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랜만에 글을 씁니다.
본문에 앞서 지극히 개인적인 일이지만 모두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에
여행기와 무관한 제 일을 한번 쓰고 시작하겠습니다.
저희 아버지는 작년 2월 췌장암 말기 판정을 받으시고 올 해 초까지만 해도 말기환자라고는 믿을 수 없을만큼
건강히 지내시고 일 때문에 미뤄왔던 할리 데이비슨도 구매하시고 주변 지인분들도 더욱 자주 보시고
몇 년 남지 안은 삶을 꺼지기 직전의 촛불 처럼 밝게 보내고 계셧습니다.
구정이 지나면서 급격히 쇄약해 지시더니 3월 말 극심한 통증으로 입원 후
전이 된 암으로 인해 장루 수술을 하시고 6주 동안 수액만으로 버티시며 입원해 계셧는데
이러다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시면 어떡하나 싶어서 잠시 생업을 미루고 한국에 다녀왔습니다.
다행히 한 달만에 퇴원 후 조금식 식사도 하시면서 체력을 회복하고 계시지만
시간이 얼마 없다는 사실은 아버지 본인과 우리 모두 아는 사실이 되었습니다.
아버지는 63년생으로 몇 일 전 환갑을 맞으셧습니다.
요즘 시대에 이렇게 젊은 나이에 곧 우리를 떠난다는 사실에 인생사 새옹지마라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울컥 울컥 눈물이 나고 평소 아버지와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했다는 것이 너무나 후회됩니다.
저는 한국 일을 정리하고 어제 호주로 귀국했습니다.
개인적으로 힘든 4월 달이었지만 이제는 추스리고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 있는 그런 상태입니다.
박목월 시인의 '가정'이란 시에서 말한 것 처럼 세상엔 아버지란 어설픈 것이 존재합니다.
각자 가정사는 다르겠지만 언젠가는 우리 곁을 떠날 그 분들에게 후회없는 사랑과 보답을 드려
시간이 흘러 세상의 이치에 따라 보내드리게 될 때 마음 속으로는 웃으며 보내드릴 수 있는 그런 행복을 누리시기를 바라봅니다.
그럼 ! 한 달만에 다시 여행기 시작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번은 카자흐스탄 키질로르다 - 러시아 아스트라한 - 러시아 체첸 진입 전까지의 이야기입니다.
시간 상으로는 10.1~8일 딱 7일입니다.
쉼켄트에서 출발 후 키질로르다를 가는 중에 유네스코 세계유산이 있다고 해서 잠깐 방문해봤습니다.
아흐메드 야사위라는 12C에 살았던 수피교 신비주의를 시로 설파했던 그런 분이라는데..
매우 잘 모르는 분야라 자세히는 모르겠군요. 이슬람 쪽에서는 이 묘에 3번 방문하면 메카에 1번 순례다녀온거랑 같은거로 친다는데
워낙 분파가 많아서 정확한지는 모르겠습니다.
묘를 이렇게까지 크고 견고하게 지어놓은거 보면 분명 이 지역사람들에게는 엄청난 분임이 틀림없을 것 같습니다.
입구 쪽에 사람 실루엣이 보이시나요? 묘가 무지하게 큽니다.
유네스코 문화유산이라해서 조금 기대하고 갔지만, 어..별거없네 라는 감상만 남긴채 다시 출발~
정말 카자흐스탄은 큽니다. 근데 또 황량해서 여행 내내 제일 지루했던 나라 중에 하나였습니다.
이 끝없는 길을 처음에야 신기하고 좋았지 ㅋㅋ 정말.. 지겨움 그 자체 였습니다.
오토바이타고 졸음 운전 할 수 있단 것을 이때 알았습니다.
크질로르다에 가까워지니 어느 바이커 한 명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쉼켄트쪽에서 연락해준 친구였습니다. (진짜 나왔네..)
숙소까지 안내를 받고, 별 일 없이 잘 여행하란 말과 함께 쿨하게 갔습니다.
