한 것
게임 또한 마찬가지다. 퍼블리셔의 존재 / 개발 인력 숫자 / 투자 및 제작비로 인디임을 규정할 수 없다. 결국 남는 것은 마찬가지로 창작자의 의지나 의도. 표현하고 싶은 요소. 비주얼이나 디자인이 오롯이 자신의 의지를 바탕으로 결정되었고 결과물로 표현이 되었는가다.
이건 동시에 한편으로 말하면 ‘만든 사람이 인디라고 생각하고 만들었으면 인디다’라는 말과도 같다. 사실 이 지점에서는 대부분의 인디 어워드들이 비슷한 경향을 보여준다. 명확한 것은 하나다. 인디 게임을 명백하게 나눌 수 있는 기준은 이전에도 없었고 현재에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33 원정대가 박탈당한 더 인디 게임 어워드의 FAQ는 ‘인디 게임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이렇게 설명을 적었다.
“인디 게임이란 무엇인가요? - 엄격하게 흑백논리로 답변할 수 없는 까다로운 질문입니다. 개발자, 퍼블리셔, 쇼케이스 큐레이터, 언론, 업계 전문가 등 누구에게 질문을 하더라도 그 답변은 서로 다릅니다. 인디 게임의 정의에 대한 해석은 다양하며, 앞으로 업계가 어떻게 변화하는지에 따라서 바뀔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 몇 년간 다양한 그룹과 대화를 나눈 결과, IGAs 심사위원단이 합의한 현재의 정의는 다음과 같습니다.
전통적인 퍼블리셔 시스템에서 벗어나 존재하는, AAA / AA급 퍼블리셔나 기업에 소유되거나 자본적으로 통제받지 않는 개발사들이 제작하고 출시하는 게임을 말합니다. 이러한 환경으로 인하여 개발자들이 제약 없이 자유롭게 창작하고 비전을 실현할 수 있습니다.”
이 기준에서 중요한 것은 결국 ‘개발자들이 제약 없이 자유로이 창작하고 비전을 실현하는지’가 인디를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는 점에 있다. 그렇기에 디볼버나 안나푸르나, 케플러와 같은 퍼블리셔들은 전통적인 퍼블리싱 -투자사가 개발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과는 다른, 기존의 시스템 바깥에 존재하는 것으로 간주된다.
이들 또한 명확한 정의는 없다고 이야기를 한다. 그럼에도 기준은 존재한다
AI 사용으로 수상이 박탈된 33 원정대 또한 실제로 수상을 했다는 점에서 역설적으로 이 정의에 부합하는 인디 타이틀임은 명확하다. AI 사용이나 윤리적인 이슈 측면(※주 : 33 원정대 이외에도 휴대기기 ModRetro에서만 플레이 할 수 있는 ‘Chanty’가 수상이 취소됐다. 작품이 아니라 기기 제작사인 ModRetro가 미국 방위기술 회사인 안두릴 인더스트리와 콜라보 컬러를 낸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에서 IGAs가 꽤 까다로운 편임을 생각하면 인디 게임을 바라보는 기준 자체는 어느 정도 추상적이어도 확고한 기준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즈음에서 ‘인디 게임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대략적인 감이 잡혔을 것 같다. 인디 게임이란 정의 자체는 누구도 정확하게 정의할 수 없고 그렇기에 여전히 피상적으로 다룰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중요하게 볼 수 있는 가치가 무엇인지는 명확하게 존재한다.
개발자가 자신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요소들을 게임에 녹여낼 수 있는가? / 상업적 성공만이 목적이 아니라 만들고 싶은 대로 만들었고 이를 선택할 수 있었는가? / 흥행 공식을 따라가지 않고 개발자 본인의 철학과 의지가 반영되었는가? 등이 될 수 있다. 즉 정말로 개발자가 자본/시장 등 수많은 외부의 의사 결정 요인으로부터 얼마나 독립적이었나? 를 살펴볼 수 있는 기준들이다. 개발에 참여한 인원 수나 개발비가 기준이 될 수 없다는 것이며, 한편으로는 단순한 수치보다 더 까다롭게 고려할 수 있는 기준으로 자리를 잡는다.
