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쉔무 3 | 출시일 | 2019년 11월 19일 |
개발사 | 와이에스넷 | 장르 | 액션 어드벤처 |
기종 | PC, PS4 | 등급 | 15세 이용가 |
언어 | 비한국어화 | 작성자 | PforP |
※ 세월부대인歲月不待: 세월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 장한가長恨歌 : 당나라 시인 백거이가 지은 한시로, '긴 아쉬움의 노래'를 뜻한다.
이야기는 [쉔무 1&2] 리뷰에서 이어진다. 드림캐스트와 세가가 콘솔 시장을 떠난 이후, 근 18년 동안 [쉔무 3]는 불가능 그 자체였다. 제아무리 혁신적이라 해도 손해만 보는 프로젝트에 투자할 투자자는 없다. 스즈키 유 역시 그걸 알았는지, 다른 방식으로 [쉔무] 시리즈를 이어갈 방법을 찾았다. 처음은 온라인 게임이었다. 한국 온라인 게임의 힘을 빌려 쉔무를 온라인 게임으로 완결시키고자 했다.
그러나 이 계획은 중국으로 옮겨졌다가 세가가 중국에서 철수하면서 프로젝트는 공중분해 되었다. 2010년 모바일 소셜 게임으로 [쉔무 거리]가 나오긴 했지만, 별 반항을 얻지 못하고 2011년 중단했다. 이 이후로 쉔무는 기나긴 침묵에 들어간다. 몇몇 성우는 은퇴했고, 스즈키 유도 세가랑 결별했다. 개발팀이었던 AM2도 버추어 파이터 5를 끝으로 활동 정지된 상태였고 게임 개발자로서 커리어도 거의 끝나가는 것처럼 보였다. 적어도 2015년 E3까지는 말이다.
그러나 발매 전까지 [쉔무 3]는 “나조차도 피하고 싶었던 대상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일단 이나후네 케이지가 [마이티 넘버 나인] 킥스타터 사태로 불신을 샀던 게 가장 컸다. 이나후네와 콤셉트는 기대에 못 미친 수준이 아니라, 게임 완성도부터 시작해 사후 서비스까지 심각한 삽질과 우롱을 저질렀던 걸로 유명하다. 지금도 나쁜 킥스타터 사례로 꼽자면 언급될 정도니 알만할 것이다.
스즈키 유와 제작진 역시 킥스타터를 하면서 [마이티 넘버 나인]의 트라우마를 불러일으키기 좋은 행동만 골라서 했다. 일단 발표 장소가 E3라는 점에서 구걸하려는 인상을 팍팍 줬다. 돈을 좀 더 주면 좋은 게임을 만들겠다는 킥스타터 내용 역시 반발을 샀고 공개된 영상과 스크린샷은 반발심에다 기름을 끼얹었다. [쉔무 3] 그래픽에 대한 조롱은 루리웹 게시판을 조금만 검색해봐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쉔무 3]를 둘러싼 소문과 계속 나오는 뉴스는 매우 좋지 않았다. 시대를 선도했던 시리즈가 팬들에게도 버림받는 배드 엔딩이 될 ‘뻔했다.’
‘뻔했다’라니 그럼 배드 엔딩이 아닌가요. 하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반쯤은 아니다. 차라리 노멀 엔딩에 가깝다. 일단 [쉔무 3]는 안티들마저 감화할 수준의 게임은 아니다. 이전에도 말했듯이 오랜 공백기 끝에 나온 3이 1,2를 뛰어넘을 것이라고는 팬들조차 생각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걱정했던 것처럼 최악도 아니다. 그저 평생 마무리 짓지 못할 뻔했던 프로젝트가 겨우 움직였다는 점에 의의가 있는 게임이다.
[쉔무 3]는 최면에 걸리게 하는 게임이다. 묘할 정도로 1,2 그 이후의 공백 기간이 없었던 것처럼 게임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단지 그사이 있었던 기술적인 발전을 수용하고 개량했을 뿐이다. 때문에 10년 전 준수한 평가를 받았던 게임의 리메이크 아닌가 싶을 정도로 전작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일단 [쉔무]의 디자인을 다시 짚어보자. 스즈키 유는 울티마 시리즈 같은 RPG 게임에 영향을 받아, 무수한 스크립트와 빡빡한 스케줄 관리, 대전 격투 시스템을 통해 살아 숨 쉬는 마을과 NPC를 구성하고 배치한 어드벤처 게임을 만들었다. 이를 위해 스즈키 유는 현실을 재현하기 위해 엄청난 공을 들였다. 하지만 이 디자인이 오픈월드 액션 어드벤처 게임의 대세가 되는 일은 없었고, 단지 [용과 같이] 시리즈로 발전해왔다.
