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기어스 5 | 출시일 | 2019년 9월 10일 |
개발사 | 더 코얼리션 / 마이크로소프트 | 장르 | TPS |
기종 | Xbox One, PC | 등급 | 청소년 이용불가 |
언어 | 완전 한국어화 | 작성자 | Eclaire |
이번 세대는 마이크로소프트와 Xbox 프렌차이즈에겐 매우 험난한 시기였습니다. 민감한 이야기가 될 수도 있기에 깊게 파고들진 않겠지만, 구 Xbox를 거쳐 Xbox360 세대까지 차근차근 쌓아올린 IP의 상당수가 기반을 잃은 것이 원인의 하나라고 볼 수 있을 겁니다. 사실 그 전조는 Xbox360 말기부터 있었습니다. ‘헤일로’ 시리즈의 번지는 독립 개발사가 되었고 ‘기어스 오브 워’의 IP를 소유한 에픽 게임즈는 낮은 수익성을 이유로 오랜 기간 패키지 게임 제작을 등한시해왔죠. 결국 과거부터 지금까지 계속 일관적인 명맥을 유지해온 시리즈는 ‘포르자’ 하나만 남았고, 마이크로소프트는 Xbox One 콘솔의 부진과 더불어 자사의 새 IP 발굴과 구 IP의 세대교체를 이뤄내야 하는 힘든 상황에 처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사이에 마이크로소프트라는 회사는 책임자가 바뀐 데다가 운영 기조가 달라졌으며, 시대의 흐름에 따른 게이밍 트렌드의 변화도 있었습니다. 새로이 키를 잡은 신임 수장 필 스펜서로서는 급변하는 세태에 대응하면서 이름만 남은 IP의 알맹이를 다시금 채워야 하는 이중고를 떠안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지금까지 발매된 엑스박스 게임 스튜디오의 작품들을 보면 단일 패키지 게임이 아닌 서비스 지향적으로 만들어진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소액 결제나 멀티플레이 등에 치중하다 보니 서비스 요소가 게임 내에 제대로 정착한 사례는 ‘포르자’ 시리즈 하나뿐이었습니다. 새로운 스튜디오를 영입해 제작한 다른 게임들은 적은 볼륨과 아쉬운 완성도 등으로 인해 빛을 보질 못했죠. 하지만 그 과정에서 배운 점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수익성을 따지기에 앞서 제대로 된 게임성을 구축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교훈을 말입니다. 그리고 본 리뷰에서 다룰 ‘기어스 5’는 숱한 시행착오를 겪어온 엑스박스 게임 스튜디오가 내놓은 절치부심의 첫걸음입니다. 완성도 여부를 떠나 수익성보다는 게임성을 더 중시했다는 점에서 일단 긍정적인 평가를 내릴 수 있겠습니다. 또한 더 코얼리션이라는 완전히 새로운 개발사의 손으로 넘어간 ‘기어스 오브 워’ 프렌차이즈가 장기적인 관점의 청사진을 그렸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는 작품입니다.
세대교체의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Xbox의 양대 프렌차이즈가 각기 택한 길을 보면 그 차이점이 명확해집니다. ‘헤일로’ 시리즈가 완전히 새로운 개발사에서 완전히 새로운 게임성으로의 환골탈태를 택했다면, ‘기어스 오브 워’ 시리즈는 로드 퍼거슨이라는 원작의 개발자를 다시금 영입하여 과거의 DNA를 존중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사실 ‘기어스 오브 워 4’의 경우 엄밀히 말하면 현세대적인 그래픽과 조작성으로 재구축된 리메이크작에 가까웠습니다. 더 코얼리션이라는 새로운 개발사가 과연 ‘기어스 오브 워’라는 게임을 만들 수 있는지 확인하는 작업이었던 것이죠. 하지만 그래서인지 한계가 명확한 게임이기도 했습니다. 새로운 시도가 아닌 모방에 가까웠던 탓에 원작의 열화판이라는 느낌이 강했고, 특히나 새로운 주역으로 내세운 캐릭터들이 기존 4인방의 매력을 따라가지 못해서 스토리적인 흥미가 많이 부족한 편이었습니다. 그래도 원작의 게임성을 잘 따라감과 동시에 새로이 정립된 무기 밸런스와 하드코어해진 전투의 양상 등으로 그럭저럭 기본은 갖춘 후속작이라는 평가는 얻을 수 있었습니다.
