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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C] 전쟁을 겪었음에도 완성된 타이틀, '스토커 2'가 걸어온 길을 되짚다
조회수 2058 | 루리웹 |
입력 2025.08.20 (03:00:00)
[기사 본문]
2022년 2월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전 세계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21세기에 벌어진 전쟁은 경제적인 사항은 물론이고 사회적인 측면까지 여파가 이어지기도 했다. 단순히 무언가의 가격이 오르고 내리는 흐름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전쟁에 따른 공황과 사회적인 문제들이 더 심각하게 다뤄지기도 했다.
심지어 전쟁 중인 나라, 침공을 당했던 우크라이나의 상황은 더 심각했다. 많은 사람들이 전쟁에 참여했고 모두가 소중한 누군가를 잃었다. 하지만 이러한 와중에도 인간의 삶은 이어졌다. 지난해 연말 발매된 ‘스토커 2 : 초르노빌의 심장’은 바로 이 전쟁 상황을 거치면서 제작된 타이틀이다. 갑작스러운 전쟁은 개발팀에게 있어서 너무도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하지만 그럼에도 스토커 2는 완성이 되어, 발매까지 이어졌다. 최적화 측면에서는 부정적인 평가가 있었을 지 몰라도 게임 플레이와 시나리오 측면에서는 호평을 받기도 했다. 전쟁을 거치면서도 자신들이 좋다고 믿고 있는 것을 투영한 결과물이기도 했다. 단순한 문장으로는 정리되지 않는, 고민과 현실적인 어려움을 극복한 결과물이기도 하다.
스토커 2를 개발한 GSC 게임 월드의 예후엔 흐르호로비치 게임 디렉터와 마리야 흐르호로비치 크리에이티브 프로듀서는 이번 데브컴 2025 현장에 자리하여 자신들이 개발한 ‘스토커 2’의 포스트 모템 강연을 진행했다. 두 강연자는 스토커 2의 개발 과정을 되짚어보면서 어떤 일들이 있었고 어떤 과정을 거쳐서 스토커 2에 자신들의 정체성을 투영했는지를 설명하고자 했다.
지난해 11월 21일 PC와 Xbox Series X|S로 발매된 ‘스토커 2: 초르노빌의 심장 (이하 스토커 2)’는 오픈월드 서바이벌 FPS 장르의 타이틀이다. 발매 1년이 지난 현재에는 PS5로 연말 발매도 계획 중이다. 오픈월드에서 리얼리티가 있는 비주얼을 구현하는 것이 극도로 어려운 시도였으나, 개발진의 시도 자체는 성공을 거뒀다. 100만 장을 판매했고 전체 플레이어 수는 700만 명에 이르렀다. 대성공이라고 할 수 있는 성과였다.
그리고 이어서 강연자들은 스토커를 스토커 답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서 설명했다. 스토커에서 플레이어는 ‘그저 인간’이라는 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슈퍼 히어로도 아니며, 연약한 인간이라는 설정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먹고 잠을 자고 생존이 중요한 하나의 인간이라는 설정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배경은 체르노빌의 제한 구역을 배경으로 둔다. 1986년 참사 이후 수 년 동안 군대에 의해서 접근 금지가 이루어지는 바로 그 지역이다. 이러한 것들은 플레이어로 하여금 실제 존재하는 곳으로 가고 있다는 생각을 들게 만든다. 플레이어는 스토커가 될 수 있고 이는 NPC 또한 마찬가지다. 그저 인간이기에 가능한 설정이다.
이러한 설정은 많은 플레이어들이 스토커를 호러 분위기의 게임으로 만드는 요인으로 작동한다. 생존이 우선시되고 그 속에서 무엇이든 선택할 수 있다. 상상이 가능한 환경과 고립감이라는 요소는 궁극적으로는 플레이어들에게 스토커만의 독특한 몰입감을 만들어 내는 것으로 작동했다.
이와 같은 현실적인 측면과 고립감은 개발진이 스토커 시리즈의 연장선에서 의도한 요소였다. 우리의 삶과 마찬가지로 내일 무엇이 일어날 것인지 모른다는 점. 바로 이것이 예측 불가능한 상황으로 이어지며,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른 결과가 게임의 플레이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스토커 시리즈의 핵심이며 게임 플레이의 몰입감으로 작동한다.