그래도 변경 점이 있긴 하다. 우선 스즈키 유의 장인 정신이 상대적으로 줄어들었다. 서랍에다가 필요 없는 아이템을 마구 넣는 기행은 여전하지만 (대신 상호작용 지점이 훨씬 직관적으로 변했다.), 이제는 상점이나 말 걸 수 있는 NPC가 아닌 돌아다니는 마을 사람들에게 말 걸 수 없다. 이 부분은 대부분 사람에게 말 걸 수 있는 시골 마을인 바이루보다는 장강에 있는 도시인 니아오우 Niaowu (일본판에서는 니와토리)로 넘어가면서 두드러진다.
그 때문에 행선지 안내인 시스템도 사라졌다. 2에서 가장 유용했던 시스템이었는데 사라지면서 되려 불편해졌다. 첫 챕터인 바이린이 시골 마을 치곤 은근히 스테이지가 복잡하고 깊은데, 두 번째 챕터인 니아오우는 소도시 수준이라서 열심히 목표지를 찾으러 뛰어다니다가 시간이 가버리는 결과도 발생한다. 점프 기능은 있긴 했는데, 특정 장소 아니면 일과가 끝나는 7시 이후에나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그 외 시간대엔 일일이 돌아다녀야 한다. 비록 캐릭터 조작이나 맵 자체는 확실히 개선되었지만, 빠른 이동 시스템이라는 지점에서는 퇴보한 인상을 준다. 몇몇 구역에서는 달릴 수 없게 디자인한 부분도 거슬린다.
상점 역시 변했다. 일단 본격적인 구매 인터페이스가 도입되었다. 2의 전당포 물건 판매 인터페이스를 개량했다고 보면 좋다. 1,2에서는 상점에 전시된 아이템을 일일이 본 뒤 구매해야 했던 걸 생각해보면 장족의 발전이라 할 수 있다. 그다음 뽑기를 통한 교환 시스템이 확장되었다. 3의 전당포에서는 아이템 셋을 맞추면 기술서나 현금 가치가 있는 아이템으로 교환할 수 있다. 기존 뽑기 시스템이 기본적으로 수집/관상 용도가 강했다면 좀 더 실용성 있게 변했다고 할 수 있다. 아이템 셋 종류는, 전작의 뽑기 장난감도 포함되어 있지만, 필드에서 채집 가능한 약초도 포함된다. 수집 가능한 아이템이 많기 때문에 도전과제 난이도는 상당한 편에 속한다. 도전과제 플래티넘 수도 손에 꼽을 정도다.
한편 격투 및 수련에서는 대거 변경이 이뤄졌다. 전반적인 방향성은 1의 수련 시스템과 2의 프리 배틀 도중 자동 기술 숙련 시스템을 결합해 새로 도입한 능력치 시스템에 융합하고 있다. 본작의 능력치 시스템을 살펴보자. 3에서 료의 쿵푸 실력은 지구력Endurance 레벨과 공격 Attack 레벨이 합쳐져 결정된다. 다시 말해 지구력 레벨+공격 레벨=쿵푸 레벨이라 생각하면 좋다. 지구력은 화면 왼쪽 아래에 있는 료의 체력을 결정하고, 공격은 전반적인 기술 위력을 결정한다. [쉔무 3]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지구력 레벨과 공격 레벨을 수련으로 올려야 한다.
공격 레벨은 1의 수련 시스템과 2의 기술 숙련 시스템을 3의 능력치 시스템에 통합했다고 보면 좋다. 일단 3은 2처럼 기술을 시전하면 숙련도가 올라가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다만 본작에서는 본격적인 격투 파트가 생각보다 많지 않다. 그 때문에 1에 있다가 사라졌던 '수련' 개념이 부활했다. 본작의 수련은 도장이나 마을에 있는 무술 고수 NPC들과 대련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여기다 도장 같은 경우 도장 내 유단자들과 승급 심사를 가질 수 있다. 단이 올라갈수록 강한 유단자들이 나오는 데다 전개상 필수적으로 올려야 한다.