‘기어스 5’의 경우엔 많은 면에서 전작의 비판점을 의식한 것이 눈에 띕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기존 시리즈의 게임성을 벗어나지 않으려는 보수성도 동시에 지니고 있습니다. 아마도 지나친 급변으로 인해 팬들의 반발을 샀던 ‘헤일로’ 시리즈의 전례가 재현되는 것을 우려한 것 같습니다. 사실 ‘기어스 오브 워’ 시리즈의 경우 첫 시리즈부터 TPS 장르의 기본을 정립했을 정도로 현세대적인 게임이라 큰 변화가 필요하지 않다는 점도 감안할 필요는 있습니다. 더욱이 어떤 관점에서 게임을 바라보느냐에 따라 ‘기어스 5’의 변화는 체감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일단 리뷰어로서 제 관점은 비교적 긍정적인 편이지만, 그 결과가 100% 만족스러운 것은 아니기에 어떤 점이 좋고 나쁜지 세부적으로 파고들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싱글플레이와 멀티플레이를 통틀어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한층 스피디하면서도 하드코어해진 전투 양상입니다. 오로지 총질로 시작해서 총질로 끝나는, 순수한 TPS 장르이니 전투 그 자체의 재미는 ‘기어스 오브 워’ 시리즈의 핵심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일명 ‘월 바운스’라 불리는 엄폐물 사이를 넘나드는 기동 전술과 로디 런, 샷건과 랜서로 적을 피떡으로 만드는 고어한 전투는 전작에서부터 줄곧 지속 되어왔던 요소입니다. ‘기어스 5’에서는 여기에 더해서 무기의 정조준 방식이 좀 더 미세하게 변경되었고 헤드샷의 중요성이 한층 증대되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얼핏 보기에는 사소한 부분이지만 이는 전투 양상에 중대한 변화를 불러옵니다. ‘기어스 오브 워’ 시리즈는 전통적으로 소총류로는 적을 빠르게 죽일 수 없는 게임이었고 그래서 내셔 샷건으로 상징되는 근거리 한방 싸움이 선호되어왔습니다. 반면 ‘기어스 5’는 좀 더 정밀해진 탄착군과 헤드샷 대미지의 증가 덕분에 원거리 무기의 대부분이 위협적으로 변했습니다. 특히 점사 무기인 볼톡 피스톨은 권총 카테고리에 있음에도 결전병기에 가까울 정도의 위력을 자랑하며, 롱샷 스나이퍼 라이플은 정밀 조준을 하지 않고도 어렵지 않게 헤드샷을 날릴 수 있습니다. 두 무기 모두 전작들에서도 강한 축에 속했지만 에임 시스템의 변화에 따른 수혜를 크게 입어 엄청난 시너지를 내고 있는 것입니다.