이후 강연자들은 게임을 만든 과정에 대해서 설명했다. 개발 과정에서 중점을 둔 것은 탐험이라는 측면을 중심에 두는 것이었다. 각각의 게임 플레이는 플레이어의 탐험으로 구성되도록 했으며, 목표 선택 - 탐험 준비 - 여정 - 귀환이라는 구조 아래에서 진행된다.
개발진이 여기서 중점을 둔 것은 마지막인 귀환 과정이다. 목표 달성 이후 플레이어는 탄약이 떨어지고 장비가 손상된 상태에서 안전한 장소로 돌아가야 한다. 이는 곧 플레이어가 이전보다 제한적인 상황임을 의미하고 더 조심스럽게 행동해야 함을 의미한다. 이것이 스토커라는 타이틀의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이와 같은 특징을 유지하면서 개발팀은 스토리를 중심에 두는 선택지를 가져갔다. 스토리를 만드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었다. 최종적으로 11개의 초안을 작성했으며, 이전의 10개는 폐기를 하기도 했다. 플레이어들에게 감정적인 측면을 전달할 수 없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이다. 최종 11번 째 초안에서 원하는 스토리를 찾을 수 있었고 이것이 최종 출시 버전의 형태가 됐다.
게임을 제작하는 과정에서는 기술적인 측면과 협력을 찾는 과정도 수반됐다. 개발 과정에서 500명 가까이 인력이 증가했지만, 여전히 개발사는 인디에 가까운 형태였고 독립적인 스튜디오로 활동했다. 여기서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은 파트너사와의 협력이었다. 에픽게임스는 언리얼 엔진과 관련된 기술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으며, Xbox 팀은 게임 패스를 통한 플레이어 확보를 진행하기도 했다. 그리고 후술하겠지만, 여러 사안들에 있어서 힘든 여정을 지원하고 도움을 준 인물들도 있었다.
이렇게 개발을 지속하던 스토커 2는 아주 큰 현실적 사안에 부딪히게 된다. 2022년 2월 24일이 우크라이나 - 러시아 전쟁이 그 기점이다. 이미 21년 말부터 러시아는 국경 근처에 군대를 주둔시키기 시작했다. 하지만 뭔가 일어날 것이라는 상상은 쉽지 않았다. 21세기였고 설마 전쟁을 하겠어 하는 생각이었다. 대부분의 우크라이나 사람들이 그러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전쟁이 시작됐고 많은 슬픔들이 현실을 덮쳤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고 있다.
하지만 전쟁이 시작되기 이전, 회사의 리더인 두 사람은 직원들을 보호하고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여러 상황에서 회사의 가족인 직원들의 안전을 확보하겠다는 판단이다. 그래서 대형 버스를 계약하고 운전 기사들을 사전에 확보했다. 전면전이 시작되면 기사들이 차출될 것이기 때문에 제대로 안전한 장소에 도착하기 어렵다는 판단이었다. 이외에도 24시간 운행할 수 있는 회발유와 통신을 위한 워키토키도 준비했다.
전쟁 시작 전, 두 사람은 팀에게 메시지를 보내서 ‘전쟁이 시작될 것 같으니 지금 안전을 위해 움직여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당시 개발 팀은 300명이었고 그 가족들까지 합치면 도합 500명이 되는 인원이었다. 해당 인원들은 헝가리 근처에 있는 소도시로 이주했으며, 100명은 제안을 거부하고 우크라이나에 머물렀다.
강연자들은 이를 회상하면서 울먹임과 동시에 ‘전쟁이 시작된 날은 모든 사람의 인생에서 최악의 날이었다’고 언급했다. 극도로 공포스러운 시간이 지나갔고 27일 동안 전체 팀들은 대피를 거절한 사람들을 돕기 위해서 동분서주했다. 사회적인 공황과 도시의 폭격이 일어나는 상황에 말이다.
개전 이후 두 달 동안 개발팀은 체코 프라하에서 작업을 하기 시작했고 한 달 만에 사무실을 다시금 구축할 수 있게 됐다. 이를 위해서 체코 사람들은 개발팀에게 지원을 했으며, 많은 지원들을 받았다. 우크라이나에 남은 사람들은 한정된 시간만 발전기를 돌리면서 생활하는 등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 그럼에도 지하 3~4미터 아래 있는 셸터에서 음악으로 서로를 위안하며 힘든 시간을 극복하고자 노력했다.