다만 버튼만 열심히 누르면 기술 숙련이 가능했던 1과 달리 3은 좀 더 복잡해졌다. 기술 레벨 상승이 얼마나 이뤄졌는가에 따라 능력치 레벨 상승 (공격이나 쿵푸 레벨)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기술 1의 레벨이 1레벨 올랐다면 능력치 레벨 은 조금 오르지만, 반대로 기술 1의 레벨이 1레벨 이상 올랐다던가 기술 1, 2, 3의 레벨이 동시에 1레벨 올랐다면 능력치 레벨 역시 합산해서 많이 오르게 된다. 반대로 모든 기술을 마스터해서 올릴 수 없다면, 능력치 레벨 역시 오르지 않는다. 즉 가지고 있는 기술을 마스터하면 더 레벨을 올리는 게 불가능하므로, 레벨업을 위해서는 새 기술서를 꾸준히 사야 한다. 여기다 대련 과정에 QTE 커맨드가 등장하는데 커맨드를 제대로 누르면 숙련도가 빠르게 올라가고, 수련 종료 후 평가표 나아가 레벨 경험치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편 지구력 레벨은 도장 같은 특정 구역에 있는 수련 기구를 통해 상승할 수 있다. 본작에서 제공되는 지구력 수련은 보법을 연마하는 계보, 버튼을 눌러 기마 자세를 유지하는 마보, 타이밍에 맞춰 버튼을 눌러 펀치를 연습하는 촌격으로 나뉜다. 기본적으로 이 기구들은 지구력 레벨에 속하지만, 따로따로 숙련도와 레벨이 배정되어 있다. 다시 말해 지구력 레벨 대분류 아래 마보, 촌격, 계보 소분류로 나뉘어있다고 보면 좋다. 기구 숙련 레벨은 레벨 7까지 있는데, 레벨이 올라갈수록 숙련도 상승 속도가 줄어들기 때문에 쿵푸 레벨을 더 올리려면 균형 있게 연마할 필요가 있다.
전투 시스템 역시 대폭 변화가 가해졌다. 일단 기술 무브셋에서 방향키가 삭제되었다. 1,2에서 방향키와 버튼 조합이, 빡빡했던 걸 생각하면 편해졌다. 여기다 전투 도중 L1/R1으로 기술을 선택해 R2 버튼을 누르면 기술이 나가도록 변경되었다. 전반적으로 기술 시스템 자체는 많이 간소화된 편인데, 1,2의 복잡한 조작은 다듬어지지 않은 인상이 강했기 때문이다. 액션 어드벤처 장르가 성숙해진 지금 시점에서는 변화를 가해야 하긴 했다.
반대로 지구력 레벨과 연계되는 체력 시스템은 복잡해졌다. 일단 본작에서 체력은 스태미나나 다름없어서, 가만히 있어도 소모된다. 플레이어는 꾸준히 음식을 섭취한 회복할 필요가 있다. 좀 의아한 변화라 할 수 있는데, 체력을 스태미나랑 동일시하는 시스템은 2000년대에도 이미 도태된 디자인이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음식 아이템을 사야 하기 때문이다. 금전 관리가 생각보다 빡빡해졌다. 여기다 전투 모드에서 방어 게이지가 새로 추가되었다. 료가 공격을 받으면 이 방어 게이지가 깎여나가고 게이지가 다 깎이면 대미지를 세게 받기 때문에, 관리해야 한다. 대신 3에서는 회복 아이템인 뱀술이 제공되기 때문에 쿵푸 레벨만 맞춰놓는다면 어찌 체력 관리만 잘하면 진행할 수 있다. 승급 시합에서는 쓸 수 없기 때문에 열심히 수련할 수밖에 없긴 하지만 말이다.
이런 변화가 성공했는가? 라고 묻는다면 '편해지긴 했는데, 되려 완성도는 헐거워졌다'고 대답하고 싶다. 일단 무술 모션 자체는 여전히 공들여서 만들어놨다. 스즈키 유가 무술 마니아였던걸 생각하면 타협할 수 없었던 부분이긴 하다. 전투가 전작보다 쉬워져 입문 난이도 자체는 낮아졌다는 건 부정할 수 없다. 문제는 구현된 공방 자체가 전작보다 되려 처진 구석이 보인다는 것이다. 일단 공방을 주고받는 연출이 약해졌다. 정확히는 기술 시준이 단순해진 데 반해 '흘리기'나 '도주' 자체가 1, 2보다 약해졌다. 그 때문에 방어 같은 수비적인 플레이가 이전보다 갑갑해졌다. 도주 역시 뒷걸음질이 상당히 빡빡해진 경향이 있어서 사실상 거리 벌리면서 시간 벌기 같은 전략이 거의 먹히지 않게 되었다.