소총류 무기도 대부분 쓸만한 위력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사실 랜서는 전기톱의 하드코어한 이미지를 앞세워 ‘기어스 오브 워’ 시리즈의 상징으로 군림해왔지만, 정작 게임에 익숙한 사람들은 기회만 생기면 다른 무기로 바꿔 잡을 정도로 범용성 좋은 무기 정도의 포지션을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반면 헤드샷 판정이 후해지고 대미지도 상승한 ‘기어스 5’에서는 싱글플레이에서든 멀티플레이에서든 상당히 좋은 무기가 되었습니다. 대신 반동이 전작보다 많이 강해진 편이라 그만큼 다루는 플레이어의 실력이 한층 중요해졌습니다. 이는 랜서뿐만 아니라 연사 공격을 퍼붓는 소총류 전반에 걸친 공통점으로, 반동을 제어할 수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무기의 성능 체감은 천차만별입니다. 조작은 다소 어려워졌지만 대신 무기를 쓰는 재미는 한층 늘어났다고 볼 수 있죠. 그 밖의 변경점을 찾자면 전작들과 달리 타격 시 히트 마커가 뜬다는 점, 컨트롤러 기준 B 버튼으로 발동되는 근접 공격이 단검 공격으로 바뀌어 한층 신속하게 발동된다는 점 등을 들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일련의 변화들로 인해 ‘기어스 5’의 전투는 전작들에 비해 TTK(Time-To-Kill)가 비교적 짧아진 편입니다. 원거리에서 볼톡 피스톨로 헤드샷 두세 번만 날려도 적들의 머리를 날려버릴 수 있으니, 붐샷이나 롱샷 등의 강한 무기를 갖고 있지 않은 한 원거리에서 한참 동안 랜서질을 해야 했던 과거에 비하면 게임 양상이 상당히 스피디해진 것입니다. 다만 이는 모든 유저가 체감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닙니다. 무기는 그냥 손에 쥐여지는 것을 쓸 뿐 스토리 진행을 더 중시하는 유저라면 ‘기어스 5’에서 전작과의 큰 차이점을 느끼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반면 전투 디자인과 무기의 운용을 파고들기 좋아하는 유저라면, ‘기어스 5’는 전술적인 선택지와 화끈한 재미가 한층 강화된 작품으로 여겨질 겁니다. 이는 ‘기어스 5’의 변화를 대하는 유저들 간의 온도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물론 비디오 게임에서 재미를 느끼는 포인트는 사람마다 다르기에 어떤 것이 정답이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다만 필자의 경우엔 싱글플레이든 멀티플레이든 다양한 무기를 다루는 맛을 더 우선시하는 편입니다. 스토리나 연출 같은 측면도 중요하지만 그런 것은 일회성 요소일 뿐, 잘 구성된 레벨 디자인 속에서 적들의 공세를 파고드는 재미가 있었기에 ‘기어스 오브 워’ 시리즈의 싱글플레이는 별다른 분기나 성장 요소 없이도 다회차에서 재미를 느낄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기어스 오브 워 4’는 싱글플레이의 볼륨이나 구성은 다소 아쉬울지라도 각종 무기의 특색과 밸런스만큼은 상당히 잘 살린 편이었습니다. 이러한 강점은 ‘기어스 5’에도 훌륭하게 계승되고 있으며, 거기에 더해 앞서 언급한 헤드샷 판정 변화와 각종 강력한 무기들의 개성이 조화를 이뤄 전투 그 자체가 상당히 재미있는 게임으로 완성되었습니다. 다만 실제 게임플레이 내용은 싱글플레이와 멀티플레이 사이에 약간의 차이가 있으니 두 파트로 나눠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싱글플레이의 경우, 짧아진 TTK가 전투 디자인의 변화로 직결됩니다. 적들이 빨리 죽는 만큼 등장하는 숫자가 어마어마하게 불어나 대부분의 전투가 상당히 하드코어한 양상을 띱니다. 일단 근거리전과 원거리전이 어느 정도 구분되던 전작들과 달리 본작부터는 근거리 공격을 퍼붓는 주비와 원거리전을 담당하는 드론, 사이언 등이 복합적으로 등장하여 상당히 혼란스럽게 합니다. 특히 주비의 경우 드문드문 수류탄을 달고 돌진하는데다가 사이언은 등장과 동시에 방어막을 대동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실 전작들의 경우 어려움 난이도까지는 은, 엄폐만 잘해도 그럭저럭 쉽게 풀어갈 수 있는 편이었는데, 본작부터는 스피디하면서도 복합적으로 변한 전투 양상 때문에 한 곳에서 은, 엄폐만 하고 있다가는 적의 타겟이 되기 딱 좋습니다. 그만큼 난이도 상승도 쉽게 체감되는 편이고요. 토크보우를 다루는 헌터나 헬멧을 쓰고 등장하는 척탄병의 수류탄 공세 등 보스급이 아닌 적들의 공격에도 넉다운의 기회 없이 한방에 사망하는 경우가 많아 적을 죽이는데만 집중할 게 아니라 생존에도 많은 신경을 써야 합니다.
