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 방문은 이번이 세번째입니다.
첫 번째 여행은 친구들 둘을 데리고 4박 5일로 여행을 했는데,
당시에는 일본 여행 경험도 적었고, 계획도 부실했고,
무엇보다 8월 초라서 한여름에 엄청 고생만 하다가 돌아갔습니다.
두 번째 여행은 제가 결혼하기 전에 다른 친구 한 명과 둘이서
7박 8일로 다녀왔는데, 이 때는 일본 여행 짬이 좀 차서
계획도 잘 짜고, 아주 만족스러운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아버지와 단 둘이 여행은 한 번 다녀온 적이 있지만,
제가 큰 후 부모님 두 분 다 모시고 가는 여행은 처음이고,
실제로 같이 한 여행은 중학생 때 이후로 처음이니 거의 30년만이었습니다.
이번 여행은 두 번째 여행의 일정표를 많이 참고하고 조정해서,
계획 단계에서는 아주 최선을 다 해서 여행을 다녀 와 보았습니다.
.......하지만 계획과 준비만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변수들은 어쩔 수 없더군요.
이건 차차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일단 0일차입니다.
0일차인 이유는, 일반적으로 비행기를 타고 당일 출국해서 당일 일본 입국하는데,
저희는 올해 취항했다는 팬스타 미라클이라는 배를 타고 일본에 가기로 했습니다.
왜 배를 탔는가? 하면 나름대로 배를 타는 것도 장점이 있었는데,
1. 배가 오후에 출발하므로, 제가 연차를 쓰지 않아도 하루 세이브 가능
2. 도착 시간이 오전 9시 + 입국 수속이 아주 빠르므로 도착 당일부터 관광 가능
3. 오사카 왕복 비행기 20~30만원, 1인 2박 숙박 비용 20만원, 코스 요리 식사 1인 5만원이면 이미 50~60만원인데,
30만원 정도만 더 내면 로얄 스위트 룸 탑승이 가능하니까 개이득 아님?
(아니다. 합리적인 소비자면 이런 사고를 하면 안된다)
4. 비행기와 달리 짐의 무게 제한이 없어서 귀국시 캐리어 무게를 가득 채워도 문제가 없다.
5. 비행기를 타고 오고 가면 도착하고 피곤하고, 귀국해서도 피곤한데,
배를 타고 가면 푹 쉬고 바로 여행 스타트 가능하고, 여독을 배에서 풀 수가 있다.
라는 이유로 팬스타 미라클 호의 로얄 스위트를 3명 예매해서 출발했습니다.
비용은 홈페이지에서는 왕복 1인 140만원인데, 이런 저런 사이트에서는 왕복 90만원 중반대로
할인을 받았던 것 같네요.
우선 부산역 근처에 있는 부산항 국제 페리 터미널에 2시간 전까지 도착해야 한대서
라운지도 있다고 하길래 조금 일찍? 2시간 전에 도착했습니다.
배 탑승 시간=오후 4시, 체크인=오후 2시부터.
프라이오리티 라운지 이용이 가능하대서 약간 공항 라운지를 기대하면서 먼저 갔습니다만
라운지는 위 사진에 나온 게 전부라서 딱히 뭐가 있지는 않았네요.
간단한 간식거리와, 냉장고에는 플라스틱 통에 담긴 커피류가 좀 들어 있었습니다.
공항 라운지처럼 요깃거리는 따로 준비되어 있지 않구요
(준비되어 있을 만한 공간도 없구요)
그래서 출발 1시간 반 전(2시반)에 출국 수속 가능하대서 출국 수속을 하고
(항구 이용객은 공항 이용객만큼 많지 않아서 출국은 거의 광속으로 진행됩니다)
출국장 너머에서 잠시 좀 기다리다가 배에 탑승합니다.
로알 스위트 승객은 우선 탑승/우선 하선이 가능해서, 3시 10분에 탑승을 했습니다.
대충 로얄 스위트 석은 이런 느낌입니다.
더블 베드 하나에 싱글 베드 하나, 그리고 사진에는 없지만 왼쪽에 샤워실/화장실이 존재하고,
발코니는 이런 느낌입니다.
로얄 스위트석 바로 옆 객실은 로얄 스위트 전용 라운지로 운용되고 있던데,
대충 이런 느낌에 2층 침대가 하나 배치되어 있습니다.