크질로르다에서는 하룻밤만 묵고 바로 떠나서 사진도 이야기도 없습니다~
저녁으로 먹었던 식당. 반찬 몇개 먹을지 고르면 그릇에 담아주는 시스템의 식당
요런 것들도 많이 팝니다. 한국이랑 크게 다를건 없어보이는군요.
또 여지없이 출발합니다. 바람이 워낙 많이 불어서 황사는 저리가라 할 만큼 먼지가 많았습니다.
담배피면 못이 간질간질할 정도랄까요. 여지없이 똑같은 풍경에 지칩니다.
그렇게 한 참을 달려 마지막 주유소에서 쉬고 있을 때 2인조 바이크 여행자들을 만났고
이 분들도 같은 루트를 지나가기에 하루 동안 같이 달렸습니다.
러시아 분들이었구 다행히 영어를 하실 줄 알아서 이런 허허벌판에서도 외롭지 않게 하룻밤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아침 해뜰 때 정말 멋있었던 기억이 아직도 나네요.
125cc급으로도 여행하실 수 있냐고 물어보시는 분들 많은데 '가능'은 합니다. 사진의 왼쪽 오토바이가 125cc 모델입니다.
다만 조금 불편할 뿐! 이런 정보는 여행기 끝나고 댓글에 적힌 질문들 모아서 제 나름대로 정리해서 주관적인 생각을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생활 수준은 .. 많이 낮습니다.)
황무지만 몇일 째인지..
캠핑은 이런식으로 경량+부피작은 제품들로만 꾸려서 이렇게 다닙니다.
아침에 일어나니 해가 멋드러지게 올라오고 있더군요. 커피에 담배한대 피는데 힘들어도 이런 장면에
여행 잘 왔다란 생각하면서 꾹 참고 또 달릴 힘을 얻습니다..ㅋㅋ
저는 갈수록 거지가 되어가고 있네요.
러시아는 북쪽으로 / 저는 서쪽으로 향하기 때문에 갈림길에서 헤어지고 또 혼자 달립니다.
다행히 그 날은 바람도 덜 불고 하늘도 맑아서 편하게 달렸었네요.
그리고 도착한 카자흐스탄 "아티라우". 제법 큰 도시였습니다.
여기서 호텔을 찾으려고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있었는데 (오는 동안 인터넷이 안되서 도시 도착 후 숙소검색 시작!)
3일동안 샤워도 안해서 좀 싯고 빨래도 하고 싶어서 게스트 하우스는 싫고.. 모텔방정도를 구하려고 하니 가격들이 제법 되더군요.
그러던 와중에 3번째 쯤으로 알아보던 호텔에서 상당히 운이 좋은 일이 있었습니다.
리셉션에 가격을 알아보니 한화 10만원... 전 3만원 정도 가격의 숙소를 찾고 있어서 포기 후 호텔 앞에서 담배 한대를 피고 있었는데
왕좌의 게임 바리스 처럼 생긴 대머리 아저씨가 멋드러진 양복을 입고 저한테 말을 걸더군요.
어디서 왔냐~ 어디 거쳐서 왔냐 ~ 오 대단하다 등 등 의례적인 얘기를 하는데, 이 호텔에는 왜 들어갔다 나왔냐고 하더군요.
찾던 거 보다 비싸서 나왔다라고 하니 얼마짜리 찾냐고해서 3만원이라고 얘기를 했습니다.
3만원에 조식까지 해줄테니까 오늘은 여기서 자고 가라고 하더군요.
@_@??? 머시고..
"Are you boss here?" / "Yes. I am"
땡잡았고요~야호~ 덕분에 잘 쉬다가 출발 할 수 있었습니다. 같이 사진도 찍었는데 아효 ㅠㅠ 어디로 갔는지 아까워죽겠네요.
지금에야 새벽에도 벌떡 벌떡 일어나는데 20대 초반엔 뭔 그리 잠이 많은지 도저히 못일어나서 아침은 못먹었었네요..ㅎㅎ
호텔 아티라우 사장님 다시 한번 감사합니다.
푹 쉬고 러시아 아스트라한으로 향합니다.
3시간 정도거리 밖에 안돼서 점심까지자고 오후늦게 출발했습니다.