하지만 게임이 어려워진 만큼 유저에게도 좀 더 폭넓은 선택지가 주어진 편입니다. 소총류를 제외한 무기는 탄약을 얻기가 쉽지 않았던 전작들과 달리 ‘기어스 5’부터는 무기의 종류와 관계없이 탄약 수급이 비교적 용이해진 편이라 강한 화력을 갖추고 적들의 공세에 대비할 수 있습니다. 또한 본작부터는 일부 구역이 오픈 월드 형태로 바뀌어 탐색과 파밍이 가능해졌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뒤에 좀 더 자세히 서술하기로 하고, 어쨌든 그러한 과정을 통해 동행하는 로봇인 잭의 능력을 업그레이드하여 전투에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보호막 또는 은신능력을 부여하거나, 적을 세뇌하여 조종하거나, 근접 함정을 설치해 적의 돌진을 막아내는 식입니다. 전작들의 경우 이머전스 홀을 수류탄으로 봉쇄하거나 램번트 고치를 파괴하여 적의 추가 증원을 막는 것 정도를 제외하면 사실 전투에서 전술적인 선택지가 많은 편은 아니었죠. 하지만 ‘기어스 5’부터는 적을 처리할 때 우선순위를 잘 설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해졌고, 대부분의 무기가 화력이 강화된 만큼 정확하고 빠른 슈팅도 동반되어야 합니다. 잭의 능력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전투의 향방도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전작들에 비해 전투의 양상이 한층 다채로워진 셈입니다.
전투 이외의 부분에서도 많은 변화가 감지됩니다. 일단 전작에서 비판받은 적은 볼륨, 부족한 캐릭터성, 평이한 진행 방식 등의 문제점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엿보입니다. 가장 큰 변화는 전술한 대로 몇몇 챕터 구역이 오픈 월드로 변했다는 것인데, 완전한 일자 진행 방식이었던 전작들과 달리 주변을 탐색하면서 개조 부품을 얻어 잭을 강화할 수 있고 스토리 이해에 도움이 되는 수집품을 얻을 수도 있습니다. 사이드 미션의 경우 끝까지 진행하면 잭의 부가 능력에 시너지를 더하는 궁극적인 보너스 부품을 얻을 수 있어 게임 진행에 큰 도움이 됩니다. 외진 곳에서 발견할 수 있는 일명 ‘유물’ 무기는 일반적인 무기와 다른 보너스 효과를 지니고 있어 게임에 소소한 재미를 더합니다. 물론 부차적인 탐색이 번거롭게 느껴진다면 그냥 메인 목표만 줄곧 따라다녀도 게임에 큰 지장은 없습니다. 지역 탐색 과정에서 잭의 방어막이나 함정, 은신 능력을 사용해서 뚫어야 하는 구간이 생기는 등 퍼즐적인 요소도 약간 가미되어 있습니다.
다만 오픈 월드 구간의 경우, 게임플레이에 자연스럽게 녹아있는 형태는 아닙니다. 오픈 월드 탐색과 슈팅 파트가 완전히 분절된 형태라 생동감 있는 하나의 월드라기보다는 그냥 플레이 타임을 늘리기 위해 돌아다니도록 만든 느낌이 매우 강합니다. 다른 게임에서 흔히 사용되는 방식을 가져와 더했을 뿐, ‘기어스 오브 워’ 시리즈의 게임플레이에 어울리게 접목하진 못했다는 것입니다. 이왕 오픈 월드 파트를 넣을 거라면 지금보다 좀 더 방대하게 만들어 수집과 탐색의 중요성을 늘리든지, 랜덤 인카운트나 썰매를 타고 펼치는 차량 전투 등의 좀 더 오픈 월드적인 콘텐츠를 더했어야 했습니다. 오픈 월드가 아닌 구간에서도 이것저것 찾거나 버튼을 눌러야만 진행되도록 만들어진 구간이 많은데, 마찬가지로 게임플레이에 큰 영향이 느껴지진 않습니다. 결과적으로 ‘기어스 5’는 전투 파트와 부차적인 콘텐츠 사이에서 느껴지는 재미의 갭이 상당히 큰 편입니다. 그냥 잘하는 것에 집중하거나 부차적인 콘텐츠 개발에 더 많은 역량을 투자했으면 좋았을 거라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그래도 스토리나 연출, 캐릭터, 분위기 등의 내러티브적인 요소는 ‘기어스 오브 워 4’에 비해 크게 발전했습니다. 