조작 문제도 있다. 사실 1, 2가 스틱이 하나밖에 없던 드림캐스트 시절 게임이라 게임 디자인도 거기 맞춰져 있었다. 반면 3은 트윈 스틱이 정착한 지 한참이나 지나서 나왔다. 스즈키 유도 18년만에 다시 게임을 만들면서 이 부분에 대해 고심을 한 티가 난다. 결국 격투 모드시 오른쪽 스틱으로 공격 대상을 타게팅하는 방법을 택했는데, 원하는 대상을 선택하는 게 상당히 어려워졌다. 그 결과 여러 명에게 두들겨 맞는 일이 자주 발생하다. 전반적으로 [쉔무 3]의 액션 디자인은 공격은 평균이지만, 방어나 회피 시스템에서는 상당히 허점을 많이 보인다. 후술하겠지만 QTE나 반복을 요구하는 게임 디자인도 수련 시스템의 피로함을 가중하고 있다. QTE 역시 방향키가 사라지긴 했는데 타이밍이 훨씬 더 빡빡하게 설정해둬서 실패할 확률이 훨씬 높아졌다. 다행히 이번엔 QTE 길이가 그리 길지 않아서 실패해도 처음부터 해야 하는 구간이 확 줄어들긴 했다.
사실 가장 큰 문제는 따로 있다. 바로 파밍 시스템이다. 전작보다도 레벨 및 돈 파밍 강도가 높아졌는데, 기껏 준비해놓은 게임들이 별 매력 없는 단순반복 미니 게임이라 지루하기 그지없다. 수련 시스템을 살펴보자. 공격 레벨 올리기는 1이랑 2의 강점을 적당히 살려둬서 심각하진 않다. 상술한 무브셋의 단순화가 이뤄진 데다 반복 작업이라는 약점을 가지고 있긴 하다. 문제는 지구력 수련이다. 해보면 알겠지만, 수련 기구 모두 버튼 누르기나 스틱 돌리기가 고작이라 지루하고 성의 없다.
실제 무술 수행의 고행을 재현하고자 이렇게 만들었나 싶지만, [쉔무 3]는 신선함이나 정교함이 없다. [쉔무] 시리즈는 비판할 부분은 많았지만, 적어도 게임 디자인이라는 점에서 과감한 실험을 전개했고 일부는 부정할 수 없는 성취로 남아있었다. 하지만 [쉔무 3]는 자신이 만든 성취에 기대 의무 방어적으로 시스템을 구축했을 뿐이다. [쉔무 3]의 단점 역시 어딘가 나태하게 멈춰버린 디자인에서 비롯된다. 스즈키 유가 오랫동안 현역에서 멀어져 있던 상태라는 걸 생각해보면, 예상했던 나태함일지도 모른다. 코지마 히데오나 카미야 히데키, 미카미신지가 꾸준히 발전할 동안 스즈키 유는 정말로 뒤처진 이름이 되어버렸다.
수련 시스템뿐만이 아니라 [쉔무 3] 내에 도사리고 있는 불편함은 도전 의식을 불러일으키기는커녕, 안일하고 지루하다. 본작의 돈 벌기 시스템이 그렇다. 본작에서는 돈이 제법 필요한 편이다. 문제는 주어진 재미없는 미니게임 혹은 QTE 이벤트로만 채워놨다. 특히 통나무 깨기 같은 경우 인터페이스 디자인이 엉망이라 료가 머리만 빙빙 돌리는 수준이라 제대로 내려치는지 확인하기도 힘들다. 돈도 짜게 줘서 이게 바로 스즈키 유식 열정 페이인가 싶을 정도다. 새로 도입된 낚시는 그나마 사정이 낫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돈벌기용 미니 게임들이 재미가 없다. 약초 수집도 한몫하는데 위치 파악하기 힘들고 줍는 것도 1인칭 시점으로 변경해서 주워야 해서 지루하다.