체코에서 새로운 터전을 만든 개발팀은 판데믹 이후 원격 작업을 통해서 게임을 개발했다. 당시에는 언리얼 5로 엔진은 옮기는 과정에 있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을 찾아야만 했다. 그리고 메모리 최적화를 위해서 많은 공을 들였다. 거대한 세계를 콘솔의 한정된 메모리 안에서 구축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기도 했다.
또한 개발 과정에서 ‘Extravaganza’ (기괴함)의 날을 정하기도 했다. 이는 무언가 작업을 하고 싶은 것을 결정하면 아무도 이걸 막지 않는 날이다. 때로는 이런 시간을 통해서 독특한 기능들이 탄생하고 스토커의 게임 분위기를 끌어 올리는 결과로 이어졌다. 기타를 연주하는 기능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를 이용해 브라질의 플레이어가 우크라이나어로 노래를 부르는 영상을 만드는 등 서로에게 긍정적인 결과물이자 러브레터로 연결된 것이다.
다음으로 강연자는 자신들의 문화를 게임 내에 녹여내는 시도에 대해서 설명했다. 일반적으로는 개발자들이 자신이 사랑하고 믿고 있는 것을 게임에 표현하는 것을 꺼리는 경향이 있지만, 두 개발자는 다른 선택을 가져갔다. 두 사람은 이를 ‘영혼’이라고 표현하면서 많은 문화적 요소들을 게임 내에 넣는 결정을 내렸다. 이러한 것이 전 세계 플레이어들에게 있어서는 흥미로울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게임 내에는 실제 우크라이나에 존재하는 벽화들에서 영감을 받은 요소들이 들어가 있다. 또한 게임 내의 대사를 영어가 아니라 우크라이나어로 더빙한다는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이는 다른 사람들에게 있어서 더 큰 몰입감을 만들었고 때로는 스토커 2를 계기로 우크라이나어를 배우는 사람들이 나타나기도 했다.
그리고 인디 음악의 지원도 하고자 했다. 게임을 통해서 우크라이나 밴드와 가수들을 지원한다는 결정이다. 아무도 모르는 작은 밴드들의 음악을 세이프존의 라디오에 400곡 이상 수록했고 이를 사람들이 듣기 시작했다. 이런 시도들은 각 밴드들의 곡들이 게임 외적인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듣게 만드는 계기로 작동했다.
이런 시도들을 통해서 스토커 2는 세상에 출시됐다. 출시 전 강연자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부정적인 감정과 긍정적인 감정을 오가면서 방황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그리고 출시 시점, 우크라이나의 인터넷은 5시간 동안 장애를 맞이했다. 160GB의 용량을 다수의 플레이어가 다운받으면서 회선이 마비되었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내부만이 아니라 외부에서도 스토커 2는 성공을 거뒀다. 전 세계 많은 플레이어들이 게임을 다운받고 긍정적인 평가를 공유했다. 무엇보다 개발진에게 중요하게 다가왔던 것은 플레이어 초이스로 스팀 어워드 후보작에 선정되었다는 사실이었다. 올해의 게임 / 최고의 스토리 중심 타이틀 / 최고의 게임 플레이 부문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이 모든 것들은 팀이 기울인 노력에 대한 인정과도 같았다.
강연의 마지막 지점에서 마리야는 스토커 2에서 볼 수 있는 크레딧에 대해서 언급했다. 해당 크레딧은 전쟁에서 목숨을 잃은 사람들에게 바치는 헌사다. 우크라이나의 모든 사람들은 전쟁에서 누군가를 잃었고 현재에도 많은 직원들이 최전선에게 전투를 하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남은 개발진은 먼저 보낸 이들과 남은 이들. 전선에 있는 모두를 위해서 헌사를 남겼다.
그리고 마리야는 “개발을 시작할 때부터 많은 말들을 들었습니다. 불가능하다. 팀과 함께 성장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세미 오픈 월드는 불가능하다. 시스템적인 측면을 갖추는 것은 불가능하다. 경험 없이 모든 것을 구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Xbox Series X|S로 게임을 포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게임을 개발을 접고 끝내야 한다”고 자신이 들었던 말들을 언급했다.
하지만 그녀는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고 꿈을 꾸는 사람이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누군가가 불가능을 말한다고 할지라도 원한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당신이 가지고 있는 진정한 영혼’이라고 설명했다. 이것은 곧, 정말로 중요한 것이며. 각자가 가지고 있는 문화, 노래 등 세상에서 자신을 자신답게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자신이 생각한 것을 통해서 다른 누군가가 한 순간이라도 행복해진다면, 그것을 만든 개발자인 당신은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개발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누구의 말도 듣지 말고 당신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을 행하자라’는 말로 스토커 2가 걸어온 길을 정리했다.