전작에서는 존재만 있을 뿐 의미는 없었던 JD, 델, 케이트라는 주인공 3인방에게 각자의 사정과 이야기가 덧붙여지면서 생동감 있는 캐릭터성이 부여되었습니다. 기존 ‘기어스 오브 워’ 시리즈의 주역과 사실상 버려진 게임이 되어버린 ‘기어스 오브 워: 저지먼트’의 등장인물, 그리고 본작의 뉴 페이스에 이르기까지 상당히 많은 캐릭터가 등장하는 게임임에도 중구난방으로 느껴지지 않고 모두의 행보가 자연스럽게 하나로 귀결과는 과정도 그럴싸하게 그려져 있습니다. 특히나 시리즈 내 최대의 떡밥인 로커스트의 기원에 대해 제대로 묘사하기 시작한 첫 작품이라는 점에서 스토리텔링적인 의미가 매우 강하다 하겠습니다. 상황만 있을 뿐 이야기는 빈약했던 ‘기어스 오브 워 4’와 달리 챕터가 진행될 때마다 흥미로우면서도 충격적인 전개를 통해 플레이어의 호기심을 계속 묶어두는 것도 인상적입니다. 단, 게임 후반부에 마련된 분기는 선택지에 따라 주변 인물들의 반응이 조금 달라지는 정도라 스토리적으로나 게임플레이적으로나 큰 의미를 느끼긴 어렵습니다.
각각의 챕터마다 상이하게 변화하는 분위기와 연출력도 수준급입니다. 때로는 코믹하게, 때로는 공포스럽게, 때로는 전쟁 영화처럼 웅장한, 때로는 괴수물처럼 파괴적인 크고 작은 연출이 동원되어 스토리 진행에 시너지를 더합니다. 전작들을 오마주한 요소들도 많이 마련되어 있어서 시리즈 전반을 재미있게 플레이한 유저라면 반가운 향수를 느낄 수 있을 겁니다. 게다가 역대 시리즈 중 최고이자 Xbox One 게임 전반을 통틀어도 대적할 게임을 찾아보기 힘든 아름다운 그래픽과 60프레임 환경은 게임플레이에 몰입감을 선사하는 요소입니다. 아쉬운 점을 꼽자면 긴 시간 동안 캐릭터성을 구축해온 전작의 주역을 대체하기엔 새로운 캐릭터들의 매력이 아직은 조금 부족하다는 점, 1편의 라암 장군이나 버서커처럼 임팩트 있는 요소가 좀 더 필요하다는 점 등을 들 수 있겠습니다. 전체적으로 잘 만들어진 싱글플레이이긴 하지만 과거의 영광과 어깨를 나란히 하려면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느껴지는 이유입니다. 한국어판에 한정된 문제도 있는데, 시리즈 최초로 더빙이 이루어진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존대말과 반말이 중구난방으로 섞여 있고 지나친 직역이 난무하는 것이 매우 아쉽습니다. 전작들의 경우 비록 한국어 자막만 제공했지만 번역이 매우 맛깔나게 되어 있었던 것과 비교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멀티플레이 파트는 전작에 없었던 새로운 콘텐츠를 통해 신선함을 수혈하고 있습니다. PVP 모드의 경우 랭킹전과 아케이드 퀵 플레이로 양분되었는데, 랭킹전은 ‘기어스 오브 워’ 시리즈의 전통에 충실한 하드코어 모드이고 아케이드 퀵 플레이는 새로운 룰과 무기로 선보이는 캐주얼 모드로 보면 될 것입니다. 클래식 퀵 플레이라는 모드도 있지만 랭킹전과 거의 같은 룰을 채용하고 있으니 그냥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일단 랭킹전부터 살펴보자면, 전작의 멀티플레이를 잘 아는 유저라면 이해하기 쉬운 형태입니다. 내셔 샷건으로 펼치는 근접전과 주요 포인트를 잡고 지원 사격을 가하는 분대전, 나아가 강한 화력 무기의 주도권을 두고 펼치는 거점 공략 등의 전투가 복합적으로 이뤄지죠. 전술한 에임 시스템의 변화 때문에 랜서의 입지가 많이 오르긴 했지만, 근접전에서는 샷건에 밀리는 것이 현실이라 게임의 분위기는 여전히 하드코어합니다. 단, ‘기어스 5’에서는 샷건으로 힙샷을 할 경우 탄착군이 화면의 중앙으로 향하는 1편의 방식을 다시금 채용했기에 많은 경험과 감에 의존해야 했던 전작들에 비하면 근거리 샷건전에 적응하기가 비교적 쉬워진 편입니다. 새로이 마련된 맵들의 완성도도 매우 높은 편이라 거점의 주도권을 두고 펼치는 전투와 우회 등 전략적 팀플레이 요소도 잘 갖춰져 있습니다.