기술적인 완성도로 넘어가면, 솔직히 AAA급 게임을 기대한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의외로 안정된 편이다. 물론 인물 그래픽 얘기는 아니다. [쉔무 1, 2]는 만화적인 캐릭터 디자인과 그래픽 콘셉트가 어느 정도 최첨단 행세할 수 있었던 시절의 게임이었다. 하지만 2010년대가 끝나가는 시점에서 [쉔무 1, 2]의 그래픽 콘셉트는 그냥 구닥다리일 뿐이다. 이에 대한 스즈키 유의 선택은, 굳이 트렌드를 따라가지 않고 1, 2 시절의 인물 그래픽을 깔끔하게 다듬는다, 였다.
스즈키 유의 선택은 짤방까지 만들어질 정도로 엄청난 조롱을 받긴 했지만, 실제 결과물은 최악까지는 아니고 평범하다. 표정 애니메이션이 답답하지만, 아무리 킥스타터를 했어도 최첨단 모델링으로 갈아엎는 건 힘들었을 테니 어쩔 수 없겠다 싶기도 하다. 다만 캐릭터 디자인 외주를 준 회사 간의 조율이 잘 안 돼서 엑스트라 캐릭터 디자인이 널뛰는 건 확실히 결점이라 본다. 대신 배경 그래픽은 공들인 편이다. 초반부인 바이루 마을은 수수한 편이지만, 도시인 니아오우는 확실히 수준급의 아트워크와 그래픽을 보여준다. 2의 홍콩을 2010년대 기술력으로 재현하면 이럴까 싶은 화려함을 보여준다.
서사는 그리 좋게 평가하기 힘들다. 비록 게임 속 주인공들에겐 고작 몇 분밖에 안 되는 시간이었겠지만 팬들은 료와 쉔화의 다음 이야기를 보기 위해 18년이나 기다려야 했다. 그러니 3에서는 하다못해 최소한 떡밥의 절반 정도는 소화해주길 기대했을 것이다. 하지만 요시다 준이치의 각본은 여전히 느릿느릿하다. 다시 말해 3에서도 밝혀지는 내용이 별로 없다. 료의 아버지 이와오와 란디의 아버지 쑨밍의 관계에 대해서는 여전히 추측에 머물며, 쉔화의 초능력은 딱 한 시퀀스에서 묘사되고 설명 없이 넘어간다. 봉황경에 대해서는 나름 배경 설명이 나오지만 큰 그림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는 제대로 설명되지 않는다. 이걸 보기 위해 18년을 기다려야 했나 싶을 정도로 영양가가 적다.
여기다 액션 시퀀스도 적고 캐릭터 인상이 희미하다. 오랜 팬들이라면 치우문의 조준이 드디어 등장한다는 소식에 반가워할 것이다. 실제로 등장 시 충격 효과는 나름 공들인 편이다. 그러나 제대로 모습을 드러내는 시기가 엔딩 직전이라, 큰 활약 없이 다음을 기약하며 사라지는 쪽에 가깝다. 드디어 주역이 된 쉔화 역시 딱히 잘 다뤘다고 보기 힘들다. 대부분 기다리다가 마지막에 납치되는 수동적인 역할이라서 묘하게 갑갑하다. 그나마 렌이 꾸준히 료의 동료로 활약해주는 수준이다. 신 캐릭터로 넘어가면, 심각하다. 본작의 최종 보스는 조준 대신 허겁지겁 대타로 등장한 도우뉴 클론에 가깝고, 아군 캐릭터도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 니아오우 신전의 무녀인 린시링는 메인 스토리에서 별 비중 없다가 후반부에 갑자기 동료로 활약하고 있어서 당혹스러웠다.
전반적으로 3은 1, 2를 연상케 할 만 요소들을 가져왔음에도 인상이 약한 편이다. 1, 2를 한 사람이면 3을 하면서 사운드트랙이 1, 2에서 가져왔거나 변주하고 있다는 걸 눈치챘을 것이다. 도우뉴 클론인 최종보스도 그렇고, 스테이지 디자인 역시 1의 요코스카에다 2의 홍콩과 구룡성채를 연상케 하는 구석이 있다. 하지만 이렇게 노골적으로 전작을 끌어들였음에도 결과는 그저 그렇다. 그나마 본작의 요코스카에 해당하는 바이루 마을은 차별화 지점이 많은 편이다. 하지만 바이루 마을 다음에 등장하는 니아오우와 옛 성채는 많은 지점에서 홍콩과 구룡성채를 연상시키지만, 인상은 한창 처진다. 역동적인 사건들이 끊임없이 일어났던 홍콩보다 확실히 딸린다. 상점이나 상호작용 포인트는 많긴 한데, 별 내용이나 콘텐츠 없이 질질 늘어트리는 경향이 강하다.