심지어 전쟁 중인 나라, 침공을 당했던 우크라이나의 상황은 더 심각했다. 많은 사람들이 전쟁에 참여했고 모두가 소중한 누군가를 잃었다. 하지만 이러한 와중에도 인간의 삶은 이어졌다. 지난해 연말 발매된 ‘스토커 2 : 초르노빌의 심장’은 바로 이 전쟁 상황을 거치면서 제작된 타이틀이다. 갑작스러운 전쟁은 개발팀에게 있어서 너무도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하지만 그럼에도 스토커 2는 완성이 되어, 발매까지 이어졌다. 최적화 측면에서는 부정적인 평가가 있었을 지 몰라도 게임 플레이와 시나리오 측면에서는 호평을 받기도 했다. 전쟁을 거치면서도 자신들이 좋다고 믿고 있는 것을 투영한 결과물이기도 했다. 단순한 문장으로는 정리되지 않는, 고민과 현실적인 어려움을 극복한 결과물이기도 하다.
스토커 2를 개발한 GSC 게임 월드의 예후엔 흐르호로비치 게임 디렉터와 마리야 흐르호로비치 크리에이티브 프로듀서는 이번 데브컴 2025 현장에 자리하여 자신들이 개발한 ‘스토커 2’의 포스트 모템 강연을 진행했다. 두 강연자는 스토커 2의 개발 과정을 되짚어보면서 어떤 일들이 있었고 어떤 과정을 거쳐서 스토커 2에 자신들의 정체성을 투영했는지를 설명하고자 했다.
지난해 11월 21일 PC와 Xbox Series X|S로 발매된 ‘스토커 2: 초르노빌의 심장 (이하 스토커 2)’는 오픈월드 서바이벌 FPS 장르의 타이틀이다. 발매 1년이 지난 현재에는 PS5로 연말 발매도 계획 중이다. 오픈월드에서 리얼리티가 있는 비주얼을 구현하는 것이 극도로 어려운 시도였으나, 개발진의 시도 자체는 성공을 거뒀다. 100만 장을 판매했고 전체 플레이어 수는 700만 명에 이르렀다. 대성공이라고 할 수 있는 성과였다.
그리고 이어서 강연자들은 스토커를 스토커 답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서 설명했다. 스토커에서 플레이어는 ‘그저 인간’이라는 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슈퍼 히어로도 아니며, 연약한 인간이라는 설정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먹고 잠을 자고 생존이 중요한 하나의 인간이라는 설정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배경은 체르노빌의 제한 구역을 배경으로 둔다. 1986년 참사 이후 수 년 동안 군대에 의해서 접근 금지가 이루어지는 바로 그 지역이다. 이러한 것들은 플레이어로 하여금 실제 존재하는 곳으로 가고 있다는 생각을 들게 만든다. 플레이어는 스토커가 될 수 있고 이는 NPC 또한 마찬가지다. 그저 인간이기에 가능한 설정이다.
이러한 설정은 많은 플레이어들이 스토커를 호러 분위기의 게임으로 만드는 요인으로 작동한다. 생존이 우선시되고 그 속에서 무엇이든 선택할 수 있다. 상상이 가능한 환경과 고립감이라는 요소는 궁극적으로는 플레이어들에게 스토커만의 독특한 몰입감을 만들어 내는 것으로 작동했다.
이와 같은 현실적인 측면과 고립감은 개발진이 스토커 시리즈의 연장선에서 의도한 요소였다. 우리의 삶과 마찬가지로 내일 무엇이 일어날 것인지 모른다는 점. 바로 이것이 예측 불가능한 상황으로 이어지며,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른 결과가 게임의 플레이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스토커 시리즈의 핵심이며 게임 플레이의 몰입감으로 작동한다.
이후 강연자들은 게임을 만든 과정에 대해서 설명했다. 개발 과정에서 중점을 둔 것은 탐험이라는 측면을 중심에 두는 것이었다. 각각의 게임 플레이는 플레이어의 탐험으로 구성되도록 했으며, 목표 선택 - 탐험 준비 - 여정 - 귀환이라는 구조 아래에서 진행된다.
