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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러 7, 노 모어 히어로즈의 스다 고이치와 바이오하자드, 데빌 메이 크라이의 미카미 신지, 그리고 사일런트 힐 시리즈의 음악으로 유명한 야마오카 아키라가 모여 하나의 게임을 만들었고, 그 게임이 EA를 통해 발매되었습니다. 일단 이 정도의 설명만 들으면 데드 스페이스, 바이오하자드, 데빌 메이 크라이, 사일런트 힐, 노 모어 히어로즈의 테이스트가 하나의 게임에 섞인 게임이라고 생각될 것입니다. 게다가 심리 액션 스릴러라는 있어 보이는 장르명에 사전에 공개된 스크린샷과 간략한 게임 소갯글만 보면 대부분의 게이머들은 굉장히 무섭고 심각한 게임이라는 선입관을 가지고 플레이를 시작할 것입니다. 사실 진지하게 생각하면 이 정도로 해당 분야의 팬들에게 가슴 떨리는 조합도 별로 없으니까요.
하지만 게임을 시작하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이러한 생각은 크게 잘못되었다고 느끼게 될 것입니다. 결국 섀도우 오브 더 댐드(이하 SOD)는 조금 많이 지저분하고, 조금 많이 끔찍하지만, 결국은 낄낄거리며 플레이하게 되는, 대놓고 B급을 표방하는 게임이기 때문입니다(그렇지요. 미카미 신지는 바이오하자드 4도 만들었지만 갓 핸드도 만들었지요). 결국 스다 고이치가 그간 제작에 참여했던 몇몇 게임과 거의 같은 길을 SOD는 걸어간다고 표현할 수도 있으며, 폭력성과 선정성을 본래의 용도로 사용하지 않고 하나의 웃음 코드로 사용한 몇몇 B급 영화를 생각나게 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B급이란 표현은 게임을 낮추기 위해 선정한 단어가 아니라, SOD 특유의 유쾌한 정서를 표현하기 위함입니다.
각자의 분야에서 이름 높은 제작진들이 의기투합한 결과물. |
사전 정보 없이 플레이하면 유쾌한 괴리감마저 느낄 수 있다. |
스다 고이치와 미카미 신지가 매우 심각하고 진지하게 제작한 제작자 다이어리 영상.
SOD는 악마의 왕 플레밍에게 납치당한 연인 파울라를 구하기 위해 악마 사냥꾼 가르시아 핫스퍼(G)와 그의 파트너 존슨이 시티 오브 댐드에서 겪는 여정을 그린 게임입니다. 그리고 SOD의 이야기는 요즘 게임답지 않게 이게 전부입니다. 납치한 악마, 납치당한 여인, 쫓는 녀석, 같이 따라가는 해골. 리뷰를 쓰고 있는 현재 뭔가 생각날 듯 말 듯한 다른 캐릭터들도 분명 존재하지만, 솔직히 그냥 조연급에도 못 미치는 캐릭터에 가깝습니다(차라리 세이브 포인트마다 똥을 싸질러놓고 가는 녀석이 더 비중이 클 듯합니다). 캐릭터들의 구성과 이야기 전개만 따지고 보면 2011년에 발매된 게임이라기보다는 80년대 게임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릴지도 모릅니다. 호쾌하다는 감상마저 들 정도로 단순한 게임입니다.
악마의 왕 플레밍에게 연인이 납치당하고…. |
이상한 지옥의 G가 되어 대마왕 손아귀에 파울라를 구해내자. |
하지만 SOD는 단순한 이야기 전개와 적은 캐릭터 수에도 불구하고 매우 인상적인 게임입니다. 최근 들어 플레이해본 게임 중에서 이 정도로 진한 여운을 남긴 게임이 있나 싶을 정도로 SOD는 정상적인 센스는 찾아보기 힘든 게임이고, 이러한 요소는 강렬한 매력 포인트로 꼽을 수 있습니다. 용케도 심의에 통과되었구나 싶을 정도로 잔혹한 연출이 게임 시작부터 화면에 흐르고, 여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파울라는 최소한의 여주인공급 대접과 인권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게임 내내 험한 꼴을 당합니다. 거리 곳곳에 푸줏간 고깃덩어리처럼 널려 있는 시체를 향해 총질을 하면 팔 다리가 속절없이 떨어져 나가고, 하늘에는 비 대신 선지와 육편이 내리면서 바닥을 적시며, 온갖 다양한 아이디어로 신체 훼손이 이루어집니다.