문제는 시리즈 전반에 걸쳐 지적되어왔던 높은 진입장벽입니다. 아무리 게임의 완성도를 높이고 샷건 판정을 직관적으로 바꾸었다고 해도 속된 말로 고인 물, 나아가 썩은 물이 넘쳐나는 것이 ‘기어스 오브 워’의 멀티플레이이기 때문이죠. 현란한 월 바운싱으로 접근하여 0.X 초 단위의 정확한 에임으로 샷건을 쏘고 유유히 사라지는 고수들의 화려한 플레이 앞에 좌절한 경험은 필자만 겪은 게 아닐 겁니다. 아케이드 퀵 플레이는 바로 이러한 실력 격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추가된 모드입니다. 오로지 랜서와 샷건만이 주어지는 랭킹전과 달리 아케이드 퀵 플레이에서는 병과 형식으로 캐릭터마다의 개성이 부여되어 있어 주어지는 로드아웃과 능력치가 저마다 다릅니다. 이 모드에서 샷건은 킬 포인트를 지불해야만 얻을 수 있는 일종의 파워 웨폰으로 분류되어 있기에 초반에는 모든 유저가 소총류 무기로 대결을 펼치게 됩니다. 엄폐물의 방어 능력이 막강한 게임의 성향상 진행이 루즈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인지 소총류의 대미지가 상당히 강하게 설정된 것이 특징으로, 막타로 헤드샷을 명중시킬 경우 확정킬이 보장되어 있어 진행이 상당히 빠릅니다. 게임의 배경은 ‘기어스 오브 워’이지만 플레이 감각은 일반적인 런 앤 건 슈팅 게임에 가까운데, 서로 다른 게임의 성향을 적절한 밸런스와 시스템으로 잘 섞어 초보자와 숙련자 모두가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그럭저럭 괜찮은 모드로 완성되었습니다.
PVP 멀티플레이와 마찬가지로 PVE 모드에서도 새로움이 감지됩니다. 일단 시리즈 전통의 호드 모드는 여전히 대표적인 PVE 모드로서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굳이 변화를 찾자면 게임플레이 그 자체보다는 시스템적인 부분에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병과 시스템과 팀플레이를 강조했던 ‘기어스 오브 워 4’의 호드 모드는 완성도 자체는 나무랄 것이 없었지만, 능력치 카드를 업그레이드하는 과정에서 루트 박스 형식의 랜덤적인 소액 결제 요소가 결부되어 있었기에 본인이 원하는 부분을 골라 육성하기가 어려웠습니다. 반면 ‘기어스 5’부터는 병과 레벨을 올림에 따라 일정 수준의 확정된 보상이 준비되어 있어 플레이어가 주도적으로 캐릭터를 꾸밀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한 전작에서는 아군 중 한 명이 의도했든 의도치 않든 트롤링을 하면 고난이도를 풀어가기가 상당히 버거웠는데(예를 들면 정찰병임에도 전력을 모으는데 소극적이거나 모은 전력을 멋대로 낭비하거나 하는 경우), 본작부터는 전력의 운용과 소모에 따른 팀플레이보다는 병과별 능력을 적재적소에 잘 활용하는 것이 한층 중요해져서 팀 의존도가 많이 낮아졌습니다. 물론 합이 잘 맞는 팀원과 함께 할 때 좀 더 쉽게 깰 수 있는 것은 여전하지만, 적어도 아군 때문에 스트레스 받을 일은 많이 줄었다는 것입니다. 싱글플레이 전반에 걸쳐 전작의 문제점을 의식한 흔적이 엿보이는 것처럼, 호드 모드 역시도 유저들의 피드백을 받아 시스템을 개선한 모양새입니다.