이 때 쯤부터는 국경넘는건 이벤트도 아니고 줄만 안밀리면 그냥 빠르게 통과하는 요령이 생겼었습니다.
경상도에서 전라도 넘어가듯 물흐르듯이 통과~
카자흐스탄 - 러시아 국경 지대에 있는 갈대밭이 넓게 펼쳐져있었는데
맨날 황무지만 보다가 좀 초록빛을 보니 괜히 기분이 좋습니다.
정말 이거 바람이 살랑살랑 흔들리는 갈대밭을 실제로 보셔야하는건데..
나주평야는 누구집 앞마당이라해도 될만큼 무지하게 넓습니다.
아스트라한은 꽤 유럽풍도 나고 생기있는 느낌을 많이 받은 도시였는데
딱 요때 기간 사진들이 증발해버려서 사진이 없네요 ㅠㅠ..
또 한번 푹 쉬고 그렇게 기대하고 기대하던 러시아 체젠으로 출발합니다.
가는 길에 긴 구간의 모래길과 몇 몇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길 가는 식당에서 밥을 먹고 나왔는데.. 왠 무서운 아저씨들이 제 오토바이에 모여서 술렁술렁이고 있더군요.
(..이럴 때 마다 진짜 무섭습니다 강도라도 당할까봐)
알고보니 그냥 엄청 착한 아저씨들이었습니다.
한국에서 5년동안 일해서 한국말도 엄청 잘하시고 다시 가고싶은데 비자가 안되서 카자흐스탄 사신다고 하더군요.
삼겹살 또 먹고싶은데 여긴 안팔아서 엄청 그립다는 말도 하시고 ㅋㅋㅋ
여행 안전히 잘하라는 말과 함께 헤어지고 또 출발합니다.
아스트라한 - 체젠 구간에 긴 모래길이 있는데, 이 때 라이딩 스킬이 부족해서 엄청 고생했었습니다.
몇 번을 넘어졌는지 .. 6시간 정도면 목적지로 갈 줄 알았는데 9시간을 훌쩍 넘겨 밤 늦게 다음 숙소로 들어갔었네요.
별거아닌 깊이지만 오토바이는 앞 바퀴가 묻히면 쥐약이라 .. 지금보니 타이어도 온로드 80정도 타이어네요. 깍두기 껴야 좀 편한데 ㅎㅎ..
다시 사진으로 보니 꽤? 멋있는 것 같습니다.
오토바이가 힘들어서 못가겠다고 하는 듯 찍혔네요.
다시 한 번가면 신나게 달릴 수 있을텐데 그립습니다 ㅎㅎ
최악의 고난은 여기였죠
뒷바퀴가 잠겨버려서 빼는데 1시간을 더 넘게 씨름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물이 들어있는 사이드 박스가 모래때문에 열리질 않아서 물도 없고..
짜증나고 힘드니 괜히 담배는 펴대서 목은 마르고 ㅋㅋㅋ
결국 짐까지 다내리고 손으로 다 파낸다음에
오토바이를 옆으로 눕혀서 질질 끌어냈습니다.
살면서 할 씨x은 이 때 다했던거같네요 ㅋㅋ 차 한대 사람 한 명 안지나간게 레전드..
이 때 만약 못 꺼냈다면 물도없이 하루 캠핑해야했을텐데 아찔합니다.
우여곡절끝에 빼낸 후 사막길을 통과하고나니 이미 해는 지고..
주유소에서 먹을 거 마실 거 사고 1시간을 더 달려 길가에 있는 숙소에서 하룻밤을 보냈습니다.
분위기가 하도 을씨년 스러운 숙소라 사진도 찍어놨는데 역시.. 없네요. 아쉬워라..
체첸 - 조지아 - 터키 - 동유럽 - 독일로 들어서면서 3주 뒤쯤 여행이 끝나게 되는데 여행기는 아마 10편 정도에서 마무리가 될 것 같습니다.
유럽에서는 비행기 일정 맞춘다고 달리기만해서 둘러보지도 못하고 귀국을 했어서요 ㅎㅎ
기다려주신분들 정말 감사하고 다음편도 가급적 빠르게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모두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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