Indiependent 라는 단어의 의미로만 보자면, 무엇으로부터의 비종속성을 가지고 있는가?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는 기준도 이와 비슷하다. 수치로 표현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정신적인 부분에서 자리를 잡고 있는 기준이다. 지난 몇 년간 (대략 7년 정도) 국내 인디 게임 행사의 심사위원으로 참여하면서 이러한 기준에서 심사를 해왔다. 만들고 싶은 것이 무엇이었는지 명확하게 드러나고 이것을 위해 얼마나 공을 들이고 있는가. 즉, 뾰족하다고 표현할 수 있는 지점들이 얼마나 도드라지는지. 자칫하면 게임 플레이가 망가질 수 있을법한 요소들이 쉽게 보기 어려운 대안적인 재미를 주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이 모든 것들은 개발자의 독립적이고 자의적인 개발 기준, 방향성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 기준에서 보자면 33 원정대는 IGAs의 심사위원들이 그러했듯이 여전히 인디 게임이다.
반대로 이야기를 하자면, 거대 회사 또는 개발자 개인의 영향력으로 만들어진 안정적 자금 아래에서 인디 게임과 같은 지향점을 가진 작품들을 선보이고 상업적으로 판매하는 것도 가능하다. 프로젝트의 생사가 회사의 손에 달려있다는 점에서 이들을 인디 게임이라고 부를 수는 없겠지만 그에 근접한 ‘인디 정신’을 가지고 있는 타이틀이라 판단할 수도 있다. 때로는 세상에 없던 재미나 형태를 가지고 있는 물건들이 예가 된다. 남코에서 타카하시 케이타 개발자가 만들었던 ‘괴혼’을 생각해보자. 이렇게 인디스러운 게임이 거대 회사의 내부에서 탄생한 것은 어디까지나 예외적이고 기적과도 같은 상황이다.
역설적으로 인디라고 구분하기는 어렵지만 지극히 인디적인 타이틀도 존재한다. 괴혼의 탄생 시점을 보라
이전에 다수의 인디 게임 행사 그리고 글로벌 게임쇼에서 개발자들을 만날 때에 했던 질문들이 있다. 기사의 제목처럼 ‘무엇이 인디 게임을 정의한다고 생각하는가’ 또는 ‘인디 게임의 정의는 무엇인가’다. 항상 그렇듯이 의견은 제각각이다. 혹자는 ‘만든 사람이 인디라고 생각하고 만들었는데, 외부에서 인디다 아니냐를 논의하는 것이 오히려 외부 평가에 휘둘고 종속되는 인디(in-dependent)하지 못한 것이 아닌가?’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그럼에도 제작자의 창작성과 이를 위한 기반의 확보. 이 두 가지 요소는 지켜진다. 그렇기에 이것이 현재에도 많은 인디 게임 개발자들이 퍼블리셔를 찾고 여러 사람과 업체의 도움을 받고 있음에도 스스로를 인디라고 하는 이유다. 희미할 수밖에 없는 정의는 중요한 것이 아니다. 무엇을 시도했고 어떤 방식으로 구현을 했는가. 어떤 가치를 보여주고 있었는지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10여년 전에 내렸던 결론과 마찬가지로 말이다.
명확하지 않을 수밖에 없지만, 이 정신을 유지하고 있다면 인디는 여전히 인디 게임으로 판단할 수 있다. 그리고 인디에서 보여준 시도와 아이디어를 통해 새로운 것들이 나오고 게임이라는 매체 자체가 한층 풍부해지는 방향으로 순환된다. 바로 이 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렇기에 인디라고 인식할 때 중요한 것은 단어 자체의 범주가 아니라 그 내부의 의미에 있다. 그것이 우리가 인디를 좋아하는 이유이고 인디 게임이 가져야 하는 기준이자 가치이지 않을까 한다.
정리하면, 명확한 정의 또는 단어의 기준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제작자 중심의 결정권과 표현이 본질에 가깝다는 의미다.
| 정필권 기자 mustang@ruliweb.com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