탈출 모드는 ‘기어스 5’에 처음 등장한 콘텐츠로, 스웜의 둥지에 의도적으로 잡혀가 독가스를 설치하고 탈출하는 군인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일단 스토리적으로는 그렇다는 것이고 실제 게임플레이는 3인이 합을 맞춰 특정 구역을 빠르게 통과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PVP 멀티플레이에서 두 개의 모드로 하드코어와 캐주얼 유저를 양분한 것처럼, PVE에서도 50 웨이브에 달하는 호드 모드의 피로함을 의식했는지 짧게 간단히 즐길 수 있는 모드가 마련된 것입니다. 이 역시도 호드 모드와 마찬가지로 병과별 카드 수집 등의 육성 요소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난이도를 올릴수록 적들의 공세 수위가 엄청나게 올라가는데다가 권총 하나 쥐여주고 시작하는 게임의 특성상 탄약도 넉넉한 편이 아니라서 1판에 소요되는 시간은 짧지만 제대로 파고들기 시작하면 상당히 하드코어하게 즐길 수 있습니다. 유저가 직접 커스텀 맵을 만들어 공유할 수도 있는 만큼 앞으로 커뮤니티의 활성화에 따라 콘텐츠의 폭이 점점 넓어질 것이 기대되는 모드이기도 합니다.
리뷰 전반에 걸쳐 살펴보았듯이, ‘기어스 5’의 지향점은 ‘변화’보다는 ‘플러스 알파’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워낙 많은 팬층을 거느린 시리즈인데다가 게임성이 상당히 독특한 탓에 함부로 바꾸기보다는 유저의 성향에 따른 선택지를 제공함으로서 폭넓은 니즈를 충족하고 있는 것입니다. 사실 급진적인 변화를 택했던 ‘기어스 오브 워: 저지먼트’가 어떤 평가를 받았는지 생각해보면 ‘기어스 5’의 방향성은 이해할 여지가 있습니다. 하지만 게임성을 강화하기 위해 추가한 요소들이 기존의 요소와 잘 어우러지지 못하거나 따로 노는 점은 차기작에서 개선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일단 멀티플레이의 경우 새로이 추가된 탈출 모드와 아케이드 퀵 매치가 기존의 모드와 동등한 입지를 구축할 것인지는 두고 볼 필요가 있습니다. 당장의 긍정적인 가능성은 엿보이지만 지속성에 대한 평가만큼은 유보하겠다는 뜻입니다. 싱글플레이의 경우엔 가장 큰 변화로 손꼽히는 오픈 월드가 도리어 가장 큰 단점으로 지적될 만큼, 게임 내에 적절히 녹아들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나마 내러티브나 연출, 전투 등의 고전적인 요소들이 잘 만들어진 덕분에 게임성이 지탱되고 있는 것이죠.