얍얍. |
시체와 내장, 장기 등이 널부러진 분식집 순대 찜통 같은 모습. |
어떻게 보면 가르시아보다 더 고생을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파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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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이런 곳이 지옥이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듯 게임의 시작과 끝은 검붉은 색으로 도배되고, 끝없이 이어지는 비명을 들으며 게임을 플레이하다 보면 참혹함이 더이상 참혹함으로 다가오지 않고 종국에는 코믹한 요소로까지 인식되기 시작합니다. 푸줏간과 유흥가는 물론 도서관까지 찾아볼 수 있는 SOD의 지옥에는 제작자의 악취미가 그대로 느껴지는 저질스럽고도 선정적인 개그가 산재해 있고, 가르시아와 존슨과의 유쾌한 대화 역시 호러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이 아니라 만담 게임을 하는 듯한 착각을 유도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즐거운 지옥 생활에 익숙해져 갈 무렵 SOD는 플레이어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엄마의 사랑을 못 받고 자랐거나, 혹은 비디오 게임을 너무 많이 했거나".
차마 리뷰엔 못 넣을 혐짤거리가 넘치는 게임이에요. |
싸우는 도중에 뭘 하나 했더니 -_-;; |
그렇습니다. 언제나 무슨 사건이 터지기만 하면 비디오 게임이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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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도적으로 거칠게 처리한 화면과 강렬한 느낌의 색상은 게임의 분위기를 적절히 살려주는 편이며, 육편이 튀고 피가 분수 같이 쏟아지는 와중에도 끊김 없이 플레이할 수 있어서 프레임 저하로 인한 스트레스는 없습니다. 몇 년이 지나도 꾸준히 회자될 정도의 수준 높은 그래픽은 아니지만, 미쳐 돌아가는 지옥의 분위기를 잘 살려주는 배경 그래픽과 적절한 개그 센스로 무장한 각종 게임 오버 연출과 인상적인 이벤트 무비는 SOD를 기억에 남는 게임으로 만들어주기에 충분합니다. 그래픽 수준 자체만 두고 봤을 때는 크게 불만스럽지는 않은 평범한 편이라 할 수 있지만, 각종 연출과 특유의 분위기를 사용해 다른 게임과는 다른 SOD만의 색깔을 잡아낸 편이라 할 수 있습니다.
참 지옥 같은 지옥. |
거대 보스전 역시 부드럽게 돌아간다. |
게임은 크게 챕터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고, 각각의 챕터 역시 몇몇 스테이지로 구분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플레이어들이 하나의 챕터와 각각의 스테이지가 어느 정도의 분량과 형식으로 이루어졌겠거니 미리 생각하는 것을 비웃듯 다양하면서도 플레이 시간 역시 규칙적인 배열과는 전혀 다른 양상을 보여줍니다. 각각의 챕터는 모두 비슷한 분위기와 플레이 방식으로 이루어진 게 아니라 짧은 액션 게임 안에서 다양한 플레이 방식을 할 수 있도록 준비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다양한 구성은 자칫 지루해질 수도 있는 액션 게임에 나름의 신선함을 제공해주고 있습니다.
SOD는 기본적으로는 바이오하자드 시리즈나 데드 스페이스 시리즈 같은 TPS 게임 형식으로 진행되지만, 일반적인 액션 시퀀스로 이루어진 챕터 외에도 거대 괴물을 상대하기 위해 모 처에 전화를 걸어 음란한 대화를 나눈 후에 크고 아름다워진 존슨을 발사해야 하는 미니 게임 같은 스테이지도 준비되어 있습니다(존슨이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머리에 떠오른 바로 그 생각이 틀리지 않았음이 증명되는 순간이기도 합니다). 또한 로딩 화면과 챕터 소개 화면에서 볼 수 있었던 특유의 2D 횡스크롤 화면을 이용한 색다른 분위기의 챕터도 존재합니다.