[쉔무 3]은 양면적인 게임이다. 스즈키 유가 18년 동안 좌절한 꿈을 재개할 의지가 있었고 기어이 냈다는 점엔 감탄하게 되지만, 자신이 만든 성취에 안주하거나 낡아버린 모양새에 '역시 너무 늦게 도착했다' 하는 탄식이 나오기 때문이다. 어떤 지점에서는 브누아 소칼의 [사이베리아 3]와 닮아있는 게임이긴 한데, 낙폭은 [쉔무 3]가 심하다. [사이베리아 3]는 처음부터 별 야심 없이 구식 포인트 앤 클릭 어드벤처 게임에 머물고 있다면, [쉔무 3]는 업계에서 최첨단을 달렸던 무모한 게임에서 몇몇 단점을 지닌 구식 인디 게임 수준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1, 2의 실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느린 서사 전개를 고수하는 것도 큰 단점이라 할 수 있다.
당연하겠지만, [쉔무 3]는 최신 게임에 익숙해진 플레이어들에게는 어필하기 힘든 게임이다. 정 하고 싶다면 작년에 나온 1, 2 리마스터를 하고 나서 판단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반대로 료와 쉔화, 렌이 18년만에 다시 여행을 시작했다는 사실에 만족하는 오랜 팬들이라면 이 게임의 단점도 눈감아 줄 수 있을 것이다. [쉔무 3]는 그 점에서 좌절했던 꿈을 어떻게든 마무리 짓기 위한 초라하지만 분명한 한걸음이다. 기왕인 김에 스즈키 유가 좀 더 성실히 일했다면 좋았겠지만 말이다. 이 발걸음이 인도하는 여정을 따라갈지 말지는, 판단에 맡긴다.
P.S.1. 니아오우를 잘 뒤지다 보면 킥스타터한 팬들을 위한 박물관을 찾아볼 수 있다.
P.S.2. 간과하기 쉽지만, 본작은 세가 제작/배급이 아니다. 그 때문에 세가 관련 요소들은 전부 빠졌고, 한국어화도 되지 않았다.
편집: 김영훈 기자 (grazzy@ruliwe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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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안 끝났다고 해서 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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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게임을 망하게 했던 그시절 그때 장본인들이 전부 모여서 만든다고 했을때 부터 기대 안 하는게 맞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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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tory goes on... 마무리가 안지어졌다는게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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쉔무를 사랑하는 광팬입니다만, 10년전에 나왔어도 안했을것 같습니다. 제 마음속의 쉔무는 2에서 끝났다고 생각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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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전이면 레데리나 언차티드2 시절인데 이때도 어림없고, 한 15년전쯤이면 촌스럽단 소리는 안 들었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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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트
쉔무를 사랑하는 광팬입니다만, 10년전에 나왔어도 안했을것 같습니다. 제 마음속의 쉔무는 2에서 끝났다고 생각하도 있습니다. | 19.12.18 15:1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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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디아
10년전이면 레데리나 언차티드2 시절인데 이때도 어림없고, 한 15년전쯤이면 촌스럽단 소리는 안 들었을 듯. | 19.12.19 12:2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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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ㅋ | 19.12.20 10:3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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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liweb 파이양
The story goes on... 마무리가 안지어졌다는게 문제... | 19.12.19 12:2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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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게임을 망하게 했던 그시절 그때 장본인들이 전부 모여서 만든다고 했을때 부터 기대 안 하는게 맞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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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댓글보다가 웃겨서 물 뿜어버렸네 ㅋㅋ 아키라가 스즈키유 면상에 대고 십년은 이르다고 하는거 상상하니깐 개웃겨서 ㅋㅋ 센스 ㅋㅋ | 19.12.30 09:1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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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저녁으로 학카손에서 쉔화랑 일상 대화되는 것만으로 행복했어요. | 20.01.06 10:2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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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말이 맞지...올드 게이머인데...당시 1, 2 조차도 이런 먼 미래에 반향을 불러일으킬 정도의 작품이 아니였음... | 20.01.07 18:5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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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과같이 고전게임쯤됩니다.. | 20.01.09 22:0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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