사실 필자는 새로움에 대한 강박이 ‘기어스 5’에 꼭 필요하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내셔 샷건과 월 바운스로 대표되는 하드코어 멀티플레이처럼, 다른 게임으로는 대체 불가능한 요소가 ‘기어스 오브 워’ 시리즈에는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시리즈의 보수성을 버린다는 것은 그러한 유니크함을 포기한다는 뜻입니다. 외양만 봐서는 평범한 TPS 슈팅 게임이지만, 실상은 격투 게임에 버금가는 마니악한 성향을 감추고 있는 것입니다. 이는 ‘기어스 오브 워’ 시리즈가 ‘갓 오브 워’ 같은 환골탈태를 추구하기 어려운 이유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왕 새로운 요소를 더하기로 작정했다면, 플러스만 할 것이 아니라 곱하기와 나누기를 통해 옛것과 새것을 적절하게 융합하려는 노력은 필요합니다. 그리고 시리즈 고유의 게임성이 지닌 본질을 연구하여 다른 형태로 구현하려는 시도도 잊어서는 안 됩니다. 만약 보수적인 게임성을 유지하기로 마음먹었다면, 그만큼 압도적인 완성도가 담보되어야 한다는 사실도 기억해야 합니다. 미래의 길은 여러 갈래로 마련되어 있으니, 어떤 길을 택할 것인지는 개발진의 몫입니다. 그래도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을 충분히 엿보았다는 점에서, ‘기어스 5’라는 게임의 의미를 찾을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편집: 김영훈 기자 (grazzy@ruliwe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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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에서 이전작들과 변화가 없다라는 비판을 받았고 5와서는 다시 전작의 레일커버슈터로 돌아갔으면 한다는 비판을 받았다는게 참 흥미로운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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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이도 조절은 실패라고 생각합니다. 블록이 주어져서 스피드함이 올라갔다지만 어려움 난이도로 기준으로 생존을 신경쓰면 스피드감이 죽고 또한 폭발무기는 한방에 죽는데 수류탄류는 나한테 날아왔다는것 조차 제대로 인지하지 못합니다. 이건 어려운게 아니라 짜증나는거죠. 물론 전작은 안 해봐서 이번 작품에대해 개인적인 평가를 제대로 매길수는 없지만 극한 난이도도 해봤을 때 난이도 조절은 게임성과 맞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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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편부터 시작한 뉴비?인데 4대비 타격감 상승에서 오는 재미 덕분에 합니다 ㅠㅠ 진짜 스트레스해소 제대로.. 그래픽과 연출은 뭐 더 말할것도 없이 만족 만족 만족!!!! 4부터 시작해서 그런가 케이트에 대한 애착?이 있는데 겜 후반부는 덕분에 더 과몰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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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편에서 완결날수 있는걸 의미없는 2챕터, 3챕터에 질질끌기로 6편을 만드는 기술력을 보여주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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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에서 이전작들과 변화가 없다라는 비판을 받았고 5와서는 다시 전작의 레일커버슈터로 돌아갔으면 한다는 비판을 받았다는게 참 흥미로운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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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야옹이
ㅇㅇㅇ..본질만 안해치고 나머지를 업글해줬음 젛겠음.. 난 아짓도 마커스 스토리에서 그 총성, 그 죽음, 그.. 리볼버 소리, 연출 그거 안잊혀짐.. 근데 내가 기어스5에서 기억에 남는 건 선택지 하나와 역시나 '그새끼'가 통수쳤을 때임 | 19.10.07 11:5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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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편부터 시작한 뉴비?인데 4대비 타격감 상승에서 오는 재미 덕분에 합니다 ㅠㅠ 진짜 스트레스해소 제대로.. 그래픽과 연출은 뭐 더 말할것도 없이 만족 만족 만족!!!! 4부터 시작해서 그런가 케이트에 대한 애착?이 있는데 겜 후반부는 덕분에 더 과몰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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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이도 조절은 실패라고 생각합니다. 블록이 주어져서 스피드함이 올라갔다지만 어려움 난이도로 기준으로 생존을 신경쓰면 스피드감이 죽고 또한 폭발무기는 한방에 죽는데 수류탄류는 나한테 날아왔다는것 조차 제대로 인지하지 못합니다. 이건 어려운게 아니라 짜증나는거죠. 물론 전작은 안 해봐서 이번 작품에대해 개인적인 평가를 제대로 매길수는 없지만 극한 난이도도 해봤을 때 난이도 조절은 게임성과 맞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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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편에서 완결날수 있는걸 의미없는 2챕터, 3챕터에 질질끌기로 6편을 만드는 기술력을 보여주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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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옵같이 빠른 템포에 기어즈도 있습니다 기어즈 저지먼트라고... 근데 이게 무슨 기어즈냐 너무 가볍다고 시리즈에서 졸작으로 취급되죠 | 19.10.13 21:5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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