당시 로얄 스위트 이용 승객이 저희 세 명 뿐이라 사실상 독점해서 이용 가능하지만,
문이 열려 있는 상태라 침대나 소파에 누워 있긴 조금 눈치가 보이더라구요.
그 옆에는 별개의 VIP 라운지도 존재합니다.
한 등급 아래의 발코니 스위트 고객도 이용 가능한 라운지고,
바도 있고, 간단한 샌드위치 같은 음식도 제공되는 라운지입니다.
로얄 스위트 이용 고객은 일단 여기서 음료가 무제한으로 제공됩니다.
선내 최상층 갑판은 이런 느낌이고
계단 내려가면 포차도 있습니다.(밤에만 운영한다는 듯. 근데 비가 와서 운영을 안했습니다)
선내에는 카지노도 있는데, 돈 놓고 돈 먹는 도박은 불법이기에,
여기는 배를 탑승할 때 낸 요금의 10%만큼의 포인트를 제공하고,
그 포인트를 써서 오락기를 가지고 논다고 보시면 됩니다.
이런 슬롯머신 이외에도 안에는 룰렛, 블랙잭이 가능하긴 합니다.
저랑 아버지는 슬롯머신 한참 눌러보다가 왔는데,
JINSE DAO인가 하는 기계 <= 얘는 대충 해도 그냥 포인트가 복사됩니다.
나머지 애들은 포인트 넣는 족족 빨아 먹기만 해요.
마지막 남은 포인트는 인형 뽑기 가챠를 2만 포인트당 한 번 돌릴 수 있는데
6번인가 돌렸는데 다 꽝이었습니다....
아버지와 갈 때는 슬롯머신을 즐기고, 올 때는 어머니도 포함시켜서
룰렛과 블랙잭도 즐겨보자고 하고 나왔습니다.
여기 피트니스? 같은거 하는 곳이 있는데 유튭 같은 데에선 여기서
시간 정해서 내려오면 춤 배우고 한다던데 몸치에 I라서 패스
사우나는 점검이라 이용을 못했습니다.
돌아올 때는 고쳐 지려나.
식당은 저녁 공연장으로 이용됩니다.
수영장이 있는데, 부산->오사카에서는 저녁 9시부터 11시까지,
오사카-> 부산에서는 오후 5시에서 11시까지 이용 가능합니다.
대충 배 경로는 이렇게 되는데, 이용해 본 승객들 말로는,
관문대교 도착 전까지 대한 해협을 지날 때 조류랑 파도가 좀 있고,
관문대교를 통과하면 일본 내해쪽이라 아주 잠잠해 진다고 하더라구요.
즉 부산 출발해서 오후 4시~밤 11시 정도까지는 배가 흔들리고,
오사카 출발해서 새벽 3시경부터 오전 10시까지는 배가 흔들린다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이날 기상 상태가 좋지 않은지, 바람이 많이 불고, 파도가 심해서,
특히나 대한 해협에서의 배 흔들림이 심했습니다.
(직원 분들도 이렇게 파도 심한 경우는 잘 없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멀미에 강한 저와 아버지만 멀쩡하고, 어머니는 멀미약 드시고
방에서 그대로 아침까지 누워 계셨습니다.
밤에는 배에서 보는 밤하늘이 이쁘....다고 들었지만, 비가 왔습니다.
어쩌겠습니까. 하늘을 조종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돌아올 때 날씨가 맑으면 좋겠습니다.
저녁 식사 전에 바에서 기네스나 한 잔 때리고(이거 엄청 맛있었음)
이렇게 생긴 프라이빗한 룸에서 저녁 코스 요리가 제공되었습니다.
어머니는 이 시점에서 완전 KO된 상태라 도저히 저녁 식사를 못하겠다고 선언,
어쩔 수 없이 어머니는 저녁은 돌아올 때 즐기시기로 하셨습니다.
생각보다는 괜찮게 나왔어요.
배에서 나오는 코스 요리라서, 크게 기대는 안했는데,
스테이크도 패밀리 레스토랑 스테이크보단 훨씬 낫고, 파인 다이닝 약간 아래급 정도
코스 가짓수는 많지 않았지만 하나 하나 나쁘지 않았네요.
물론 일반 객실용 뷔페 메뉴도 나쁘지 않게 나와서
조금 집어 들고 와서 먹었습니다.
사실 직전에 기네스랑 안주 먹은 거랑 배가 심하게 흔들리는 것 때문에
많이 먹기가 힘들었긴 해요.