개발진이 여기서 중점을 둔 것은 마지막인 귀환 과정이다. 목표 달성 이후 플레이어는 탄약이 떨어지고 장비가 손상된 상태에서 안전한 장소로 돌아가야 한다. 이는 곧 플레이어가 이전보다 제한적인 상황임을 의미하고 더 조심스럽게 행동해야 함을 의미한다. 이것이 스토커라는 타이틀의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이와 같은 특징을 유지하면서 개발팀은 스토리를 중심에 두는 선택지를 가져갔다. 스토리를 만드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었다. 최종적으로 11개의 초안을 작성했으며, 이전의 10개는 폐기를 하기도 했다. 플레이어들에게 감정적인 측면을 전달할 수 없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이다. 최종 11번 째 초안에서 원하는 스토리를 찾을 수 있었고 이것이 최종 출시 버전의 형태가 됐다.
게임을 제작하는 과정에서는 기술적인 측면과 협력을 찾는 과정도 수반됐다. 개발 과정에서 500명 가까이 인력이 증가했지만, 여전히 개발사는 인디에 가까운 형태였고 독립적인 스튜디오로 활동했다. 여기서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은 파트너사와의 협력이었다. 에픽게임스는 언리얼 엔진과 관련된 기술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으며, Xbox 팀은 게임 패스를 통한 플레이어 확보를 진행하기도 했다. 그리고 후술하겠지만, 여러 사안들에 있어서 힘든 여정을 지원하고 도움을 준 인물들도 있었다.
이렇게 개발을 지속하던 스토커 2는 아주 큰 현실적 사안에 부딪히게 된다. 2022년 2월 24일이 우크라이나 - 러시아 전쟁이 그 기점이다. 이미 21년 말부터 러시아는 국경 근처에 군대를 주둔시키기 시작했다. 하지만 뭔가 일어날 것이라는 상상은 쉽지 않았다. 21세기였고 설마 전쟁을 하겠어 하는 생각이었다. 대부분의 우크라이나 사람들이 그러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전쟁이 시작됐고 많은 슬픔들이 현실을 덮쳤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고 있다.
하지만 전쟁이 시작되기 이전, 회사의 리더인 두 사람은 직원들을 보호하고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여러 상황에서 회사의 가족인 직원들의 안전을 확보하겠다는 판단이다. 그래서 대형 버스를 계약하고 운전 기사들을 사전에 확보했다. 전면전이 시작되면 기사들이 차출될 것이기 때문에 제대로 안전한 장소에 도착하기 어렵다는 판단이었다. 이외에도 24시간 운행할 수 있는 회발유와 통신을 위한 워키토키도 준비했다.
전쟁 시작 전, 두 사람은 팀에게 메시지를 보내서 ‘전쟁이 시작될 것 같으니 지금 안전을 위해 움직여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당시 개발 팀은 300명이었고 그 가족들까지 합치면 도합 500명이 되는 인원이었다. 해당 인원들은 헝가리 근처에 있는 소도시로 이주했으며, 100명은 제안을 거부하고 우크라이나에 머물렀다.
강연자들은 이를 회상하면서 울먹임과 동시에 ‘전쟁이 시작된 날은 모든 사람의 인생에서 최악의 날이었다’고 언급했다. 극도로 공포스러운 시간이 지나갔고 27일 동안 전체 팀들은 대피를 거절한 사람들을 돕기 위해서 동분서주했다. 사회적인 공황과 도시의 폭격이 일어나는 상황에 말이다.
개전 이후 두 달 동안 개발팀은 체코 프라하에서 작업을 하기 시작했고 한 달 만에 사무실을 다시금 구축할 수 있게 됐다. 이를 위해서 체코 사람들은 개발팀에게 지원을 했으며, 많은 지원들을 받았다. 우크라이나에 남은 사람들은 한정된 시간만 발전기를 돌리면서 생활하는 등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 그럼에도 지하 3~4미터 아래 있는 셸터에서 음악으로 서로를 위안하며 힘든 시간을 극복하고자 노력했다.
체코에서 새로운 터전을 만든 개발팀은 판데믹 이후 원격 작업을 통해서 게임을 개발했다. 당시에는 언리얼 5로 엔진은 옮기는 과정에 있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을 찾아야만 했다. 그리고 메모리 최적화를 위해서 많은 공을 들였다. 거대한 세계를 콘솔의 한정된 메모리 안에서 구축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기도 했다.