더욱 길어지고 두꺼워지고 강력해진 존슨(전직 악마). |
후반부 챕터에서는 횡스크롤 슈팅 게임으로도 변신. |
본 게임에서는 기본적으로 총기류와 오토바이, 횃불 등으로 변할 수 있는 똘똘한 존슨으로 공격이 이루어지는데, 십자 방향키와 R 트리거를 조합해서 핸드건(HOTBORNER)/샷건(SKULLCUSSIONER)/머신건(TEETHER) 세 종류의 무기를 상황에 따라 바꿔가며 공격할 수 있습니다. 딜레이가 적은 핸드건은 가장 기본적인 총기류로, 게임 진행을 통해 파워업을 하면 폭탄처럼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연사 공격이 일품인 머신건은 파워업을 통해 호밍 기능이 추가됩니다. 장전 속도가 느린 샷건은 그만큼 한발 한발이 강력하며, 파워업을 통해 드랍샷 공격이 가능합니다. 헤드 샷과 약간의 부위별 파괴 시스템, 쓰러진 적 밟아 으깨기 등 여러 게임에서 친숙해진 요소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게임이 진행될수록 성능이 업그레이드되는 존슨. |
푸른 보석으로 존슨을 강화하면 더욱 강력한 공격이 가능. |
R 숄더 버튼으로 라이트 샷을 사용할 수 있는데, 라이트 샷은 암흑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주는 동시에 암흑화된 몹 역시 원래대로 되돌려서 공격할 수 있는 상태로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언제 어디서나 유용한 보조 공격 수단이라 할 수 있습니다. 바이오하자드 4와 마찬가지로 레이저 포인트로 조준점을 잡아 각종 무기류를 사용할 수 있고, 바이오하자드 4와는 달리 이동하면서 공격과 장전 모두 가능합니다. SOD의 전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빛과 어둠입니다. 암흑 상태에서는 가르시아의 체력이 점점 줄어들면서 싸우기 힘들어지고, 반대로 적들은 암흑 상태에서 불사의 존재가 됩니다. 만약 게임을 플레이하는 도중 암흑 상태가 되면 라이트 샷을 사용해 되도록 빨리 암흑 상태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어둠을 밝혀야 수월한 게임 진행이 가능해진다. |
암흑 상태에서 벗어나면 다시 암흑 상태로 되돌리려는 녀석들도 존재하고, 그 녀석들은 단순 공격으로는 막을 수 없으니 게임 도중 알려주는 정보는 넘기지 말고 숙지해야 합니다. 굳이 암흑 상태가 아니더라도 가끔 파울라가 주인공을 발견하면 신 나게 달려와서 적극적인 애정 공세를 펼치기도 하고 도저히 공격할 수 없을 정도로 재빠른 움직임을 보여주는 적들도 등장하는데, 이런 상황에서도 스턴 효과가 있는 라이트 샷을 잘 활용해야 합니다. 암흑화는 진행 도중 가끔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시작과 끝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게임 내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그저 막무가내로 쏘고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그에 맞는 공격을 하고 약간의 상성에 대해서도 신경을 써야 합니다.
적들은 강해지지만 가르시아는 숨지기 직전. |
살기 위해 불을 지펴야 한다. |
어쨌든 중요한 것은, 배경이든 몹이든 암흑 상태에서 벗어나야만 가르시아가 죽지 않고 공격을 할 수 있으며, 스턴 기능을 적절히 이용해야 적의 약점을 공격할 수 있는 패턴도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거대 보스전도 간간이 등장하는데, 노골적인 약점 노출과 정형화된 패턴이긴 하지만 그러한 패턴을 이용한 공략법은 은근 즐거운 편입니다. 게임 자체가 호쾌하게 플레이할 수 있는데다 연출도 화려한 편이고, 기본적인 난이도 역시 그리 높은 편은 아닙니다. 또한 부가적인 전투 시스템으로는 A 버튼으로 퀵 턴을 사용할 수 있고 B 버튼으로 존슨 어택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SOD의 전투 시스템은 빛과 어둠을 콘셉트로 제작된, 무빙샷이 가능한 바이오하자드 4에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퀵 턴과 존슨 어택. 처음 버튼에 익숙하지 않을 때에는 자주 헛갈려서 곧잘 성질이 나기도 한다. |
술을 마시면 체력을 회복할 수 있는데, 자판기나 일종의 상인이라 할 수 있는 크리스토퍼를 통해서도 구입할 수 있습니다. 일반 적을 해치우거나 했을 때 얻을 수 있는 하얀 보석은 SOD에서 화폐로 사용할 수 있으며, 술을 사거나 일정 수량을 모아서 붉은 보석으로 교환할 수 있습니다. 붉은 보석은 각 무기의 대미지, 장탄량, 장전 속도 등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고, 체력 게이지를 올리는 용도로도 사용됩니다. 파란 보석은 입수한 뒤 존슨 자체를 파워업할 수 있는 아이템으로, 기본적으로는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얻거나 거리에서 얻는 것이 아니라 보스전 등을 거치면서 일정 부분을 클리어했을 때 얻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무기 업그레이드 체계는 다른 게임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시스템과 크게 다르지 않은 편입니다.