돌아올 때는 좀 잠잠한 상태에서, 더 잔뜩 먹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하며 식사를 마무리합니다.
이때 쯤부터 조금씩 비가 오기 시작하더라구요.
제일 위로 올라가 보니 완전 어두워졌고, 배는 막 흔들리고, 비도 좀 와서 대피.
저녁 10시경 미리 요청한 사람들 대상으로 하는 브릿지(함교) 구경을 할 수 있습니다.
사실 브릿지 구경이라고 해서, 선장님이 배를 운전하고, 배가 돌아가는 것을 구경하기 보다는
이렇게 함교 위치에서 관문 대교를 통과하는 것을 구경하는 것이 주 목적입니다.
다만...많이 어두운데서 배도 흔들려서 사진은 이쁘게 찍지 못하였네요.
일단 이대로 자는 것은 아까워서 VIP라운지 닫기 직전에 위스키 한 잔 주문해서(공짜니까)
잭콕 만들어서 마시고 잠을 청했습니다.
참고로 로얄 스위트 룸은 3인실이라고 되어 있는데,
더블 침대에서 두 명이 자야 한다는 건 조금 불편했습니다.
약간 잠버릇 안좋은 사람 세 명이면 차라리 바닥에 자는 게 나을 수도ㅎㅎ
석식을 먹었던 프라이빗 룸에서 오전 7시 반부터 조식이 준비됩니다.
다행스럽게, 밤 12시 이후에 내해에 진입한 이후엔 바다가 아주 잠잠해서
잠을 자는 데는 크게 문제는 없었네요.
덕분에 어머니도 부활하셔서 아침 식사부터는 드셨습니다.
샐러드에 수프, 오믈렛과 베이컨, 그리고 과일까지
나쁘지 않은 구성이긴 한데.....
뷔페 쪽도 나쁘진 않단 말이죠....
돌아올 때는 뷔페 쪽도 많이 먹어야 겠습니다.
내리기 직전에 사진 한 장 찍고...
객실 사진도 좀 더 많이 찍었어야 했는데, 어차피 돌아올 때 또 배를 탈테니
그때 찍어야지 하면서 뒤로 미룹니다.
우선 하선권이 있어서, 제일 빨리 내려서, 버스를 거의 전세처럼 타고 입국장으로 갑니다.
배는 오전 9시에 오사카에 도착했고, 9시 15분에 하선을 했고, 입국 심사는 1분컷으로 종료,
수화물을 따로 기다릴 필요가 없으니 고대로 나와서 난바의 숙소로 향합니다.
배에서 100% 다 즐기지 못해서 많이 아쉬웠는데
저녁에 배가 심하게 흔들림 -> 돌아오는 배에선 내해니까 좀 더 낫겠지
어머니가 멀미로 식사 못하심 -> 돌아오는 배에선 멀미 안하실 테니 저녁 코스 드시겠지
어머니가 멀미로 저녁 공연 못보심 -> 돌아오는 배에선 보시겠지
밤에 비가 와서 별도 못봤는데 -> 돌아오는 날은 맑기를
사우나가 점검 중이라 못했는데 -> 돌아올 때 이용해야지
카지노에서 못 즐긴 컨텐츠도 많은데 -> 돌아올 때 해 봐야지
사진도 많이 못 찍었는데 -> 돌아올 때 마저 찍어야지.
돌아오는 배에 많은 것을 맡겨주고 배를 떠났습니다.
이후는 1일차에서 계속.........
하기 전에 마지막 날(6일차) 중대 스포일러.
마지막 날 일정을 다 마쳐가는 오후 1시경, 한국에서 걸려온 의문의 전화가 계속 걸려옵니다.
처음엔 그냥 무시 하려다가 반복해서 걸려와서 받아보니......
대충 이런 내용을 전달하기 위한 전화...
e심을 사용 중이었고, 데이터를 꺼 두었기에 문자 내용은 표시가 안되었고,
그래서 오전 7시에 받은 문자를 모르고 그냥 오후 3시에 항구로 갈 계획만 있었던 것....
결론은 배는 결항이고, 언제 재운항 될 지 계획도 없으므로 비행기 타고 돌아가라....
금액은 돌아가는 배편 가격에서 대체편 비행기 값을 뺀 만큼 환불해 주겠다.
돌아갈 때 하려고 했던 게 많았는데.......
1일차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