또한 개발 과정에서 ‘Extravaganza’ (기괴함)의 날을 정하기도 했다. 이는 무언가 작업을 하고 싶은 것을 결정하면 아무도 이걸 막지 않는 날이다. 때로는 이런 시간을 통해서 독특한 기능들이 탄생하고 스토커의 게임 분위기를 끌어 올리는 결과로 이어졌다. 기타를 연주하는 기능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를 이용해 브라질의 플레이어가 우크라이나어로 노래를 부르는 영상을 만드는 등 서로에게 긍정적인 결과물이자 러브레터로 연결된 것이다.
다음으로 강연자는 자신들의 문화를 게임 내에 녹여내는 시도에 대해서 설명했다. 일반적으로는 개발자들이 자신이 사랑하고 믿고 있는 것을 게임에 표현하는 것을 꺼리는 경향이 있지만, 두 개발자는 다른 선택을 가져갔다. 두 사람은 이를 ‘영혼’이라고 표현하면서 많은 문화적 요소들을 게임 내에 넣는 결정을 내렸다. 이러한 것이 전 세계 플레이어들에게 있어서는 흥미로울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게임 내에는 실제 우크라이나에 존재하는 벽화들에서 영감을 받은 요소들이 들어가 있다. 또한 게임 내의 대사를 영어가 아니라 우크라이나어로 더빙한다는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이는 다른 사람들에게 있어서 더 큰 몰입감을 만들었고 때로는 스토커 2를 계기로 우크라이나어를 배우는 사람들이 나타나기도 했다.
그리고 인디 음악의 지원도 하고자 했다. 게임을 통해서 우크라이나 밴드와 가수들을 지원한다는 결정이다. 아무도 모르는 작은 밴드들의 음악을 세이프존의 라디오에 400곡 이상 수록했고 이를 사람들이 듣기 시작했다. 이런 시도들은 각 밴드들의 곡들이 게임 외적인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듣게 만드는 계기로 작동했다.
이런 시도들을 통해서 스토커 2는 세상에 출시됐다. 출시 전 강연자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부정적인 감정과 긍정적인 감정을 오가면서 방황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그리고 출시 시점, 우크라이나의 인터넷은 5시간 동안 장애를 맞이했다. 160GB의 용량을 다수의 플레이어가 다운받으면서 회선이 마비되었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내부만이 아니라 외부에서도 스토커 2는 성공을 거뒀다. 전 세계 많은 플레이어들이 게임을 다운받고 긍정적인 평가를 공유했다. 무엇보다 개발진에게 중요하게 다가왔던 것은 플레이어 초이스로 스팀 어워드 후보작에 선정되었다는 사실이었다. 올해의 게임 / 최고의 스토리 중심 타이틀 / 최고의 게임 플레이 부문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이 모든 것들은 팀이 기울인 노력에 대한 인정과도 같았다.
강연의 마지막 지점에서 마리야는 스토커 2에서 볼 수 있는 크레딧에 대해서 언급했다. 해당 크레딧은 전쟁에서 목숨을 잃은 사람들에게 바치는 헌사다. 우크라이나의 모든 사람들은 전쟁에서 누군가를 잃었고 현재에도 많은 직원들이 최전선에게 전투를 하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남은 개발진은 먼저 보낸 이들과 남은 이들. 전선에 있는 모두를 위해서 헌사를 남겼다.
그리고 마리야는 “개발을 시작할 때부터 많은 말들을 들었습니다. 불가능하다. 팀과 함께 성장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세미 오픈 월드는 불가능하다. 시스템적인 측면을 갖추는 것은 불가능하다. 경험 없이 모든 것을 구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Xbox Series X|S로 게임을 포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게임을 개발을 접고 끝내야 한다”고 자신이 들었던 말들을 언급했다.
하지만 그녀는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고 꿈을 꾸는 사람이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누군가가 불가능을 말한다고 할지라도 원한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당신이 가지고 있는 진정한 영혼’이라고 설명했다. 이것은 곧, 정말로 중요한 것이며. 각자가 가지고 있는 문화, 노래 등 세상에서 자신을 자신답게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자신이 생각한 것을 통해서 다른 누군가가 한 순간이라도 행복해진다면, 그것을 만든 개발자인 당신은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개발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누구의 말도 듣지 말고 당신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을 행하자라’는 말로 스토커 2가 걸어온 길을 정리했다.
정필권 기자 mustang@ruliweb.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