참 추잡하게 아이템 구입하는 주인공. |
몹인지아랏내__ |
호쾌한 액션만을 구사하며 진행할 수 있을 듯하지만 실제로는 약간의 제약이 걸리는 편입니다. 암흑화가 진행되면 가르시아의 체력은 점점 줄어들다 죽게 되며, 염소 머리를 쏘든 등불에 불을 지피든 시급하게 암흑화를 제거해야 합니다. 공격 역시 암흑화된 몹을 라이트 샷 등으로 일단 한 번 공격할 수 있는 상태로 만든 뒤에야 일반적인 공격이 가능해집니다. 몹보다 암흑이 더 짜증 날 정도로 가르시아의 발목을 잡으며, 본 게임의 진정한 적은 플레밍이 아니라 바로 암흑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암흑을 지배해야만 게임을 지배할 수 있습니다. 암흑에 둘러싸인 상태에서만 풀 수 있는 퍼즐도 존재하는데다 중후반부에는 파울라의 누드 감상과 줄어드는 체력 사이에서 고민하다 보면 제작자의 악의마저 느껴질 정도입니다.
큭... 큭큭... 흑화된다. |
참 뿌잉뿌잉해요. |
플레이 스타일은 매우 간단한 편입니다. 기본적으로는 외길 진행이며, 일정 영역 안에 있는 몹을 모두 처리하면 다음 영역으로 진행할 수 있습니다. 퍼즐 요소도 있지만 퍼즐이라고 부르기엔 민망할 정도로 심플한 퍼즐만 준비되어 있어서 액션 자체만을 즐기면 됩니다. 한 번 진행했던 지역을 나중에 다시 오랜 시간 걸려가며 돌아가야 하는 부분도 없으며, 퍼즐 속에 다시 짜증 나는 퍼즐이 이어지거나 과도한 순발력을 요구하는 곳도 없습니다. 과거 몇몇 액션 어드벤처 게임에서는 거의 반드시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이런 짜증 유발 요소를 많이 볼 수 있었지만, 적어도 SOD에서는 이런 짜증을 느끼지 않아도 됩니다. 하지만 본 게임 역시 조금은 불편함을 유발하는 몇몇 요소가 존재합니다.
퍼즐 자체는 거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 |
자꾸 보면 귀여워지는 녀석. |
먼저 똥 같은 세이브 시스템입니다. 일차적인 의미로도, 이차적인 의미로도 말 그대로 세이브 포인트가 똥인데, 만약 게임 오버가 되면 마지막 세이브 포인트 지점에서 다시 진행해야 합니다. 그런데 세이브 포인트를 나눈 몇몇 지점이 거슬리는 편입니다. 이벤트 무비가 끝나고 세이브를 심으면 모르지만, 가끔은 세이브 후 약간 진행하면 영상이 흐른 뒤에야 다시 게임이 진행됩니다. 이는 대부분의 다른 오토 세이브 게임도 마찬가지지만 SOD는 영상을 스킵할 수 없기에 문제시됩니다. 게임 오버 후의 로딩은 짧은 편이지만, 이 영상 때문에 무의미하게 시간을 잡아먹는 몇몇 구간이 존재합니다. 2회차 플레이를 해도 모든 이벤트 영상은 스킵할 수 없고, 이러한 문제는 게임을 한 번 클리어한 뒤에 더욱 두드러집니다.
