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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규모 팀도 할 수 있다, ‘33 원정대’를 GOTY로 이끈 조력자 ‘언리얼 엔진’
조회수 1715 | 루리웹 |
입력 2025.12.18 (14:4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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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더 게임 어워드 2025에서 ‘올해의 게임’을 수상한 샌드폴 인터랙티브의 ‘클레르 옵스퀴르: 33 원정대(이하 33 원정대)’가 언리얼 엔진 5를 활용해 소규모 개발의 한계를 극복한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33 원정대’는 멸망을 향해 카운트다운이 진행되는 세계를 배경으로, 매년 특정 나이가 되면 존재가 지워지는 운명에 맞서는 인물들의 여정을 그린 턴제 RPG로, 독특한 세계관 설정과 캐릭터 중심의 서사가 게임 전반을 관통한다.
전투 시스템은 전통적인 턴제 구조를 기반으로 하되, 공격 타이밍과 연출이 실시간 액션처럼 이어지는 방식을 결합했다. 여기에 시네마틱한 카메라 연출을 더해, 턴제 RPG와 액션 게임의 경계를 유연하게 넘나드는 플레이 경험을 제공한다. 특히 캐릭터의 표정과 움직임, 컷신 연출에 강하게 초점을 맞춘 연출 방식은 이 작품이 ‘이야기를 체험하는 게임’이라는 평가를 받는 핵심 요소 중 하나다.
샌드폴 인터랙티브는 2020년 프랑스에서 설립된 비교적 젊은 개발사다. 이들이 처음부터 목표로 삼은 것은 대형 오픈월드나 라이브 서비스가 아닌, 강렬한 내러티브와 캐릭터 중심의 경험, 그리고 시네마틱한 연출이 살아 있는 싱글 플레이 RPG였다. 이러한 방향성은 자연스럽게 개발 엔진 선택으로 이어졌고, 팀은 초기 단계부터 언리얼 엔진을 핵심 제작 도구로 채택했다.
공동 창립자이자 CTO, 리드 프로그래머인 톰 기예르망(Tom Guillermin)은 프로젝트 설계 단계에서부터 시네마틱 요소와 캐릭터 표현이 핵심이 될 것임을 명확히 인식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언리얼 엔진의 시퀀서와 캐릭터 파이프라인, 단계적으로 확장 가능한 개발 구조는 소규모 팀에게 가장 현실적인 선택지로 작용했다.
기예르망은 언리얼 엔진 1 시절, 고전 게임 ‘데이어스 엑스(Deus Ex)’의 맵 에디터를 활용해 레벨을 제작하고 간단한 스크립팅을 시도했던 경험을 언급하며, 오랜 기간 축적된 엔진에 대한 이해가 ‘33 원정대’ 개발의 기반이 됐다고 밝혔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기욤 브로슈(Guillaume Broche)도 스토리 전달 방식을 고민하며 여러 게임 엔진을 시험한 끝에 언리얼 엔진을 선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애니메이션 시스템을 비롯한 다양한 툴을 통해 콘텐츠를 빠르게 제작할 수 있었고, 완전히 통합된 블루프린트(Blueprint) 비주얼 스크립팅 덕분에 프로그래밍 경험이 없는 팀원도 손쉽게 로직을 추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33 원정대’ 개발 과정에서 블루프린트는 단순한 프로토타이핑 도구를 넘어, 게임의 핵심 로직을 구성하는 기반으로 활용됐다. 이를 통해 프로그래머뿐 아니라 기획과 연출을 담당하는 팀원들까지 게임 구조와 흐름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됐다.
기예르망은 이러한 개발 방식이 반복적인 기술 작업에 인력을 소모하기보다, 게임 플레이를 빠르게 실험하고 개선하는 데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고 설명했다. 팀 규모가 확장되는 과정에서도 블루프린트는 공통 언어처럼 기능하며, 각자의 역할과 관계없이 모두가 제작 과정에 기여할 수 있는 구조를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전투와 연출이 기존 턴제 RPG와 차별화된 이유 역시 이러한 개발 구조와 맞닿아 있다. 샌드폴 팀은 캐릭터의 움직임과 카메라 워크, 이펙트, 사운드 타이밍을 언리얼 엔진 시퀀서를 중심으로 통합 설계했다. 전투 중 발생하는 대부분의 동작이 레벨 시퀀스를 기반으로 구성되면서, 디자이너와 아티스트, 사운드 디자이너가 동일한 타임라인 위에서 협업할 수 있었다.
언리얼 엔진 5의 나나이트(Nanite) 역시 중요한 역할을 했다. 모든 LOD(Level of Detail)를 수작업으로 제작하기 어려운 환경에서, 나나이트는 폴리곤 수에 대한 부담 없이 고밀도의 환경과 오브젝트를 구현할 수 있도록 도왔다. 그 결과 ‘33 원정대’는 개발 초기부터 제한된 규모로 출발했음에도, 시각적 완성도 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게 됐다.
비주얼 완성도만큼 중요했던 것은 실제 플레이 성능이다. 샌드폴 팀은 ‘언리얼 인사이트(Unreal Insights)’를 활용해 CPU와 GPU 병목 구간을 지속적으로 분석하며 최적화를 진행했다. 이러한 작업은 출시 이후에도 이어졌고, 안정적인 프레임과 로딩 경험은 이용자들이 반복적으로 언급하는 강점으로 자리 잡았다.
또한 월드 파티션(World Partition)을 활용해 대규모 월드를 자동으로 스트리밍 셀 단위로 분할 관리함으로써, 여러 아티스트가 동시에 하나의 월드를 작업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했다. 이는 환경 팀 인원이 제한적이었던 샌드폴에게 단순한 편의 기능을 넘어, 협업 효율을 유지하기 위한 핵심 요소로 작용했다.
샌드폴 인터랙티브의 ‘33 원정대’ 개발 사례는, 언리얼 엔진의 에코시스템이 소규모 개발 환경에서도 높은 완성도의 게임 제작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기술적 인프라와 명확한 기획 방향이 결합될 때, 상대적으로 소규모의 팀 역시 경쟁력 있는 결과물에 도달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사례라 할 수 있다.
| 안민균 기자 ahnmg@ruliweb.com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