방금 배출된 따끈따끈한 똥이 일종의 세이브 포인트. |
컷씬을 컷할 수 없다니 이게 대체 무슨 소리요. |
사실 그래픽이 심하게 안 좋다거나, 스토리가 짧은 문제는 마냥 제작사를 탓하기는 어려운 부분이기도 합니다. 말 그대로 물리적으로 시간이 없거나 돈이 없어서, 혹은 기술력이 부족해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가깝기 때문입니다(그렇다고 이러한 문제점들이 비난의 대상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하지만 일단 게임을 클리어한 뒤 특정 챕터를 셀렉트해서 플레이할 수 있는 모드가 없다거나 2회차/3회차 플레이를 할 때 무기 개조 상태를 이어서 플레이할 수 없는 문제는 다른 문제들에 비해 엄청나게 높은 기술력을 요구하거나 많은 제작비와 시간을 소모해야만 겨우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분명 아니기에 제작사의 이러한 결정을 쉽게 이해할 수 없습니다.
네트워크 모드가 없는 게임이, 2회차/3회차 플레이를 위한 연동 장치를 준비하지 않는다는 것은 결국 제작사 스스로 본 게임을 일회용 게임에 가깝게 만들었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요즘 게임 트렌드를 생각하면 초짜 제작자들이 만든 게임도 이런 부분을 간과하지 않을 건데 말입니다. 각자 서로의 분야에서 이름을 알린 제작자들이 모여 EA라는 회사를 통해 내놓은 게임이 이렇다는 것은 결국 제작자가 의도한 심오한 무언가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인데, 불행히도 본 게임을 플레이하고 리뷰를 쓰는 동안 그 무언가를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아예 기본도 제대로 되지 않은 졸작이라면 그냥 포기하고 그러려니 하겠지만, 본편 자체는 매우 즐겁고 화끈하게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이라 더욱 아쉬워집니다.
난이도 작명 센스는 멋지지만 정작 편의성은 낮은 편. |
이 이름에 큰 기대를 건 사람은 분명 적지 않을 것이다. |
아름다우면서도 스산한 음악과 폭력적이고 선정적이기 그지없는 각종 연출, 거기에 쉴 새 없이 나오는 개그 요소까지 SOD라는 게임은 개성 하나는 굉장히 뚜렷한 게임입니다. 가르시아와 파울라, 존슨이 가진 캐릭터 자체의 매력도 본 작품을 더욱 돋보이게 해주며, 비장미 넘치는 모 캐릭터를 허탈할 정도로 대차게 처리한 전개는 그 의외성에 놀랄 정도였습니다. 물론 요즘 게임이라면 필수라 할 수 있는 약간의 반전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사실 이러한 저질 개그와 호쾌한 진행은 진지하게 게임을 접하려는 유저에게는 매우 상성이 안 맞을 부분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변기에 앉아 세이브를 해야 하던 노 모어 히어로즈를 즐겁게 플레이했던 유저라면 쉽게 적응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1회차 플레이에서 느낄 수 있었던 폭발적인 추진력을 2회차/3회차 플레이에서도 지속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부가 시스템이나 편의 요소가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았다는 것은 작지 않은 문제점입니다. 사실 빛과 어둠을 활용한 시스템과 스턴을 활용한 부위별 파괴 요소 등은 어려운 난이도일수록 더욱 빛을 발하는 부분이지만, 최고 난이도를 개방하기까지의 여정은 그리 만만치 않습니다. 하다 못해 네트워크 모드 등을 통해 게임의 수명을 더 연장할 수 있었더라면 팝콘 무비 같다는 게임의 인상에서 벗어나 바이오하자드 4처럼 세월이 흘러도 수없이 반복 플레이를 하며 곱씹을 수 있는 게임에 가까워질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 타이틀이라 할 수 있습니다.
쓰리런 잘 칠 듯한 가르시아와 여주인공 복장의 신세계를 연 파울라를 앞으로 더 볼 수 있으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론 어렵겠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